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평점: [★★★★★]
5월 가정의 달이 다가오면,
우리는 그동안 미루고 미루었던 숙제를 처리하듯~
분주하게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준비합니다.
바쁜 직장인이라는
그리고 더 바쁜 맞벌이 부부라는 핑계로
'소중한 것을 먼저라하는 말'과는 정반대로
소중한 가족을 가장 나중에 챙기게 됩니다.
심지어 저같은 사람은
부모님께 드리는 가장 큰 선물은
손주녀석들이 만들어주는 웃음이라는 핑계로
어버이날과 어린이날을 합동으로 치루기도 하죠~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이런 제 모습을 반성하고) 가족이라는 이름의 소중함과 무게를
다시 돌아보고자 선택한 책이 바로 <하나와 미소시루> 입니다.
184 센티미터 키의 멀쩡한 성인 남자가
혼자서 카페에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요?
다소 엉뚱한 질문일 수 있겠지만,
카페에 홀로 앉아 <하나와 미소시루>를 읽는 동안의
솔직담백한 제 모습이었기에,
저를 힐끔 힐끔 바라보던 그분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하는 궁금증에 갑작스러운 질문을 드려봅니다.
우리에게 영화로도 친숙한 <하나와 미소시루>는
건장한 체격의 성인 남자도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쏟게 만드는 그런 책입니다.
불혹의 나이에 가깝다 보니,
공자님의 말씀처럼 세상의 미혹에 예전처럼 흔들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슬픈장면을 봐도 그리 슬프지 않고 감정에 크게 흔들리지 않죠.
'슬퍼해라, 울어라'고 인위적으로 강요하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쏟아지는 영화나 책들을 접해도
슬픈 장면때문에 슬픈 것이 아니라,
'아~이런 장면을 봐도 슬프지 않다니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라는 생각에 더 슬퍼지는 것 저뿐만이 아니겠죠.
하지만,
세사의 미혹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에도
우리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 즉, 실화를 다룬 영화나 책을 접할 때는
눈물샘을 막아놓은 무장들은 얼음 녹듯 해체됩니다.
<하나와 미소시루>는
스물 다섯, 결혼을 앞두고 암 선고를 받은 후
주인공인 치에가 8년간 투병생활을 하며 삶을 마감하기까지 남긴
많은 보물들(가족, 삶, 건강에 대한 소중함 등)을 잊지 않도록 기록해두고 싶은
남편 야스타케 싱고의 마음을 담아 출간된 책이다.
각 챕터들은 아내(치에)가 암과 가족이라는 주제로 작성했던 블로그의 내용과
그 시간속에서 그 사건들 속에서 남편인 야스타케 싱고가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과 이야기
그리고 암 투병중에 태어난 소중한 선물인 딸, 하나와의 스토리가 함께 담겨져 있다.
남편 야스는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 암에 걸린 아내 히메와의 결혼을 선택하고,
아내 히메는 암 투병 중에 잉태된 생명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출산하여 딸 하나를 얻는다.
그리고 엄마가된 히메는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기까지 세상과의 소통을 놓지 않고
다섯 살이 된 하나에게 미소시루, 현미밥 등의 요리와 집안일을 시키며 하나에게
스스로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남겨주었다.
온 가족이 함께 한 8년이라는 암 투병속에서
치에와 남편 야스, 그리고 다섯 살 딸 하나가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것은
"삶에 대한 의미와 일상의 소중함"일 것이다.
암이라는 이름의 병마가 가족의 울타리를 해치려고 했지만,
가족과 삶을 포기하지 않은 하나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오늘 아침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일인지 그리고 행복이란 파랑새는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지금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음을 얻게 된다.
책은 딸 하나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되며, 남편 야스가 치에에게 보내는 편지로 마무리 된다.
첫 장을 펼치며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두눈 가득 눈물을 맺게 해주고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는 책.
"순간을 미루면 인생을 미루게 된다."
마튼 베레가드의 말이다. 가족과의 행복한 삶, 더이상은 미루지 말자.
"엄마가 가르쳐 준 다른 사람 욕하지 않기, 항상 웃는 얼굴 하기는 어렵지도 하고 싫을 때도 있지만,
어떻게든 잘 되겠지?, 생각을 바꿔봐 라고 엄마가 자주 말했잖아." "하나, 이제는 안울어, 열심히 할거야"
(하나의 편지 중)
"하나와 나는 식탁에서 당신과 생활했던 추억을 이야기 하면서 늘 크게 웃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이제 괜찮아." (싱고의 편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