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전에 시간을 조금 내어주다가 잠시 게으름.....
한글 사랑 시리즈 14번째 입니다.
어리버리하다와 어리바리하다
어딘지 모르게 행동이 야무지지 못하거나 실수를 자주 하는 사람을 가리켜 흔히 ‘어리버리하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표현은 올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그럴 때는 ‘어리바리하다’라고 해야 합니다. ‘어리바리하다’는 “정신이 또렷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어 몸을 제대로 놀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말이나 행동이 똑똑하지 못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데가 있다”라는 뜻으로 ‘어리뜩하다’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있습니다.
감칠맛나다와 감질나다
‘감질나다’는 있어도 ‘감칠나다’는 없고, ‘감칠맛’은 있어도 ‘감질맛’은 없습니다. 따라서 바라는 정도에 못 미쳐 애가 탈 때는 ‘감질나다’라고 할 수는 있어도 ‘감칠나다’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음식이 입에 당길 때는 ‘감칠맛이 나다’라고 할 수는 있어도 ‘감칠맛나다’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요컨대 ‘감질나다’와 ‘감칠맛’이 섞여 ‘감질맛나다’나 ‘감칠맛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개거품과 게거품
화가 몹시 나거나 흥분할 때 관용적으로 “입에 거품을 물었다.”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합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게거품’이라는 어휘보다는 ‘개거품’이라는 어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게가 거품을 물고 있듯이 개도 거품을 물고 있는 모습을 연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전적인 의미로 “사람이나 동물이 몹시 괴롭거나 흥분했을 때 입에서 나오는 거품 같은 침”은 ‘개거품’이 아니라 ‘게거품’이라고 해야 합니다.
이음새와 이음매
‘이음새’라는 말과 ‘이음매’라는 말은 뜻이 약간 다릅니다. ‘이음새’는 “두 물체가 이어져 있는 모양새”를 가리키는 말이고, ‘이음매’는 “두 물체가 이어진 자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따라서 어떤 대상의 연결 부위를 보수할 때 ‘이음새 보수’라고 하지 않고 ‘이음매 보수’라고 해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보수를 마친 부위를 가리켜 “이음매가 좋다.”라는 말은 잘못된 말입니다. 이번에는 “이음새가 좋다.”라고 해야 합니다.
쓰잘데기 없다와 쓰잘머리 없다
‘쓸모’는 “쓸 만한 가치”를 뜻하고, ‘쓸모없다’는 “쓸 만한 가치가 없다”를 뜻하는 말입니다. ‘쓸데’는 “쓰일 자리 또는 써야 할 곳”을 뜻하고, ‘쓸데없다’는 “아무런 쓸모나 득이 될 것이 없다”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의미로 간혹 ‘쓰잘데기 없다’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올바른 표현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쓰잘머리 없다’라고 해야 합니다. ‘쓰잘머리’란 “사람이나 사물의 쓸모 있는 면모나 유용한 구석”을 뜻하는 말입니다.
당초와 당최
“무슨 일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문장에서 ‘도무지’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부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대체로 ‘영’이나 ‘당초’를 즐겨 사용하는데, ‘당초’의 경우 정확한 표기가 ‘당체’인지 ‘당췌’인지 아리송합니다. 그런데 올바른 표기는 ‘당최’입니다. 이 말은 주로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말과 함께 사용합니다. 아울러 이 말과 형태가 비슷한 ‘당초’는 “일이 생기기 시작한 처음”이라는 의미의 부사입니다.
눈쌀과 눈살
“두 눈 사이에 잡히는 주름”을 ‘눈쌀’이라고 적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올바른 표기는 ‘눈살’입니다. 왜냐하면 둘 이상의 단어가 어울려 이루어진 말 중에 본뜻이 살아 있는 말은 원형을 밝혀 적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눈살’의 ‘살’은 주름이 잡히는 눈꼬리가 마치 화살처럼 뾰족하게 생겼다고 해서 이어진 말이므로 본뜻이 살아 있기 때문에 ‘살’로 적어야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눈에서 나오는 진득진득한 액”을 가리켜 ‘눈꼽’이라고 하지 않고 ‘눈곱’이라고 합니다. ‘곱’의 본뜻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무릎쓰다와 무릅쓰다
“어려운 일을 참고 견디어 내다.”라는 뜻으로 ‘무릎쓰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무릎’은 신체의 일부를 가리키는 말이므로 ‘무릎쓰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어쩐지 어색합니다. 기본적으로 한글 맞춤법은 본뜻에서 멀어진 말은 소리대로 적고, 본뜻에서 멀어지지 않은 말은 어법대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본뜻에서 멀어진 말로 보아 ‘무릅쓰다’를 사용해야 합니다.
찌질하다와 지질하다
일을 하기는 했는데 그 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즉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할”때 ‘찌질하다’라고 하지 않나요?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올바른 표현은 ‘지질하다’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런 사람을 가리켜 ‘찌질이’라고 하는데, 위와 마찬가지로 ‘지질이’가 올바른 표현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질한 사람을 가리킬 때는 ‘지질컹이’라고 해야 합니다. ‘지질컹이’는 “무엇인가에 억눌리어 기를 펴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참고로 ‘지질하다’는 “싫증이 날 만큼 지루하다.”라는 의미로도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