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가을의 초입입니다. 그래도 낮의 온도는 여름을 방불케 합니다. 마치 늦더위가 시위를 하는 것 같습니다. 1박2일 일정으로 곤지암 실촌수양관에서 진행된 저희 교단의 '목회자 한마음 전진대회'도 모처럼 경험한 은혜로운 자리였습니다. 총회장 이하 전 임원이 전 역량을 집중하여 진행한 이 행사에서 교단 발전과 부흥의 빛을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영적 은혜의 풍성함을 참석자 모두 느꼈습니다.
사진설명-9월 2일-3일 양일간 실촌수양관에서 있었던 '목회자 한마음 전진대회'는 총회 본부 임원들이 전력을 집중해서 준비한 집회로 참석자들에게 많은 은혜를 입게 만드었다. 뜨겁게 기도하는 장면.
원래 예정에는 없는 일정이 혜성처럼 떠올랐습니다. 이런 갑작스런 생각은 저보다도 아내를 더 강타했습니다. 전진대회에 함께 참석했던 소서교회 박명숙 목사와 내서교회 김명옥 전도사도 동행하기로 의기투합했습니다. 곤지암에서 광운대학까지 1시간이 채 안 걸린다는 네비게이션의 멘트가 저희 마음을 더욱 그곳으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공연 마지막 날인 토요일쯤 다녀올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앞당겨진 것입니다.
출발하면서 서울 평강교회 박영복 목사님에게; 전화를 넣었습니다. 함께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전화였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있는 중이라 실례인 줄 알면서도 박 목사님 부부를 보고 싶은 마음에 불쑥 전화를 건 것입니다. 그런데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병원 가서 링거 주사 맞고 대중교통으로 직접 그곳으로 오겠다는 것입니다. 시간적으로 연극을 보긴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좀 늦더라고 꼭 와서 저녁 대접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박영복 목사님은 의리의 사나이입니다. 옳고 그름의 관점이 분명한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은 한 없이 좋게 대하지만 아니다 싶은 사람과는 표 나지 않게 관계를 정리하는 성격입니다. 제가 그의 생각 범주에서 '좋은 사람'에 속하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그가 '아닌 사람'의 범주에 포함시키면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없거나 갖더라도 그 횟수가 적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박 목사님은 제 일이라고 하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오는 분이어서 황송할 때가 많습니다.
어제의 공연은 오후 3시 그리고 6시로 잡혀 있었습니다. 3시 공연을 봐야만 그 이후 시간이 그래도 좀 자유로울 수 있고, 또 아내도 바나바 영성 훈련 참석에 체면을 다소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 3시 5분 전에 광운대학교 중앙도서관 1층에 위치하고 있는 소극장으로 입장했습니다. 평일이어선지 생각보다 관객이 많지 않았습니다. 열 손가락으로 두 번 꼽으면 될 정도의 관객이 무대 가까이 오밀조밀 앉아 있었습니다. 대학 동아리 연극이지만 의미를 찾으려고 눈을 반짝이는 이들로 보였습니다.
저는 아들이 연극 동아리 활등을 한다는 말을 듣고 그냥 스탭으로 뒤에서 일을 돕는 정도겠지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버스를 기다며'라는 연극에 주인공 격인 노숙자 역을 맡았다면서 포스터를 보내왔습니다. 제목부터가 낮 익은 듯했습니다. 다름 아닌 아일랜드 출신의 사무엘 베케트가 쓴 '고도를 기다리며'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대학 때 역시 숙명여대 연극동아리에서 공연하는 것을 관람했던 적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사진설명-공연을 마치고 출연자들과 함께 무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우리 부부 사이에 앉아 있는 군복 입은 아이가 노숙자 역할을 잘 해 낸 아들(이승준)이고 뒤에 서 있는 청년들이 아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배우들이다.
아들은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 소화해 냈습니다. 중간 등장인물의 실수로 노숙자의 가족사진을 무대 밑으로 떨어뜨렸지만 개의치 않고 연기를 이어가는 것을 보고 소질이 있긴 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 동아리인 만큼 순수한 아마추어의 진솔함이 묻어났고 무엇보다도 풋풋함이 전달되어 와 좋았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등장인물들과 함께 무대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들도 학부모인 저희들을 무척 반가워하며 깍듯이 대해 주었습니다. 함께 식사하라며 아내가 봉투를 아들에게 전해 주고 우리는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하이디랜드' 하이디는 스위스의 작가 슈피리(J. Spyri)가 쓴 <하이디>의 주인공 이름입니다. 이 하이디를 생각할 때마다 불우한 환경이지만 청순함을 잃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가 떠오릅니다. 이 소설은 어인 제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소설입니다.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고학(苦學)을 하면서도 밝고 맑게 살아가겠다고 결단하며 세파를 헤쳐 온 것에는 하이디와 같은 소녀가 문학 속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아직도 확신하고 있습니다.
남양주시 별내면 용암리에 자리하고 있는 '하이디랜드'의 주인장은 문학 미술 음악 조형 등 예술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인공적인 도시보다 자연 속에 노닐기를 원합니다. 시인이기도 한 주인장은 이 '하이디랜드'를 테마카페로 일구어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꼼지락거리며 만든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이 사람의 마음을 소박하게 바꾸어 줍니다. 토속 음식도 그 분위기에 딱 맞습니다. 산채비빔밥과 낙지볶음 그리고 불고기정식을 시켜 먹으면서 건강식이란 생각이 들어 가뿐했습니다.
사진설명-서울 평강교회 박영복 목사님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우리 일행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왔다.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에 위치한 '하아디랜드'에 가서 분위기와 음식에 젖어 낭만을 곱씹는 시간을 가졌다. 박 목사님이 관련 사진을 모아 보낸 것을 그대로 올린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 어둠이 내리기 전에 사진 몇 컷을 찍었습니다. 특히 감읍해하는 여성들이 사진의 주인공들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몇 컷 남겼습니다. 아내는 '목회자 한마음 전진대회'에서 영적 은혜 받고, 아들 연극을 보면서 정신적 은혜를 입었다면 박 목사님이 좋은 곳에 안내해서 저녁 대접을 함으로써 육적 은혜까지 입었다며 '100% 은혜' 운운했습니다. 주위에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것도 좋은 사람들로 둘러싸여 필요할 때 의지하고 위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제 하루의 일정을 소화해 내면서 제가 느낀 소회(所懷)가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