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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기위(不在其位)
그 지위에 있지 않다는 뜻으로, 자기 직책을 벗어난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不 : 아닐 부(一/3)
在 : 있을 재(土/3)
其 : 그 기(八/6)
位 : 자리 위(亻/5)
출전 : 논어(論語) 헌문(憲問) 第十四
논어(論語) 헌문(憲問)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子曰 : 不在其位, 不謀其政.
공자가 말했다. "그 지위에 있지 않으면 그와 상관된 정사를 도모하지 않는다."
曾子曰 : 君子思不出其位.
증자가 말했다. "군자의 생각은 자신이 맡은 직무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별 전문지식도 없으면서 프랑스 대통령, 세계은행 총재 등을 만나는 등 자기가 마치 미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인 것처럼 행세하고 다닌 일이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설치고 다니는 딸도 문제지만, 그렇게 하도록 조장하고 있는 아버지 트럼프가 더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이방카를 유엔주재 미국대사로 임명하려다 무산되었고, 세계은행 총재후보로 추천하려다 전 세계의 비웃음을 샀다.
미국 대통령 딸이 만나자고 했을 때 전 세계 각국 정상이나 단체의 대표 가운데서 안 만나겠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세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존재이고, 이방카는 미국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직위가 아니고, 최고 실력자와의 거리다'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장관 서열 1번인 국무장관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려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고, 또 혼자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방카는 수시로 아버지 트럼프와 만날 수 있고, 거의 대부분 단 둘이 만난다. 그러니 그 영향력은 국무장관과 비교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도 옛날부터 '정승 열 명이 왕비 한 명만 못하다'는 서울지방의 속담이 있다. 정승은 왕을 만나기가 어렵고, 또 독대를 하기는 더욱 어렵고, 또 자주 갈리기 때문에 평생 임금 곁에 있는 왕비와 영향력에서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런 속담이 생긴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대통령의 딸이라고 정치에 관여하면 안 된다. 백악관 보좌관이라는 직책이 있지만, 대통령인 것처럼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공사(公私)의 구분이 전혀 안 된 태도다. 대통령 딸만 안 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아들도 안 되고 대통령의 부인도 안 된다. 대통령이 형제도 물론 안 된다.
선거나 임명 등을 통해서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 아니면 공무(公務)에 손을 대서는 안 되고, 공적인 회의에 참여해서도 안 된다. 도지사나 시장 군수 등의 자녀나 부인들은 당연히 공무에 손을 안 대고 공적인 회의에 참석 안 한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해서만은 예외적으로 관대하다. 전세계 각국에서 관례적으로 그렇게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일이 아니고, 명백한 위법이다.
시대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왕조에서 왕족에게 관직을 맡기지 않은 것은 권력이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논어(論語) 태백편(泰伯篇)에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를 도모하지 않는다(不在其位, 不謀其政)'라는 말이 있다. 공식적으로 그 자리에 있도록 인정받지 않은 사람은 그 정치에 참여해서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
공자(孔子)의 논어(論語)에는 삶의 철학, 삶의 지혜, 삶의 방향에 대한 주옥 같은 가르침이 가득하다. 우리의 선조(先祖)들은 마음이 흔들리거나 올바른 인생길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을 때는 언제나 공자 같은 성인들의 가르침을 삶의 규범으로 삼았다.
사람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도 참견하고 싶은 속성이 있는 것 같다. 과장이 부장 일에, 부장은 임원들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말하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잘 잘못이 눈에 보이는 경우는 조언(助言)을 해 주고 싶은 욕심이 발동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변에서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당신이 저 자리에서 같은 일을 처리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하고 은근히 물어 보는 식이다.
논어에는 공자와 제자들간의 많은 문답이 실려 있다. 그 중에 공자가 노(魯)나라 정계에서 은퇴한 후 누군가가 정치상황을 물은 적이 있다. 이때 공자가 한 대답이 지금까지도 두고 두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 즉,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정치를 논하지 않는다'는 대답이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자신이 맡은 직분에 충실할 뿐, 그 지위, 역할과 상관없는 다른 일에 대해서는 이러쿵 저러쿵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와 같은 해석은 예나 지금이나 별 저항감 없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경계하고 싶은 것은 그 자리를 신분으로 규정해서 아랫사람과 윗사람의 역할을 인식하고, 지배와 피지배의 논리로 이용되는 것이다.
이것은 올바른 해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직분에 신경 써야지 상사의 일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해석 보다는 오히려 지금 그리고 현재의 맡은 일, 주어진 일에 집중하라는 충고다. 나중에 입장에 바뀌어 자신이 그 자리에 가면 그때는 그 지위에 걸맞게 몰입하는 자세를 일러준 것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수학시간에는 영어 공부하지 말고, 수학에 집중하고, 대화를 할 때는 바로 앞의 상대에게 집중하라는 말이다.
실전보다는 훈수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정치는 좋은 안줏감은 될 수 있지만 그 자리에 있지도 않으면서 그 자리의 일을 도모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작가 이병주 선생은 그의 소설에서 종종 이런 말을 한다.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능력을 펼칠 수 없다(不在其位, 不爲所能).'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자리가 있고 없음은 그 사람의 능력을 죽이느냐? 살리느냐? 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결국 그 자리에 있지도 않으면서 그 일을 논하거나 도모하고 싶은 것은 그 자리를 갖고 싶은 인간의 또 다른 욕망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이 맡은 일이나 제대로 하는 사람이 우선이다. 자신의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오지랖 넓은 철부지로 사는 것 보다 작은 일이라도 제대로 하고 사는 성실한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광해군 때의 상궁 김개시가 돌팔매질을 당한 까닭은?
不在其位 不謀其政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를 도모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사회조직에는 직위(職位)와 서열(序列)이 있다. 조직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정해 놓은 것이다. 직위와 서열에 따라 업무가 분류되어 있다. 직위를 맡은 사람은 성실히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직위를 맡은 사람이 아니면 그 일에 대해 간여해선 안 된다.
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함부로 말하거나 일을 소홀히 처리할 수 있다. 위계질서를 깨뜨리는 일이기도 하다. 자기 본분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남의 직무를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자기 일만 말해야 한다. 그 직책에 있지 않으면서 그 업무를 간섭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그 직위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
최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정>에는 조선 광해군(光海君) 때의 상궁 김개시(金介屎)가 나온다. 미모를 지니진 않았으나 민첩하고 꾀가 많아 광해군의 총애를 받았다고 역사학자들은 적고 있다. 그는 왕의 총애를 배경으로 국정에 관여하여 정승들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인조반정(仁祖反正) 후 김개시가 참형(斬刑)을 당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녀가 형장으로 끌려가자 백성들이 몰려들었다. 백성들은 '악독한 김개시가 폐주를 들쑤셔 나라를 도탄에 빠뜨렸다'라며 돌팔매질을 했다. 그 직책에 있지 않으면서 그 업무를 간섭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자의 말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광해군 반대파인 강주선의 행태도 눈에 띈다. 그는 광해군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강주선은 낙향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는 그의 권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고 있는 소인배들이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물론 강주선은 가상 인물이지만 권력의 냄새를 맡고 진드기처럼 꼬여드는 인간들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해방 이후 우리 문단의 거두였던 소설가 월탄 박종화는 제 자리를 지키는 것을 삶의 신조로 삼았다. 그가 언젠가 작가 이호철과 나눈 대담에서 이렇게 말하며 '부재기위 불모기정'의 몸가짐을 보였다. "자기의 분수와 맡은 본분을 늘 명심하고 남을 앞질러 나가는 자는 마음을 경계하고 욕심을 과하게 부리지 않으면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월탄은 성균관대학교에 있을 때 총장 자리에 앉아달라는 이야기를 세 번이나 들었으나 모두 다 사양했다. 정부에서도 장관에 버금가는 중요한 직책을 제의해 왔지만 완곡하게 사양했다. 이 모두가 부재기위 불모기정의 뜻을 새기고 몸가짐을 단단히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2013년 11월에 대한의사협회는 기획재정부장관을 겨냥해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謨其政)'라는 표현을 썼다. 의협은 '그 직책에 있지 않거든 그 정사에 관하여 함부로 참견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며 '의료의 근본적 틀을 바꾸는 제도에 대해서는 보건의료의 전문가에게 맡기고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집중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장관은 그 몇일 전에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의료계를 향해, 장자(莊子)에 나오는 말로 '세상 일이란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는 것과 같이 사소한 다툼에 불과함을 뜻한다'는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는 한자성어를 인용하면서 의료계를 향해 '손바닥만 한 국내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의협이 발끈하여 되받아친 것이다.
1993년 3월 말, 정계에서 은퇴한 뒤 세상과 일체 담을 쌓고 사는 중국 공산당 원로 완리(萬里)에 대해 인민일보는 이렇게 평하고 있다. "완리는 자리를 떠나면서 그 자리에 있을 때 휘두르던 권력에서 완전히 손을 놓고(不在其位 不謀其政), 불문사(不問事; 세상사에 대해 묻지도 않고) 불관사(不管事; 관여도 않고) 불야사(不惹事; 일을 만들지도 않는다)의 '3불주의'를 지켜오고 있다."
완리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장이나 건국 60주년 기념식장같은 행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의 초청을 '아무리 생각해도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라며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경계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지록위마(指鹿爲馬)' 아닌가 한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죽자 이를 틈타 권력을 농락한 자가 환관 조고(趙高)다. 그는 진시황(秦始皇)이 후사로 지명한 맏아들 부소(扶蘇)를 계략을 세워 죽이고 그 동생인 호해(胡亥)를 2세 황제로 옹립한다. 그러고는 자신이 황제에 오르기 위해 호해를 허수아비로 만드는데, 이때 사용한 방법이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조고(趙高)가 사슴을 황제에게 바치며 "말[馬]입니다"라고 하자, 황제는 "어찌 사슴을 말이라 하는가?"하고 반문한다. 그러나 신하들도 모두 말이라 주장하자 왕은 "내가 잘못봤나?"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기까지 한다. 그는 정사에서 일체 손을 떼고 몸을 낮추지만 결국 조고에게 살해당한다.
제갈량(諸葛亮)은 '출사표(出師表)'에서 후한(後漢)이 망한 이유로 '친소인원현신(親小人遠賢臣)' 즉 소인을 가까이하고 현명한 신하를 멀리한 것을 지적했는데 대표적 사례가 10명의 내시 즉 '십상시(十常侍)'가 아닌가 한다.
반(反)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인 이들의 죄목(罪目)은 아래와 같다.
(1) 범상작란(犯上作亂); 윗사람을 해치고 난을 일으켰다.
(2) 기군망상(欺君罔上); 임금을 속이고 윗사람을 우롱했다.
(3) 호가호위(狐假虎威); 황제의 권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렸다.
(4) 매관매작(賣官賣爵) 가렴주구(苛斂誅求); 관직과 작위를 팔아 사리사욕을 채웠고 백성들을 가혹하게 착취했다.
(5)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 공식적인 지위에 있지 않은 사람은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어겼다.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을 행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의 것을 탐하는 욕심이 화근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남의 것을 탐해서는 그 자리가 제대로 온전할 리가 없다.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길가에 떨어진 보석이라도 함부로 취하면 안 된다.
공자와 100여년 간극을 두고 아테네에서 활동한 플라톤도 '군군신신부부자자'의 정명사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영혼삼분설을 통해 개인과 국가(사회)의 조화를 아야기 했던 것이다. 즉
머리 - 이성 - 지혜 <-통치자
가슴 - 기개 - 용기 <-수호자
배 - 욕망 - 절제 <-생산자
플라톤은 국가에서 지혜에 탁월한 사람이 통치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용기에 탁월한 사람은 수호자(군인)의 임무를 수행하며 절제에 탁월한 사람은 생산자(보통사람)로써 살아가는 사회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각자가 타고난 덕에 따라 본분으르 다하며 지혜, 용기, 절제의 덕이 조화를 이룰 때 그 국가나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된다고 주장했다.(4주덕)
(講評)
합당한 지위에 있지 않으면 그에 관한 정사를 도모하지 말라는 말이다. 지위란 품계에 따른 직책을 동시에 이르는 말인데 공후백자남이란 천자가 내리는 귀족의 품계가 있고, 그 아래에 임금이 내리는 대부(大夫)나 사(士)와 같은 품계가 있어서 각기 그 품계에 맡는 직무와 직책이 주어졌다.
대부는 군주의 자문에 응할 수는 있지만 군주의 역할을 할 수 없고, 역시 사(士)가 대부(大夫)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도리였다. 그런 계급분화와 계층 분화가 되어 있는 국가 조직에서 이런 위계를 어지럽힌다면 대 혼란이 야기되고 만다. 그런 일은 정변이나 쿠데타일 경우에 한하고, 정상적인 경우에라면 어느 조직이나 월권은 하지 못하도록 제도화 되어 있다.
공자가 주유천하를 한 이유도 이 위(位)를 얻어서 도(道)를 세상에 구현해 보고자 애를 쓴 것이다. 이미 노나라에서 대부(大夫)의 위(位)에 올라 대사구라는 직책을 맡아서 회맹(會盟)도 성사시키는 등 노나라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정변으로 더 이상 노나라에서 도(道)를 실행시키지 못하자 열국을 돌면서 자신을 기용해서 자신의 이상을 펼칠 기회를 찾고자 했던 것이다.
공자는 순(舜)임금을 일러서 대덕(大德)은 필득기위(必得其位)하며 필득기록(必得其祿)한다고 했는데, 자신은 그에 못 미친다고 더욱 매진 했는지도 모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在(있을 재)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재(자; 才의 변형; 풀의 싹 모양)의 뜻이 합(合)하여 있다를 뜻한다. 흙으로 막아서 그치게 하다, 멈추어 있다, 살아 있다, 존재하다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在자는 '있다', '존재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在자는 土(흙 토)자와 才(재주 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才(재주 재)자는 새싹이 새로 돋아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才자가 '존재하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후에 才자가 '재주'와 관련된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금문에서는 여기에 土자를 더한 '존재하다'라는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在(재)는 (1)돈이나 물건 따위의 쓰고 난 나머지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있다, 존재하다 ②찾다 ③보다, 살피다 ④안부를 묻다 ⑤제멋대로 하다 ⑥곳, 장소(場所) ⑦겨우, 가까스로 ⑧~에, 처소(處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있을 유(有)이다. 용례로는 학적이나 호적이나 병적 등에 적혀 있음을 재적(在籍), 창고에 쌓아둔 물건을 재고(在庫), 전부터 있어 내려옴을 재래(在來), 임금의 자리에 있음 또는 그 동안을 재위(在位), 직무에 있음 또는 그 자리에 있는 동안을 재임(在任), 직장에 근무하고 있음을 재직(在職), 학교에 다니는 중임을 재학(在學), 외국에 있음을 재외(在外), 집에 있음 또는 집에 있으면서 중처럼 도를 닦음을 재가(在家), 초야에 파묻혀 있음을 재야(在野), 고향에 있음을 재향(在鄕), 어떤 자리에 있는 물건을 재물(在物), 어느 직장에 근무하는 일을 재근(在勤), 한동안 머물러 있음을 재류(在留), 세상에 살아 있음을 재세(在世), 지금 이때를 현재(現在), 현존하여 있음 또는 있는 그것을 존재(存在), 속에 숨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음을 잠재(潛在),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있는 곳 또는 있는 바를 소재(所在), 현실에 존재함 또는 그것을 실재(實在),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 또는 직무 상으로 파견되어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을 주재(駐在), 어떤 사물이나 범위의 안에 있음을 내재(內在), 여기저기 흩어져 있음을 산재(散在), 남아 있음을 잔재(殘在), 건강하게 잘 있음을 건재(健在), 이것과 저것의 사이에 끼어 있음을 개재(介在), 나타나 있음을 현재(顯在), 이 한번으로 담판을 짓는다는 뜻으로 단 한 번의 거사로 흥하거나 망하거나 끝장을 냄을 일컫는 말을 재차일거(在此一擧), 집에 있으면서 독서함을 이르는 말을 재가독서(在家讀書), 바삐 돌아 다니느라고 집에 있는 날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재가무일(在家無日), 어떠한 일에서 벗어나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재소난면(在所難免), 자기가 소속된 바에 따라 처신을 하게 마련이라는 말을 재소자처(在所自處),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음을 일컫는 말을 인명재각(人命在刻), 새가 높이 날 때는 바람은 그 밑에 있다는 뜻으로 높은 곳에 오름을 이르는 말을 풍사재하(風斯在下), 뜻이 천리에 있다는 뜻으로 뜻이 웅대함을 이르는 말을 지재천리(志在千里) 등에 쓰인다.
▶️ 其(그 기)는 ❶상형문자로 벼를 까부르는 키의 모양과 그것을 놓는 臺(대)의 모양을 합(合)한 자형(字形)이다. 나중에 其(기)는 가리켜 보이는 말의 '그'의 뜻으로 쓰여지고 음(音) 빌어 어조사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其자는 '그것'이나 '만약', '아마도'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其자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키'를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其자를 보면 얼기설기 대나무를 엮어 만든 바구니가 그려져 있었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받침대를 그려 넣으면서 지금의 其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其자는 본래 '키'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나 '만약'과 같은 여러 의미로 가차(假借)되어 있다. 그래서 후에 竹(대나무 죽)자를 더한 箕(키 기)자가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其(기)는 ①그, 그것 ②만약(萬若), 만일(萬一) ③아마도, 혹은(그렇지 아니하면) ④어찌, 어째서 ⑤장차(將次), 바야흐로 ⑥이미 ⑦마땅히 ⑧이에, 그래서 ⑨기약하다 ⑩어조사(語助辭)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정해진 시기에서 다른 정해진 시기에 이르는 동안을 기간(其間), 그 나머지나 그 이외를 기여(其餘), 그것 외에 또 다른 것을 기타(其他), 그 역시를 기역(其亦), 그 세력이나 형세를 기세(其勢), 그 밖에를 기외(其外), 그 벼슬아치가 그 벼슬을 살고 있는 동안을 기등(其等), 그때를 기시(其時), 실제의 사정이나 실제에 있어서를 기실(其實), 그 전이나 그러기 전을 기전(其前), 그 가운데나 그 속을 기중(其中), 그 다음을 기차(其次), 그 곳을 기처(其處), 그 뒤를 기후(其後), 각각으로 저마다 또는 저마다의 사람이나 사물을 각기(各其), 마침내나 기어이나 드디어를 급기(及其), 어린 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을 아기(阿其), 한 달의 마지막이라는 뜻으로 그믐을 이르는 말을 마기(麻其), 마침내나 마지막에는 급기야(及其也), 그때에 다다라를 급기시(及其時),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아니하고 중간쯤 되어 있음을 거기중(居其中), 알맞은 자리를 얻음을 득기소(得其所), 일을 일대로 정당하게 행함을 사기사(事其事), 그 가운데에 다 있음을 재기중(在其中), 마침 그때를 적기시(適其時), 그 근본을 잃음을 실기본(失其本), 절친한 친구 사이를 일컫는 말을 기이단금(其利斷金), 또는 기취여란(其臭如蘭), 모든 것이 그 있어야 할 곳에 있게 됨을 이르는 말을 각득기소(各得其所), 가지와 잎을 제거한다는 뜻으로 사물의 원인이 되는 것을 없앤다는 말을 거기지엽(去其枝葉),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매우 많음을 이르는 말을 부지기수(不知其數), 어떠한 것의 근본을 잊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불망기본(不忘其本),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다는 뜻으로 말만 꺼내 놓고 실행이 부족함을 일컫는 말을 언과기실(言過其實), 겉을 꾸미는 것이 자기 신분에 걸맞지 않게 지나침을 일컫는 말을 문과기실(文過其實), 훌륭한 소질을 가지고도 그에 알맞은 지위를 얻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부득기소(不得其所), 그 사람의 고기를 먹고 싶다는 뜻으로 원한이 뼈에 사무침을 이르는 말을 욕식기육(欲食其肉), 착한 것으로 자손에 줄 것을 힘써야 좋은 가정을 이룰 것임을 일컫는 말을 면기지식(勉其祗植), 미리 말한 것과 사실이 과연 들어맞음을 이르는 말을 과약기언(果若其言), 얼굴의 생김생김이나 성품 따위가 옥과 같이 티가 없이 맑고 얌전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여옥기인(如玉其人), 용이 그의 못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영걸이 제 고향으로 돌아감을 이르는 말을 용반기연(龍返其淵), 어떤 일을 할 때 먼저 그 방법을 그릇되게 함을 이르는 말을 선실기도(先失其道) 등에 쓰인다.
▶️ 位(자리 위, 임할 리/이)는 ❶회의문자로 大(대)는 훌륭한 사람, 一(일)은 매우 넓은 땅의 모양, 立(립)은 훌륭한 사람이 서 있는 모양으로 서는 일, 즉, 사람이 서다, 사람이 서는 곳을 말함이다. 고대(古代) 중국에서는 대궐의 좌우(左右)에 많은 신하가 줄지어 서있는 것을 立(립)으로 생각하였다. ❷회의문자로 位자는 '자리'나 '위치'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位자는 人(사람 인)자와 立(설 립)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立자는 팔을 벌린채 서 있는 사람을 그린 것으로 '서다'나 '똑바로 서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位자는 이렇게 서 있는 사람을 그린 立자에 人자를 결합한 것으로 사람이 서 있는 '위치'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고대 계급사회에서는 신분이나 직위에 따라 앉는 위치도 달랐다. 그래서 位자는 '자리'라는 뜻 외에도 '지위'나 '직위'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位(위, 리)는 (1)지위(地位). 직위(職位)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자리, 곳, 위치(位置) ②지위(地位), 직위(職位) ③제위(帝位), 왕위(王位) ④방위(方位) ⑤분, 명(名) ⑥비트 ⑦위치하다, 자리 잡다 ⑧서다, 서 있다 그리고 ⓐ임하다, 닿다(리) ⓑ도달하다(리) ⓒ나아가다(리)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자리나 처소나 장소로 사람이나 물건이 자리잡고 있는 곳을 위치(位置),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가지는 위치나 양상을 위상(位相), 벼슬의 등급을 위계(位階), 지위나 직위가 높음을 위고(位高), 위계와 관직을 위관(位官), 관리의 품위에 대한 기록을 위기(位記), 지위와 명망을 위망(位望), 어떤 방향으로 머리 쪽을 둠을 위수(位首), 바람이 불어오는 위치를 풍위(風位), 위치를 바꿈을 환위(換位), 실권이 없는 빈 지위를 허위(虛位), 차례로의 위치로 차례나 순서를 순위(順位), 길이나 질량이나 시간 등 어떤 양을 수치로 나타낼 때 비교 기준이 되도록 크기를 정한 양을 단위(單位), 개인이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를 지위(地位), 높은 지위나 위치를 고위(高位), 높은 지위나 윗자리를 상위(上位), 낮은 자리나 낮은 순위를 하위(下位), 주기적으로 변하는 높고 낮은 수면의 높이를 수위(水位), 남보다 유리한 위치나 입장을 우위(優位), 사방을 기본으로 하여 나타내는 그 어느 쪽의 위치를 방위(方位), 전체에 대한 어떤 부분의 위치를 부위(部位), 임금의 자리를 왕위(王位), 임금의 자리에 있음 또는 그 동안을 재위(在位), 황제나 임금의 자리를 제위(帝位), 직품과 지위로 사람이 갖추고 있는 기품이나 위엄 또는 인격적 가치나 품격을 품위(品位), 왕의 자리를 남에게 물려 줌을 선위(禪位), 남보다 못한 위치나 수준을 열위(劣位), 신하로서의 최고의 지위 곧 관직의 품계가 가장 높은 재상의 직에 오름을 일컫는 말을 위극인신(位極人臣), 낮은 지위에 있으면서 윗사람의 정치를 이렇다 저렇다 비평함을 일컫는 말을 위비언고(位卑言高), 훌륭한 소질을 가지고도 그에 알맞은 지위를 얻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부득기위(不得其位), 임금의 총애를 믿고 물러가야 할 때에 물러가지 않고 벼슬자리만 헛되이 차지함을 이르는 말을 회총시위(懷寵尸位), 재덕이나 공적도 없이 높은 자리에 앉아 녹만 받는다는 뜻으로 자기 직책을 다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시위소찬(尸位素餐), 어떤 것을 먼저 차지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차례나 위치를 이르는 말을 우선순위(優先順位)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