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루카 10,5) 예수님이 제자들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하시는 말씀이다. 평화를 선포하기 전에 예수님의 제자인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 평화는 행운 같은 선물이 아니라 많이 노력하고 인내해서 얻는 열매 같은 것이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 우리 그리스도인은 평화로운 성품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평화를 이루는 하느님의 자녀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요한 14,27) 이 말씀은 예수님이 제자들과 나누는 마지막 파스카 만찬에서 하신 말씀이다. 평화를 이루는 제자들은 당신과 같은 운명, 수난과 죽음 정도는 아니더라도 필연적으로 많은 수고를 할 거라는 예고이다. 주님만 홀로 지니셨던 평화, 신적이고 하늘나라 시민들이 누리는 평화를 이 땅 위에서도 누리게 됐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대로 따르는 이들, 믿는 대로 사는 이들은 그리스도 예수님이 홀로 지니셨던 그 신적인 평화를 누린다. 십자가 수난과 죽음 안에서도 평화로웠던 바로 그 평화다.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 하고 말하여라.”(루카 10,9)
히브리인들이 말하는 평화는 갈등이나 다툼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에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에 있는 사람들, 하느님 말씀을 거스르게 될까 봐서 조심하는 사람들 사이에 다툼이 있을 리가 없다. 갈등이 생겨도 금방 해소될 거다. 연인 사이,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친구들 사이에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데도 충돌과 갈등이 생기는 건 그들이 아직 그들의 사랑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일 거다. 나는 정말 그를, 예수님이 제자들을 사랑하신 거처럼 사랑하는지를 물어야 하는 거다. 그를 위해 목숨까지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 사이에 오해 갈등 같은 있을 자리가 없다.
지상 교회에 속한 우리 교우들은 하늘나라 시민으로 사는 법을 배운다. 연옥 단련 교회에서도 천상 교회 하늘나라에 들어가기까지 그 수련은 계속된다. 있는 힘을 다해 서로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성당 안에서는 조금 비싼 옷을 입은 교우와 그렇지 못한 교우는 있을지언정 인격적으로 높고 낮음은 없다. 대중목욕탕에서처럼 하느님 앞에서는 모두가 벌거벗은 어린이들이다. 높은 이는 낮춰지고, 낮은 이는 높여진다. 교회의 주인, 세상의 주인은 가장 낮은 곳에 계시니 스스로 낮추어 섬기는 이는 주님과 함께 높여진다. 성당 안에서, 미사 성찬례 안에서 배우고 수련한 그 낮춤과 섬김을 세상 속에서도 실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내가 맺은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 혹시 하느님 말씀을 거스르게 될까 봐 조심하는 마음, 그가 어떤 이든지 하느님이 악한 이나 선한 이나 똑같이 햇빛과 비를 내려주시는 거처럼 그렇게 모든 이를 잘 대해주려는 마음을 지니려고 하는 이는 그가 있는 곳에 평화를 선물한다.
예수님, 제 삶이 공동체에 평화와 도움이 되기를 감히 청합니다. 오해와 갈등이 생길 때마다 참으로 겸손하게 이웃에게 질문하여 새롭게 이해한 그를 받아들이며 제가 더 넓어지고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주님과 더 가까워지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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