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선> 몇 개의 역을 찾다(원시역, 달미역, 소새울역)
1. <서해선>은 현재 경기 고양에서 충남 홍성을 연결하는 도시철도이다. ‘도시철도’는 일반 열차와 기차구조가 다르다. 열차는 이동방향으로 좌석이 배치되어 있어, 창밖을 보면서 갈 수 있지만 도시철도는 양쪽으로 좌석이 배치되어 중앙을 바라보게 되어 있다. 낯선 사람들이 서로 마주보는 구조는 어색함과 의도적인 회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얼굴을 뭍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도 기차구조가 야기하는 필연적 결과이다. 현재의 서해선은 중간이 단절되어 있다. <원시역(안산)>에서 <서화성역> 사이 철로가 미완성되어 끊겨있기 때문이다. 두 역 사이를 셔틀버스로 정기적으로 운행하고 있지만, 불편함 때문에 이용자는 매우 적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현재 <서해선>의 실질적 종점은 원시역이다.
2. 서해선 몇 개의 역을 답사했다. 서해선은 이름처럼 동해선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낭만적인 바다풍경이 없다. 서쪽의 일상적 풍경 또한 발견할 수 없다. 대부분 지하로 운행하기 때문이다. 도시철도는 그 자체로 여행의 정감을 주지 못한다. 다만 필요한 장소로 이동할 뿐이다. 서해선이 이동하는 장소도 서쪽 지역 도시 중심지이기 때문에 몇 개의 역을 제외하고는(그중에서 <시흥시청역>은 시흥시 둘레길로 이어진다) 답사여행의 출발지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 다만 역주변에서 나와 맞는 특정한 장소를 발견하면 다행한 일이다.
3. 안산시 <원시역> 주변은 공단이다. 공단답사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소규모 수작업 공장과 달리 대규모 공장은 거친 분위기와 짙은 매연만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뜨겁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공단답사는 내부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결국 비슷한 인상만을 담고 끝나기 쉽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생산현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4. 안산 <달미역>은 가장 평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역 주변에 학교가 있고 소규모 상점들이 이어지다, 조금은 번화된 거리가 나타나는 것이다. 중심거리 병원 중 유독 ‘정형외과’가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이 도시에 대규모 산업공단이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5. 부천 <소새울역>은 부천과 시흥 경계에 있다. 오래된 부천의 ‘소사’지역이다. 이곳에서는 개인적으로 유용한 두 개의 장소를 발견했다. 하나는 <한울빛도서관>이고 다른 하나는 안전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워크업>이다. 역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열람석도 충분히 갖추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 중이었다. ‘역과 도서관’의 연결, 이또한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역답사’의 내용이다. 역에서 도서관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곳은 그 자체로 언제든 떠나고 싶은 유인요인이다.(양평의 <양동역>과 제천의 <봉양역>을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 역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장소인 <워크업>에서는 판매하고 있는 옷이나 신발, 가방의 형태가 야성적 분위기를 지닌 색다른 모습들이 많았고, 독특한 디자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였다. 옷의 품질은 확인할 수 없지만 도전하고픈 스타일이었다. 우연하게 발견한 곳이기에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자주 방문하고 싶은 장소였다. 나오다 혁대 2개를 샀다. 평소 내가 찾던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춘 물건이다. 작지만 나의 욕구와 일치하는 것은 만나는 순간은 분명 만족스럽다.
첫댓글 - 새로운 역 이름처럼 세상을 보는 눈도 새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