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국경을 넘나드는 강행군으로
오늘은 늦잠잤- Day.
숙소가 에어비엔비이니 조식시간
신경쓰지 않고 잘 만큼 푹 잤다.
눈을 뜨니 피로가 확 풀려있다.
이제 몸도 여행에 맞게 세팅이 되어있는듯하다
프랑스에 오니 동네마다 마켓이름이 까르프다
'까르푸' 한동안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영업을 했었는데
우리의 정서를 이해못한 마케팅으로
실패하고 철수한바 있다.
나도 한동안 까르프 많이 다녔었는데...
좁은 실내 답답하니
발코니에서 아침을 먹기로 한다.
과일중의 으뜸은 런던에서 부터 먹었던
납작복숭아가 최고다.
달콤하고 먹기좋고 값도 싸다
6개를 담아도 1.3유로 밖에 안하니
시장보기가 즐겁다.
전에는 관광버스로 이동해 지하주차장을 통해 입장을 한 터라
이 피라미드가 있는 광장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피라미드를 통해 입장한다고 신났다.
소지품검사, 몸수색대가 아무리 험난해도
그저 좋다고 깔깔댄다.
각종 안내표지판이나 책자엔
한글이 빠지질 않는다.
한글 안내책자를 자연스럽게 들고 다니며
이제 루브르를 누벼볼까나.
우리 가이드님
티켓팅 해오고 있습니다.
휴가철이 지나 대기줄이 그다지 길지 않아 다행이다.
1인 15유로짜리 티켓 들고 어리버리 둘러보고 있는 엄마아빠한테 오고 있다.
도난사건 이후 가장 귀하게 대접받고 있는 모나리자.
대접이란게 유리벽에 가두어 둔 것이라서
어쩜 유배를 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붓의 텃치나 물감의 강약을 전혀 느껴볼 수 없어 안타깝다.
모나리자를 알현하려는 사람들이 더 장관이다.
아름다운 비너스
그녀의 옆태, 뒷태, 상처까지도 아름답다.
옷자락 흘러내림까지도 아슬아슬, 에로틱이 아닌 청초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승리의 여신 니케.
승리 후 승천이라도 할 기세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늘 데리고 다녀
전쟁에서 진 적이 없다는 신화속의 그 여인.
스포츠의류 나이키가 바로 그녀 이름이다.
아름다운 조각품 감상하다가
가끔 이런 재미있는 놀이도 해보고
슬슬 다리가 아파온다.
이 여인들 앞에서서 한참을 감상하다가
나 오늘부터 점심 한끼는 굶을까봐.
근데 몇끼를 굶어야 이 몸매 비스므리 하게라도 될까?
루브르는 모든작품을 감상하려면 최소 1주일은 걸린다고 하는데
하루 일정으로 소화하기란 어렵지.
일단 잠시 카페에서 커피타임을 갖기로 한다.
몇군데 있는 카페 찾기도 쉽지않다.
이미 너무 멀리 가 버리면 되돌아오는 길도 꽤 멀다.
아 그런데 오늘일정 중 이 카페 이야기는 꼭 해야겠다.
우연히 찾아냈지만 테라스로 연결되는 아름다운 장소아닌가.
궁전이 다 내려다 보이는 이 아름다운 테라스에서의 티타임이라뇨!
세상 부러울게 없네요.
저 궁의 아름다운 방들도 다 내꺼
저 빛나고 있는 유리피라미드도 내꺼
저 평화로운 광장도 내꺼
향긋한 커피까지 있으니 세상이 다 내꺼같다.
이 예쁜 테라스에서 쉬다보니
일어나기가 싫다
원래는 그림방에서 그림감상 더 하고 나가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이 자리를 내 놓기가 싫다
마치 프리미엄 잔뜩 얹여 팔기도 아깝다는 듯이.
그래서
"솔이야, 우리 여기서 간단히 점심 먹기로 하자"
"엄마는 이 자리를 뜨기가 정말 싫여."
뜨끈한 찌개국물 훌훌 불어가며 먹어야 진정한 식사라고 생각하는 우리 남편
이 테라스자리를 결코 남에게 팔지 않겠다는 내 고집에
딱딱한 샌드위치와 찌개를 대신한
콜라국물을 후루룩 마셔가며 점심을 먹었다.
그래도 왕궁 테라스에서의 점심은
너무 멋지잖아.
성화는 나에게 그다지 큰 감명을 주지 못하는데
내가 눈여겨 보는 주제는
'피에타' 와 '수태고지' 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의 표정
그리고 처녀의 몸으로 잉태했음을 전해듣는 마리아의 표정
인생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감정이입해가며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자, 이제 슬슬 걸어 시테섬의 노트르담 사원으로 가 보자.
어느 성당을 가봐도 똑같이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
이 건물을 과연 인간이 만들었을까?
분명 아닐게야.
어찌 인간의 능력이 이토록.....
스테인드그래스 문 한조각을 열어놓은 것은 처음봤다.
열어놓은 조각창으로 들어온 빛이 신비롭다.
초 하나씩 사서 불 밝히기.
나도, 남편도, 짠딸도
소망 하나씩 간절히 피웠으리라.
낭만의 도시, 예술로 가득한 도시로 꼽히는 마레지구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다
퐁피두센터 건물 앞에 잠시 앉아 건물 감상하기.
그야말로 내장을 드러낸 것처럼
모든 배관이나 철골 구조물을 밖으로 드러낸 혁신적인 건물이다.
루브르 뱃속까지 들어갔다 나왔기에
다시 이건물 뱃속으로 들어가기엔 피로가 쌓였다.
그냥 앉아서 바라보자.
파리의 새로운 예술감각을.
저녁을 먹고 다리를 건너 루브르 야경을 보러 술렁술렁 걸어가자.
다리 위에서 그냥 턱하니 앉아
버스킹 구경을 한다.
아무데나 앉는 습관이 이제 몸에 배었나보다.
흰 바지를 입고도 그냥 앉는다.
식당의 도톰한 냅킨 하나씩 가방에 챙기는 버릇이 생겼다.
다리를 건너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12년전 낮에 유람선을 탔다가 보게 된 노트르담의 뒷모습에 반했었는데
우연히 노트르담 뒷쪽 공원으로 들어선것이다.
또 소리 지른다
어머낫!
나 여기 진짜 자세히 보고 싶었는데
정신없이 달려가 카메라 들이대는 날 보고 남편도 달려와 찰칵찰칵
"진짜 멋지지?"
"응?~~ 응!"
높아만 가는 성당 벽을 위해 세운 지지대,
즉 벽날개를 최초로 사용한 성당이라고 한다.
바토무슈를 타고 옆으로 지나칠 때 보였던 벽날개 부분이
앞모습보다 더 신비스럽게 보여 늘 뇌리에 남아있었는데
오늘 널 자세히 보게 되는 구나.
짠딸의 엄마아빠 뒷모습 찍기는 점점 스토커수준으로 변해가고 있는 중
자연스런 뒷모습을 찍어준 사진들이 제일 좋다는 사실.
그러니까 짠딸, 너는 사랑스런 스토커다.
앗! 퐁네프다.
나 여기 꼭 건너 봐야해.
좀전까지 붙어다녔던 가족 다 뿌리치고
뽕네프인지 퐁네프인지로 향해 마구 달려간다.
퐁- 다리, 네프 - 새로운
근대식으로 세운 최초의 다리란 뜻이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두 연인이 수리중인 다리에서 생활하며 사랑을 하는 이야기.
서로 영역처럼 차지했던 다리위의 모습이 늘 궁금했는데
오늘 그 궁굼증을 풀었다.
이렇게 반원형의 아늑한 공간이 있는 다리였다.
오늘은 퐁네프의 연인들 주인공이 바뀌었다.
솔직히 그 영화 속의 지저분한 주인공들보다
우리가 낫잖아.
우선 입성이 깔끔하고 환하게 웃고있잖아.
영화 데미지 등에서 그녀의 끈적이는 표정연기를 너무 많이 봐온 나는
그녀를 처음엔 잘 못알아봤을 정도.
그녀의 풋풋한 시절에 출연한 이 영화를 뒤늦게 보고 깜짝 놀랐었다.
퐁네프다리를 거닐다 밑을 내려다보니
댄스파티가 한창이다.
스페인 세비야의 스페인광장에서의 댄스파티가 생각난다.
남편을 잡아끌었더니 팔뚝에 힘을 가득 주던 그 날이.
우리도 강가에 내려가 앉아보자
강가에 앉아있다가
담배 피우러 갔던 남편이 멀리서 찍어준 사진이
아주 맘에 든다.
퐁네프 다리를 배경으로 한 이 사진이.
강가에 앉아있다 보니
심플하면서 보행자전용 다리인 이 다리가 눈에 띄어
또 다리 탐방에 나섰다.
세느강의 모든 다리를 다 가보자고 할까봐
두 사람 긴장하며 따라온다.
그리곤 자기들이 더 좋아하는 눈치다.
이 다리는 '아트다리'란다.
나무로만 상판을 얹은 단순미가 있는데
여기서 보는 일몰이 환상적이다.
다리에 앉을 수 있는 벤치도 있다.
이 다리 너무 맘에 든다.
가이드님이 시키면 이런것도 해요.
멀리 보이는 에펠탑을 손가락에 가두기.
이제 다리를 진짜 건너 루브르로 가자.
이 아트다리가 바로 루브르로 이어지는 다리다.
입구에 울림이 좋은 곳에 바이얼린을 켜는 이 남자
지고이네르의 바이젠을 연주하기에 기둥에 기대어 감상 중.
그런데 후반부의 빠르고 화려한 기교가 있는 부분 전에서 그냥 끝내버린다.
'내 실력은 여기까지' 라는 듯.
다음곡도 비발디의 여름을 연주하다가 잘 안되니
'에이, 다른곡 할게요' 하는 표정으로
악보를 뒤적뒤적.
그만 감상할게요 하고
나도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피라미드로 총총총.
저 하얀 냅킨은 하루종일 깔고 앉았다 접었다를 했더니
조금 너덜너덜 하고 꼬질꼬질해졌다.
내일은 내일의 냅킨이 있다.
너무 아름답잖아요.
우리 가이드님
우릴 굳이 여기 분수대 앞에 앉혀놓고는
자기 몸을 분수에 거의 빠뜨리기 직전까지 뒤로 젖혀
이 사진을 찍어주네요.
몸이 이렇게 유연한걸
어렸을 때 리듬체조 시킬걸 그랬나?
깊고 푸른 루브르 광장
분수대 안에 또하나의 피라미드와 궁전이 잠겨있다.
장미희가 아니여도
"아름다운 밤이에요." 가 저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