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모처럼 탐방객 예약이 없는 날이라 제천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내가 제작 전반을 맡고 있는 기관 발행 잡지에 수록할 내용을 취재하려고 제천 한방바이오박람회 관련 재단을 방문할 목적이었다. 그곳 관계자와의 약속 시간이 한참 남아 옛 박달재로 우회하였는데 초입의 길가에 눈괴불주머니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잠시 차를 멈추고 꽃구경을 하면서 보니 옆에 다래 덩굴이 늘어져 있고 조금 높은 곳에 다래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그걸 한 알 입에 넣어 보자고 막대기를 구해 여러 차례 휘두른 끝에 덤불 속에 떨어진 다래 두어 알을 기어이 입에 넣을 수 있었다. 말랑말랑 익은 다래를 깨물자 육질이 흘러들며 입안 가득 달콤함이 번졌다. 오랜만에 나의 동물적 본능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 차를 잠시 정비한 뒤 집으로 돌아왔는데 손목과 팔뚝이 따끔거리고 부어올랐다. 모기에 물린 것이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몸을 씻고 약을 바르고 하여 차차 가려움이 해소되긴 했는데 이 아침에도 보니 팔뚝 주변의 피부 빛깔이 약간 달랐다. 이제 가렵거나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쓸데없는 욕심 때문에 곤욕을 치른 듯해 씁쓸한 느낌이 든다. 두어 알 먹겠다고 나무에 스트레스를 주고, 새와 들짐승과 벌레들의 먹이를 뺏어 먹은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이다. 취한 양에 비해 치른 대가가 조금 컸다 싶어 조금 억울한 마음이 없진 않지만.
첫댓글 에고, 뭐라고 할 수도 없고. 하여간 조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