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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월요일 아침 회의 끝나고, 다행히 약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지난 주말의 눈덮인 곰배령 산행이 마치 한바탕 꿈을 꾼거 같네요.
뻐근한 허벅지가 꿈이 아님을 알려줍니다.
점심으로 김밥 옆에 놓고 먹으며, 열라 후기 작성해서 올립니다 ^^;
Episode 1. 청담역 4번 출구
처음 가는 겨울 산행
홀로 뒤쳐져 산행 베테랑들에게 민폐끼치면 아니되기에
우유에 수삼을 넣어 한잔 갈아 마시고
가방에 이것저것 넣었다 뺏다 하느라 시간지체.
바쁘다 바빠.
7시반 집합인데
“10분 늦게 도착할거 같아요 ㅠ.ㅠ” 카톡 보냈다.
응?? 아무도 답이 없다.
우짜지? “날버리고 가면 아니아니 아니되오~” 다시 카톡 보냈다.
청담역에 내려 가방을 양손에 들고 4번 출구를 향해 100m 달리기
출구를 나오니 형조형이 손을 흔들며 뛰어와서 가방을 들어주었다.
형조형 고마워요~
인범형의 차에 영미언니와 현주가 이미 타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타자마자 바로 출발
형조형은 오후 출발인데
아침 출발팀에 와서 아이젠, 폴대, 스패치, 물, 독일과자 등등
보급품을 잔뜩 싣고 와서 인범형 차 트렁크에 실어 주었다.
나이 쉰이 넘고, 흰머리가 희끗해도 한번 MS 쏠쏠이는 영원한 쏠쏠이
MS 쏠쏠이 부대, 용균형, 상백형, 태환형 다 어디 간겨? ㅋㅋ
Episode 2. 기린면 진동리로 가는 길
인범형이 준비해오신 청담동에서 젤로 맛난 김밥집 김밥형조형이 보급한 에비앙 물
현주의 핸드드립 커피
내가 가져간 한라봉
차안에서 좋은 사람들과 풍요롭고 맛있는 즐거운 아침식사
내린천 구비구비 물흐르는 멋진 풍경
뾰족한 강원도 산들을 지나
둥그스름하고 부드러운 산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예쁜 집들
눈으로 포장된 비포장도로를 10여분 들어가니
짜쨘~
인범형의 sweet second house
커다란 돌들이 여러층 겹쳐져 집을 받치고 있고,
그 위에 예쁜 자주색 나무집이 얌전히 올라 앉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형네 집 바로 뒤 꽃별하얀 펜션에 여자들이 짐을 풀고 배낭배고 등산 준비완료
Episode 3. 곰배령이 저기 있어 오르다.
바람 한점 없는 날씨, 따뜻한 햇살, 새하얀 눈에 눈이 부시다.산길 초입에서 인범형이 자랑하던 곰배령 현지 애인 향단이를 만났다.
향단이가 형을 보더니 꼬리를 흔들며 뛰어와서 안긴다.
누렁이 암놈인데, 성격도 너무 밝고 매력적이라
동네 수놈들이 향단이 상사병에 걸렸단다.
맛있는 약숫물 한잔씩 마시고, 본격적인 눈길 트래킹 시작
인범형은 털모자에 방한 부츠를 신고, 스패츠와 아이젠도 장착하지 않고
시골 영감 장에 가듯 터벅터벅 힘빼고 앞장서서 걸어간다.
바로 뒤를 내가 가는데, 1시간쯤 가니 진이 빠지려고 한다.
길은 미끄럽지, 이놈의 원밴드 아이젠은 벗겨지지
아이젠도 안차고, 시골영감같이 천천히 걸어가는 인범형의 발걸음이 왜 이리 빠른지...
에고 에고 헥헥
인범형이
“산에 오를 때 다리 힘으로 오르려 하지 말고,
숨을 잘 고르면서 다리는 그냥 상체를 따라 온다고 생각하고 리듬을 타고 움직여 보렴”
형의 가벼운 발걸음을 이해하려고 애를 쓰며
다리에 힘을 빼고, 형조형 보급품 폴대로 체중을 분산시켜 겨우겨우 따라갔다.
정오쯤 산 중턱에 나무 판때기가 놓여있는 쉴 수 있는 공간에 도착.
알고 보니, 나무 판때기가 아니라 나무 벤치인데 다리 부분은 눈에 파묻힌 거다.
눈이 사람들의 발로 다져진 상태로 60센티 이상 쌓여있는 거다.
우아~~ 언빌리버블~!!!
인범형이 ‘산골나들이’라는 동네 식당 주인장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맞춘 곰취쌈 도시락.
알싸하고 향긋한 향의 곰취 나물잎 속에 간이 맛있게 밴 흑미밥을 넣어
한입에 쏙 들어갈 정도로 조그맣고 동그랗게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쌈밥을 만들어 포장해주었다.
눈덮인 산 중턱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쌈밥을 먹는 그 맛이란
와우~~ 퐌타스틱~!!
커피와 코코아 한잔씩 하고 에너지를 보충한 후
다시 정상을 향하여 출발
정상으로 가는 길은 힘들지만 더 아름답다.
정상에 오르니 사방이 모두 다른 환상적인 풍경
칼바람이 불며, 정상의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Episode 4. 곰배령을 뒤덮은 새하얀 눈
내려오는 길이제야 주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미끄럼도 타며 신나게 내려오니 눈이 침대로 보인다.
특급 호텔의 새하얗고 포근한 이불같은 눈이 산 전체를 덮고 있다.
내려오는 길에 산지킴이 아저씨들이 주목나무로 만든 호루라기를
여자 세 명에게 하나씩 선물해줘서 호루라기를 불며 내려왔다.
영미언니가 계속 부니 그만 불란다. ㅎㅎ
새하얀 눈 위에 세 여자가 여기 저기 벌러덩 벌러덩 눕고
인범형은 사진찍느라 바쁘다.
현주는 눈 위에 옆으로 누워 턱을 손으로 괴어 살아있는 S 라인을 뽐내니
순간 인범형이 깜놀해서
“아이고 섹시한데에~~심장 멎을뻔했다.”
형은 현주의 S 라인 알몸이 투영되어 보였단다.
인범형의 투시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가 등산용 배낭이 아닌 간단한 그냥 배낭을 매었더니
양쪽 끈이 계속 흘러내려, 자꾸 치켜올렸더니
“영이야, 너 그 흘러내리는 배낭 끈이 여배우들 어깨 패인 드레스같아 보인다야~”
Episode 5. 자빠져서 휴식
여자 셋은 꽃별 펜션으로, 형은 집으로 돌아가 잠시 휴식
등산 초보인 내가 등산복을 벗으니 온통 땀에 쩔어 손으로 짜면 물이 나올 듯
현주가 내가 벗어 놓은 옷을 보더니
“아이고.... 영이야.... 애썼다... 너 근데 땀나는거 몰랐니?”
음.... 땀나는 거 같긴 했었는데.....
긴장하고 열심히 오르내렸더니 땀이 났는지, 온몸이 젖었는지 멋도 모르고 다녀온 거다.
반면, 베테랑 세사람은 땀한방울 안흘렸단다.
이래서 경력자와 초보자는 다른 거구나....
샤워하고, 요깔고 드러누워 현주랑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영미언니까지 합세하여 남은 김밥과 형조형이 싸준 독일과자 망치로 깨서 먹고
믹스커피 한잔 타마시고 잠시 휴식
현주랑 수다 떨다가 잠시 잠들었다.
Episode 6. 산골나들이네
오후 출발팀 형조형, 경호형, 순영언니, 향주가 드디어 산골나들이에 도착서로 만나 시끌벅적
곰배령 동네주민인 인범형이 산골나들이네 주인장의 형 자격으로
제집 드나들듯 드나드는 단골집이다.
형조형은 오는 길에 향주가 옆에서 쉬지 않고 떠들어서 경치도 모르겠고,
운전을 어떻게 하고 왔는지도 모르겠고
암튼 정신없이 왔단다.
그 집 안주인이 직접 말린 미삼, 마늘, 표고버섯과 그 동네 옥수수 막걸리를 시작으로
호박전, 버섯전에 각종 채소와 나물들이 줄줄이 나왔다.
경호형은 막걸리에 맥주를 타먹으면 맛있다고 막+맥 제조를 시작
그 집에 다행이 우리 팀만 있어서 맘껏 시끄럽게 해도 괜찮았다.
집 바보 경호형의 서종 집자랑이 시작되었다.
직접 설계하고, 건축자재 직접 사서 날랐단다.
벽돌 한 장, 돌 하나에도 애정을 듬뿍 담아 가족의 사랑으로 지은 집.
유리창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오고, 데크에서 커피 한잔
매일 영화찍고, 드라마찍는 하루하루
드디어 메인 요리인 한방 토종닭 백숙이 나왔다.
인범형이 향주랑 나에게 그 귀한 닭다리 하나씩 뜯어 주었다.
우와~~
쫄깃쫄깃 음~~~ 씹히는 식감과 비비큐 치킨에서 맛볼수 없는 이 맛~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향주는 먹어대면서 계속 떠들어 댄다.
응??
근데, 나보다 빨리 닭다리를 다 뜯어 먹고, 날개까지 뜯어 먹는다.
향주의 신기한 능력이다.
우째 말하면서 먹는데 나보다 빨리 먹는단 말인가~!!!
내가 향주에게
“야, 너 산에도 안 갔다는데 왜 이렇게 많이 먹냐?”
향주는
“어머~! 얘~! 곰배령에 안올라가면 사람도 아니니?”
형조형
“그래, 산에 안갔다오면 사람이 아니므니다야~”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이어지는 노래방
산골나들이네 모두 다 있다.
기타도 있고, 노래방도 있고
인범형이 노래방 기계판를 열어서 번호를 찾아서 누른다.
이름하여 “판돌이”
인범형이 부르는 조하문의 “길”
애절하고, 절절하고, 가슴시린 사랑이야기
영미언니는 룸바 공연 연습만 했다.
향주는 그동안 노래연습을 좀 했는지 꽤나 잘 부른다.
촌시럽던 관광버스 춤에서 이젠 춤도 좀 되고
경호형도 오랜만에 통기타를 치며, 분위기 잡고 한곡조 뽑았다.
산골나들이네 주인장은 과거 트로트 가수였단다.
나훈아, 남진의 노래를 너훈아, 넘진처럼 꺾어지며 잘부른다.
흥이 오른 주인장의 라이브 공연
통기타치며 7080 노래로 넘어갔는데
음.... 7080 포크송에서 뽕필이 난다.
노래하고, 춤 추고, 얘기 하고
북두칠성 별도 보고....
촛불이 있는 사진이 인범형네 거실
Episode 7. 벽난로는 타고 촛불은 흐르고
인범형네 집 거실
간지나는 벽난로에서 장작이 활활 타오르고
거실의 앉은뱅이 탁자 위에 촛불이 켜젔다.
형조형 보급품 맥주, 쥬스, 와인
영미언니가 가져온 오징어를 벽난로에 굽고
순영언니가 가져온 발렌타인 21년산
향주 딸이 만들어 준 초코렛
내가 가져간 과일
강남의 세련된 와인바 보다
더 멋지고, 품위있고, 우아한 장소와 음식들
완벽을 넘어 감동적인 풍경
산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순영언니의 한마디 "인범형이 남편보다 낫다"
Episode 8. 꿈나라로
남자들은 인범형네서여자들은 둘, 셋 나누어 펜션에서 잤다.
현주, 향주, 나
우리 동기 세 명이 요깔고 누웠다.
동기이긴 하지만, 이런 여행 아니면 언제 이렇게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얘기를 할 수 있울까.
향주가 말했다.
“머리 좋은 사람들하고 같이 다니니까 정말 편하고 좋다. 뭐든지 다들 알아서 척척이야.
그래도 다른 모임에선 내가 브레인인데, MS만 오면 내가 젤로 어리버리한거 같아”
현주가 "니가 뭐 어리버리하냐?"
향주 "아냐, 내가 여기서 제일 어리버리야"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Episode 9. 화룡점정 (畵龍點睛, Final Achievement)
일요일 아침영미언니의 알람
“짱이형이 새벽 5시에 서울을 출발했대 7시면 도착하신대”
모두들 엉? 5시에? 이 시간에?
이불덮고 누워서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며 도란도란 얘기하다가 모두들 벌떡 일어났다.
현주의 명령
“얘들아, 짱이형 맞이 꽃단장, 빨리빨리 움직여”
아이고, 갑자기 바쁘다 바빠
세수하고, 이닦고, 화장하고
정확히 7시에 눈보라를 몰고 짱이형이 짜잔~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모두모두 감동, 감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어머 어머 어머
다들 모여 짱이형이 압구정동에서 사서 포장해 가져오신 설렁탕으로 맛있는 아침을 먹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설렁탕이다.
감동의 도가니탕이다.
아침에 산에 올라갈 줄 알았던 짱이형이 서울에서 점심 약속있다고 8시에 휑~하고 갔다.
바람처럼 왔다가 설렁탕 향기만 남기고 바람처럼 가버린 그대여~~
남편보다 낫다.
경호형이 찍은 사진이라 경호형이 없어요~
Episode 10. 눈오는 날 아침 산책
여자들 아이젠을 모두 채워주는 형조형
남편보다 낫다.
경호형, 순영언니, 향주, 나
네 명이 아침 일찍 곰배령을 올라가려고 입구까지 갔는데
10시부터 입장이라고 입산을 금지해서
눈을 맞으며 향주도 순영언니도 하이얀 눈침대 위에 드러누워 인증샷 한 장씩 박고
베이스캠프로 복귀
모두들 짐 챙겨 인범형과 형조형 차에 나누어 타고 서울로 오는 길
뽀드득 뽀드득 새하얗게 소복히 쌓인 눈을 밟으며 동네 한바퀴 돌고,
눈썰매도 한바탕 타고
인범형 애인 향단이도 다시 만나 놀고
세쌍둥이 키우는 이대나온 여자가 주인으로 있는 펜션집에 들러 차 한잔씩 얻어먹고
산골나들이네서 녹두죽을 끓여줘서 한그릇씩 맛나게 비우고
진짜로 서울로 출발
에필로그. 서울 올라오는 길
서울로 차를 몰아 올라오는데
앞서 가던 형조형 차가 갑자기 막국수집 앞에 섰다.
향주가 막국수 먹고 가자고 했단다.
아이고....
인범형 차 멤버는 배불러서 그냥 먼저 서울로
인범형 “ 쟤네는 12시 전에 세끼를 먹네, 우리는 산에라도 올라갔다왔지. 쟤네는 뭐했다고 계속 먹기만 하냐”
영미언니, 현주, 나 박장대소를 했다.
산에 안다녀오면 사람이 아니므니다.
첫댓글 ㅋㅋ..
사건의 순간들에 걸맞는 사진이 필요한 순간...
일박이일이지만, 즐거워하는 모습에 나도 마냥 즐겁기만 하더군여.
다음엔, 야생화 꽃 필 즈음에
한 여름에 시원한 공기마시면서 바베큐 파티에,
세상이 온통 붉은 색으로 동화되는 단풍때,,
한번 더 초대하므니~~~다.
야생화와 단풍도 보고싶스므니다 ㅋㅋ
자세히도 묘사했네 ㅎㅎㅎ
정말 무리해서 집에서 출발했는데
돌아온 지금 잘 다갔다왔다는 확신이 든다.
후기를 보니
다시 파노라마처럼 정겹고 따사롭고 감동적이었던 순간들이 머리속을 지나 가슴을 때린다.
현주는 장한 며느리상 받아야하므니다.
너무 훌륭해~♥
좋았겠다...
실감나게 잘 읽었어^^
언니야 담에 야생화보러 같이 가자
인범형 말씀대로 사진도 몇장 올렸습니다~^^
오늘 야근해야될거 같아요 ㅠ.ㅠ
오잉? 사진까지? 재주꾼 친구두어 자랑스럽구^^
에프터도 곧 공지할께요
넌 영이바보에다 나으 광팬이잖냐 ㅋㅋ
그래서 내가 너에게 늘 감동하잖냐
에프터때도 마이 묵자 ㅎㅎ
행복했던 하얀 꿈에서 현실로 돌아왔네요
모두 수고 많으셨고 정말 감사합니다 ms인이 된 건 정말 제 인생의 행운입니다 ms로 이끌어준 직계 종남언니 고마워요 곰배령 애프터에 초대합니다
향주야 애프터 잡고 담번엔 사람되어서 오자^^
아직 사람이 아니므인 순영...
곰배령에서 힐링했으니 이제 더 많이 일하셔야하므니다 ㅋㅋ
재미있었겠네.. 눈에 서~언하네~~~
동훈형이 빠져서 섭섭했으므니다 ㅋㅋ
정말 재밋었겠다. 오늘 새벽에 도착해서 ..넘 궁금했는데...이제정신차리고 ...재주꾼 영이후기 보니 함께한듯 담엔 같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