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어둠이 와자작 깨어져 나가나요 아빠는 눈물이 없는 흙덩이를 만져보세요 아무도 빛의 모서리를 탈 순 없었답니다 시간은 깨닫고 공간은 집중하는 햇살 속에서 깨지고 다친 우리의 여린 귀가 죽음의 구멍을 열었다 닫았다 서로에게 비치던 일을 뉘우쳐요 이제 우리 너머의 수많은 우리가 춤추고 노래하는 우주의 꽃밭에다 까마득히 먼 이브의 꽃길을 꺼내주세요 더디 오는 나비들의 무릎이 흔들삐쭉흔들삐쭉 겹치는 동안 아빠는 새들이 날아가는 수평선 어디쯤에서 퇴화한 눈 비늘을 벗겨내고 혼자 울고 있는 첫사랑을 껴안아야 해요 누가 속임수로 그걸 막으려 한다고요 꽃밭의 무한에선 어긋나버릴 일이에요 익숙한 어둠을 떠나 여기까지 온 우리, 아침 이슬의 노래가 꽃들의 방을 들어 올리도록 포도줏빛 흙덩이로 빚은 우리 몸이 나비처럼 가벼워지도록 아빠는 자꾸만 팽창하는 공중을 닫아 미처 다 못 핀 꽃들의 어둠에 손을 대고 가만히 어루만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