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사랑 …소한의 첫사랑(번외)Ⅰ
『그가 흘리지도 않던 눈물을 흘릴 땐 항상 그녀가 있어요. 그녀는 맨날 다른 남자 옆에서
웃고있거든요. 한번만 뒤돌아서 그에게도 웃어주지. 그에게도 기회 좀 주지. BY. 희명』
[희명시점]
"소한아, 밥먹자!!"
오늘은 특별히 학교에서 맛있는 반찬만 나오는 날이다. 그렇기에 당장 급식소로 향하던
발걸음을 친히 강소한의 반인 3학년 1반으로 왔는데 감히 문자나 날리고있어?
"야, 강소한! 밥먹자고. 오늘은 특별히 맛있는 반찬이 나오는 날이란말이다!!"
"조용히 해라. 안그럼 그 밥 영원히 못먹게될테니까."
목소리를 내리깔고 경고 비스무리한 멘트를 날리면 내가 쫄줄 아느냐!! 했지만 쫄았다.
저러다 또 해율이 오면 푼수처럼 웃어댈꺼면서 괜히 폼잡기는..
"근데 뭐하는거야? 문자?"
"알면서 뭘 물어?"
"누구한테?"
"내 마누라. 사랑스런 내 마누라."
마누라거리는 닭살스러운 멘트를 잘도 날리는 강소한. 그의 2년 전 실체이다. 다른 여자들
앞에선 더없는 카리스마를 풍기며 온니 무표정만을 고수하다가도 해율이만 오면 금방
웃음만 달고 사는.
"쳇쳇.. 좀 잘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성재보다 더더더더더 버터다!"
이번에도 또 무시당해버렸다. 무시당하는게 일상이 되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쁜건
어쩔수 없다. 해율이오면 다 일러버려야지.
"야야야, 도희명. 너 민해율한테 다 일러바치면 알지?"
순간 당황하면서 자신의 만행을 해율이에게 일러바치면 안전을 보장할수 없다는 듯 협박
비스무리한 눈빛으로 단단히 확인사살까지 하는 우리의 강소한. 아니나다를까.
소한의 하나밖에 없는 마누라라는 민해율님께서 등장하시고 계신다.
민해율 그녀는 여자들이 봐도 멋진 그녀이다. 어깨를 살짝 덮을만큼의 머리에 간간히 보이는
은색의 브릿지. 항상 털털하고 쿨한 성격에 섬세한것까지 일일히 챙기는 섬세함. 거기다
큰 눈망울, 다홍색의 입술에 항상 발그레한 볼. 엄청 예쁜 얼굴이다. 하지만 넘봤다가는...
말 그대로 생명선이 뚝 하고 끊기고 말것이다.
"소한아~ 나 왔다. 이 민해율님께서 오셨다!! 희명이도 안녕?"
"해율아, 도희명 저자식한텐 인사 왜하냐? 나한테만 해야지."
"에이~ 같은 친구잖아~"
"저놈은 내 친구 아니야. 나 쟤랑 친구먹은적 없어."
흑.. 그렇게 장난기어린 목소리와 얼굴로 친구먹은적 없다 해도 난 슬프단말이다, 이놈아!
난 뭐 감정도 없는줄 알어? 으흐흑...
"치치치!! 나혼자 밥먹으러 갈꺼다 뭐. 너랑 같이 먹기를 바란 내가 잘못이야."
"니 잘못인줄은 아냐?"
"이이이.. 너 나빠, 강소한!! 성재한테 갈꺼야!"
"그놈은 벌써 가고도 남았다, 임마."
'콰앙'
일부러 내가 화났다는 것을 알리기위해 세게 닫고 나온 문이지만 부서지진 않을까 내심 걱정
되어 뒤돌면 들리는 강소한의 웃음소리.
"크하하하하! 내가 이맛에 쟤 놀린다니까."
"야, 그만놀려라. 보는 내가 더 안쓰러워. 아까 걔 울먹이는거 봤어?"
"헤헷.. 너가 시키면 안할께. 됐지, 해율아?"
귀염성있게 애교도 떨어주고 헤헷거리며 웃기도 하던 2년전 강소한. 그런 그들에게 서서히
어둠이 닥쳐오고 있었다.
"뭐라구요..?"
할아버지께서 운영하는 병원에 할아버지와 담소를 나눈 뒤 나오는데 해율이의 목소리가 들려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엿들을 수 밖에 없었다.
"의사선생님.. 이건 아니에요. 이건 아니라구요.."
"죄송합니다. 저희로써도 어찌 손 써볼 방도가... 너무 늦게오셨어요."
"너무.. 늦었다니요?"
"초기에 잡았으면 식이요법같은 방법으로 나을수 있는 병인데.."
"하하하.. 그래서 병명이 뭔가요?"
"유전성 타이로신혈증입니다."
'유전성 타이로신혈증입니다.'
'유전성 타이로신혈증..'
유전성이라는 말에 불현듯 스쳐지나간 해율이와의 대화내용.
"내가 널 이제 친구로 인정해서 이런말 하는거야."
"뭔데?"
"우리 엄마. 유전성 타이..뭔가? 하여튼 이런 병으로 돌아가셨어.
단백질의 일종인 타이로신이 정상적으로 대사가 안되서 독성물질을 계속 쌓이게 하는거야.
그래서 간을 진짜 망가트린다음에 죽게 하는."
"와.. 넌 그걸 다 외웠어?"
"후훗.. 이 민해율님 머리가 좀 똑똑해서."
"에~ 뭐야!"
해율이가 나에게 털어논 사실은 잊은채 그냥 장난만 쳤었어. 그때는...
그때 내가 나서서 건강검진을 해보라고 했어야했는데.. 일찍 발견했으면 치료할수
있었다잖아. 살수 있었다잖아. 이 바보..이 바보...
"병원에 입원해서 약물치료를 하면서 살수있는 기간을 늦출수는 있지만 얼마 살지도 못해요.
길면 5달 짧으면.. 2주 안에 죽을수도... 근데 지금 상태로봐서는 5달도 못 버틸거..."
"이 씨바랄라야. 나 입원 한다고. 입원 하면 되잖아. 의사새끼가 환자를 격려해주지는 못할
망정 뭐? 5달도 못버틸거 같다고? 존나 웃기네. 나가 뒈져라, 씨바라."
내가 믿지 못할 그 슬픈이야기를 엿듣고 해율이는 몇 일 안가 우리병원에 입원했다.
언제까지 속일수는 없다 생각해 난 해율이의 병실에 찾아갔다.
"민해율, 이 잘난척만 할줄아는 돌머리마녀야."
"뭐? 돌머리마녀? 그리고 난 잘난척이 아니라 진짜 잘난거야."
"너 왜 이러구 있어.. 왜 이러구..."
"희명이 넌 왜우냐.. 아, 소한이한테는 비밀로 해."
왜우냐니.. 친구가 이꼴로 병실에 있는데 왜우냐니..
그렇게 이름만 댑따 길고 짜증나는 유전성 타이로신혈증이라는 병에 걸린 해율이는 겨우겨우
허락을 맡은 뒤 소한이에게 연락해왔다.
"누구야?"
"어, 내 사랑스런 마누라가 만나잔다. 부럽냐?"
"응. 부럽다. 그래서 배가 너무 아프다."
"크크큭.. 너도 얼른 여자친구 하나 사겨라."
소한아, 미안.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태연스레 농담한거 미안.
소한아, 미안. 해율이 끝까지 못지켜줘서 미안.
다 미안하다.. 다 미안한것 투성이야. 진짜 미안해.
그렇게 해율이와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데이트를 룰루랄라거리며 가는 소한.
그런 소한이의 뒤를 따라가는 진짜 나쁜놈, 도희명.
"해율아아~~"
"앉아."
우리가 만난 곳은 해율이와 소한이가 처음 사귀기로 한 'love with me' 라는 까페.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워? 어디 아프냐?"
어디 아프냐는 말에 나와 해율이는 흠칫했지만 소한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소한이에게는 가장 슬픈 말, 해율이게는 가장 힘든 말이 될 그 말을 꺼내려 한다.
"강소한. 우리 헤어지자."
"뭐.. 뭐? 내가 잘못들은거지.. 그치 마누라.."
"나 더이상 니 여자친구도 아니고 더더욱 마누라도 아니야."
"......"
"너가 맨처음 여기서 사귀자고 했지? 나 그때도 너 싫었어. 단지 너가 좀 잘나가길래
사귀어준것 뿐이다. 너가 언제부턴가 마누라 마누라거리면서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떨고
도희명 존나 괴롭히면서 내 앞에서만 착한척 하는 그런 가식적인 모습도 싫었어.
근데 니 옆에 있으면 진짜 눈은 즐겁더라? 그래서 여태까지 사겨준것 뿐이지 난.."
짜악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으로 돌아가버린 해율이의 고개. 그녀의 눈엔 점점 눈물이
차올랐지만 그녀는 세차게 눈물을 닦고 다시 고개를 원상복귀 시켰다.
원망스러움이 가득한 눈. 소한이는 그런 눈에서 한방울 두방울씩 눈물을 떨구었다.
"하.. 씨발.. 그럼 나혼자 쑈한거냐? 난 그런것도 모르고 깝싸댔네.. 미안하다.
꼴불견이었지? 그리고.. 도희명 존나 괴롭힌게 아니라 우리둘만의 우정 표시였다.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지 마. 민해율."
"그럼 이걸로 우리 둘 관계 끝난거지? 킥.. 재밌었다."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강소한. 저러다 또 나중에 후회할텐데..
해율이는 끝내 계속 고이던 눈물을 흘린다. 이제는 닦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채 고개를
숙이고 우는 그녀의 모습에 나조차 눈시울이 붉어져버렸다.
"소한이 손 많이 매운데 괜찮아?"
"소한이 많이 미울꺼같은데 괜찮아?"
"소한이.. 살아있는동안 그리울텐데 괜찮아?"
끝까지 숙인 고개를 들지 않은채로 말을 이어나가는 해율이의 모습이 그렇게 안타까울수가
없었다. 성재까지 있었으면 한대 더 맞았을텐데 성재가 없는게 그렇게 다행일수가 없다.
"내가 잘못한거야. 내가 걔 첫사랑이었는데 상처줘버렸어. 마음과 전혀 반대로 말해서
상처 줘버렸어. 가뜩이나 여린아이 마음에 내가.. 많이 아픈데 걔보단 덜 아프겠지.
많이 밉냐고? 그건 소한이한테 물어봐. 살아있는동안 그립겠지. 그래도 이렇게 빨리
해치우는게 소한이한테 좋을꺼야."
저 밖에서 해율이보다는 아니지만 슬퍼하고 있을 내친구 소한이에게 가기위해 나도 일어섰
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봐. 지금 너가 필요한 애는 내가 아니라 소한이야."
난 해율이의 말을 듣고 소한이에게 뛰어갔다. 해율이의 마지막 한마디를 듣지 못한 채로.
"사랑했다. 아니, 사랑한다. 서방님. 사랑해 서방님."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번외 ]
●아픈사랑 - 소한의 첫사랑 Ⅰ●
돼냥이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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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19 18:5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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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ㅎ 소한이에게 저런면이 있다니..ㅋㅋㅋ
코멘트 하나에 기분 업업!! 고마워, 응가누코씨야.
엇, 분명 해율이가 다른 남자에게 간다고.. 해율이도 불쌍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