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부북면 127번 송전탑 현장에서 알몸 시위하던 이금자 할머니가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구자환 기자
밀양시 부북면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를 저지하면서 자결을 하겠다며 밧줄을 걸어놓고 있다.ⓒ구자환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20일 경남 밀양시 4개면에 대해 765kV 고압 송전탑 공사를 전격 재개해
고령의 공사 반대 주민들과 충돌했다. 밀양시 삼외면 보라마을에서는 지난 해 주민인
이치우씨가 송전탑 공사에 항거하며 분신 자결한 바 있어 극한 충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공사가 재개되면서, 그동안 한전과 주민 사이에 진행된 여섯 차례의 대화가
공사재개를 위한 시간 벌기와 불리한 여론을 극복하기 위한 ‘보여주기’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전은 이날 오전 9시께부터 밀양시 부북·단장·상동 등 3개면에서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다.
앞서 이날 새벽 6시30분께 경찰력이 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 현장이
있는 산속에도 한전 직원과 주민보다 먼저 경찰력이 배치됐다고 말했다.
송전탑 공사 재개가 시도되자 밀양시 3개면 주민들은 새벽 6시 30분께부터 마을 입구를
지키거나 공사 현장에 올라 거칠게 항의하며 저항했다. 이로 인해 한전은 중장비를
동원한 실질적인 공사를 거의 진행하지는 못했다.
주민들 “목숨 걸고 싸우겠다” 격렬 저항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에 반대하며 알몸시위 중인 주민ⓒ구자환 기자
송전탑 공사가 강행되면서 한전 직원과 경찰, 그리고 주민 간의 충돌도 발생해 세 명의
주민이 병원으로 응급 후송됐다.
부북면 평밭마을 입구를 지키는 주민들은 소나무에 목을 걸어 자결하기 위해 밧줄을
설치해 놓으며 격하게 반발했다. 일부 주민은 개별적으로 휘발유까지 준비하기도 했다.
또 같은 면 127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는 오전 10시께 이금자(82세) 할머니가 알몸시위를
하다 진입을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씨는 혼절해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한때 의식을 찾지 못하며 위독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이를 시작으로 상동면 도곡리 109번 송전탑 공사현장에서는 이갑술(80세) 할머니와
서홍교(83세) 할아버지가 다쳐 헬리콥터로 밀양센텀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109번 송전탑 공사현장 입구에 앉아 공사를 저지하던 한전 쪽 직원들에 의해
쓰러졌다. 이씨는 “입구에 앉아 있는데 수많은 공사 인부들이 나를 밀치고 지나가면서
넘어졌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다행히 다리뼈는 다치지
않았지만 한쪽 다리를 심하게 다쳐 부목을 한 상태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서씨는 공사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한전 직원과 몸싸움을 벌이다 여러 사람이 넘어지면서
깔렸다. 서씨는 이 과정에서 허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109번 송전탑 공사 현장은
기자들이 접근하지 못하면서 한전 쪽과 주민의 충돌이 더 거셌던 것으로 파악된다.
밀양시 상동면 독고리 109번 송전탑에서 한전직원이 떠밀어 쓰러진 이갑술 할머니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구자환 기자
이밖에 한전 쪽 직원들의 강압적인 공사 진행도 문제가 되고 있다.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골 89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는 한 할머니가 굴삭기 아래로 들어가
막고 있는 상태에서 한전쪽 공사 업체 관계자가 시동을 걸어 주민들이 분노하기도 했다.
한전 쪽 시공업체 관계자는 “주민에게 나오라고 한 뒤 시동을 걸었다”고 말했으나 이를
목격한 주민은 “시동을 걸어놓고 있다가 방송사 카메라가 오면서 시동을 껐다”고 반발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할머니는 공사를 포기할 때 까지 굴삭기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89번 송전탑 공사현장은 한전쪽 직원과 경찰이 어우러져 공사 현장의 주민접근을 차단하고
있지만, 한전은 이날 중장비를 동원한 공사는 진행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한전은
주민들의 손길이 닿지 못한 맞은편 84번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굴삭기를 동원해 공사를
진행했다.
민주당 의원들, 잇달아 밀양 방문 예정
이날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급히 밀양 부북면과 바드리골을 찾아 주민을 위로했다.
조 의원은 “당 지도부에서 밀양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이번 주 수요일 밀양대책위 회의를
긴급 소집한 상태”라며, “지속적으로 의원들이 밀양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간담회를 6차까지 진행했지만 한전은 시간벌기식의 형식적인 대화로 일관하면서
주민들이 제안한 전문가 협의체 구성을 거부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통합당 전병헌 원내대표,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대표단은 21일 고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후 밀양 부북면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765kv 반대
밀양주민대책위는 이날 오전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연다.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골 89번 송전탑 공사현장ⓒ구자환 기자
밀양시 단장면 나드리골 89번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한 80세 주민이 포클레인 아래로 들어가 공사를 저지하고 있다.ⓒ구자환 기자
밀양시 부북면 주민들이 경운기 등을 동원해 진입로를 저지하고 농성하고 있다ⓒ구자환 기자
한국전력이 주민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에서 송전탑 공사를 하고 있다.ⓒ구자환 기자
20일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면서 밀양을 찾은 민주당 조경태 의원을 단장면 주민들이 흐느끼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구자환 기자
밀양시 단장면 나드리골 89번 송전탑 공사현장.ⓒ구자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