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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以熱治熱)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으로, 힘에는 힘으로 또는 강한 것에는 강한 것으로 상대함을 이르는 말이다.
以 : 써 이(人/3)
熱 : 더울 열(灬/11)
治 : 다스릴 치(氵/5)
熱 : 더울 열(灬/11)
더운 것으로써 더운 것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어떠한 작용에 대하여 그것과 같은 수단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세력이 강할 때에는 강력하게 상대해야 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것을 없애야 할 경우에는 상대편이 사용하는 수단과 방법에 상응하는 수단과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즉 힘은 힘으로 물리치듯이, 열은 열로써 물리쳐야 한다는 뜻이다.
날씨가 더울 때는 몸의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서 쌓이기 때문에 뜨거운 음식을 섭취하여 몸의 더운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데서 생겨났다고도 한다.
한방에서는 날씨가 더우면 몸안이 차가워지고 추우면 몸안이 더워지므로 더울 때는 몸속의 찬 기운을 따뜻한 음식으로 데우면 더위를 이겨낼 수 있고, 추울 때는 몸속의 더운 기운을 차가운 음식으로 식히면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고도 한다.
한 여름에 뜨거운 계삼탕(鷄蔘湯; 삼계탕)으로 땀을 흘리면서 더위를 쫓는 것은, 몸안의 차가운 기운을 덥히고 몸 밖으로는 더위를 물리친다는 것이다.
▣ 이열치열(以熱治熱)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다. 한방의에서, 감기 등으로 신열이 있을 때 취한제(取汗劑)를 쓴다거나, 한여름 더위에 뜨거운 차를 마셔서 더위를 물리친다거나, 힘은 힘으로써 물리친다는 따위에 흔히 쓰이는 말이다. 날씨가 무더우면 몸의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서 쌓인다. 때문에 뜨거운 음식을 섭취하여 몸의 열기를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데서 생겨났다고도 한다.
초복(初伏)이다. 하지(夏至) 후 셋째 경일(庚日)인 초복, 넷째 경일인 중복(中伏), 입추 후 첫 경일인 말복(末伏)을 통칭해 삼복(三伏)이라 일컫는다. 한 달 가량의 긴 삼복 더위가 이어질 예정이다.
중국 역사서 사기(史記)에 복의 유래가 기록돼 있다. 춘추시대 진(秦)의 덕공(德公)은 해충 피해를 막기위해 여름에 개를 잡아 세 번 제사를 지냈다. 이것이 민간으로 퍼져 여름이 되면 육식을 하는 풍습이 생겨났고, 오늘날 복날의 시초가 됐다는 설이다.
옛 사람들은 복날이 되면 쇠진해진 몸을 보신하기 위해 '이열치열(以熱治熱)'을 생각하며 뜨거운 음식을 먹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를 '복달임 음식'이라 한다. 주로 고기를 푹 고아낸 육수 음식들이다. 이수광(李晬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따르면 우리 선조들은 삼계탕, 개장국, 육개장 등을 먹어 삼복 더위를 이겨냈다.
복날과 관련된 재미있는 속담도 많다. '복날 개 패듯한다'는 말은 복날에 개를 마구잡이로 때려 도살한 데서 나온 말이다. 무자비한 폭력을 빗대어 표현할 때 자주 쓴다.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무더위로 몸의 기운이 약해져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말복나락 크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말복 즈음이 되면 일조량이 많아져 벼의 생장속도가 빨라진 것을 표현한 속담이다.
예나 지금이나 복날은 덥다. 더위에 염소 뿔도 녹을 정도다. 더위에 복(伏)하지 않으려면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삼복 더위가 찾아온 7월을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몸보신으로 건강하게 이겨내자.
▣ 복날 더위를 극복한 조상의 지혜
초복(初伏)이다. 여름철 불의 기운이 최고조에 달한다는 세 번의 복날(三伏) 중 첫 관문이자, 찜통 같은 더위와 열대야로 대변되는 본격적인 무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복날은 운수와 기쁨을 상징하는 복(福)이 아니다. 너무 더워 사람(人)이 지쳐 개(犬)처럼 누워 쉰다는 복(伏)을 의미한다.
복날은 중국에서 유래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따르면, 진나라 덕공 2년 무더운 여름날 더위에 해충으로 사람과 곡식에 큰 피해가 생기자, 더위를 낮추기 위해 삼복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후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기후에 맞게 7~8월 중 약 10일 간격으로 세 번의 절기(삼복), 즉 초복, 중복, 말복으로 나뉘었다고 전해진다.
'복날엔 입술에 묻은 밥알조차 무겁다'는 속담이 있다. 입맛과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무더운 복날이 되면 열로 더위를 다스리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지혜로 건강을 챙겼다.
이열치열에는 신체와 관련된 과학적인 요소가 있다. 여름철에는 인체 내외부 간 온도 차이가 심해진다. 우리 몸은 여름철 더위에 체온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배 속 온도를 계속 낮춘다. 그래서 여름철 더위를 식히려고 찬 음식만 자주 먹으면 도리어 쉽게 탈이 나기도 하는 것이다. 반면, 뜨거운 음식을 섭취하면 땀이 나와 피부 온도가 떨어지고 배 속 온도는 올라 체온 균형이 맞춰진다.
그렇기에 우리 조상들은 인삼, 은행, 닭, 대추 등 뜨거운 성질로 구성된 삼계탕 같은 보양식으로 지혜롭게 건강을 챙겼다. 조상들의 이열치열 지혜를 따라 우리도 무더위에 건강을 신경 쓰고 있다. 복날에 맞춰 전복삼계탕, 오리매운찜, 닭곰탕, 파닭 같은 다양한 보양식을 시기적절하게 습취해 무더위로 입맛과 기력을 모두 잃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도 더위에 굴하지 않고 부단한 체력단련과 노력으로 무더위를 이겨내야 한다. 더위를 피하는 '피서(避暑)'가 아니라 이겨내고 극복하는 '극서(克暑)'의 정신을 우리는 가져야 한다. 무더운 초복을 잘 이겨내야 한 해 더위를 잘 넘긴다고 했다.
조상들은 여름철 몸에 맞는 보양식으로 기력을 강화하고 무더위를 지혜롭게 이겨냈다. 이러한 조상들의 지혜를 생각하며 복날 제공되는 보양식을 또한 음미해 본다면, 우리도 이번 여름 무더위를 거뜬히 잘 이겨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이열치열의 현대적 의미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더위에도 우리 옛 조상님들은 차가운 것보다는 오히려 뜨거운 것을 먹어서 몸을 이롭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씀을 후손들에게 남기셨습니다.
이열치열의 현대적 원리는 무엇일까요? 먼저 여름철에 누구나 찾게 되는 차가운 것엔 의외의 복병이 있습니다. 바로 식중독균입니다. 날씨가 시원할 때라면 별 문제가 없을 만한 가벼운 접촉에도 여름철의 덥고 습한 조건에서는 식중독균들이 순식간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돼 음식물들을 빠르게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잠깐의 부주의로 오염된 음식물들이 몸 안에 들어오면 우리는 다양한 증상에 시달릴 수가 있습니다. 약하게 감염되면 하루 이틀 정도 속이 더부룩하고 설사하는 정도겠지만 심하면 구토와 발열, 오한 등으로 일주일 넘게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게 됩니다. 따라서 이열치열의 원리에는 모든 것은 가열하여 먹는 것이 좋다는 위생에 대한 개념이 녹아 있는 것입니다.
'여름철에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다'란 옛말도 현대적 의미에서 바라본다면 바로 위생에 대한 개념을 강조한 말일 것입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여름철에 고기를 상온에 보관하다 보면 상하기 쉬웠을 것입니다. 일단 상하면, 부패한 고기의 독성은 가열한다 해서 결코 없어지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유독 돼지고기였을까요? 일손이 딸리는 농사철에 소를 잡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시절이었기에 그나마 유통될 수 있었던 고기가 돼지고기였을 것이며, 고기가 귀하던 시기였기에 이동과 보관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냉장, 냉동시설이 발달해 유통과 보관에 철저한 위생을 기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 아닌, 우리 몸에 효자노릇을 하는 고기가 될 수 있습니다. 돼지고기는 육질이 다른 고기에 비해 부드러워 소화가 쉽고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여 지친 여름 우리 몸에 적절한 에너지원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한방적 의미에서 이열치열의 의미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름철에 찬 것을 많이 먹게 되면 우리 몸은 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몸이 냉해지면 제일 먼저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체온이 1℃만 낮아져도 우리 몸의 생리반응이 둔화되면서 면역력이 상당히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여기에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일해야만 하는 농부님들이라면 다른 때보다 체력 소모가 더욱 심하여 피로가 가중되게 되니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입니다. 이러한 때에 비록 몸은 더위에 지쳐 찬 것을 더욱 찾게 되지만 이는 진정한 열증이 아닌 허열(虛熱)증상으로서 몸이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때에 찬 것은 몸을 더욱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 뜻하지 않게 감기에 걸리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추위로 감기가 걸리는 것이 아니라 면역력 저하로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는 것입니다. 또한 어쩌면 식중독 감염으로 인한 오한이나 발열을 감기증상과 유사하다 하여 혼동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여름철의 이러한 모든 유사 증상들은 이열치열의 원리로서 뜨거운 음식을 먹어 우리 몸의 체온을 높여주면 개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더위가 농부님들을 고생스럽게 할 시기입니다. 무더위로 시원한 음식을 찾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차게 해서 먹더라도 위생에 최대한 신경을 쓰시고 혹시라도 부주의로 음식이 상온에 방치됐다면 과감히 버리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겉으로 보거나 냄새를 맡으면 멀쩡해 보여도 이미 식중독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까운 생각에 괜찮겠지 하고 드신다면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것입니다. 설령 당장 설사나 복통이 없다고 하여 괜찮은 것이 절대 아닙니다. 식중독균 중 살모넬라균이나 O-157 대장균의 경우는 잠복기가 길어 적게는 이틀, 많게는 일주일이 지난 후에 복통과 설사 등의 반응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여름철엔 잘 먹는 것보다 조심하여 먹는 것이 훨씬 중요한 섭생법이란 것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리면서 국민의 먹거리를 담당하는 농부님들의 무사한 여름나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 생리적 관점에서 본 이열치열(以熱治熱)
이열치열에 대한 구구한 해석이 난무하고 있어 이를 우리 몸의 생리(생명원리)적 관점에서 해석하여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은 동양의학(중의학과 한의학)에서 치병(治病)을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다.
동양의학의 바이블인 황제내경에는 이한치열(以寒治熱)을 정치(正治)라고 하고 이한치한(以寒治寒)이나 이열치열(以熱治熱)을 반치(正治)라고 하였다. 몸의 냉기는 열로 다스리는 것이 바른 치료법이고 냉기를 냉으로 열기를 열로 다스리는 것은 바른 치료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중국 후한시대 장중경의 상한론(傷寒論)에 열인열용(熱因熱用)이라는 말이 나온다. 열로 인해 생긴 병은 열을 이용하여 다스린다는 뜻이다. 동의보감에 치병필구어본(治病必求於本)이라는 말이 나온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본 원인을 찾아서 이를 제거하라는 뜻이다. 근본 원인이 냉으로 인해 생긴 병은 열로 다스리고 열로 인해 생긴 병은 냉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개념은 지구상 어느 나라에도 없으며 우리 조상들만 사용해 온 표현이다. 우리 조상들이 병을 고치기 위해서 사용한 말이 아니라 더운 여름에는 속이 차니까 뜨거운 보양식으로 속을 따뜻하게 하여 더위를 이겨라는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표현이다.
한 여름에 개고기에 파, 마늘, 고추가루, 향신료 등 양념을 듬뿍 넣어 끓여 낸 보신탕, 닭고기에 마늘, 인삼 등 몸을 따뜻하게 하는 한약재를 넣어 끓여 낸 삼계탕,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파, 마늘, 고춧가루 등 양념을 듬뿍 넣어 끓인 민물 매운탕은 모두 이열치열의 원리로 속을 따뜻하게 하여 무더위를 이기는 보양식으로 옛날부터 애용되어 오고 있다.
우리 몸은 항상성에 의해 몸을 둘러 싸고 있는 외부환경에 반응한다. 날씨가 더워지면 바깥 열기와 상응하기 위해 혈액이 얼굴과 피부로 몰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장으로 혈액 공급이 줄어들어 속은 차가워진다. 날씨가 추워지면 바깥 한기와 상응하기 위해 혈액이 내장으로 몰리기 때문에 속은 따뜻해지고 얼굴과 피부가 차가워진다.
더운 여름이면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고 숨이 가쁘며 입은 찬 음식를 원한다. 그러나 찬 음식이 들어가면 속이 따뜻한 사람은 별 문제가 없지만 속이 찬 사람은 배탈이 나고 설사를 하게 된다. 원래 몸이 따뜻한 사람은 더위에 강하고 몸이 찬 사람은 더위에 약하다.
더운 여름에 뜨거운 보양식을 하게 되면 차가워진 위장이 따뜻해지면서 냉열순환(冷熱循環)에 의해 땀이 나게 된다. 땀을 흘리고 나면 기화열이 피부 표면의 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몸이 시원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추운 겨울이면 속은 따뜻해지고 피부는 차자워지기 때문에 찬 음식을 먹으면 위장이 차가워지면서 냉열순환(冷熱循環)에 의해 열기가 얼굴과 피부로 흐르게 되어 속은 차지만 얼굴과 피부는 따뜻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옛날 북한에서는 추운 겨울이 되면 시원한 동치미에 말은 냉면을 먹었다고 한다. 냉면에 겨자나 매운 양념을 넣는 것은 냉면의 차가운 성질을 조금 부드럽게 하기 위한 것이다.
열대지방은 음식을 맵고 짜게 해서 먹는다. 덥고 습한 기후에서 향신료나 양념을 사용하여 음식을 맵고 짜게 하는 이유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발효나 부패가 일어나면서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차가워진 내장을 따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인도의 카레가 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대지방은 음식이 담백하다. 춥고 건조한 기후에서는 음식의 보관이 용이하므로 양념을 과하게 쓰지 않은 담백한 음식과 독주를 즐긴다. 보드카나 백주 같은 독주로 몸을 덥히는 것이다.
열대지방 사람들은 강하게 내려쬐는 햇볕을 차단하고 체열을 빨리 배출하기 위해 곱슬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팔과 다리는 몸통에 비해 길며 땀샘도 온대지방 사람들의 약 2배인 500만개나 된다.
한대지방 사람들은 피부에서 온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갈기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팔과 다리는 몸통에 비해 짧으며 털이 많다.
인간은 자연에 반응하면서 진화해 왔다. 다른 나라에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여름을 나기 위한 이열치열(以熱治熱) 보양식은 생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삶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 以(써 이)는 ❶회의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사람이 연장을 사용하여 밭을 갈 수 있다는 데서 ~로써, 까닭을 뜻한다. 상형문자일 경우는 쟁기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❷회의문자로 以자는 '~로써'나 '~에 따라'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以자는 人(사람 인)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사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以자의 갑골문을 보면 마치 수저와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밭을 가는 도구이거나 또는 탯줄을 뜻하는 것으로 추측하고는 있지만, 아직 명확한 해석은 없다. 다만 무엇을 그렸던 것인지의 유래와는 관계없이 '~로써'나 '~에 따라', '~부터'라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以(이)는 ①~써, ~로, ~를 가지고, ~를 근거(根據)로 ②~에 따라, ~에 의해서, ~대로 ③~때문에, ~까닭에, ~로 인하여 ④~부터 ⑤~하여, ~함으로써, ~하기 위하여 ⑥~을 ~로 하다 ⑦~에게 ~을 주다 ⑧~라 여기다 ⑨말다 ⑩거느리다 ⑪닮다 ⑫이유(理由), 까닭 ⑬시간, 장소, 방향, 수량의 한계(限界)를 나타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일정한 때로부터 그 뒤를 이후(以後), 위치나 차례로 보아 어느 기준보다 위를 이상(以上), 오래 전이나 그 전을 이전(以前), 일정한 한도의 아래를 이하(以下), 그 뒤로나 그러한 뒤로를 이래(以來), 어떤 범위 밖을 이외(以外), 일정한 범위의 안을 이내(以內), 어떤 한계로부터의 남쪽을 이남(以南), 어떤 한계로부터 동쪽을 이동(以東), ~이어야 또는 ~이야를 이사(以沙), 그 동안이나 이전을 이왕(以往), 까닭으로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조건을 소이(所以), ~으로 또는 ~으로써를 을이(乙以), 어떠한 목적으로나 어찌할 소용으로를 조이(條以), ~할 양으로나 ~모양으로를 양이(樣以), 석가와 가섭이 마음으로 마음에 전한다는 뜻으로 말로써 설명할 수 없는 심오한 뜻은 마음으로 깨닫는 수밖에 없다는 말 또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말을 하지 않아도 의사가 전달됨을 이르는 말을 이심전심(以心傳心),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뜻으로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당해 내려는 어리석은 짓을 일컫는 말을 이란투석(以卵投石), 대롱을 통해 하늘을 봄이란 뜻으로 우물안 개구리를 일컫는 말을 이관규천(以管窺天), 귀중한 구슬로 새를 쏜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손해 보게 됨을 이르는 말을 이주탄작(以珠彈雀), 독으로써 독을 친다는 뜻으로 악을 누르는 데 다른 악을 이용함을 이르는 말을 이독공독(以毒攻毒),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으로 힘에는 힘으로 또는 강한 것에는 강한 것으로 상대함을 이르는 말을 이열치열(以熱治熱), 옛것을 오늘의 거울로 삼는다는 뜻으로 옛 성현의 말씀을 거울로 삼아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이고위감(以古爲鑑), 새우로 잉어를 낚는다는 뜻으로 적은 밑천을 들여 큰 이익을 얻음을 일컫는 말을 이하조리(以蝦釣鯉), 손가락을 가지고 바다의 깊이를 잰다는 뜻으로 양을 헤아릴 줄 모르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을 이지측해(以指測海),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이식위천(以食爲天), 사슴을 말이라고 우겨댄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기만하고 권세를 휘두름을 이르는 말을 이록위마(以鹿爲馬), 하나로써 백을 경계하게 한다는 뜻으로 한 명을 벌하여 백 명을 경계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이일경백(以一警百), 털만으로 말의 좋고 나쁨을 가린다는 뜻으로 겉만 알고 깊은 속은 모름을 이르는 말을 이모상마(以毛相馬), 남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삼아 자신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이인위감(以人爲鑑), 백성을 생각하기를 하늘같이 여긴다는 뜻으로 백성을 소중히 여겨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으로 삼음을 일컫는 말을 이민위천(以民爲天), 피로써 피를 씻으면 더욱 더러워진다는 뜻으로 나쁜 일을 다스리려다 더욱 악을 범함을 이르는 말을 이혈세혈(以血洗血), 양으로 소와 바꾼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것 대신으로 쓰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이양역우(以羊易牛), 과거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미래를 미루어 짐작한다는 말을 이왕찰래(以往察來), 불로써 불을 구한다는 뜻으로 폐해를 구해 준다는 것이 도리어 폐해를 조장함을 이르는 말을 이화구화(以火救火) 등에 쓰인다.
▶️ 熱(뜨거울 열)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연화발(灬=火; 불꽃)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埶(예, 열)로 이루어졌다. 埶(예, 열)은 나무가 성장(成長)하다, 기력이 좋다를, 熱(열)은 불기운이 세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熱자는 '덥다', '더워지다', '바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熱자는 火(불 화)자와 埶(심을 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埶자는 어린 초목을 땅에 심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심다'나 '기세'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보통 熱자는 '불(火)의 기세(埶)가 매우 거세다' 즉, '매우 덥다'라는 뜻으로 해석하곤 한다. 그런데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熱자가 본래는 爇(불사를 열)자와 같은 글자였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갑골문에서의 爇자는 야생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숲에 불을 지르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불사르다'라는 뜻의 爇자가 만들어졌고 熱자는 '덥다'라는 뜻으로 파생된 것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熱(열)은 (1)물체 속으로 들어가서 그 온도를 높이고 온난(溫暖)의 감각을 주는 원인이 되는 것 (2)신열(身熱) (3)열성(熱誠) (4)열화(熱火) (5)격분(激憤)하거나 흥분(興奮)되는 상태(狀態) 등의 뜻으로 ①덥다, 따뜻하다 ②더워지다, 타다 ③태우다 ④바쁘다, 성(盛)하다(기운이나 세력이 한창 왕성하다) ⑤몸이 달다, 흥분하다 ⑥친밀해지다 ⑦열(熱) ⑧더위, 더운 기운 ⑨높은 체온(體溫)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따뜻할 온(溫), 더울 서(暑), 따뜻할 난(暖), 불꽃 염(炎), 더울 난(煖),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찰 랭(冷), 서늘할 량(涼)이다. 용례로는 뜨거운 바람으로 사막 따위에서 여름에 부는 뜨겁고 마른 바람을 열풍(熱風), 뜨거운 기운 또는 흥분한 분위기를 열기(熱氣), 어떤 일에 정신을 집중하는 일을 열심(熱心), 너무 좋아서 미친 듯이 날뜀을 열광(熱狂), 온갖 재주와 힘을 들여 맹렬이 싸우는 싸움이나 경기를 열전(熱戰),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이 어떤 일에 오로지 파묻힘 또는 정신을 집중시킴을 열중(熱中), 열렬하게 바람을 열망(熱望), 열렬한 애정을 열정(熱情), 열심히 읽음을 열독(熱讀), 불을 뿜는 듯한 웅변을 열변(熱辯), 열렬히 사랑함 또는 그 사랑을 열애(熱愛), 열성을 다하는 마음을 열의(熱意), 흥분하거나 열중하거나 하여 태도나 행동이 걷잡을 수 없이 세참을 열렬(熱烈),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 또는 비유적으로 쓰여 지나치게 활기를 띠는 것을 과열(過熱), 심한 더위를 대열(大熱), 열이 전도되지 아니하게 막음을 단열(斷熱), 병의 열기를 다스림을 치열(治熱), 몸의 열이 내림을 해열(解熱), 열과 땀이 몹시 나고 식욕이 줄며 기력이 아주 쇠약해지는 병을 허열(虛熱), 병으로 인하여 나는 몸의 열을 신열(身熱), 약간 일어나는 몸의 열을 미열(微熱),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으로 힘에는 힘으로 또는 강한 것에는 강한 것으로 상대함을 이르는 말을 이열치열(以熱治熱), 사람의 열로써 밥을 짓지 않는다는 뜻으로 남에게 은혜를 입는 것을 떳떳이 여기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불인인열(不因人熱), 기후가 춥지도 덥지도 아니하여 견디기에 알맞음을 이르는 말을 불한불열(不寒不熱), 뜨거운 물건을 쥐고도 물로 씻어 열을 식히지 않는다는 뜻으로 적은 수고를 아껴 큰 일을 이루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집열불탁(執熱不濯),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면 건강에 좋음을 이르는 말을 두한족열(頭寒足熱) 등에 쓰인다.
▶️ 治(다스릴 치, 강 이름 이)는 ❶형성문자로 乿(치), 乨(치)는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台(태, 이, 치)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물(水)의 넘침에 의한 피해를 잘 수습한다는 뜻이 합(合)하여 '다스리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治자는 '다스리다'나 '질서가 잡히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治자는 水(물 수)자와 台(별 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台자는 수저를 입에 가져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台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먹이다'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농경사회에서는 강이나 하천의 물을 잘 다스리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治자는 물을 다스려 백성들을 먹여 살린다는 의미에서 '다스리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治(치, 이)는 ①다스리다 ②다스려지다, 질서가 바로 잡히다 ③병을 고치다 ④익히다, 배우다 ⑤견주다(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대어 보다), 비교하다 ⑥돕다 ⑦성(盛)해지다, 왕성(旺盛)해지다 ⑧도읍(都邑)하다 ⑨수양(修養)하다 ⑩구걸(求乞)하다 ⑪공(功), 공적(功績) ⑫도읍(都邑) ⑬정사(政事), 정치(政治) ⑭정도(正道), 사람의 도리(道理) ⑮조서(調書: 조사한 사실을 적은 문서) ⑯말, 언사(言辭) ⑰감영(監營) 그리고 ⓐ강(江)의 이름(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스릴 리(厘), 다스릴 발(撥), 다스릴 섭(攝), 다스릴 리(理), 다스릴 할(轄), 다스릴 리(釐), 지날 경(經),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지러울 란(亂)이다. 용례로는 나라를 다스림을 치국(治國), 병이나 상처를 다스려서 낫게 함을 치료(治療),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함을 치유(治癒), 나라를 편안하게 다스림을 치안(治安), 하천이나 호수 등을 잘 다스려 범람을 막고 관개용 물의 편리를 꾀함을 치수(治水), 잘 매만져서 꾸밈을 치장(治粧), 백성을 다스림 또는 그 사람을 치인(治人), 혼란한 세상을 다스림을 치란(治亂), 병의 열기를 다스림을 치열(治熱), 한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을 치자(治者), 잘 다스린 공적 또는 정치상의 업적을 치적(治績), 국가의 주권자가 국가 권력을 행사하여 그 영토와 국민을 다스리는 일을 정치(政治), 도맡아 다스림을 통치(統治), 자기 일을 자기 스스로 다스림을 자치(自治), 물리쳐서 아주 없애버림을 퇴치(退治), 나라의 관리가 맡아 다스리는 정치를 관치(官治), 법률에 의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일 또는 그 정치를 법치(法治), 나라 안의 정치를 내치(內治), 병을 고침을 요치(療治), 병을 고치기 어려움을 난치(難治), 병을 완전히 고침을 완치(完治), 다스려질 때 어지러워짐을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군자는 먼 훗날의 일을 생각함을 이르는 말을 치이불망란(治而不忘亂), 산과 물을 다스려 재해를 막는 일을 일컫는 말을 치산치수(治山治水),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편안하게 함을 일컫는 말을 치국안민(治國安民),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농부가 밭의 김을 매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치국은 백성을 괴롭히는 자를 제거하는 데 있음을 이르는 말을 치국약누전(治國若鎒田), 다스리는 것은 농사를 근본으로 하니 중농 정치를 이르는 말을 치본어농(治本於農), 실을 급히 풀려고 하면 오히려 엉킨다는 뜻으로 가지런히 하려고 하나 차근차근 하지 못하고 급히 해서 오히려 엉키게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을 치사분지(治絲焚之), 말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뜻으로 실패한 뒤에 손을 쓴다는 말을 실마치구(失馬治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뜻으로 실패한 후에 일을 대비함을 일컫는 말을 실우치구(失牛治廐), 성인의 덕이 커서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유능한 인재를 얻어 천하가 저절로 잘 다스려짐을 이르는 말을 무위이치(無爲而治),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으로 힘에는 힘으로 또는 강한 것에는 강한 것으로 상대함을 이르는 말을 이열치열(以熱治熱), 아무 작용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다스려지는 이상적 정치를 이르는 말을 무위지치(無爲之治), 어떤 한 가지 약이 여러 가지 병에 다 효력이 있음 또는 어떤 한 가지 사물이 여러 가지 사물에 다 효력을 나타냄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만병통치(萬病通治), 까막눈인 사람들을 가르쳐 글 모르는 이가 없도록 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문맹퇴치(文盲退治), 내 몸을 닦아 남을 교화함을 일컫는 말을 수기치인(修己治人), 애써 법을 정함이 없이 인덕으로 백성을 교화시키고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일컫는 말을 의상지치(衣裳之治), 백성의 사정을 잘 살펴서 정치를 잘함을 일컫는 말을 선치민정(善治民情), 어떠한 약이 무슨 병에든지 다 보람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백병통치(百病通治)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