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장] 계(戒)는 사려(思慮)가 깊다는 뜻 ....................................................................[거해스님 著]
계를 엄격히 잘 지키는 것은 또 다른 뜻으로 사려(思慮)가 깊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욕심에 눈이 어둡고 생각이 막히어 다른 이의 재산을 탐내고 명예를 탐하여 그를 해치려 할 때,
스스로 생각하기를 만약 다른 사람이 나에게 내가 지금 남에게 하려는 듯 해온다면
어찌 되겠는가라고 가정해 보라 나는 아마도 매우 슬프고 괴로우며 불행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 내가 남을 그와 같은 곤경에 처하게 할 수 있겠는가 하고 스스로 반성하고 자숙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남을 해쳐서 나를 이롭게 하겠다는 생각마저도 부끄럽게 여겨 없애버린다면
이 사람은 생각이 깊은 사람, 계행을 잘 지키는 사람으로 덕이 높고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다.
인간(人間)이 사려(思慮)하는 바가 없다면 남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이익과 욕망의 달성을 위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일이나 옳지 않은 일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하게 될 것이니,
이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면 그 사회는 온갖 범죄로 불안과 공포,
무질서가 지배하는 혼란과 불행의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것은 생각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다른 이의 인격과 사회 전체의 화합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가 없고
보는 즉시, 생각하는 즉시, 개인만을 위해 행동한다면 거기에는 오직 투쟁과 논쟁이 있을 뿐
평화도 질서도 없는 어두운 사회로 전락할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욕심과 어리석음이 꼭 차있는 사람이 상대방을 전혀 인식하지 아니하고
깊이 생각하는 바가 없는 미래를 모르는 행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 말씀에 '동물의 세계는 남에 대한 생각을 하는 바가 없고,
지혜가 없으며 도덕이라는 것이 없이 본능적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큰 짐승은 작은 짐승을 잡아먹고 사는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이는 참으로 사실을 그대로 말씀하셨던 것이다.
요즈음 텔레비전에서 방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아프리카의 야생동물 생태를 기록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가운데서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한 마리의 독수리가 나무 위에 앉아서 땅위에 움직이고 있는 뱀을 노려보고 있고,
이 뱀은 그것도 모르고 가까이 있는 개구리 한 마리를 먹이로 하려고 노려보고 있으니
이는 부처님의 말씀을 현실적으로 분명하게 뒷받침해주는 예시가 된 것이다.
이러한 동물의 세계에는 부끄러움이나 남을 생각하는 바나 불선업(不善業)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이다.
우리 인간사회에도 계율과 도덕으로 자신들을 단련하지 않고
서로간의 이해와 존경 그리고 생각해주는 바가 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어떤 행동이라도 분별없이,
두려움 없이 실천에 옮긴다면 위의 동물세계와 다를 바 없다.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고 보살피며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짓밟고 해치고 넘어뜨려
다시는 일어나지도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생명까지도 잔인하게 앗아 버린다면 어찌 되겠는가?
여기서 우리는 계율과 도덕의 가치를 새삼 인식하고 계율이 인류사회에서 절대 필요되는 요소라고 깊이 생각하고
잘 실천 수행하여 질서있는 사회속에서 서로가 신뢰하고 도우며 이해와 용서로서 평화롭게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