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예고된 이별 앞에서 / 이 병 준
고향집 사랑방
*춘호 서당 훈장님
박학 근엄하신 조부님
말이 없으셨던 아버지
대여섯 살 학동(學童) 시절
그 아련한 추억
되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슬픈 그리움
지금은
초라하게 꾸민
내 서재(書齋)에서 독서 하며
빗소리에 귀 기울이고
안방에 홀로 잠이 드신
어머니 기척소리에도
귀 기울여야한다
아흔여섯
지친 삶의 기인 여정
더 가야할 길도
더 갈 수 있는 기력도 없다
막다른 골목에서
아픈 기억 속에 하염없는
맴을 돌고 계시는 울어매
어머니에겐
함께한 세월이
온통 아픔과 고난의 연속
영욕의 세월이었을 뿐
부서지듯 뼛속에 사무치는
자애의 어머니
전 행복했습니다
품어 길러주신 어머니
어찌 보내드리나요
인자하신 그 눈길, 미소
그리워 어찌 보내드리나요
수억겁 환생의 모자 인연
보내드리고 저 어찌 견디라고요
부처님도
다시 잇지 못할 이승의 인연
어머니
이승에서 가져갈
행복했던 기억 있을까요
즐거웠던 기억 있을까요
기뻤던 기억 있을까요
한뉘의 삶
희생의 무한 흔적
무상의 슬픔만
허상으료 쌓였을텐데
신산의 아픈 기억만
심장에 켜켜히 굳어졌을텐데
아, 하느님
이 일을 어이 감당해야 하나요
아, 부처님
저가 다시 환생한다면
어머니의 엄마로 태어나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어머님께 받은 평생 은혜
갚을 길, 그 방책도 함께 일려주소서
( 2020.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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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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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1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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