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7일 저희 가족이 키우던 반려견 버키가 병으로 죽었습니다. 그 후에는 집에서 누구도 반려견을 키우자는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습니다. 버키를 회상하는 일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고통이었기 때문입니다.
버키는 2003월 5월 11일 저희 집에 입양되어 8년을 살았습니다. 저희 가족 모두에게 멋진 막내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모든 것을 치유하는 놀라운 힘이 있지요. 지난 2월 중순부터 가족들 사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 누구도 거론하지 않던 금기어 같던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누구도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6년이라는 세월은 버키가 저희를 놓아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나 봅니다.
"자 그러면 무엇을 키워 볼까?"
" 아빠 이번에는 강아지 말고 고양이 어때요. 며칠 전 누구네 집에 갔는데 샴고양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여보,
저도 아는 사람이 고양이 키우는 것 봤는데 고양이는 그렇게 깨끗하대요.
자기 몸을 자기가 핥아 목욕한대요. 그리고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는대요." "고양이 너무 징그럽지 않을까?"
"생각보다 품위 있고 멋있어요.
아빠 우리 고양이 키워요."
이런 이유로 저의 고양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고양이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이번에 알았습니다.
약 40종이 되더군요. 대표적인 종류는 샴, 러시안 블루, 페르시안, 아메리칸쇼트헤어, 스코티시 폴드 등이 있습니다. 한번 들어서는 도저히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스코티시 폴드는 어디서 많이 본 고양이였습니다. 설명을 읽어보니 영화
[장화 신은 고양이]의 모델이라고 하더군요.
이 정도 기초지식을 공부하고
2월 하순 가족들과 함께 고양이 분양 샵을 찾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본 고양이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가격대도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그 샵에는 고양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도 같이 분양하고 있었습니다.
애초 고양이를 키워보자던 가족들은 예쁜 강아지들을 보자 갑자기 관심이 강아지 쪽으로 옮겨가 버린 모양입니다. 포메라니안, 토이푸들, 치와와, 웰시코기 등 예쁜 강아지들이 가족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샵 점원과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고양이를 키우는데 문제점은 털이었습니다.
특히 짧은 털을 가진 종류는 털이 어마어마하게 빠져 집안에 늘 털이 날아다니는 것을 각오하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버키를 키울 때도 털이 문제였습니다.
긴 털이 예뻤던 버키는 셔틀랜드 쉽독이라는 종류였습니다.
너무 잘생겨 밖으로 데리고 나가면 모두들 걸음을 멈추고 버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잔재미에 버키 털을 감수하였는데 이번에도 문제가 털이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감수할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런 것을 잘 알면서도 또 같은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 것입니다.
가족들의 선호도가 강아지로 옮겨가자 저는 다시 강아지 연구에 열을 올렸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강아지 한 종류에 필이 꽂혔습니다. 차우차우라는 중국이 원산지인 강아지입니다. 사자나 곰을 연상케 하는 얼굴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문제는 성견이 되었을 때 20-30킬로그램까지 크는 중형견이라 집안에서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꽂힌 필은 여간해서 포기하는 법이 없습니다.
3월 초 주말을 이용하여 안성에 있는 차우차우만 전문적으로 분양하는 전문 견사를 찾았습니다. 실제로 보니 새끼들은 너무 예뻤습니다. 당장이라도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한참 동안 견사를 둘러보고 있는데 때마침 차우차우를 두 마리 키우고 있다는 연예인같이 멋진 패션을 한 젊은 친구가 또 한 마리를 입양하러 방문하였습니다.
"차우차우 입양하세요. 애견 카페에 데리고 가면 최고예요. 다른 종류의 강아지들은 명함도 못 내밀죠.
이놈들이 가장 인기 있죠.
분양받으실 때는 얼굴이 못생긴 놈이 최고입니다. 차우차우 세계에서는 그런 놈들이 값을 더 쳐줍니다. 지금 흰색과 크림색을 데리고 있는데 갈색과 검은색까지 분양받아 색색별로 키우려고 합니다.
꼭 키우세요."
마음은 당장이라도 분양받고 싶었지만 가족들의 동의가 필요하였습니다.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주고 가족들의 의견을 들었더니 모두 결사적으로 반대하였습니다. 어떻게 그 큰 놈을 집안에서 키우냐는 것이 주된 반대 이유였습니다. 하는 수없이 서울로 돌아가 대면하고 가족을 설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말에 가족회의가 열렸습니다. 원점에서 반려동물을 무엇을 키울 것인지를 대토론 하였습니다. 딸아이는 여전히 고양이였습니다.
저는 차우차우. 아내는 포메라니안. 선정 기준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첫째 털이 적게 빠지는 종류로 할 것, 둘째 너무 덩치가 큰 종류는 제외할 것. 이런 기준을 통과한 종류는 강아지 중에 푸들과 비숑 프리제였습니다. 그러나 가족 모두 푸들은 반대하였습니다. 2년 전 누가 푸들 새끼를 한 마리 주어 데리고 왔는데 밤에 너무 울고 사람을 물고, 사납게 해 도저히 키우지 못하고 다른 집에 입양시킨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숑 프리제를 입양하기로 하였습니다. 애견 전문가인 후배의 도움을 얻어 양평에 있는 비숑 프리제 전문 견사를 찾은 것은 지난 토요일 저녁이었습니다. 가족 모두 비숑 프리제를 입양하기로 마음을 먹고 찾았기에 문제는 어떤 강아지로 할 것인가만 결정하면 되었습니다.
생후 두 달 된 두 놈과 40일이 된 세 놈이 있었습니다.
당장 데리고 갈 수 있는 놈은 두 달 된 놈들이었습니다.
비숑 프리제 한국 챔피언의 아들들인 두 놈은 형제인데 성격이 판이하였습니다.
한 놈은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고 연신 짖어댔습니다. 그리고 다른 놈을 쫓아다니며 괴롭혔습니다. 다른 놈은 더 덩치가 컸지만 점잖았습니다.
형제의 괴롭힘에도 무심히 대꾸하였습니다. 단 10분 만에 그 점잖은 놈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입양 계약서를 쓰고 새끼 강아지를 데리고 견사를 나서니
8시 반. 모두 배가 고파 근처의 식당을 찾았습니다.
문제는 그 아이를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느냐 여부였습니다. 예상대로 노. 하는 수 없이 가족들이 나누어 일부는 식사를 하고 일부는 차에서 그 아이를 돌보아야 했습니다.
강아지를 입양하는 순간부터 불편함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불편함을 사서 하며 왜 반려견을 입양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주말에 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이 비숑 프리제 새끼를 중심으로 삶을 살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놈에게 모두 말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족들끼리 서로 하는 대화보다 더 많은 양의 대화가 가족과 이놈 사이에 오고 갔습니다. 가족들끼리 거실에 앉아 있어도 각각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들여다보기 일쑤였는데 모두 이놈을 쳐다보면 한마디씩 합니다. 오줌이라도 싸면 너 나 할 것 없이 휴지를 찾습니다. 저도 일요일 오후 애견용품을 파는 가게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정성을 보였습니다. 일요일 저녁 교회를 갈 때 하는 수 없이 아래층에 사시는 아흔 되신 어머님을 오시라고 하여 보호자 역할을 맡겨 드렸습니다. 이름도 지어야 했습니다. 숑민, 만두, 숑이 등등 후보작을 젖히고 당선된 이름은 [코니]입니다. 생긴 모습이 팝콘 같다고 해서 [팝콘]의 [콘]을 길게 발음한 [코니]가 된 것입니다.
코니는 단 이틀 만에 우리 집의 허브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집은 모든 일이 코니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밤새도록 마루에서 낑낑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치다가 오늘 새벽 일찍 일어나 똥오줌을 치워주고 밥을 주었습니다. 월요편지를 쓰는 일보다 코니를 돌보는 일이 우선이 된 것입니다. 코니는 우리 가족에 즐거움을 줄 것입니다. 코니를 가장 좋아하는 가족은 아내입니다. 아내는 십 대 소녀 같아졌습니다. 월요편지를 쓰고 있는 저에게 계속 와서 코니의 동태를 보고 합니다. "여보, 코니는 혼자 놀면서 호랑이 소리를 내요."
갑자기 집안이 시끌벅적해졌습니다. 손주들이 생기기 전까지는 코니가 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애완견의 명칭이 왜 반려견인지 실감이 났습니다. 2003년 버키를 입양하였을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입니다. 반려견이 필요한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7. 3. 27.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