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으로는 너무 늦은 오후 3시30분.
길게 내리워진 롤 브라인더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 온 초여름의 햇살 하나가
빈 식탁들 사이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는 어느 정갈한 분식집.
나는 그 분식집에서 그 날, 가장 쓸쓸한 점심을 먹기로 한다.
휴식시간에 찾아 온 손님은 별로 반갑지 않다는 표정이 역력한 종업원에게 늦은 점심을 주문했다.
쫄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이란다.
어느 날이였을까
우리는 전화를 하면서 서로가 좋아하는 것들을 묻는, 그야말로 60년대식 촌스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음식 이야기가 나왔다.
"쫄면 좋아하세요?"
"그럼요. 좋아해요."
"호호호..... 그 나이에 아직 쫄면을 좋아하시는 것을 보면 아직 괜찮은가 보죠?"
쫄면은 질기다.
어느 땐 지금 내가 고무줄을 씹고있는게 아닌가 의심할 때도 있다.
아직은 내 치아가 그것을 감당해 내고 있기 때문에 나는 쫄면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쫄면 몇가닥을 젓가락에 휘어 감으며 그 사람을 생각한다.
사랑은 때로는 한없이 유치해질 수 있는 것. 쫄면을 먹으며 쫄면 좋아한다는 그 사람을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나는 겪어보고 싶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다 겪어보지 않고 어찌 사랑을 말 할 수 있으리.
만약 그 사람이 번지점프를 좋아한다면 성치 못한 허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번지점프를 해볼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이 고스톱을 좋아한다면 지금이라도 고스톱을 배워서 고스톱의 재미를 그 사람 마음으로 음미해 볼 것이다.
그림자 같은 사랑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쫄면 같은 사랑도 하고 싶다.
매콤달콤한 소스 맛처럼 때로는 눈물나게 맵고, 때로는 행복함으로 달콤한 사랑.
그리고 고무줄처럼 질긴 면발같이 악착같은 이빨의 분쇄력에도 쉽게 끊기지 않는 그런 질긴 사랑을 하고 싶다.
저녁무렵에 그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저, 오늘 점심으로 쫄면을 먹었어요."
내 유치한 보고에 그 사람이 봄꽃처럼 활짝 웃었다.
2001년 6월8일의 일이다.
■ 나는 아직도 엊그제 일 같은데 세월은 발병도 나지 않고 잘도 가
어느 새 6년전 오늘의 일입니다.
이 글을 꺼내 와 다시 읽노라니 문득 오늘 점심엔 쫄면을 먹고 싶습니다.
단순히 쫄면만 먹겠다는 일이 아니라 추억을 먹고 싶은 까닭이겠지요.
첫사랑처럼 설레임이 있었던 그런 사랑이였다고 말해도 되나요?
윤승일

A Lover's Concerto / 진혜림
첫댓글 쫄면 냄세 풀풀 풍기는 엽서 한장에 봄꽃이 피었다...그놈의 쫄면빨?은 발병도 나질않아 십리도 넘어 가니 차라리 그 쫄면줄에 발목 단단히 묶어 번지 점프를 해보면...ㅎㅎㅎ
...ㅎㅎ.. 맞어,..그 쫄면 질긴 것은 알아 줘야,..십리라니 6년을 이어왔으니 점프족쇄로 안성맞춤,. 가끔은 이런 이리님이 참 부럽따. 이렇게 가슴에 심은 사랑 있어서,..이리님, 부디 오래오래 잘 가꾸소서,...(차라리,...-.-=)..뜨락의 천연기념물 이리,..
요즘 사랑은 참 쉽기두 하두만, 쫄면?? 식욕안당길때 찾는 음식.맘복잡할땐 비빔밥,맘편안함 이것,저것,늘어놓기..제음식취향이여요. 점점 승일님 사랑이 아림에서 푸근해져와요.승일님껜 혼날려나???정은님 놀라셨겠어요.그래두 그만하기 다행^^* 뎀님 건강하세요~~~
어~ 머~~ 천연기념물에 확실한 한표 던집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여. 모든 님들.
저도 쫄면 무척 좋아하는데..아니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먹다 보면 번번히 이게 아닌데..이 맛이 아닌데..이거 아니야~~ 싶습니다. 그래도 먹고 싶은 분식은? 하고 물으면 주저없이 쫄면이요~~ 라고 대답하지요. 사랑도 그런거 아닐까요? 질긴 추억속에서 더 그리워지는거... 쫄면은 상상속에서 더 맛있는 음식같아요. 옛사랑처럼요...
질긴 게 쫄면인가? 아니면 질겨서 더 맛있는 게 쫄면인가? 결국엔 맛이 좋아서일까 싶으이 ㅎㅎㅎ 맛있는 사랑 그거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꿈이지싶다. 아이고 난 맨날 짝사랑만 해봐놔서 받아 본 기억이 별로 읍다~아 그래서 지금 많이 아프다~~~
참 오랜만에 남정네 꼬리글 맛 좀 보네! 그래도 역시 로미오뿐!/ '지금 많이 아프다'는 말에 왠지 사연이 많을 듯 싶은데.... 그래도 아프지 마라.ㅠㅠ
로미오..딘따루 많이 아퍼?
승일님의 질긴사랑 로미오님의 짝사랑 그게 같은건가 다른건가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드는 산여울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