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어두운 부분 / 조용미(1962~)
빛이 나뭇잎에 닿을 때 나뭇잎의 뒷면은
밝아지는 걸까
앞면이 밝아지는 만큼 더 어두워지는 걸까
깊은 어둠으로 가기까지의 그 수많은 초록의 계단들에 나는 늘 매혹당했다
초록이 뭉쳐지고 풀어지고 서늘해지고 미지근해지고
타오르고 사그라들고 번지고 야위는,
길이 휘어지는 숲가에 긴 나무 의자가 놓여 있고
우리는 거기 앉았다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람처럼
긴 의자 앞으로 초록의 거대한
상영관이 펼쳐졌다 초록의 음영과 농도는
첼로의 음계처럼 높아지고 다시 낮아졌다
녹색의 감정에는 왜 늘 검정이 섞여 있는 걸까
저 연둣빛 어둑함과 으스름한 초록 사이
여름이 계속되는 동안 알 수 없는 마음들이
신경성 위염을 앓고 있다
노랑에서 검정까지
초록의 굴진을 돕는 열기와 속도로
숲은 팽창하고
긴 장마로 초록의 색상표는 완벽한
서사를 갖게 되었다
검은 초록과 연두가 섞여 있는 숲의 감정은
우레와 폭우에 숲의 나무들이
한 덩어리로 보이는 것처럼 흐릿하고
모호하다
#조용미 #초록 #추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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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변화란 세상의 생동하는 물결 제자리에서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죽음이든지 구속이겠죠 종이배처럼 넘실넘실 가야만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