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힘으로 가는 버스 / 김명인
이 의자의 주인들은
왜 한결같이 半睡 속으로 빠져드는가
둘러보면 등받이 아래로는 가라앉지 않으려고
수면 위의 잠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다
옆 좌석 박선생은 아예 의자를 젖혀놓고
수심 속으로 파묻히는 고개
가까스로 걸쳐놓았다 통로 건너
이선생은 수족관 유리벽인 듯
연신 차창을 쪼아댄다 그 옆 김선생은 어제 저녁
술자리에서의 잔상 잠의 반숙으로 데쳐내는 듯
고개 꼿꼿이 세운 채 눈을 꼭 감고 있다
뒷자리 정선생은 미처 챙기지 못한 새벽밥
꿈속에서 먹고 있는가 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입맛 쩝쩝 다시네
이 버스는 시간 반의 출근길을
고속도로 위로 옮겨놓는 중이지만
의자에 앉자마자 저들을 수면 속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턱없이 짧았던 간밤이 아니리라
턱주가리로 흘러넘치는 코골이나 게걸스러운 침도
목적지까지 그날치의 자맥질을 옮겨놓는
가릉거리는 엔진 소리나 가솔린처럼 여겨지니
이 차는, 잠의 힘으로 가고 있다!
- 김명인 시집 <파문>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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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
잠의 힘으로 가는 버스 / 김명인
빗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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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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