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크리스찬이지만 종교에 상관 없이 '생명을 나누는 일'에 적극 동참하고 싶었다.
결혼해서 두 아이를 낳자마자 '시신기증'과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또한 '조혈모 세포 기증'도 약속했다.
그런데 이런 '생명나눔 활동'은 '기독교계'가 아니라 '불교계'에서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과거를 반추해 보자면, 1994년 3월에 '생명공양 실천회'가 창립되었다.
스님들이 주축이었다.
95년 12월엔 보건복지부에서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득했다.
그리고 2003년 5월에 현재의 명칭인 '생명나눔 실천본부'로 변경했다.
전국 주요 시도에 순차적으로 '지역본부'도 설립되었다.
현재는 광주전남, 부산, 경남, 대구경북, 제주 지역본부가 각 지역에서 열정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아야 하고, 열심히 나누며 살아야 한다.
그런 삶의 모습이 생명을 허락하신 신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긴 인생길을 가다보면 각종 '사건사고'나 '생노병사'의 문제들이 숱하게 발생한다.
세상은 진공관이 아니며 무풍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삶과 죽음'이란 근원적인 문제와 '생명의 한계'를 늘 예비하고 있어야 한다.
나와 당신의 문제를 떠나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원초적인 본질일 테니까.
어느날 갑자기 내가 뇌사에 빠지면 각종 장기를 적출해 아픈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선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죽어도 사후에 '시신기증'(커대버)까지 가능하다.
의대생들의 해부용으로 내 시신이 쓰여지기를 바란다.
백혈병 등 혈액암을 앓고 있는 이들에겐 '조혈모세포'를 기증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기증에 대한 서약도 좋지만, 살아가는 날들 동안 매월 정기적인 후원을 통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생명나눔 실천본부'의 홈페이지(www.lisa.or.kr)를 참고하기 바란다.
나는 개인적으로 장기, 시신, 조혈모세포 기증을 신청한 지는 30년이 넘었고, 매달 일정 금액을 후원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서두에서도 얘기했지만 나와 종교가 다를지라도 이 단체가 더 성장하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기도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간의 세월 동안 이 단체에 헌신한 분들이 어디 한두 분이겠는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엔 '법장 스님'(1941-2005)이 가장 깊게 각인되어 있다.
스님은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셨다.
수덕사의 방장을 지내셨던 '원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신 이후에 면벽수행에 정진하셨다.
그 이후 도를 깨우치고 1994년 이 땅에 '생명공양'이란 개념을 최초로 현재화 시켰으며 실천회의 창립을 주도하셨다.
이 단체의 태동과 성장에 혁혁한 공을 세우셨다.
2003년엔 조계종 총무원 원장으로 추대되었고, 2004년엔 한국 종교 지도자 협의회 의장을 지내셨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한창 뜨겁게 활동하실 때인 2005년 9월에 심장마비로 황망하게 입적하셨다(세수 65세, 법랍 45세)
영결식은 '조계사'에서 거행되었으며 다비식은 스님의 출가 수행지였던 '수덕사'에서 진행되었다.
스님은 갑자기 입적하셨다.
그래서 '임종게'를 남기지 못했다.
불가에서는 통상 '열반송'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스님들이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압축해 이 세상에 던지는 마지막 화두였다.
보통 4행짜리 한시(漢詩) 형식으로 짓는다.
진짜 임종 직전에 짓는 것은 아니며 미리 작성해 두거나 제자들이 스승의 구술을 받아서 적기도 했다.
'법장 스님'은 매우 바삐 지내셨다.
이라크에 파병 중인 '자이툰 부대'를 방문해 군인들을 위문해 주셨고, 현직 총무원장으로는 처음으로 방북하기도 했다.
평소에도 협심증을 앓고 계셨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열반에 드실 줄은 몰랐다.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큰 스님들처럼 '임종게'를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법장 스님'은 그 어느 분들보다 더 의미 있는 '열반송'을 남기고 떠나셨다.
자신이 설립한 '생명나눔 실천본부'에 시신기증을 실천하신 거였다.
그는 스스로 '커대버'가 되었다.
그 실천본부가 2024년 11월 11일로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지난 30년 동안 스님은 누구보다도 큰 족적을 남기셨다.
스님은 열반에 드셨지만 스님의 '임종게'는 완료형이 아니라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한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인생이 어찌 자기 뜻대로 전개되겠는가.
'조고각하'라고 했다.
건강하고 힘이 있을 때 두루두루 주변도 살피고, 배려의 손길도 건네며 '하심'의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오늘 새벽 큐티 시간엔 '생명나눔 실천본부'와 '법장 스님'에 대해 묵상했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은 8.15 광복절이다.
79주년이다.
뜻깊은 공휴일이 되길 빈다.
기적은,
당신의 작은 나눔에서 시작된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