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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번역에 대해서 현지인들의 감수성에 맞춰 적절히 의역을 했고, 번역이 아니라 원래부터 영어로 쓰인 듯 문장이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이러한 자연스러움이 맨부커상 수상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말도 나올 정도이다. 하지만 면밀히 비교해보면 의역으로 허용할 만한 범위를 넘어선 오역들이 꽤 있다. 원문에서 성별이 명시되지 않은 의사와 간호사를 소위 젠더 고정관념을 깨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각각 she와 he로 옮긴다든지. 당연한 얘기지만,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목적을 번역 과정에서 텍스트에 담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문장의 주어를 혼동해 완전히 엉뚱한 내용으로 바꿔버리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으로 번역하거나
으로 번역했다.#
그나마 한강 작가 왈, 이후 작품인 《흰》에서는 데보라 스미스의 한국어 실력이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사실 이건 스미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어권 번역자들 사이에서는 영어를 쓰는 독자들(정확히는 영미권 독자들)에게 책을 잘 읽히게 하려고, 원작자와 별다른 상의 없이 파격적으로 의역을 해버리거나, 외국인은 이해하기 힘든 요소들을 멋대로 쳐내버리는 경향이 강한 탓도 있다.
이는 자국민 작가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돼서, '플롯은 재미있는데 잘 안 팔릴 것 같은 문체다' 싶으면 편집자의 재량 하에 가차없이 윤문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워낙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 문화가 발달한 영국, 미국, 호주 등에서는 윤문에 더욱 거침이 없는 편이다. 물론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큰 윤문이나 첨삭 없이 원작자가 쓴 버전 그대로 덜컥 시장에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채식주의자》의 번역에 관해서는 문단에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단어가 번역 생략되고, 원본에는 없는 영어 문장이 생기기도 하면서 그에 따라 작품의 의미가 작가의 원래 의도에서 변질됐다는 주장#1, #2도 있으며, 원작의 주제 의식을 잘 살려낸 좋은 번역이라는 주장도 있다.
영문학자 겸 번역가인 서강대 명예교수·울산과학기술원(UNIST) 초빙교수 김욱동은 텍사스대학 번역학 연구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번역 리뷰(Translation Review)" 100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스미스의 번역이 오역과 졸역이 많은 부적절한 번역"이라고 주장했다.
김욱동 교수는 "스미스는 한국어의 기본 어휘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고 있다. 가령 기본적인 어휘인 '팔'과 '다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arms'라고 번역해야 할 것을 'feet'로 번역하고, 'feet'로 번역해야 할 것을 'arms'로 번역했다", '고가도로'의 고가(高架)를 높은 가격이란 뜻의 고가(高價)로 오해해 'expensive'로 번역하고, 아파트의 '앞 동(棟)'을 동쪽을 뜻하는 'out east'로 번역하는 등 동음이의어를 잘못 번역한 사례들도 열거했다. 또 주어나 친족어, 구어 등을 제대로 번역하지 못해 "아르바이트생이 펑크를 내다"를 자동차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고 번역하거나, 아르바이트생을 베이비시터로 번역하는 등의 사례도 심각한 오역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스미스는 그동안 인터뷰나 강연을 통해 여러 번 자신의 번역이 '창조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자구에 얽혀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번역에서 말하는 '창조성'이란 원문에 충실한 뒤 목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번역할 때 달성할 수 있다. 즉 원저자가 암시적으로 표현할 것을 목표 독자의 이해를 위해 좀더 명시적으로 옮기는 것이 창조적 번역이다. 번역의 창조성은 오역이나 졸역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면죄부가 결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번역가인 스미스는 모든 번역은 창조적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으며,#1, #2 한강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한국어는 영어에 비해 컨텍스트가 중요하고, 뉘앙스가 풍부한 언어라는 전제를 상정할 때, 《채식주의자》의 영역본은 그 뉘앙스를 포착해 나름의 방식으로 옮겨내려고 노력한 번역자의 시도이자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며, 실수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실수들이 이 소설을 전달하는 데에 결정적 장애물이 되거나, 이 책을 근본적으로 다른 별개의 책으로 만들어버렸다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
한국외국어대 영어통번역학부 윤선경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번역가 스미스가 명백한 오역 일부를 제외하면 에코페미니즘(생태여성학)적 주제의식을 잘 살린 번역이라고 주장했다.
논문의 내용을 보면, 원작에서 성별을 특정하지 않을 때 데버러 스미스는 젠더 고정관념을 깨는 번역을 시도한다. 예를 들어, 소설 속 의사와 간호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의사를 여성(she)으로, 간호사를 남성(he)로 번역한다. 채식주의자인 주인공 영혜가 원작에서 “세상의 모든 나무들은 형제 같다고 말하는 장면은 영어판에서 한국어 ‘형제’가 ‘형제와 자매’(brother and sister)로 번역된다. 이외에도 데보라 스미스는 원작의 주제의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등장인물을 다소 변형한다. 윤 교수는 논문에서서 “원작에서 주인공 영혜의 남편과 언니 인혜의 남편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가부장적이며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추구하는데, 스미스는 (내용의) 추가와 변형을 통해 두 남편의 남성중심적 태도를 강조한다. 또한, 원작의 인혜는 자신을 탓하고 남편을 이해하며 가부장제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스미스는 인혜의 흔들리는 순간을 최소화하며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바꾼다” 라고 설명했다.[15]
윤선경 교수가 말하는것은 대학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80년대 영미권에서 발생한 "페미니즘 번역" 방법론이다. 페미니즘 번역이란 캐나다 퀘백에서 1980년대에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번역 방식으로 처음에는 불어로 제작된 페미니즘 책의 내용을 훼손 없이 영어로 번역하기 위해 시작됐는데 이후 가부장제, 여성혐오 등에 대해 반대하는 번역 방식으로 발전했다. 급진적 번역의 경우에는 원본이 페미니즘 책이 아닌데 이를 페미니즘 형식에 맞춰 바꾸기도 한다.
"페미니즘 번역" 방법론을 따르면 애초에 번역이란 원문을 재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역 논쟁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윤선경 교수는 "즉 한강은 ‘채식주의자’의 작가이고, 데보라 스미스는 ‘The Vegetarian’의 작가인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맨부커상 수상에서도 잘 나타난다. 원작자와 번역가의 상금이 동등했는데, 이는 ‘채식주의자’가 수상하는데 있어 작품에 대한 크레딧이 동등했음을 인정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16]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윤선경 교수 개인의 생각이며, 이후 <K문학의 탄생>을 출판할 때 한강 작가는 윤선경 교수의 본문 인용을 허가하지 않았다.
2024년 5월 경기도교육청의 청소년 유해도서 폐기 대상 목록에 한강의 작품이 등재된 사건이 재조명됐다.
일부 학부모 단체들이 특정 서적을 자의적으로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지정하여 초중고 학교 도서관에서 해당 책들을 뺄 것을 요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간행물윤리위원회는 해당 단체들이 청구한 유해도서 심의 68권 중 67권이 유해 도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는데도 불구하고 경기도교육청은 2023년 11월 관내 초등학교에 '부적절한 논란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 교육목적에 적합하도록 조치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 해당 학부모 단체들이 언급한 책을 사실상 폐기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2024년 2월에도 학교들을 압박하여, 각 학교 도서관위원회에서 알아서 폐기에 나서다 보니 폐기 도서 목록은 517종 2,528권으로 학부모 단체들이 요구한 43종보다 훨씬 더 많았다. 도서들 중에는 구의 증명, 눈먼 자들의 도시 같은 다른 작가의 소설들뿐만 아니라 과학, 철학 서적들도 있었으며, 경기도 초중고 341개 학교 도서관에서 채식주의자를 포함한 517종 2,528권의 책들을 폐기했다.[17][18]
논란이 되자 경기도교육청은 교육청이 직접 폐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은 아니고, 폐지 도서 목록도 각 학교들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것으로 경기도교육청 측은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현황을 단순히 조사하라는 것이지 폐기하라는 지시가 아니였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도서의 유해성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9월 학부모 단체가 “학교 도서관에서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를 폐기하라”며 연 기자회견을 다룬 기사 등을 참고하라며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특정 작품에 대한 특혜라고 보여질 수 있고, 도서관 운영위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므로 한강 작가의 소설들을 권장하거나 장려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강 작가의 책이 폐기된 곳은 경기도 전체에서 학교 1곳에서 책 2권만 폐기된 것이라 폐기 논란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해당 도서에 대해 이상문학상 심사위원들은 '탐미와 관능의 세계를 고도의 미적 감각으로 묘사했다'라는 평가를 하지만 나체, 성행위에 대한 묘사가 적나라하게 나오므로 노벨상 받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아직 성숙하지 않은 초중고 학생들이 함부로 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청소년유해도서 지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19] 채식주의자..중1이 읽을만 한가요..?
메인 예고편 |
2010년에 영화화된 적이 있으나 평가는 좋지 않다.
이탈리아의 극단 INDEX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주요 극장 및 페스티벌과 공동 제작하며 2024년 10월 25일부터 25년 2월까지 이탈리아와 프랑스 주요 도시를 돌며 상연 예정이다. #
현지 한국문화원은 이탈리아어 대본 감수 등을 지원했고, 등장인물의 이름도 번안 없이 영혜 등 한국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의 문화나 음식에 대해서는 한국 관련 소품도 제공한다.
[1] 이야기는 이어지나, 편 마다 화자의 시점이 바뀌는 소설.[2] 저 인물들은 모두 가족이다. <채식주의자>의 주인공인 영혜와 <나무 불꽃> 의 주인공은 자매이며, <몽고반점>의 주인공은 <나무 불꽃> 주인공의 남편(즉, 영혜의 형부)이다.[3] 영혜의 평범성이 강요된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4]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이며, 가정에서까지 똥군기를 강요하는 가부장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소설에서는 개를 잡아 먹거나 술국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육식 선호를 마치 아버지의 폭력성과 결부시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서술이 곳곳에 등장한다. 군필자가 많고, 군사화의 잔재가 사회 곳곳에 아직 많이 남아있는 한국에서는 이러한 묘사에 거부감을 표한 독자들이 많다.[5] 즉, 남편의 장모. 그는 장모의 행동에서 딸을 향한 끔찍한 모성애와 동정을 느낀다.[6] 흑염소.[7] 남편이 영혜와 이혼했다는 사실은 <몽고반점>에서 언급이 된다.[8] <채식주의자>의 서술자와는 다른 사람이다. 영혜의 형부다.[9] 김명주 (2020).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피, 섹스, 나무 이미저리 다시 읽기>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664945[10] (이찬규, 이은지. (2010). <한강의 작품 속에 나타난 에코페미니즘 연구-《채식주의자》를 중심으로->. 《인문과학》,(46), 43-67.), <데버러 스미스의 불충실성 : 페미니스트 번역으로서의 《채식주의자》>, <한강 소설에 나타난 에코페미니즘 양상 연구 -작품집《채식주의자》와 《내 여자의 열매》를 중심으로->[11] 에코페미니즘 시각에서 본 작품을 분석한 (이찬규, 이은지. (2010). <한강의 작품 속에 나타난 에코페미니즘 연구-《채식주의자》를 중심으로->. 《인문과학》,(46), 43-67.) 논문에서도 "한강의 작품을 생태주의의 반열로 가두기에는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적 스펙트럼들이 보다 넓고 깊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밝힌 것과 같다.[12] 김대중. (2016). 『채식주의자』 번역 속 의역/오역 사례를 통해 살펴본 번역가의 과제 연구. 인문과학연구, 51, 31-59.[13] 이상문학상 수상작.[14] 이 사이트에서 어지간한 명작이나 수작이라는 소리를 듣는 작품들은 4점대가 넘는다.[15] “《채식주의자》 영어판 번역 논란, 페미니즘 관점서 새로 봐야”[16] [ IN-ter-VIEW ] 한국외대 윤선경 교수 “한강은 채식주의자의 작가, 데보라 스미스는 The Vegetarian의 작가”[17] 경기지역 학교들, ‘유해도서’ 압박에 성교육 도서 2500권 폐기경향신문[18] 학교도서관에 유해 성교육 책이 500여 종? 폐기된 책 목록 봤더니KBS[19] 한국에서 출판물 검열은 자체검열이므로 표현 수위가 높다고 19금 딱지가 붙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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