<사진1> 뜨거운 날씨에도 안전운행을 위해 잠시 대기중인 기관사분들. 긴장속의 여유, 여유속의 긴장이 느껴집니다.
안녕하세요. 꽤 오랫만에 포스팅을 하게되는 횡천 명예역장입니다. 독한 목감기에 저번주 시간표 변경이 있었지만 횡천역 방문을 하지 못하고, 프로젝트성 아르바이트가 완전히 끝나고, 체력을 비축한 후에 좀 여유를 확실히 가지고 움직이기로 하고 15일 목요일 오후에 남부지방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일기예보는 크게 신경쓰지 못했습니다.
시골집에도 들러서 잡초도 제거하고, 이번 기회에 89년산 은하철도999 비디오 테이프와 96년도에 직접 녹화한, 은하철도팬 분들이 자막제작할때 도움되라고 넘겨주셨던 비디오 테이프들을 돌려보지 못하다가 clien.net중고장터에서 4헤드짜리 VTR을 무료로 분양(블루레이 시대지만, 비디오 데크로서는 제 첫 "소유"물입니다.ㅜㅠ) 받아서 시골에서 비디오테이프를 찾아 돌려보려 했습니다.
습도를 가득 머금은 공기는 병풍처럼 두른 산을 감싸고 있습니다. 삼랑진서 내리려고 객차 뒤로 가봤는데 매우 운이 좋게도 후면에 발전차가 없는 편성이었군요. 덕분에 뻥 뚫린 후방을 잘 감상하였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삼랑진에 오면, 저 씨익 웃는 모습의 가로등;;;;이 역구내에 꽉 찬 모습을 보면서 잠시 여유를 갖습니다.
(경전선 열차를 타기 위해 1시간을 대기해야 하니 필사적으로 관찰대상을 찾습니다^^)
그리고 삼랑진의 명물 급수탑. 이걸 보니까 왜 괜히 일본 북해도의 호수에 있다는 "마리모"가 생각날까요? 그리고 그 캐릭터도 같이....
무사히 경전선 기점 0킬로미터 팻말 앞에서 열차를 탑승하여 창원에서 "분당오리군"님과 함께 횡천에 도착하였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일마치고 피곤하신 가운데 창원에서 횡천까지 빗속을 달리며 오셔서 신속한 "전광판 리모트" 문제 포스팅을 해주신 "분당오리군"님께 감사말씀 드립니다. 횡천역에서 커피 이외에 뭐라도 대접해 드릴께 없어서 매우 아쉽고 죄송스럽군요..
전광판 리모트 복구에는 "맛스타 황"님께서 고생해 주셨으며, 별도의 포스트로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그 다음날, 7월 16일이 밝았습니다. 아침부터 비 내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습니다. 작년에도 횡천역 인계인수 후 갑작스런 호우에, 아무런 대비체계 없이 손님들의 항의를 받았던 작년의 기억이 마구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때는 그 일을 겪고 하동역에다 건의하고, 부산본부를 찾아가서 의견제기를 해도 큰 변화가 그때 당장은 찾아오지 않았지만, 변화는 매우 천천히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09년여름의 횡천역은 "뚜루루 뚜루루 열차가 잠시후 들어옵니다..."의 열차접근 안내방송도 기기의 문제로 방송되지 않을때가 있었습니다. 유인역이었을 때는 역장님의 감시가 있었지만, 무인화 상태에서는 열차가 언제 들어올지 몰라서 참 위험했습니다.
진주방면으로는 큰 고개를 내려온 열차가 순식간에 장내로 접근합니다. 그리고 하동방면에서 오는 열차들도 고개를 넘기 위해 전속력으로 질주합니다. 일어나면 절대 안되겠지만 만약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인명피해 등 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 기기 정상 작동 하도록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간이역에서 "지연"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안내하는 사람 및 안내방송이 없는 무인역에서는 당연히 인근 역에 "항의전화"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손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면 열차가 제시간에 와야 되는데 안오면 매우 답답하고 궁금해질 것입니다. 하동역 직원분들도 끊임없는 항의전화를 받고 있었고, 횡천은 꽤 많은 분들이 이용하는 역인만큼 안내방송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그리하여 현재는 열차 지연및 문제 발생시 현재는 열차가 제시간보다 4-5분 이상 늦거나 특이사태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하동역에서 직접 원격 "안내방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비상상황안내 격인 "접근안내 + 원격안내방송"과 더불어, 평시의 고객 안내를 위하여 "맛스타 황"님께서 직접 제작하셔서 설치하신 맞이방의 시계를 대신한 열차 출발 안내장치가 그 빈틈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무인역임에도 불구하고 하동역 및 철도공사의 시스템, 그리고 철도 동호인의 장비와 명예역장이 충분한 역할을 해야하는 날이 와버렸습니다.
비는 열대성폭우처럼 하늘에 구멍난것처럼 쏟아지다가 잠시 그치기를 반복합니다.
비가 그치면 잠시 눅눅한 실내에서 나와서 밖을 둘러봅니다.
먼저, 하동역에서 실시한 안내방송으로, 횡천->진주로 가는 손님들이 꽤 많이 지연된 열차를 기다리는데 큰 항의나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함안보다 더 부전쪽으로 가야할 손님들은 다른 이동방편을 찾거나 함안중리간 임시버스편이 있음을 안내해 드릴수 있었습니다.
이런 안내방송이 없었다면, 오늘도 손님들께 항의를 받아야 했을듯합니다. 그 외에 한시간 사십분이나 지연된, 횡천에서 순천가는 차량들의 지연및 운휴 안내방송도 꾸준히 잘 해주셔서 손님분들께 설명 드리기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구름이 땅이 스치듯이 흘러 지나갑니다. 산 중턱에서나 볼수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손님들의 말로는 지리산을 넘어가는 구름이 비를 쏟아낸다고 하시네요..
기다렸던 손님들에게 반가운 열차진입 방송이 울리고, 손님들을 싣고 열차가 훌쩍 가버립니다. 또 역이 조용해져 버립니다.
그리고 뭐라도 먹어야 될것 같아 잠시 요깃거리를 마련하러 횡천 마을의 하나로마트를 다녀옵니다.
그사이에 급하게 디젤 특대형이 단행으로 순천쪽으로 가버리는군요. 뛰어서 올라가보니 열차는 벌써 시야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갑작스런 폭우에 물이 급격하게 불어나서 평소에는 보기 힘든 수량이 돼버렸네요..
그리고 무사히 횡천까지 도착한 차량입니다. 무려 장폐단으로 달리고 있는 풀편성 무궁화호입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비상운영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열차도 10여분넘게 지연되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또 퍼붓기 시작합니다. 선로까지 물에 잠길 기세군요.
횡천역에 설치된 철도전화로 하동역에서 선로상태를 알려달라는 전화가 와서 이런저런 사항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분당오리군"님께서 오후 6시반을 기해서 복구완료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주셨고,
결국 막차인 오후 9시 57분경 순천가는 차량까지 45분이상 지연이 되어 들어왔습니다. 자동으로 꺼지는 역내 등을 수동으로 전환하여 조명에도 문제없이 조치하여 오늘 하루의 모든 열차운행이 종료되었습니다.
이렇게 비오는날, 열악한 경전선 선로상황 속에서도 비속에 순찰 다니시던 선로반분들도, 직원분들도, 고생하신 승객분들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안내를 무리없이 가능하게 한 하동역 직원분의 안내방송 및 신경써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내일의 역장도 큰 사고나 손님들의 항의 없이, 필요한 상황에 맞추어 오늘을 보낼수 있었던것에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첫댓글 제가 이 7월 16일 50사단에서 퇴소했고, 이날 50사단 현역중대 한개중대가 주간행군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