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공동체 푸른마을 이사장단은 한가위를 앞둔 이웃 나눔에 앞서 사할린동포의 현실을 알고자 2021년 9월 8일 오후 3시, 논현 주공아파트 5단지에서 사할린동포 박순자 님을 만났습니다.
사할린동포* 박순자 님(81세)은 2007년 10월 남편과 함께 영주 귀국하였다. 당시에는 가족 중 두 명만 영주 귀국할 수 있었고, 강원도가 고향인 남편도 영주 귀국을 원했기 때문이다. 남편 친지는 아직 강원도 고향에 살아있어서 1993년 이산가족 상봉 때 만난 일이 있었다. 가족 중 두 명만 입국할 수 있는 규정 탓에 박순자 님 부부는 자녀들과 헤어져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었다.
* 사할린동포는 1945년 8월 15일까지 사할린에서 출생하였거나 사할린으로 이주한 한인(韓人)을 말한다(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항).
영주 귀국해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언어 장벽과 문화 충격이었다. 문화가 완전히 달랐다. 정착 안내를 받았지만, 생활하면서 부닥치는 문제들에 관해 물어볼 데도 없었다. 아파트 단지 경로당에서 동포와 만나 서로 정보를 나누곤 했지만, 12.5평의 경로당은 사할린동포 500명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비좁았다.** 2014년 7월 남동사할린센터가 문을 열면서 사정이 나아졌다. 센터는 한글교실, 역사교실, 노래강습, 역사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사할린동포가 한국 문화와 언어를 익히고 정착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센터 운영을 중단하면서 사할린동포가 갈 곳이 없어졌다.
** 논현 주공아파트 5단지에 사는 사할린동포는 376명이다(2021.6.30. 현재). 이 중 복지대상자는 52명(35세대)이다.
영주 귀국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
길 좋고 깨끗하고 주거환경이 좋다. 날씨도 따듯하니 천식이 있는 내 건강에도 좋다. 의료 시설도 좋다. 사할린에서는 병원시설이 안 좋아 줄을 서야 했고, 하루 진료 인원이 제한되어서 줄을 서도 진료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약도 자기가 직접 모스크바에서 사야 했다.
영주 귀국 뒤 어떤 지원을 받고 있나?
영주 귀국한 사할린 동포 가족에게는 임대주택이 제공되고, 65세 이상에게는 연금이 지급되어 귀국 다음 해부터 받고 있다. 현재 매월 50만 원을 받는데, 20만 원쯤을 임대료와 관리비로 나머지를 생활비와 의료비로 쓴다. 그래도 우리는 부부가 함께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혼자 귀국하는 경우, 방 2개의 임대주택에 2명씩 입주하게 되어서 낯선 사람과 입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서로 맞지 않아 싸우고 괴롭게 지내는 일도 생긴다.
초창기에는 명절 때면 떡 만들기도 하고 차례상도 지원하는 등 지원이 많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어 아쉽다. 대부분 기초생활 수급자이라서 쌀, 김치 등을 지원받는다. 장애등급이 있는 경우에는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헤어진 가족은 그립지 않은가?
적십자사의 지원으로 2년마다 사할린에 남은 가족을 만나러 갈 수 있다. 그렇게 갔다가 자녀의 만류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집도 이미 남은 가족에게 넘긴 탓에 딱히 지낼 곳도 없고, 남은 자녀도 생활이 넉넉하지 않아 부담을 줄까 봐 돌아온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사할린 방문이 어려워졌다. 가도 집안에만 갇혀 있어야 하니 굳이 가고 싶지 않다. 오래 머물 수도 없다. 3개월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지원금이 끊긴다.
이제는 가족 중 1명이 더 영주 귀국할 수 있다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을 떠나는 분도 생기고 아픈 분이 생기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만 해도 가장 나이 적은 사람이 일흔이다. 부부나 가족 중 1명이 돌아가시면서 독거노인이 생기게 되자, 이들을 돌보기 위해 자녀 중 1명이 영주 귀국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3세 부부 중 1명이 영주 귀국하면 또 다른 형태의 이산가족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동네 주민과 어울리는 공동체 프로그램이 있나?
주로 사할린동포끼리 모인다. 모이면 70%는 러시아어로, 30%는 한국말을 한다. 주로 남동사할린센터에서 만났는데 코로나19로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
통장을 맡고 있어서 데이터 요금이 많이 나오는 사람에게는 인터넷을 설치해주고, 장애 등급을 받도록 돕고, 큰 수술을 받으면 사회복지사를 통해 지원금을 받도록 돕는 등 그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돕고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부탁하고 싶은 일은?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여행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