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식 / 아니 이럴수가! 기가 막혀 『고 김신철 작가 추모글 』... 월간 아동문학 2001.10월 제144호... 2001.10.1. 발행
■ 안재식 『 고 김신철 작가 추모글 』
- 아니 이럴수가! 기가 막혀
。 월간 아동문학 2001.10월 제144호
。 2001년 10월 1일 발행
。 정가 5,000원
고 김신철 선생 추모글
아니 이럴수가? 기가 막혀!
안재식(1942~)
그제 밤 꿈에는 숲이 없는 어느 험한 산길을 헤매다가 깨어났죠. 어제 밤에는 어느 산 윗자락에 저희 조상님 이장 모시는 꿈을 꾸면서 묘터의 경계선이 누구 땅인지 구분이 잘 안돼 걱정 근심하다 깨었죠. 뭔 꿈이? 그런데 오늘 오전 고영임 선생님이 안부전화를 하시면서 특별히 건강을 염려해 주시더군요. 말씀 나누던 중 김신철 회장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아니, 이럴수가? 깜짝 놀라 동아일보 부음란을 보니 정말 돌아가신 것을 확인하고는 기가 막히더군요.
회장님 자택으로 전화를 걸어보니 신호는 가는데 받는 사람 없고, 혹시나 하여 회장님 손전화를 해봤더니 누군가 받길래 깜짝 놀랐죠, 회장님 목소리가 아니고, 이헌숙님의 부군 임선생님이 받으시더군요. 대충 이런저런 얘기듣고 황망히 조화를 보내드리고는 이 글을 올립니다.
지난 8월 25일 오후에도 이헌숙님께서 회장님 입원소식을 알려주시기에 다음날 보라매 병원 7207호실로 문병을 갔었죠. 그날은 마침 일요일이었는데 병실에는 아무도 안계시더군요. 병상 침대 머리맡에 노트를 펴놓으시고는 뭔가를 쓰고 계셨죠. 지인들 성함을 검정 싸인펜으로 책표제만큼 큰 글씨로 쓰시는 걸 멍하니 쳐다보다가 "회장님" 했더니, 어찌나 반가워 하시던지 눈물까지 글썽이시면서...
8월 24일 조직검사한 것이 말기로 판정되어 수술할 수도 없다면서 3개월 시한부 얘기를 하셨죠, 그리고 아무 아무개, 뭐 밀어 달라고 아부께나 하더니 내가 이지경되니 얼굴도 안뵈인다고 섭섭해 하셨죠.
"회장님, 아무개 아무개, 아무리 뜯어봐도 잘 생긴 얼굴 아니던데, 뭣 때문에 보고 싶어 하세요? 모든 거 사랑으로 감싸안으시고요. 마음 편하게 잡숫고, 건강이나 추스리세요. 포기하지 마시고....'
그날 회장님께서는 '세상사 인간사 모두가 그런 것' 이라고 제게 교훈으로 암시해 주셨죠. 그러고 보니 꼭 20일 만에 회장님의 부음을 접하네요.
회장님. 왜 그리 빨리 가셨나요? 하늘나라에 뭐 급한 볼일이라도 갑자기 생기셨나요? 아니면, 잃어버린 소중한 게 있으셔서 얼른 되찾아 갖고 오실려고 길 떠나신 건가요?
어이! 어이!
회장님의 생전 모습이 생생하게, 너무도 생생히 떠오릅니다. 지난 2월, 한국 녹색교육협회가 주최한 전국학생 환경과학 독후감공모 전국대회에 응모한 원고를 열정적으로 심사해 주시고, 2월 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상식 할 때도 정정한 모습으로 우리 모두를 격려해 주셨는데, 그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언제나 행사때 어려운 일 부탁드리면 무조건 들어 주시던 남자의 자존심인 회장님...
대구 세미나 때에는 한방을 쓰도록 배려해 주시고는 이것 저것 챙겨 주시던 자상하신 회장님...
언젠가는, 귀한 분한테서 받은 선물이지만 나는 늙어서 안 어울린다며 선물해 주신 넥타이핀, 카우스 보턴... 작은 신세라도 지신다고 여겨지면 꼭 갚으려고 애쓰시던 회장님!
그동안 살아 생전 회장님과의 만남을 통해, 결코 짧지 않은 인연에서 회장님께 좀더 너그럽게 대해 드리지 못했던 속짧음이 아아! 회한이 되어 눈물나게 합니다.
왜 그랬을까? 산다는 게 뭐길래!
어이! 어이!
김신철 회장님이여!
대인군자의 모습으로 항상 다가오셨던 회장님이여!
부디, 부디 속세랑 잊으시고 편히 눈감으소서!
회장님께서 못하셨던 것들은 산자의 몫으로 남겨 두시고 부디 안식을, 영원한 안식을 취하소서..
| ▶안재식(安在植) 약력 1942년 서울 신설동 출생. 한국문인협회 편집위원, 국제PEN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아동문학회 지도위원, 「소정문학」 동인, 중랑문학대학 출강. 수상 : 환경부장관 표창(1997. 문학부문), 한국아동문학작가상 외 시가곡 : 「그리운 사람에게」 등 20여곡 저서 : 『야누스의 두 얼굴』 등 20여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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