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은둔과 현자의 땅, 봉화정자문화생활관
/ 李炳俊 (시인ㆍ수필가ㆍ서예가)
은둔과 현자의 땅,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
(鄭鑑錄)에 언급된 십승지(十勝地)가운데
두번째로 꼽히는 봉화군, 십승지의 특징은
흉년, 전염병, 전쟁과 같은 삼재(三災)를 피
할 수 있는 곳이란 뜻이다. 오지라 명명되며 숨어 있다가 이제야 그 진가의 빛을 드러내
는 봉화에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이 지난 7월 9일 경북 봉화군 봉성면 부랭이길 88번
지에서 성대한 개관식을 계기로 그 아름다운 모습 전체를 장엄하게 드러냈다. 국내 유일
의 누각과 정자에 관한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는 누정을 테마로 한 희귀한 전시관이다.
봉화군은 전국 정자 600여개 중 103개를
소유해서 우리나라에서 정자와 누각을 가장
많이 보유한 정자문화를 관광인프라로 구축
하기 위해 2012년부터 봉성면 외삼리 일원
237,816평방미터 부지에 390여 억원을 투
자해 누ㆍ정휴(休) 문화누리 조성사업을 추
진해 왔다.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의 핵심 시설인 누정
전시관은 5,305평방미터(지상 1층, 지하
1층) 규모로, 봉화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단아한 멋을 지닌 봉화 누정 모습을 보여주
는 주제 영상실, 전시실 3개소, 중정 (건물 속 정원) 3개소, 세미나실, 회의실, 옥상 정원 등 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전시실>은 누정을 이해할 수 있는 3가지 테마별로 전시실이 이뤄져 있다.
<제1전시실(누정세계)>은 누정세계로 진입
하여, 누정의 개념및 특징 등 전반적인 내용
을 이해하는 공간과 누정 건축의 구조및 특
징을 설명하고, 누정을 소재로 한 시ㆍ서ㆍ
화 등 예술작품 소개 공간이다.
<제2전시실(음풍농월)>은 선비의 풍류정신
을 누정에서 바라볼 수 있게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한 폭의 동양화처럼 영상속에서 연출한 감성영상 공간이다.
<제3전시실(봉화유람)>은 봉화의 빼어난 산수를 체험해보며 태고의 멋과 살아있는
선비의 숨결을 느껴보는 공간이다.
<봉화정자문화생활관> 의 하이라이트는 야외에 설치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특징있는 대표적 누정 다섯 좌를 한곳에 재현한 누정오경(樓亭五景)이다.
건축기법 뿐만 아니라 주변 자연경관까지 재현하여 누정의 문화를 직접 보고 이해할 수 있으며, 밤과 낮,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
한 누정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재현한 오경은,서울 창덕궁 소재 *부용정을 비롯해 전남 담양소재 *광풍각, 충북 제천 소재 *한벽루,전남 완도 소재 *세연정, 경남 함양 소재*거연정 등 대한민국 명승이나 보물로 지정된 누정 5개동을 한곳에서 감상
할 수 있게 재현한 것이다.
<문화체험장>으로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
는 푸른 녹음 속 측백나무 미로 <도깨비정
원>과 윷놀이, 그네, 널뛰기, 솟대, 장승, 정자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전통놀이마당>이 조성돼 있으며 <야생화정원>은 풍부한 색감
과 꽃향기를 맡으며 사계절 다양한 종류의 초화류를 감상할 수 있게 조성되어 있다.
이 외에도 음악, 노래 등 다양한 문화 공연을 할 수 있는 야외 공연장으로 <누정마당>이 마련되어 있다.
<숙박시설>인 솔향촌은 소나무 숲에서 풍겨
오는 솔향기를 맡으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진정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숙박촌이다.
80명이 숙박할 수 있는 11실의 객실이 마련
되어 있으며, 전시문화, 체험문화,힐링의 공간으로서 세대를 아우르는 맞춤형 프로그
램을 마련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시설단지>에는 소나무, 산수유,
산벚나무, 이팝나무, 실편백, 메타세콰이어
등을 심어 멋진 경관을 조성했으며, 산철쭉,
연산홍, 금낭화, 개나리, 야생화 등을 식재해
계절마다 제철의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
한다.
<봉화정자문화생활관> 개관을 계기로 전국
최다 누각과 정자를 보유하고 있는 전통 선비
문화의 고장으로서 특색있는 전시 ㆍ문ㆍ화
ㆍ교육ㆍ휴식의 공간으로서, 국립백두대간
수목원과 분천역 산타마을,청량산 도립공원 등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하여 대한민국 대표 관광 명소로 발전시켜 갈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머지않아 그동안 은둔과 현자의 땅으로서 스스로 오지라는 이름속에 숨어 그 진가를 숨기고 있던 내 고향, 봉화가 은둔 속을 벗
어나 전통 선비 고장으로서 문화와 얼을 고양(高揚) 시키고 그 맥을 이어가는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고장으로서 독특한 문화의 빛을 제대로 발(發)하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필자에게는 이곳 봉화가 안태본(安胎本)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마음껏 느끼고 누리게 될 날을 기대한다.
*부용정(芙容亭): 서울 창덕궁 후원에 조성
된 인공 연못과 열십자 모양의 정자(보물 제1763호로 2012년 3월 2일 지정)
*광풍각(光風閣):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
123번지에 위치함.양산보가 세운 광풍각은
1597년 정유재란에 불타고 1614년 양천운
(양산보의 손자)에 의해 복원됨
*한벽루(寒碧樓): 충북 제천시 청풍면 물태
리 청풍문화단지내 소재함. 2층 누각으로
고려(1317년) 때 건축(보물 제528호로
문화재 지정됨)
*세연정(洗硯亭): 전남 완도군 보길면 부황
길 57번지에 소재함. 고산 윤선도(1587~
1671)가 병자호란 때 왕이 항복했다는 소식
을 듣고 울분을 참지 못해 제주도로 가는 길
에 보길도의 자연 경관에 반해서 머물렀다고
하며 윤선도가 인조 15년(1631년) 51세부
터 13년간 기거하며 어부사시사 같은 명작
의 시가문학을 완성했다고 함 (명승 제34호
로 2008년1월8일 지정됨)
*거연정(居然亭): 경남 함양군 서하면 봉전
리 2006번지에 소재함. 조선 후기 동지중추
부사 전시서가 건립한 누정이다. 1640년에
건립, 1872년에 재건립 함 (경남 유형문화
재 제433호로 2005년10월 13일 지정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