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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장.
“혹시 어제 내가 침소에 들어있을 때,누군가 오지 않았어?”
“…누군가라면.”
“그냥 누구든지.날 찾는 사람…”
이른 아침,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운창으로 향하던 유가 그녀의 뒤에서 묵묵히 따르던 검에게 조심스레 물어온다.
검은 얼핏 눈치를 챘다.그녀가 기다리는 사람.그녀가 찾는 사람.그가 누구인지─
“…없었습니다.그저 식사를 거르셨다며 시자 한명이 다녀갔는데 차차웅과 왕녀님이 침수에 드셨다는 말을 듣고 돌아갔습니다.”
“…그래…?”
유가 검의 말을 듣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다.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로 천천히 걸어가는 유를 따르며 그 뒷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는 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많이 화가 났겠지.내가 그를 믿는 것만큼이나 수 또한 나를 믿었는데 그런 말을 내뱉은 내게.
하지만 한 번이라도 내 마음을 헤아려 줄 순 있잖아.
내가 감정표현이 서툰 것도,지금쯤이면 화가 치민 것도 모두 가라 앉았을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보고싶은데.”
“……”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유는 자신을 바라보는 검의 시선을 느끼자 그제서야 끝나지 않을 듯한 생각에서 깨어난다.
“아,미안.생각을 좀 하느라.”
“……”
검은 유의 말에 계속된 그녀를 향한 시선을 거두어버린다.고개를 숙이고 아랫사람 답게 그녀를 따르는 검.
자신을 향해 해맑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나를 믿어주기로 한 건가.자신을 해치겠다는 뜻을 밝힌 나 같은 놈을 말이지.
“……”
유의 시선이 자신에게 멀어지는 것을 느끼자 그제서야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검.
그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자 그제서야 깨달았다.차차웅이란 무거운 칭호를 받은 이 여인이 아직 너무나 어리다는 것을.
이제 겨우 열 셋.세상을 전부 알아버리기엔 너무나 이른 나이였다.
“……”
검은 자신도 모르게 유를 향해 손을 뻗었다.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작은 어깨에 닿을 듯 말 듯한 순간.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었다.그에 따라 그녀를 향했던 그의 손도 급히 거둬졌다.
“…수.”
유의 목소리가 그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아주 작은 소리─
어쩌면 지나치는 바람소리에 묻힐지도 모를만큼 아주 작은 소리.
“차차웅.”
하지만 들었다,그 이름을 가진 자는.하여 그 또한 그녀를 불러 보았다.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듯.그 모습 검은 바라만 보았다.서로를 향한 발걸음이 가까워지고 자신이 모시는 주군이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을 때.
그는 뒤돌아 섰다.아무것도 보지 않은 채 뒤돌아 서 바람소리를 따라 흩어지는 유의 그리운 목소리를 들었다.
“수야…”
“…늦어서 송구합니다.”
“…잘 왔어.”
서로에게 미안한 말은 하지 않았다.그런 말은 너무 진부하다.서로의 마음을 전부 아니 그런 말 따윈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분명 유는 그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고,수는 유의 그런 마음을 전부 알고 있으니.
길게 이별하기엔 두 사람은 인내심이 없는 듯 하다.평생 서로를 위할 줄만 알고 다툼의 끝에도 결국 서로를 향한 마음뿐이다.
그래서 더 이상 어떠한 말도 없다.유는 수의 품에서 애써 새어나오려는 눈물을 틀어막고,수는 그런 유의 어깨를 감싼다.
검이 닿지 못한 그 작은 어깨를─
* * *
“대보 전랑을 만났습니다.”
“…응.”
“제가 어떤 말을 할 진 차차웅께서 더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수와 함께 아침 일찍 조정에 들기 전,먼저 운창에 든 유.
수의 말에 유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아무런 반응없이 수의 말만 귀 기울인다.
“그가 날 해치려 한다는 것 말이지…”
“……”
“검을 이용해서…”
“…제가 지킬 것입니다.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지켜드릴 것이니,”
“대보가 그를 이용한다면 나는 그를 나의 신하로 만들거야,수야.”
“그는 불가능한 일입니다.아시지 않습니까.”
수의 말에 유가 고개를 가로젓는다.그리곤 활짝 웃어보인다.
수는 알고있다.저리 웃고 있어도 자신의 목숨을 해치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렇게 웃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을.
지금쯤이면 저 서궤 아래,주먹을 꼭 쥔 두 손이 미세히 떨리고 있을 것을.
“할 수 있어.이게 내가 왕이 된 내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잖아.서라벌 너와 아로를 제외하면 믿을 사람 하나 없는 내가,
진실한 신하를 얻는 것.진정 네 말대로 내가 강한 왕이 되려면 나를 믿고 따라 줄 신하들이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검은 어릴 적부터 대보의 아래서 차차웅을 해치기 위해 세뇌받은 이입니다.차차웅의 뜻에 따라 줄 자가 못됩니다.”
“…그런 자를 바꿀 수 있어야 진정 내 신하를 얻게 되는거야,왕으로써.”
“허나 차차웅…”
“언제까지 너한테 의지하며 왕 답지 못한 왕이 될 순 없잖아.”
이제 열 셋.아직까진 자립보다 보호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자꾸만 스스로 일어나길 바라는 나의 어린 여왕.
아직은 겨우 그의 가슴에 닿고 한 팔로 들어올릴 수 있을만큼 작은 여랑.
“…이렇게 작은데.”
“……”
수가 유에게 손을 뻗었다.여린 유의 뺨은 갓 태어난 갓난아기의 살결처럼 보드랍다.
너무나 작다.그래서 꼭 쥐어 깨지지 않게 상처나지 않게 보듬고 싶은데 그녀는 자꾸만 손틈새로 빠져나간다.
“어서 자라십시오.차차웅께서 이리 작고 여리니 제가 자꾸만 차차웅을 놓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까.”
“…나도 어서 자랐음 좋겠어.너에게 맞는 사람,이 나라 왕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러실 수 있을 겁니다,충분히.”
그녀를 향한 암살시도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그의 아비인 전랑이 죽고 나서도─
언제든 역사 속에서 어진 군주를 향한 칼날은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니,유가 뛰어난 왕으로 거듭날 수록 차차웅의 이름에 적합한 자질을
갖출 수록 그녀를 시기하고 그 자리를 탐내하는 자들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너를 만나서 다행이야.”
“……”
지켜주는 자가 그라면,세상 모두가 적이라 한들 두렵지 아니할 것 같았다.
그는 수 또한 마찬가지리라.그녀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그이니.
그녀가 그의 왕으로 남아주는 한,그를 버리지 않는 한 그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고마워.”
아니요,당신은 내게 고맙단 말을 해선 안됩니다.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할 때,아비의 뜻이 싫어 도망만치다 당신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내 평생에 있어서 가장 고마운 일일겁니다.
유가 몸을 일으켰다.이젠 조정으로 가야할 시간─오늘도 그녀를 마땅치 않게 여기는 자들과 얼굴을 마주보며
나의 백성들을 위한,내 아버지의 나라를 위한 정치를 행해야 할 것이다.
십 삼세,겨우 코흘리개의 나이를 벗어난 어린 차차웅.
그녀가 견디기엔 너무나 힘든 일들의 연속─하지만 피할 순 없다.
그걸 알기에 오늘도 또 다시 가장 소중한 이들과 함께 나아간다.언젠가는 그 누구도 무어라 할 수 없는 군왕으로 거듭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 * *
“…알고 있었습니까,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
“……”
“저도 아니되는 것을 잘 압니다.당신은…”
“…한 순간의 감정일 뿐입니다.오랜 시간 함께하니 잔정이 드셨을 수도 있지요.허나 그는…”
“아닙니다.그런 것이 아닙니다.”
여인이 눈물을 보였다.사내의 말에 부정을 하고 있는 것이였다.고개를 세차게 돌리며 아니라 하였다.
그 눈물에 진심을 담았다.사내의 눈엔 도투락 댕기 매고 환하게 웃던 그 모습이 선명한데 이제 여인이 되어 제 마음을 고하였다.
“지금은 마음 아파도 시간이 지나면 제가 옳았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깊어지는 마음은 어찌 합니까…”
“아시지 않습니까.제가 무어라 대답할 진.”
상처주고 싶지 않았다.제가 아끼는 여인만큼이나 귀한 여인이라서 그 여인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울지 마라,그 눈물을 거둬.허나 사내는 그 눈물을 닦아주진 아니하였다.그럴수록 힘겨워지는 외사랑이 될 것 같아서.
사내는 애써 외면했다.그 마음,그저 함께 지내는 시간동안 든 정을 사랑이라 여기고 있다고.
허나 여인은 달랐다.그 마음 이젠 깊어져 돌이킬 수 없는데.
“알고 있습니다.당신이 내게 와주길 바래서 한 말이 아닙니다.하지만…”
“……”
“당신의 마음을 알면서도 커져가는 이 마음이 너무 버거워 그렇습니다…”
................
“……”
고요한 밤.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서라벌 왕궁 내 차차웅의 처소.
언제까지나 고요함만 이어질 듯한 그 곳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
차차웅의 처소 주변,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게 한 치의 빈틈없이 호위하고 있는 왕의 호위대.
허나 그것도 잠시,한 사람이 눈치를 보내자 그것이 전해져 모든 이들이 뜻이 동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신속히 끝내라.”
짧고 단호한 목소리.호위대 중 두어명이 검을 빼들곤 처소 내로 잠입한다.누군가의 명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어찌 되었건 이런 일은 반복되는 일이였다.지난 3년간 계속.
“……”
조용한 침소 내.조심스레 어둠 속에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침상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긴 머리를 내리고 잠들어 있는 여인.이 나라의 왕이였다.
“…죽여라.”
단순 명료한 말 한마디,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칼날이 왕의 침상으로 내려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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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분량이 좀 부족하군요.사실 더 길게 쓰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마무리가 우물쭈물 될 듯 싶어서 말입니다.
일단 9장에서 한번 타임워프가 되네요,확인하셨어요?
어찌 되었건 이런 일은 반복되는 일이였다.지난 3년간 계속.←
여기서 보면 알 수 있으시겠죠.3년의 타임워프.(아,앞으로 타임워프는 더 있을 듯 해요...이들의 인연과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거의 10년,더 넓게 봐선 유와의 첫만남부터 죽을때까지니까 몇십년인데 이걸 다 다루려면 백편이 넘는 이야기가 될거고..그렇게 되면 이 글은 진부하기 그지 없을거예요.ㅠ_ㅠ)
왜 벌써 타임워프를 한건가.하시는 분들도 계시겠고,그렇게 되면 검이는 어디로 갔나 하시는 분들도 계실듯해요.
검이는 벌써 복수하려다 실패하고 사라졌나...하시고 말예요.
아닙니다.검이는 살아 있습니다.하지만 3년간 타임워프동안 검이 유에게 사랑에 빠지거나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호위무사와 뭐 공주의 러브스토리..이런 진부한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허니 등장할리가 없지요.검이가 유를 향한 마음은 수가 유를 향한 마음이 사랑이 아니듯(그럼 뭐란 말인가 하시는 분들은 계속 봐주시면 아실듯 합니다.)검 또한 유를 향한 마음이 사랑이 아닙니다.
그러니 검이가 유를 좋아할 것 같다는 추측은 맞지 않습니다.ㅠ_ㅠ....
처음 간단하게 짰던 시놉시스와는 다르게 점점 복잡해지는 나의 왕.
제가 처음에도 말했듯 나의 왕은 역사적 상황에 집중하기 보다 그들의 감정을 공유하는데 더 중점을 두시고 보면 좋을 듯 합니다.
너무 어렵나요...그렇다면 작가말은 안보셔도 좋습니다.그냥 나의 왕을 가슴으로 읽어주세요.
이 글을 쓰면서 이 글의 결말이 새든지 해핀지 궁금해하시는 분들께 다시한번 얘기드리지만
그것은 받아드리기 나름이라고 딱 마무리를 짓고 싶습니다.등장인물 모두가 살아도 슬플 수가 있고
모두가 죽어도 행복할 수가 있는 것이니까요.저는 그냥 이 글을 통해 마음에 무언가 하나라도 남았으면
이글은 성공한거라고 생각할 듯 싶습니다.
아,그리고 중간중간 나오는 미래.
이런 것들은 확실한 것이 아닙니다.유가 미래를 보지만 그 미래를 바꿀 수 없듯이
이 것들은 한 순간의 선택하나로 바뀌어지는 것이니까요.아마 이 미래이야기들 중에 앞으로 진행되는 편에서
볼수 있는 씬도 볼 수 없는 씬도 있을거예요.그러니 이것에 너무 치우치지 마셔요^^;
밤새 놀다가 글을 쓰느라 이번편은 좀 횡설수설일거예요.
사실 나의왕은 틀 안에 박혀 쓰는게 아니라서 다 쓰다가도 마음에 안들면 확지워도 아깝게 여기진 않기로 했어요.
아까운 건 좀 느끼는 편이지만 또 술술 써지네요.마치 정말이지 누군가가 저를 통해 이이야기를 쓰게 만든 듯 마냥요ㅠ_ㅠ..
정말 진심입니다.새삼느끼게 되네요.글 쓸때 이렇게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떠오르는게...정말 신기한듯해요.
그저 제 표현력의 한계에 아쉬울 뿐입니다.
아,말하다보니 길어졌네요.지난편에서도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글 꼼꼼히 챙겨읽고 마음속에 새겼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항상 즐거운 하루 되셨음 좋겠어요.다음 편에서 뵈요.(밤새서 무슨 말을 쓴지 모르겠으니 이해부탁드려요....ㅠ.ㅠ.ㅠ)
첫댓글 볼수록 뭔가 다른 소설과는 다른 묘함이 있군요,ㅎㅎ 유...과연 어떻게 될지ㅠ 다음편도 기대할테니, 건필하세요^^
ㅋㅋㅋ담편도 기대할께요~
이번 편은 여기서ㅋ.ㅋ짜ㅏ식 좋구나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