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전세계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거리에는 캐롤이 흐르고 백화점과 시가 중심의 광장에는 휘황찬란한 전구가 빛나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TV나 행사장에서는 붉은 옷에 흰 수염을 한 산타클로스가 어린이들을 흥겹게 해 준다. 굳이 기독교국가가 아니라도 볼 수 있는 이런 풍경들은 이미 세계적인 명절로 자리잡고 있는 크리스마스 축제의 단면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저녁부터 이튿날인 25일까지 교회와 성당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연극 등 다채로운 행사와 함께 예배 또는 미사를 한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는 원래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무관하다. 고대 여러 이방 종교의 풍습이 기독교 속에 면면히 녹아 흐르는 명절이 바로 오늘날 세계인들이 즐기는 크리스마스 축제다.
12월 25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 아닌 태양신 탄생일
전세계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일로 기념하는 날은 12월 25일뿐만이 아니다. 아르메니아의 기독교와 일부 지역에서는 1월 6일에 성탄을 축하한다.
초기 기독교에서는 성탄 축하 행사에 대한 필요성을 별반 느끼지 않았다. 3세기 초기만 해도 그리스도의 탄생일에 대해 3월 28일, 4월 2일, 4월 19일, 5월 20일 등 다양한 견해가 있었다. 그러다가 로마에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4세기 초, 예수 탄생 축하는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면 왜 느닷없이 12월 25일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알려지게 되었을까?
로마에서는 12월 17일부터 24일까지 새터날리아(Saturnalia)라고 불리는 큰 축제가 있었다. 이 날에는 농경신 새턴이 다스렸다는 황금시대를 기념하는 의미로 새턴에게 제물을 바치고 풍작에 감사하며 한 해의 수확을 축하하는 대규모 잔치가 벌어졌다. 사람들은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실컷 먹고 마시며 환락에 취했고 선물을 주고받았다.
새터날리아가 끝나고 다음날인 12월 25일은 고대 로마의 달력으로 일년 중 낮이 가장 짧은 동짓날이다. 페르시아에서 유입되어 기독교가 로마에서 공인될 당시까지 기독교와 경쟁하며 귀족들과 군인층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트라교에서는 이 날을 의로운 태양인 미트라가 새로 탄생하는 날로 여겼다. 274년, 태양신 미트라를 열렬히 숭배했던 로마 황제 아우렐리아누스(재위 270~275)는 12월 25일을 정복되지 않는 태양의 탄생일(naltalis solis invicti)라고 명명하여 축제일로 정했다. 다가오는 한 해 동안 너희에게 빛을 주노라라는 국가적인 축하 메시지가 발표되는 이 날은 로마의 연중 최대 축제일이었다.
로마교회(카톨릭)에서는 로마인들의 축제에 대해 별다른 축하할 만한 날을 모색하게 되었고, 의의 태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이 태양이 태어난 날에 이루어졌다는 것이 적합하다고 여겨졌다.
이에 로마교회는 로마인들의 미트라 신앙을 타파한다는 명분으로 태양신 탄생일이었던 12월 25일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바꾸어 명명했다. 12월 25일에 성탄 축하 행사를 거행한 것은 공식적인 기록으로는 354년에 처음 나타난다. 이렇게 해서 로마에서부터 시작된 크리스마스는 379년, 콘스탄티노플에서도 축하하였고 이집트, 팔레스틴 지방을 거쳐 전세계에 전파되었다.
그러면 예수 그리스도의 실제 탄생일은 언제쯤일까? 아쉽게도 성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이 기록된 4복음서 어디에도 그의 탄생일이 나타나 있지 않다. 역사학자들은 대략 3~4월경, 그러니까 겨울이 아닌 봄에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고대 나무 정령 신앙에서 유래
12월이 되면 전나무 같은 적당한 크기의 상록수들은 때아닌 호사를 누린다. 눈과 비슷한 솜, 촛불, 종, 별, 전구, 인형, 선물상자 같은 것들로 치장되어 전신을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크리스마스 축제를 알리는 필수품.
크리스마스 트리로는 전나무 같은 상록수가 애용되었는데 교회 앞마다, 집집마다 가지가 곧은 상록수를 손질하여 갖가지 장식을 하는 모습은 기독교국에서뿐 아니라 이제는 기독교를 믿지 않는 곳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크리스마스와 나무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일설에 따르면 8세기경 독일에 파견된 선교사가 떡갈나무에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현지인들의 야만적 풍습을 중지시키기 위해 옆의 전나무를 가리키며 이 나무 가지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라고 설교한 데서부터 비롯되어 크리스마스 트리로 전나무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유래를 따져보면 크리스마스 트리는 크리스마스와 마찬가지로 기독교보다 이교적인 풍습에서 등장한다. 애니미즘(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사상)을 믿던 원시인들은 나무를 숭배하였고, 신을 모시기 위해 나무를 가정에 들여놓기도 했다.
이집트인들은 대추야자나무를 집안에 들여놓았고, 드루이드교를 믿던 켈트족들은 오딘 신을 숭배하기 위해 참나무에 금박의 사과를 매달거나 헌물들을 바쳤다. 나무에 치장하는 풍습은 우리나라의 무속신앙에서도 고목에 오색 천을 매달고 신성시했던 데에서 엿볼 수 있다.
로마인들도 나무를 숭배하였다. 크리스마스가 축제일로 제정되던 당시, 로마인들은 새터날리아 축제 기간 중에 완구와 장신구 따위로 나무를 장식하였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가 로마제국에서 큰 축제로 자리잡자 이들은 나무에 치장하는 풍습을 크리스마스 축제의 일환으로 즐기게 되었다. 고대 부족들에게 생명의 상징이었던 상록수는 길고 어두운 겨울밤이 지난 후 세상에 새 생명을 가져다주시는 그리스도의 상징으로 재해석되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종교개혁 이후 등장한 개신교에서 본격적으로 수용되었다. 16세기 독일에서는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방안에 나무를 세우고 나무에다 하늘의 별을 상징하는 촛불을 켠 이래로 크리스마스 트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보편화되었다. 이후 근세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미주지역에 크리스마스 트리 풍습은 전반적으로 확대되었다.
1926년,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높이 80미터에 수령 3천5백 년이 넘는 세쿼이어 거목을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1996년 1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888만 5588달러에 해당하는 시계와 보석 장식이 달린 세계 최고가 장식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 기네스북에 올랐다.
산타클로스는 전설 속 성(聖) 니콜라스의 화려한 변신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경하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슴이 끄는 수레를 타고 온다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빨간 옷에 희고 멋진 수염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메고 있는 보따리 속의 선물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산타클로스라는 이름의 원형은 성 니콜라스에서 유래되었다. 3세기 말의 실존인물이었던 그는 지중해 연안 소아시아의 한 도시에 살던 주교로서, 남몰래 선행을 베풀기를 좋아했으며 어린이를 특히 사랑했다고 알려져 카톨릭교회에서 어린이를 보호하는 성자로 시성되었다.
13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성 니콜라스―네덜란드식 발음으로 신트 클라우스(Sint Klaus)―에 대한 특별한 신앙이 퍼졌다. 그가 백마를 타고 다니면서 착한 아이들에게는 선물바구니를, 장난꾸러기 악동들에게는 자작나무 막대기 한 다발을 준다는 것이다.
신대륙 발견 후 미국으로 이주한 네덜란드인들은 뉴 암스테르담(뉴욕의 옛 이름)에 자신들의 신앙을 가지고 갔다. 성 니콜라스 교회를 짓고, 성 니콜라스의 상(像)도 가져갔던 이들로 인해 뉴 암스테르담이 영국에 점령되어 뉴욕으로 개칭된 후에도 성 니콜라스에 대한 전설은 약간의 변화를 거치면서 계속 전해졌다. 영국에서 이주한 뉴욕의 시민들은 네덜란드 말인 신트 클라우스를 산타클로스라고 발음했고, 원래 성자의 외모와 상관없이 키가 작고 뚱뚱한 네덜란드인들의 모습에서 산타클로스의 모습을 찾으려 했다.
19세기 초부터 미국의 문학가들이 산타클로스를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하늘을 나는 뚱뚱하고 유쾌한 할아버지로 묘사했다. 1863년, 어느 유명한 만화가는 산타클로스에게 모피로 장식한 붉은색 코트를 입혔다. 이렇게 이미지가 변화되고 고정된 산타클로스는 예수 그리스도를 제치고 어린이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크리스마스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지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는 풍습은 전세계의 보편적인 크리스마스 풍습이다. 크리스마스에 양말을 매달아 놓는 풍습은 성 니콜라스의 전설에서 유래한다. 크리스마스 때 장식용으로 널리 쓰이는 호랑가시나무는 옛적 로마에서 새턴 신의 성스러운 상징으로 여겨져 새터날리아 축제에서 건강과 행복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던 것이 그리스도 희생의 상징으로 의미가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풍습도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에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크리스마스의 주요 상징물이라면 남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구유를 만들어 상징물로 삼는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여러 나라들과 영미 지역에는 크리스마스 전날에 굵은 장작을 때는 풍습도 있는데, 이는 고대 켈트족과 튜튼족이 태양의 신생(新生)을 기념하면서 큰 모닥불을 피우던 이교 의식에서 유래한 것이다.
첫댓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 의의를 뒤돌아 보게 되네요.
수고 감사합 니다.
종교예식도 그 나라 정서에 맞춰서 조금씩 변화되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유래와 풍습에 대한 글은 처음 접해서 장시간 보고 갑니다.
좋은 지식을 갖게 해주셨네요...감사합니다
도계오빠님..메리 크리스마스~~!!
범이씨. 예수님하고 갑장인 갑네. 훤하시네 그랴. 佛紀도 그렇지. 대구 팔공산에 있는 유명한 절있지. 그 절 사적비에 있는 불기와 지금의 불기는 약 500년의 차이가 나더군.
알고보니 세계 각국의 불기가 너무 많이 달라 지도자들이 모여 통일하자고 하여 그렇게 정했다더군. 예나 지금이나 모두 그렇고 그런 모양이오. 그래도 축 성탄이오.
잘 알게 됨에 감사드려요.
기독교 신자들이 모두 인정하는 근거가 명시 돼 있지 않네요. 기독교 신학자들이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 못할 정서(신학대학 정식 교과서)에 기록 돼 있어서
세계 전 목사,신부 즉 성직자들이 100%가 인정하는 우래 와 풍습인지 궁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