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서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이 바로 그거였어
뚜렷이 떠오르는 대답은 없었지만
영화 속에서의 추수감사절이 11월이었다지.... 아마도...
가족과 전통이 있는 달
아버지의 날이 있는 달
그런 전통들이 마구 위태로운 달이 11월이었다는 걸까
스위트 노벰버는 '느림'에 관한 영화였어
아니, 느림을 표방하고 나선 영화였을 거야
뭐가 틀리냐구?
앞만 보고 달리는 미국 사회에
한 마디 충고라고 할려는 듯한 체스추어를 보여주는 영화랄까
하긴, 근래들어 부쩍 느림에 대한 담론이 늘어난 거 같아
삐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가
인문학 서적으로 믿지못할 10만부나 팔렸다는 소리가 있구
또 오래 전에 출판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던가
넘넘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보니
잠시 호흡이나 고르라고
이런 얘기들도 상품화가 가능한거 같아
여느 영화들과 같이 스위트 노벰버 역시
느림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다가
중반부에 가서는 갑자기 이야기의 끈을 놓고는
갑자기 여느 허리우드의 영화들이 걸었던
그 길을 걷기 시작하는 거야
통속과 신파가 적당히 버무려져
영화는 어떻게 하면 그럴듯한 결말을 다다를 수 있을까로
치닫기 시작하는 거야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에게 자유롭게 사는 법을 가르쳐준 여인은
알고보니 불치의 병에 걸린 환자고
주인공은 널 끝까지 사랑하고 싶다고 그러고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고 싶다는
어디서 디게 많이 들은 대사를 외우며 이 연인들은 헤어지지
어때, 이 정도면 진부를 넘어서서 신파에 가깝다는 생각 안들어?
씨네21에선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평을 썼지만
영화에서 디테일이야 전문가들이나 보는 거고
적어도 나같은 초보 관객들을 위해
이런 점 정도는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영화를 보기 직전까지 아메리카 스위하트와
스위트 노벰버, 프린세스 다이어리 이 세가지를 놓고 끝까지 저울질 하다
끝내 스위트 노벰버를 본 건
단지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는 이유가 전부였어
씨네21에선 세가지 영화 모두 평이 별루였거덩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여주인공이 나오는 '청혼'도 그저그런 거 같구
예전엔 미국애들 영화 만든 거 보면
못 만들어도 기본은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은 거게가 기본에도 못 미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 있쥐
아무튼 별루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였어
돌아오면서 무역회관 옆에 달이 떠있는 걸 봤어
참 청초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구
그런데 청초하다는 의미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어
그런데 청초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말이라는 게 가끔 그런 경우가 있잖어
의미보다는 상황에 잘 맞을 거 같은 그런 경우 말야
아니, 틀린 의미지만, 왠지 그 상황에 꼭 그렇게 사용하고 싶은 경우 말야
청초하다는 느낌을 굳이 사전에서 찾고 싶지 않은 그 어떤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