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들] 03
S#1. 송현 외경. 며칠 후 아침.
S#2. 석기 방.
홍인기(목소리) : 자네 이미 다 파악했다시피 서정호가 정우석 뒤를 캐면서 증거자료를 확보해 놨다는 건 작년쯤에야 알았지.
이번 소송에서 이겨야 해. 이번에 300억을 막지 못하며는 3000억이 드러나. 서정호 파일 어떻해든 입수해.
석기 : (전화) 그래?…니가 못 본 거 아냐? 딴 짓 하느라구?
S#3. 정호 호텔 타미 방.
타미, 헤드폰을 쓴 채 힙합 춤을 추면서 통화중.
노트북 화면에는 텅빈 복도 뿐.
타미 : 사흘 동안 나가는 사람두 들어가는 사람두 없었어. 밥이랑 술만 들락날락 했지…나 정말 심심해. 이럴 줄 알았으면
오디오 픽업두 할 걸 그랬어. 천장 뜯구 장비 몇 개만 놓아두면 되는데…천장 기는 거 내 특기잖아. 지금이라두 할까봐.
S#4. 석기 방.
석기 : 까불지 말구…
S#5. 송현 부근 커피숍.
주희가 불안하게 들어서서 둘러보고는 차분하게 혜수 자리로…
주희 공손히 인사하고, 혜수, 과장되게 반색하며 맞이한다. 화려한 차림새의 혜수 곁에는 쇼핑 백.
혜수 : (보다가, 쇼핑 백 집어 주희 앞 탁자에 놓으며) 이거 받어.
주희 : 네?
혜수 : 주희씨 꺼랑 동생 꺼랑 봄 스웨터 하나씩 샀어. 맘에 들믄 좋겠는데.
주희 : …번번이…고맙구 송구스럽습니다…
혜수 : 무슨…내 남편처럼 퉁명스러운 사람, 옆에서 말없이 돕기가 어디 쉽겠어?
주희 : 그거야, 제가 은혜를 입구 있으니까, 당연히,
혜수 : 그래두 은근히 자상하지?
주희 : 네?
혜수 : 우리 남편 말야…
주희 : (내심 당황) 그, 글쎄요,
혜수 : 뭐, 남편이 주희씰 좀 개인적으로 대하더라두, 불편해 하진 마. 내가 늘 그러거든. 신경 좀 써 주라구.
주희 : …고맙습니다…
혜수 : 들어가 봐야지?
주희 : 네.
혜수 : (핸드백 집으며 슬쩍 살피고는) 며칠 전에 전화했는데, 안받더라?
주희 : 네? 며칠 전이면, 언제,
혜수 : 아유 아유, 캐묻는 거 아냐. 내가 주희씨 사생활을 다 알아서 뭘 하겠다구,
주희 : (불안)
혜수 : 어머, 목걸이 예쁘네?
주희 : (자기도 모르게 목걸이 만진다)
S#6. 송현 갱의실.
주희, 쇼핑백을 옷장에 넣는다…잠시 생각하다가 전화 한다.
주희 : (한참 받기를 기다리다가) 네, 김주희예요. 저기, 방금 사모님이 다녀 가셨어요…
S#7. 호텔 방.
정호 : (전화) 나 어딨는지 말했어?…그럼 됐어. 신경 쓰지마. (끊으려다) 저 말이야, 이따 퇴근 후에 좀 들러 줄래?…
S#8. 갱의실.
주희 : (불안하지만) 네… 알겠습니다. (끊는데)
S#9. 송현부근 식당. 점심시간.
하영과 주희, 말없이 밥을 먹는다. 하영, 숟가락 놓는다.
주희 : (보고는) 입맛 없어?…
하영 : (기운 없이) 냉면 먹을 걸 그랬나봐..
주희 : (다시 먹는다)
하영 : 서변 와이프는 왜 온거야?
주희 : 선물 줄라구.
하영 : 쳇…행여나다 야…너랑 서변 사이 뭔 일 없나 불안한 거지. 너 기분 안 나뻐?
주희 : 아직까진 기분 나쁠 일 없었어.
하영 : 넌 참 용해…까불지두 않구, 개기지두 않구, 언제나 네,네,네…
주희 : (먹을 뿐)
하영 : (새삼 한숨) 그게 안전한 건데…
주희 : (먹으며) 그러지 마…너같지 않구 이상해…
하영 : 너무 쫄려… 당장 카드 대금 밀린 거 생각나구…(하다가 분통) 송변두 웃기더라. 그 날을 너무나 멋있게 잘했다구 해줘놓구,
대표 앞에선 그거에 대해서 단 한마디두 안해.
주희 : (다 먹었다. 숟가락 놓고 물 마신다)
하영 : (서운한) 암튼…넌 밥먹다 전쟁이 나두 밥 다 먹은 담에 피난갈 거다. 그것두 아주 꼭꼭 씹어서.
주희 : 급히 급히 먹으믄 소화가 안돼…
하영 : (흘기다가) 얘, 나 그냥 선수칠까?
주희 : (지갑에서 돈을 꺼내다 말고 본다)
하영 : 대표, 고소해버리까? 민변 같은데 끼구서? 증인두 있잖, (손 젓는다) 아유 관두자. 열린 척 깨인 척 해봤자야.
급이 다른데 어떻게 내편을 들어 주겠니. 젊은 것둘두 마찬가지구.
주희 : 나가자.
S#10. 송현 건물 앞.
주희와 하영이 온다. 전화기 목에 걸고 손지갑만 든, 직장녀의 점심시간 차림.
하영 : 이러구 살아야 하는 거니? 겨우 연봉 천 오백에 목을 매야해?
주희, 회전문으로 들어서고, 하영 다음 칸 들어가려는데 구두가 벗겨지며 몸을 급히 빼내는 통에 휘청,
바로 뒤의 남자에게 엉덩이 들이대며 안겨 버린다. 영중이다.
하영을 안고 주저 앉는 영중.
영중 : 어쿠,
하영 : (돌아본다. 꺅! 입을 막고)
영중 : 아니, 이거 대체,
하영 : (사색)
뒤따라 오던 석기, 영중과 하영을 동시에 부축.
석기 : (양 쪽을 번갈아 보며) 괜찮으세요, 두 분다?
영중 : (말이 안나와 끄덕이기만)
S#11. 로비.
주희, 회전문 옆에 서서 바깥 쪽에서 벌어지는 일, 물끄러미 본다.
석기, 친절하고 여유있게 영중과 하영을 챙긴다. 하영이 구두 신는 것 도와 먼저 들여 보내는 등…
하얗게 질린 하영이 들어서서 주희 곁에 서고, 이어서 영중과 석기가 들어간다.
하영, 고개 들지 못하는 채로 그들에게 깊숙이 절하고, 주희, 무표정하게 까딱.
영중, 벌개진 얼굴로 가고 석기, 두 여자 향해 싱긋 웃어 주고 영중 뒤따라 간다.
하영 : (두 남자 보다가) 나, 인제 진짜 죽음이지, 그치.
석기, 가면서 또 한번 돌아보며 싱긋.
하영 : (흠칫 되면하고)
주희 : (…석기의 여유가 섬뜩하기까지..)
S#12. 화장실.
주희, 엉거주춤 세면대 앞에 엎드려 서서 입을 헹구는 중. 한손에는 칫솔, 한손에는 양치 컵.
하영은 칫솔과 치약을 든 채 거의 탈진 상태로 기대 서 있다.
하영 : 나 엎드려 빌까봐…
주희 : (물을 뱉다가 홱 돌아본다)
하영 : (멈칫)
주희 : 니가 왜 빌어?
하영 : (??? 벙하니 보고)
주희 : (마구 내뱉는다) 도대체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 인간들,
자기가 원하는 거 말구는 남의 감정, 남의 상처 안중에두 없는 듯이 구는 것들, 다 벌 받을 거야.
하영 : (세상에) 너, 너 뭐 잘못 먹은거야. 그, 그래, 맞어, 두부조림 그거 좀 이상했어. 신종 식중독이야.
복통 구토 설사 대신, 홱 돌아 오바하게 만드는 거.
주희 : 그런가봐. (나가려)
하영 : (잡는다) 아냐, 아냐, 주희야, 뭐라구 말 좀 더 해봐. 나 좀 안심하게, 응?
주희 : (버럭) 대체 왜 그러니? 닥치면 닥치는대로 사는 거지, 짤려두 할수 없는 거구! (목이 멘다)
하영 : (본다…)
주희 : (안간힘으로 참고 있다)
하영 : (한숨) 그래…니 속에두 있을 건 다 있겠지…
주희 : …
하영 : (주희 어깨 안고 울먹) 미안해..내가 방정이야…왜 널 가지구 들볶아대겠니…안그래두 살기 힘든 너를…
(그러다가 문득) 너 정말 어디 아픈 거 아니지?
S#13. 안내데스크.
하영 : (한숨)
민지 : 별일이야 있겠어요…이런데서 그런 일루 해고하면 더 망신 아닌가?
하영 : 그걸 위로라구 하는 거니 지금?
민지 : (머쓱)
하영 : 너 점 뺐니?
민지 : (엄, 이마를 가린다)
하영 : (화풀이 겸 꾸중) 학원 가야 한다더니, 겨우 점 빼러 갔었어?
민지 : 저기 성형외과 간호사루 있는 친구가 공짜루 레이저 해준다 그래서요, (마구 웃음) 성형외과에서두 레이저 다 하잖아요.
언니두 레이저나 보톡스 같은 거 하구 싶으면 애기 하세요. 제 친구가 원장 몰래 싸게,
하영 : 관 둬!
민지 : (입 다문다)
하영 : (쯧)
실장이 나온다. 하영, 흠칫.
실장 : 하영씨, 저, 대표님이,
하영 : (엉거주춤 일어선다) 네.
실장 : 왜 그리 놀라시나?
하영 : 아, 아니요. 황송해서,
실장 : 얼른 가 봐.
하영 : 네.
실장 가고, 하영, 황급히 머리며 옷매무새 만진다.
하영 : 짤릴 때 짤리더라두 우아하게,
S#14. 영중의 방.
석기와 영중이 앉아 있고,
하영이 조심스레 들어온다.
하영 : (목을 움츠린) 부르셨어요?…
영중 : (힐끗 헛기침하며 외면) 어,
석기 : (빙글 웃음) 앉으세요.
하영 : 네…(앉으면)
영중 : (모호하게 외면한채) 다른게 아니구, 미스터 윤이 개인 비서가 없어서 불편한 모양이야.
따로 사람 구할때까지 당분간 하영씨가 신경 좀 쓰도록.
하영 : (뜻밖) 네?…
석기 : (웃음) 잘 부탁해요…
하영 : (어리둥절)
S#15. 영중의 방 앞.
석기와 하영이 나온다. 은애, 실장, 궁금하게 보고, 주희는 가만히.
석기 : 오늘 저녁 어때요. 식사 하면서 얘길 좀 하지.
하영 : (공손히) 네…(허리 굽혀 절) 열심히 하겠습니다.
석기 : (빙긋) 그럼 이따 봐요.
석기, 가고, 은애와 실장, 놀란 표정이고 주희는 불길한…
하영, 죽다 살아난 듯 가슴을 쓸어내리다가,
석기가 방으로 들어가자.
실장 : (작게) 뭐래?
은애 : 뭐래요?
하영 : (크지 않게 환호작약) 안짤렸어요!! 글쎄, 저더러 알렉스한테 신경 좀 써주라는 거야. 개인비서루.
은애 : 엄,
주희 : (뭐?)
실장 : 다행이네…
하영 : 아우, 나 정말 죽다 살아난 거 같애…그거 너무 끔찍하잖니. 이력서 내구, 기다리구, 툇자 맞구.
은애 : 잘 됐어요. 하영언니…축하해요.
하영 : 고마워…
주희 : (이건 또 뭔가 시픈)
S#16. 복도.
하영이 환한 얼굴로 지원실에서 나온다.
재서가 서류를 보며 온다. 하영, 웃으며 본다.
재서 : 뭐 좋은 일 있어요? 한 며칠 우울해보이더니.
하영 : 흐린 날이 있으면 갠 날두 있는 거죠.
재서 : 축하해요, 뭔진 모르지만.
다시 서류 보면 간다. 하영, 어어? 하는…
하영 소리 : 야…너 나한테 반하지 않었냐?
하영, 쳇, 관둬라, 하는 표정으로 간다.
S#17. 화장실 안.
변기 물소리와 함께 유리가 변소에서 나온다. 손을 씻고 말리다가 문득,
재서 소리 : 관능이 없잖아, 관능이…
유리, 상체 옆모습을 거울에 슬쩍 비춰본다. 가슴이 작긴 작은 것 같다.
부지중에 손으로 가슴을 받쳐 올리려는 순간 하영의 콧노래 소리. 유리, 얼른 건조기에 손을 갖다 댄다.
하영 : 어머,
유리 : (거울 속으로 거짓 미소)
하영 : 충고 고마웠어요, 오변호사님.
유리 : 뭘요…난 언제든 도울 마음이 있으니까, 적극적으루 대쳐하세요. 직장내 성희롱에 대해서.
하영 : 네…그런 문제, 절대 은폐하면 안되죠…근데 제가 당분간은 좀 바쁠 거 같아요. 알렉스 개인 비서를 겸하게 돼서요.
유리 : 그래요?
하영 : 네…
유리 : 미국에선 로펌 여비서들두 거의 전문직이죠. 능력급이구.
하영 : (열) 그래서요?
유리 : 그렇다구요. (나간다)
하영 : (보다가) 허, 나 참.
S#18. 성형외과 외경. 그날 저녁.
S#19. 동 상담실.
은애와 민지, 간호사가 속살거리고 있다.
은애 : 너 깨끗하게 빠지믄 나두 뺄래.
간호사 : 민지 할 때 그냥 해. 나 번거롭게 하지 말구
민지 : (앞머리 들치고 손거울 보며) 어떤 애는 뺐는데 또 생기더래.
간호사 : 기술 부족이지…
은애 : 근데 원장실 손님은 왜 이렇게 안가?
간호사 : 직장 다니는 여자들, 퇴근 후에 오니까..너네처럼…
은애 : 그 여잔 뭐 하러 온거야?
간호사 : (더 작게) 가슴 확대 상담하러…
은애 : 그거 무섭지 않나? …칼 대구 뭐 집어넣구 그러는 거잖아.
간호사 : 요즘은 간단해.
은애 : 어우우 그래두 끔찍해…그냥 생긴대루 살지..
간호사 : 있는 애들이 더 해…지금 온 그 여자두 내가 보기엔 썩 좋은데 글쎄, 더 커야겠나봐…
은애 : 이해 안돼…
민지 : 나 화장실 좀,
간호사 : 조용히 갔다 와. 원장한테 눈치 보여.
S#20. 상당실 앞.
민지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다가 흠칫 문을 닫는다.
원장실에서 나오는 유리.
S#21. 상담실.
민지 : (다시 조심스레 연다)
은애, 간호사 : ?
S#22. 동 앞
민지, 다시 고개 내밀고 유리 뒷모습 본다…유리, 사라진다. 은애가 고개 내민다.
은애 : 뭔데? 누군데?
민지 : 오유리…
은애 : 뭐어?…
S#23. 어느 고급 식당. 같은 시각.
하영과 석기.
하영 : (공손) 5년 째예요. 전문대 마치구 바루 들어왔으니까
석기 : 고참이겠네요…
하영 : 비서들 중에서는 김주희랑 제가 젤 고참이죠. 일류대 나온 비서들은 2, 3년 못 넘겨요. 젊은 변호사들이랑 같이 어울려
놀러두 다니구 소개팅두 주선하구 엄청 친하다가두 한계를 느끼는지 어쩌는지, 그만들 두더라구요.
10년차 언니가 한명 있긴 있었는데 작년에 좀 불미스러운 일루 관뒀어요.
석기 : (웃음) 남녀문젠가요?
하영 : 뭐, 대충…
석기 : 하영씬 공챈가요?
하영 : 아니요, 말루만 공채구 다 알음알음이예요. 저는 이모부가 여기 사무장님이랑 아는 사이구,
주희 걔두 서변호사님이 데리구 들어어오셨구요…
석기 : (그랬군…) 네에…
하영 : 그 분 와이프가 주희네 돌아가신 부모님이랑 아는 사이였대든가..
석기 : (그래?…)
하영 : 어떻게 아는 사인지는 주희두 모른대요. 근데 암튼, 남편한테 주희를 부탁했나봐요.
석기 : (하영의 잔에 와인을 더 부어준다)
하영 : 어우, 감사합니다. (황황히 잔 아래를 잡고는) 오늘두 선물 주구 갔대요…궁금하신 거 다 물어보세요.
석기 : (웃음) 아니예요, 개인 신상에 관해서는 굳이 알 필요 없구, (더 들라고)
하영 : (조신하게 웃으며 잔을 든다) 미국에서는 로펌 여비서두 능력급이라면서요?
석기 : 사람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제 보스 비서는 30년째 한 사람이예요. 제니퍼라구 백발 할머닌데,
보스는 맨하탄에서 제니퍼만큼 받아 쓰기를 잘하는 사람이 없다구 늘 자랑하죠.
하영 : 받아쓰기요?
석기 : 솟장, 변론서, 공적인 편지, 그런 걸 말루 대강 하면 타이핑 하는 과정에서 완벽하게 정리를 해요.
하영 : (오오…)
석기 : 따라서 제니퍼는 저희 보스가 인정하는 만큼, 매년 연봉이 상향 조정돼요.
비서가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하는 문제는 변호사 판단에 맡기는 거죠.
하영 : 그렇..겠네요…
석기의 전화벨 울린다.
석기 : 어, 미안해요. (핸드폰 언뜻 꺼내 보고는) 전화 좀 받을께요.
하영 : 네. 얼마든지.
석기, 전화 받으며 저쪽으로 가고, 하영. 보다가 와인 홀짝 마시며 생각에 잠기는.
타미 소리 : 어제 그 여자, 또 왔어. 오늘은 방에 들어갔어.
S#24. 동 일각
석기 : (긴장) 남자들은?…다시 안들어가구?…그럼 방안에 둘 뿐이야?…오케이, 지금부터 대기해. (끊고 입력된 전화 번호 찾는다)
S#25. 정호 호텔 외경. 밤.
S#26. 객실 안.
주희가 머리를 하나로 묶고 앉아 정신없이 자판을 치고, 정호가 비껴서서 모니터 들여다 보다가 손목 시계를 본다.
한켠에 정호의 윗도리며 이것저것 어질러진. 바닥엔 돌돌 말린 양말도 있고.
정호 : 이걸 3번 파일에 붙이구, 중복된 부분을 정리해 줘.
주희 : (자판 치면서) 네…
정호 : 왜 안와…(시계 끄르며) 안되겠다. 나 좀 씻을 테니까 송변 오면.
주희 : ?
정호 : 전화 했어. 의논 좀 할려구.
주희 : 네에…
정호 : 암튼 곧 올 거니까 오면 이거 먼저 보라구 해.
주희 : 네…
정호, 욕실로.
S#27. 식당 앞. 밤.
콜택시가 서 있고, 석기와 하영.
석기 : 시간 내줘서 고마웠어요.
하영 : (공손한 미소) 별말씀을요…쓸모 있는 인간이 되겠습니다. 어떤 면으로든지.
석기 : 어제랑 너무 다르네요…대표님 손목 잡아 비틀던 기백을 어디로 갔죠?
하영 : (더 공손히) 그건 단지 방어 본능이었어요.
석기 : 그래요?
하영 : 저, 근데, 변호사님은, 아니 알렉스는 어떤 기준으로 비서의 능력을 판단하세요?
석기 : (웃음) 지내다 보면 알게 되겠죠…타세요. (차 문을 열어준다)
하영 : 감사합니다. 저 그럼.
하영이 목례를 하고 차에 오르면, 석기, 차 앞머리 돌아 기사에게로.
하영 : ?
석기 : (지갑에서 지폐 여러 장 꺼내 기사에게 준다) 잘 부탁합니다.
기사 : 어유 이거…감사합니다. 잘 모시겠습니다.
하영 : (돈을 언뜻 본다. 너무 친절한 거 아냐?)
석기 : (하영에게) 그럼 내일 봐요.
하영 : 네…
택시 출발 하면, 하영, 고개 돌려 뒷창으로 다시 한번 목례하고는
하영 : 얼마줬어요?
기사 : 예?
하영 : 남은 거 저 주실 거죠?
기사 : (헛기침)
하영 : (쓱싹 했다간 알지? 하는 눈길 분명히 주는데)
전화벨. 하영, 급히 받는다.
하영 : 여보세요?…(부러 명랑) 아아, 네, 이변호사님… 저 지금 집에 들어가는 길인데요?
…어머, 어떻게 아세요? 알렉스랑 저녁 했다는 걸?
S#28. 어느 술집.
재서와 기순이 바에 나란히 앉아.
재서 : (전화) 이 안에 비밀이 어딨어요… 비밀이랄 것두 없지만…어때요, 괜찮으면 간단히 한 잔.
기순 : (작게) 아니지..
재서 : (힐끗 보고는 전화) 그러다 업 되면 클럽으루 옮기든지…
S#29. 달리는 택시 안.
하영 소리 : 엄? 반말이네?..
하영 : (전화) 좀 피곤하네요…비밀이 없다니까 말인데, 저 오늘 아주 긴 하루였거든요…네
…들어가 자아겠어요… 다음에 기회가 또 있겠죠…네…그럼 내일 뵐게요…네…(끊고 생각에 잠기는…)
하영 소리 : 날나리 이재서를 꼬시는 거 보단, 힘있는 알렉스한테 잘 보이는 게 실속이 있겠는데…
아, 양하영 인생 왜 이렇게 비루하냐…
하영, 시트에 기대며 서글픈 심정.
S#30. 욕실.
샤워기 틀어 물 온도를 보는 정호.
S#31. 동 앞 복도.
혜수, 방문을 노려보고 있다.
석기 소리 : 제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죠…지금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게 중요하지…그렇지않나요?…
S#32. 객실 안.
욕실의 물소리 나는 중에, 벨소리.
주희, 손 멈추고 문간으로 급히,
문을 열자, 혜수가 들어선다.
주희 흠칫 놀라고,
혜수, 방안을 휙 둘러본다.
주희 : 저, 저,
혜수, 주희 뺨을 때리고는 미처 피할 사이 없이 달려 들어 주희 머리채를 움켜쥔다.
혜수 : (흔들며 나직) 너, 어떻게 이럴 수 있니.
주희 : (욕실 가리키며) 저기, 저기,
혜수, 주희를 밀자, 나동그라진다. 이성을 잃은 자의 괴력으로 달려들어 때리고 차고,
S#33. 욕실 안.
정호, 샤워기를 끈다. 수건을 집다가 ??
둔탁하고 불규칙한 소리.
S#34. 객실 안.
혜수가 머리를 싸안은 채 오그려 앉은 주희를 발로 차고 꼬집고 때리고…혜수도 말이 없고 당하는 주희도 말 없이.
욕실 문 급히 열리고 정호가 뛰어 나온다. 옷은 대충 입었다.
혜수는 주희의 목을 조르고 있다.
정호 : 혜수야, 그러지 마.
떼어내려 하지만, 혜수는 괴력으로 정호까지 밀친다.
정호, 있는 힘을 다해 혜수를 끌어안고 겨우 돌아서고, 주희, 오그린 채 덜덜 떨기만.
정호 : 말해 봐, 왜 이러니,
혜수 : (버둥거린다) 왜 이러겠어.
문간에 들어선 이령, 경악.
이령 : (숨이 멎는 듯) 혜수야…
혜수 : (놀라 미간을 좁히는)
정호 : (혜수 꽉 안은채 이령에게) 주희 좀 살펴봐
이령, 주희에게 달려간다.
이령 : 세상에,
주희, 이령의 부축을 받아 겨우 일어서고 혜수는 정호의 팔에 잡혀 마구 버둥거린다.
정호 : (더 세게 안으며 이령에게 고함) 뭐해? 주희 데리구 나가! 빨리!
혜수 : (버둥거리며) 어딜 내보내. 이령언니 끌어들여 알리바이까지 만들구. 더러운 것들.
정호 : (미치겠다) 제발, 여보, 암말 하지 마.
S#35. 복도.
이령이 만신창이가 된 주희를 부축하여 나온다.
이령 : 서변 와이프, 아픈 사람이야.
주희 : (마구 끄덕인다)
S#36. 객실 안.
땀에 젖은 정호가 침대 위, 버둥거리는 혜수를 몸으로 누른 채 간신히 전화.
정호 : (전화) 저, 급히 좀 와주세요, 여긴 미라보 호텔,
혜수, 정호 팔뚝을 깨물고는 밀쳐 내고 뛰어 나간다.
정호 : (놀라) 다시 전화 드릴게요.
S#37. 동 복도.
정호가 뛰어나와 저만치 혜수를 쫓고, 문이 철컥 닫힌다. 옆 방 문 조금 열리고,
모퉁이 돌아 나오던 객실 담당 직원이 놀라 따라간다.
S#38. 동 엘리베이터 앞.
이령과 주희가 엘리베이터 타고 문이 닫히려는 순간, 혜수가 단추누르고 뛰어든다.
소스라치는 이령과 주희, 혜수가 주희에게 달려드는데 정호가 달려와 겨우 탄다.
정호 : (뒤에서 끌어안는) 혜수야, 제발.
직원 : (달려와 닫히는 문 버튼 눌러 열며 황급히) 도와 드릴까요?
하는데, 혜수, 기함하여 축 늘어진다. 다들 경악.
S#39. 동 복도.
타미가 정호방 앞에서 조그만 자석 칩을 문 손잡이에 이리 저리 댄다. 이윽고 파란불이 깜박거린다.
타미, 문을 열고, 저만치 달려가는 종업원이 보인다.
S#40. 동안.
타미, 들어온다. 난장판 방안. 열려있는 정호의 노트북.
S#41. 동 1층 엘리베이터 앞.
무전기를 든 남녀 직원 둘이 급히 달려온다.
남직원 : (무전기) 환자발생 신고 접수, 1층 엘리베이터 앞 대기 중.
엘리베이터 열리면, 축 늘어진 혜수를 들쳐업은 정호와 직원이 나오고 그 뒤 겁에 질린 주희와 주희를 부축한 이령.
여직원 : (놀라, 무전기) 구급차 대기 바람 구급차,
S#42. 정호 호텔 앞.
눈물 범벅 된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주희. 그 곁의 이령.
구급차에 실리는 혜수
정호 : (뒤따라 타면서) 부탁해.
이령 : 알았어, 얼른가.
S#43. 정호 방.
타미, 복사한 뒤 삭제, 또 다른 씨디를 넣는다. 복사 키를 누르고 기다린다.
세희 소리 : 언니야, 전화 받어..(주희 전화 벨이다)
타미 : (흠칫 돌아본다)
주희 핸드백에서 나는 소리.
타미 : (핸드백 거꾸로 집어들며) 조용히 해!
와르르 쏟아진 물건들 중에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을 집어 밧데리 빼버린다.
그 와중에 함께 떨어진 주희 수첩이 펼쳐져 있다. 세희와 함께 찍은 사진이 끼워진.
타미, 사진을 언뜻 보고는 집어든다.
S#44. 주희 집 거실.
세희, 전화기 내려 놓으며 불안한.
S#45. 정호 호텔 앞.
구급차 떠나고, 이령의 차가 다가와 선다. 주차요원이 내린다. 이령, 주희를 부축하려 하면,
주희 : (여전히 떨리는) 제 가방이랑 옷이랑, 다 저 위에,
이령 : 알아. 우선 타.
주차 요원이 뒷좌석 문을 열고 서 있다. 이령, 주희를 태운다.
이령 : 눈 감구 기대 쉬구 있어. 금방 올게.
주희 : 네…
S#46. 호텔 복도.
타미가 정호 방에서 나와 맞은 편 방으로 들어가고,
이령과 직원이 나타난다.
S#47. 정호 호텔 방.
이령, 직원과 함께 방안의 물건들, 정호 옷가지 등을 가방에 챙겨넣는다. 주희의 가방과 외투도…
이령, 문득 눈길이 멎는다. 바닥에 조그만 자석 칩. 이령, 주워 들고 보다가 가방에 넣는다.
S#48. 동 타미 방.
타미, 서둘러 장비들 챙긴다.
S#49. 동 현관 앞.
이령의 차안에 길게 기대 앉아 있는 주희. 끝도 없이 눈물이 흐른다..
커다란 스포츠 백을 멘 타미가 나온다.
타미, 한떼의 사람들 피하려다 이령의 차에 부딪친다.
주희 보면, 타미, 황황히 목례하고 차창 옆을 스쳐 지나는데, 가방 손잡이를 잡은 손에 반지가 언뜻 보인다…
머릿속이 하얀 주희, 눈물만 흘릴 뿐. 타미, 사라지고,
이령과 직원이 나온다. 방안의 물건들 실은 카트와 함께.
S#50. 석기 호텔 방.
술잔을 들고 창가에 서 있는 석기.
주희 아버지가 석기 어깨동무 하고서 ‘가지 않은 길’ 외던 모습
고시원 방에서, 사랑스럽던 주희 모습.
‘나 없다구, 다른 사람이라구 생각해 줘. 그냥 어떤 애. 아무라두 상관없는 여직원. 그렇게.’ 라고 말하던 주희 모습.
석기, 술잔을 털어넣고 꿀꺽 삼킨다…
석기 소리 : 미안하다 김주희…
타미가 스포츠 가방 메고 들어선다. 묵묵히 서 있던 석기, 돌아본다.
석기와 타미, 무표정하게 하이파이브.
시간 경과. 석기, 노트북 화면 가득한 자료를 보면서 간간이 메모한다.
타미, 소파에 비스듬 누워 텔레비전 보다가 문득 보면,
석기, 일어서며 노트북을 닫는다.
석기 : 나 좀 나갔다 올게.
타미 : 어딜?
S#51. 홍인기 별장 외경. 깊은 밤.
개 컹컹 짖는다. 석기의 차 서 있다.
S#52. 동 서재.
홍인기와 석기가 노트북 화면을 보면서,
석기 : 서정호가 유출 경로를 재확인할려는 것 같아요. 여기 이걸루 봐서는 아직 확실한 데까진 접근을 못했지만,
개인계좌가 드러날 경우, 위험합니다.
홍인기 : (미간을 좁힌다)
석기 : (마우스를 조작하며) 어떻게든 차단을 해야 하는데,
화면 속, 남자 1,2 가 정호 방에서 나오는 모습.
석기 : 이 사람들 아세요?
홍인기 : 알아…사채업자들이야.
석기 : (아하)
S#53. 이령 집 외경. 고급 빌라. 다음 날 이름 아침.
S#54. 동 거실.
정호와 출근 차림의 이령 마주 서서.
이령 혼자 사는 집. 간결하고 고급스러운 꾸밈새.
이령 : (본다…) 결국 그렇게 될 걸, 진작에 치료를 받지…
정호 : (후우…하다가) 주희 집엔 전화 해줬니? 동생 걱정할텐데.
이령 : 적당히 둘러 댔지 뭐…
정호 : 잘 했네…잠은…
이령 : 좀 자는 거 같더라. 안정제 먹였거든.
정호 : …
이령 : 호텔방에 있던 건 전부 갖다 놨어…
정호의 노트북이며 가방, 윗도리, 주희 물건들.
정호 : 누구 들어간 사람 없지?
이령 : 문이 잠겨서 직원 데리구 들어갔는 걸?
정호 : 그럼 됐구,
이령 : 뭐 좀 먹을래?
정호 : 아니…
이령 : 김주희 봐야지?
정호 : 면목이 없어…
이령 : 당신 면목이 뭐가 중요해?
S#55. 동 침실.
정리된 침대. 주희, 단정히 세수한 모습으로 침대 가에 걸터 앉아 전화 중…많이 가라앉은 모습.
주희 : (전화) 많이는 못잤지…일이 많아서…아침 먹어…출근할 거야…그래…(끊는다)
노크 소리.
주희 : 네….
문이 열리고 이령이 들여다 본다.
이령 : 괜찮어?
주희 : 안녕히 주무셨어요…
이령 : 잠깐 나올래?
S#56. 거실.
주희가 나오고, 정호, 보고 있다. 주희, 고개를 좀 숙인다.
이령 : 얘기 해. 난 출근할게.
주희 : 저두,
이령 : (자른다) 천천히 나와.
정호 : 저거 갖구 나가서 살펴봐. 3번 파일까지는 정리 돼 있어.
이령 : 알았어.
이령. 핸드백과 정호의 노트북 가방을 챙겨 들고 나간다.
주희 : 그럼,
이령 : 그래. (정호 언뜻 보고 나가려다) 어, 참, 차는…
정호 : 오다가 들러서 갖구 왔어.
이령 : 그래두 정신이 있네…
정호 : 있다 봐.
이령 : 응.
이령이 나가자, 잠시 말이 없다가,
정호 : 좀 앉으까?
주희 : 아니요…저 그냥 서 있으께요…
정호 : …많이 놀랬지…
주희 : …
정호 : 정말 미안해…낮에 널 찾아갔단 얘기, 흘려들었어…뭔가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건데…
주희 : …사모님은 좀,
정호 : (자른다) 다 내 잘못이야…나 좀 편하자구 널 거기까지 불러다 일 시킨거부터 다.
주희 : 사모님, 병원에 계세요?
정호 : 아니, 집에…병원 싫대서…
주희 : …아프신 분인 줄, 몰랐어요…알게 돼서, 그나마 다행이예요. 안그랬음, 저 정말 속상하구 부끄럽구…그랬을 거예요…
(고개 떨군다)
정호 : (본다…) 주희 넌 나한테 화 내야지…넌 화내구, 난 빌구, 그래야 다시 평소처럼 대할 수가 있지..
이러면 내가 널 어떻게 보니.
주희 : 다 이해해요…
정호 : 뭘 다 이해 해…어떻게…
주희 : 제가 생각이 모자랐던 거 같아요…사모님 생일 선물 같은 거 제가 대신 사다 드렸던 일, 아시면 무척 싫으실텐데,
정호 : (자른다) 생각이 없었던 건 니가 아니라 나야…
주희 : …
정호 : 와이프 부탁으루 너 알아가지구, 몇 년 째 데리구 있으면서두 이런일 생길 줄은 생각두 못했어…
난 니가 그저, 늘 변함없는 게 안심이 됐구, 언젠가는 너한테 좋은 일이 생겨서 여길 떠날 때까지, 별 탈 없이 잘 지냈으면,
그런 맘 뿐이었지…난 니가 크게 웃거나, 울거나, 화를 내는 걸 본 적이 없거든…혼자서야 어땠는지 모르지만…
암튼 난 그게 평화롭게 느껴져서, 아, 쟤한테 크게 깨지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생각했어…
주희 : …
정호 : (본다. 서글픈 웃음) 김주희야…나 어떡하지?…어떻게 사괄 하면 되지?…어떡하면 니가 편해지겠니…
주희 : …사모님이 건강해지시면…제가 편할 거 같애요…
정호 : (보다가 외면했다가 다시 본다)
주희 : (고개 더욱 푹…흘러내린 눈물이 코끝에)
정호 : 니 걱정을 먼저 해, 임마…
주희 : (눈물 뚝뚝)
정호 : 야, 이 맹추야…
주희 : (이를 악물고 흐느낌을 참는) 참을 만, 해요…
정호 : (버럭) 뭐가 참을 만 해, 엉? 느닷없이 직장 상사 마누라한테 머리채 잡히구, 얻어맞구, 욕 듣구,
주희 : (자른다) 사모님, (주먹으로 눈물 콧물 닦고는) 아픈 사람이구,
정호 : 그래서 봐주겠다는 거니?
주희 : 오해하신 거 뿐이잖아요.
정호 : (더 버럭) 화 좀 내 달란 말야, 억울하다구, 더러워 못 살겠다구, 어떻게 보상할 거냐구, 엉? 도대체 왜 화를 못내니!
주희 : 그게 안전하니까요. 아무두 상처 안받구,
정호 : 뭐야?
주희 : (돌아선다) 저 출근 할래요.
정호 : (잡아 세운다) 그 꼴 당하구 무슨 정신에 출근을 하니?
주희 : 나가야 돼요. 월차 휴가를 다 썼기 땜에,
정호 : 이거 정말 등신 아냐?!
주희 : 저 등신 아니예요. 생각 많이 하며 살아요.
정호 : (어깨 잡아 거칠게 돌려 세운다) 사람 더 미안하게 만들래? 너 왜 이렇게 지독해?
주희 : 먼저 가보겠습니다.
정호 : 그래, 가!
S#57. 이령 집 마당.
주희, 건물 현관을 나온다. 아무 생각 없이 물끄럼한 표정으로 가다가 잠깐 휘청, 선다. 내가 지금 어지럽구나…무지 피곤하구나…
가만히 앉는다. 한참. 조심스레 선다.
주희 : (중얼중얼) 괜찮겠지…괜찮을거야…
조심스레 다시 걷는 주희.
이령의 집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는 정호…
무심한 듯 걷는 주희.
정호, 획 돌아선다.
S#58. 동 부근 골목.
주희가 골목길 막 빠져 나가려는데 경적 소리와 함께 정호의 차가 선다. 주희, 멈칫.
정호 : (굳은 표정. 차창을 내리고) 타.
주희 : ?
정호 : 나두 어차피 나가야 돼…(팔을 뻗쳐 문을 열어 준다) 타…
주희 : (시선 떨군다)
정호 : 말 좀 들어…
주희, 타고, 다시 출발.
S#59. 골목 벗어난 차 안.
주희가 벨트를 맨다.
정호 : (앞만 보며) 기대구 한 잠 자. 잠깐이라두.
주희 : (언뜻 보면)
정호 : 도착하면 깨워 줄게.
주희 : 저, (머뭇…그러나 너무 피곤하기 때문에) 네…(시트 좌우를 핀다. 레버를 찾는 것)
정호 : 오른쪽이야.
주희 : 네.
시트를 반쯤 젖히고 모로 눕듯이 기대는 주희, 눈감는다.
정호, 운전하며 주희의 어깨와 등을 힐끗 보고는 더욱 심하게 착잡해진다. 저런 애한테 고통을 줬다는 게…
S#60. 송현. 이령의 방.
이령, 입술 지그시 깨문 채로 손을 빠르게 놀려 파일 확인하는 중…
이윽고, 책상을 쾅 치고 일어선다. 미치겠다. 머리를 싸 쥐는.
S#61. 거리. 다리는 정호 차 안.
정호, 운전 하면서 언뜻 보면, 돌아 앉은 주희, 미동도 없다. 입을 반쯤 벌린 채 곤히 자고 있다…
전화벨이 울린다. 주희, 언뜻 눈을 뜬다.
정호 얼른 리시버 꽂으며 주희가 깰까 힐끗 본다.
정호 : (전화. 나직)... 어..
주희 : (다시 눈 감고)
정호 : (전화) 지금 가구 있으니까 좀 있다 얘기, (저쪽에서 말 잘랐다)…뭐?…뭐가 깨져?
주희 : (눈 뜬다 몸은 그대로인 채???)
S#67. 송현. 이령의 방.
이령 : (전화) 디스켓, 하드, 다 날라갔어…복구가 안돼…
S#68. 정호 차 안.
정호 : (멍하니) 그래?…
주희 : (몸을 일으킨다)
정호 : (주희 언뜻 보고는 전화) 알았어. 암튼 가서 보께. (끊으며 언뜻 웃어 보이는)
주희 : (무안한 듯 머리 매만지며) 무슨 일,
정호 : (자른다. 둘러대는) 어어, 별 거 아냐. 송변이 뭐가 좀 헷갈린다구…
주희 : 혹시 제가 뭘 잘못 건드렸나요?
정호 : 신경 쓰지마.
주희 : 자료가 어떻게 됐다구 하는,
정호 : (자른다) 가 보면 알겠지.
주희 : 깨졌나요?
정호 : 뭐 좀 먹자.
S#69. 설렁탕집.
주희, 침착하게 착실하게 먹는다.
정호 앞에도 그릇이 있지만 먹지않고 주희를 물끄러미 보다가 쓴웃음 지으며 외면.
다시 보면, 주희 여전히 밥 건져서 입에 넣고 매매 씹는다.
S#70. 송현, 갱의실.
하영 : (거울 앞에서 홱 돌아본다) 누굴 봤다구?
민지 : 오유리 변호사요…
은애 : 글쎄, 가슴 확대 수술 상담하러 왔대는데, 얘가 봐버린 거예요…
민지 : 조용히 와서, 상담두 소곤소곤 은밀히, 갈때두 조용히,
은애 : 수술두 쥐도 새도 모르게 하겠지 뭐. (하영에게) 며칠만 쉬면 된다거든요.
하영 : 아가들아?
둘 : 네?
하영 : 세상에 젤 재밌는 게 남걱정이긴 하지만, 남 얘기루 하루를 시작하는 건 좀 그렀지?
둘 : ???
하영, 나간다.
S#71. 복도 입구.
갱의실 쪽에서 오는 하영과 입구 쪽에서 오는 유리.
하영 : (엄청 친절) 어머 오변호사님, 일찍 나오셨네요.
유리 : 하영씨두요.
유리와 하영, 복도로 들어선다.
유리 : 자리두 바뀌었나부죠?
하영 : 네, 업무가 달라졌으니까요. 고도의 전문직은 아니지만.
S#72. 비서실 앞 복도.
유리와 하영, 온다.
하영 : 수고사헤요
유리, 그냥 간다. 하영, 자리로 가면서 빙긋 웃음.
하영 소리 : 새로운 발견. 수재들은 가슴 크기 신경 안쓰는 줄 알았어.
S#73. 송현 건물 앞.
출근 러쉬.
주차장으로 향하는 차들 밀려 있고, 기사가 딸린 차나 택시는 중앙 현관 앞으로 진입, 주인을 내려 주고 빠져 나간다.
석기의 차, 현관 앞으로 다가와 선다. 타미가 운전석에.
타미 : 나 오늘은 뭐하구 놀지? 또 할 일 없나?
석기 : 전화할게. (내리려다 멈칫)
정호의 차가 주차장 진입 차량 행렬 끝에 붙어서는 것이 보인다.
타미 : 어, 그 여자다…남자랑 같이 나오네?
석기 : (픽 웃음)
타미 : 상관없잖아. 자료 빼돌렸음 둘이 같이 있든 말든..두 사람 친한 거 싫어? 저 여자 좋아해?
정호 차안.
정호 : 한참 걸리겠어. 먼저 올라 가.
주희 : …네..
주희, 내린다.
석기, 내리면, 타미는 떠나고,
주희, 석기를 못보고 현관을 향하다가 멈칫.
석기 : (빙긋 웃음)
주희 : (목례하고 지나치려는데)
석기 : (나직) 서정호씨랑 같이 나오더라?
주희 : (선다…)
석기 : 한 동네 사나?
주희 : (돌아본다)
석기 : 아니면 한집에 사나.
아주 조금씩 서행중인 정호, 둘의 모습 본다. 저 새끼 애 붙들구서 뭐라는 거야???
주희, 그냥 들어간다. 그 뒤 석기도.
정호, 앞차를 따라 조금 움직이면서 불쾌한 의혹.
석기 : (나직) 여기 그만 두지 않는 이유가, 아니, 나랑 한편이 될 수 없는 이유가 그거였어?…
주희 : (파르르 떨리는 미간)
S#74. 갱의실
주희, 망연히 서 있다.
주희, 지우려는 듯 고개를 털지만,
호텔 방. 혜수에게 맞고 채이고 목졸리는 주희.
주희, 털어내려 머리를 감싸는데,
하영이 들어온다.
하영 : 뭐야?…늦게 나왔으면 언니한테 얼굴을 보여 줘야지…
주희 : (옷장문 닫으며 맥없이 웃음)
하영 : 어제 무슨 일이야? 왜 송변 집에서 잤어?
주희 : (구석의 의자에 앉는다..) 전화 했었구나?…
하영 : 세번이나 했다. 핸드폰 했더니 안받길래 집으루 두 번…첨엔 세희두 너 전화 안 받는다구 걱정 하더라.
나두 걱정돼서 밤늦게 또 했더니 그때 세희가 그러더라. 송변이 직접 전화했다구.
주희 : 그랬지.
하영 : 송변 집에서 일하다 잤다매 왜 송변은 일찍 나오구 넌 서변이랑 같이 나와?
주희 : 그렇게 됐어.
하영 : 글쎄 그렇게 된 전후 좌우 사정이 뭐냐니까?
주희 : 사정은 무슨. 그게 다지.
하영 : 난 너한테 오만 때만 얘기 다 하는데 넌 왜 안그래? 김새게?
주희 : …
하영 : 인간관계구 남녀관계구, 초기 설정이 웬만해선 안바뀌지…초장에 여자가 남자 술값 내주며 시작한 사이는
결혼해서 애낳구 몇 십년 살아두 계속 그 타령이구, 남자가 여자 업구 다니며 시작한 사이는 환갑돼두 업어 모신대니까…
남의 남자 뺏어갖구 사는 여자들은 혹시나 또 자기 같이 생긴 여자한테 똑 같은 꼴 당할까봐 평생 전전긍긍이구…
너랑 나랑 우정두, 넌 듣구 난 떠드는 설정이 오늘날까지 계속이야…근데 이거 좀 불공평하지 않니?
넌 도대체 나한테 뭘 먼저 물어 본 적이 없어, 적이…
주희 : 묻기 전에 니가 먼저 다 말하는데 뭘…
하영 : 싫다 이것아. 오늘은 먼저 말 안한다. 알렉스랑 어제 저녁 먹은 얘기해줄라 그랬는데, 안 물어봐서 재미없어. 안해.
주희 : 하영아…
하영 : 왜!
주희 : 옆에 좀 앉아볼래?
하영 : 기집애….(앉는다. 다시 재잘재잘) 알렉스 걔, 괜찮더라. 칙칙하지 않구, 은근히 카리스마두 있구…
주희 : (기댄다)
하영 : (엄?…) 너 무지 피곤하구나?…
주희 : 그런 거 같애…
하영 : 그뿐야? 정말 그게 다야?
주희 : 응…
하영 : 나, 서변 얄미워.
주희 : (맥없이 웃음)
하영 : 뭐니? 도대체…그렇게 갖은 일 다 시킬거면 지 돈으루라두 월급을 두 배쯤 주든지,
주희 : 저기,
하영 : 저기 뭐!
주희 : 암말두 하지 말구 삼분만 같이 있자…
하영 : (한번 보고는…) 알았어…
주희 : (기댄 채…)
하영 : (퉁명) 이러구 있으니까 내가 너한테 무척 필요한 존재 같다, 얘…
은애가 들여다본다.
은애 : 하영언니, 알렉스가 찾는데요,
하영 : (일어서며) 어머 내 정신 봐. 인제 내 담당이지.
S#75. 석기 방.
하영 : (커피를 내려 놓고)
석기 : 어젠 잘 들어갔나요?
하영 : 덕분에요…커피 취향을 미리 여쭤 볼 걸 그랬나봐요.
석기 : 해 주는대로 마실게요.
하영 : 감사합니다. 소탈하게 대해주셔서.
S#76. 정호 방.
주희가 탁자 위에 커피를 내려 놓고,
정호는 책상 앞에 앉아 있고, 이령은 창 가에.
이령 : 출근은 어쩔 수 없이 했더라두, 대강 좀 쉬지 그래…
주희 : 아닙니다.
정호 : (쩝) 김주흰 저런 말 밖에 할 줄 몰라…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령 : 그래두 용하지 뭐야…
정호 : (주희 본다) 그 친구 뭐래?
주희 : 네?
정호 : 현관 앞에서 뭐라구 뭐라구 하는 거 같던데?
주희 : (아아…) 네, 저, 그냥 아침 인사 겸, (하다가 이령에게) 저, 자료파일이 어떻게 됐나요?
이령 : 정리하면서 확인 저장 했지?
주희 : 네, 분명히,
정호 : (자른다) 신경 쓰지 말라구 했지…
이령 : (정호를 보고)
주희 : …
정호 : 나가 봐.
주희 : 네.
주희 나가면,
이령 : 손을 탄 거야…그러지 않구서는 이렇게 깨끗이 청소가 될 수 없어.
정호 : (말도 안된다) 언제…누가…
이령 : (본다) 혹시 김주희 뭐 집히는 거 없을까? 두 번 갔잖아. 그러면서 무슨 수상쩍은 낌새 같은 거라두…
정호 : …
이령 : (인터폰 누르려)
정호 : 뭘 다시 불러…
이령 : (보면)
정호 : 걔한텐 악몽이야…생각하기두 싫을텐데.
이령 : 미안해하는 그 마음은 알겠는데, 그래두 당신 말구 현장에 젤 오래 있었어. 바쁘게 정리하면서 뭘 잘못 눌렀을 수도 있구…
정호 : 이거 봐…만에 하나 그랬다 쳐. 그럼 걘 뭐가 되니?…
이령 : (외면)
정호 : 놔 둬…들쑤시지 말구…(전화를 한다)
이령 : ?
정호 : (전화) 어, 형님. 서정혼데, (하다가) 뭐요?
S#77. 거리. 조사장 차 안.
조사장(호텔에 정호와 있던 남자1) : ? (운전하며 통화) 우리 당분간 모르는 사이야. 새벽같이 사발통문이 돌았어.
세무서에서 한바탕 뒤집을 거 같다구…모르지 그건…직원들더러 출근 하지 말라구 했어.
S#78. 송현. 정호 방.
정호 : 뭐요?…
이령 : 뭔데?
S#79. 석기 방.
석기 : (전화) 여기 홈페이지 들어가서 내 아이디루 로그인 해…김주희 신상 자료 찾아봐. 주소가 나올거야.
S#80. 거리. 석기 차안.
타미 : 그런 담에?…집엘?
S#81. 석기 방.
석기 : (전화) 아마 동생이 있을 거야…어떻게 살구 있는지 살펴봐. 눈치껏…
S#82. 주희 동네 골목 입구.
타미가 차에서 내리고, 야채며 과일 따위 파는 트럭이 ‘달고 맛있는 참외가 오천원에 일곱 개, 싱싱한 열무,
대파 양파 쪽파도 있어요’ 등등 앵무새처럼 시끄럽게 떠드는 중에 주부들이 야채를 사고 있다.
S#83. 주희 집 마당.
야채 트럭이 마이크 소리 계속 들려오고, 타미, 엉거주춤 들어서다가 주희 집 베란다의 세희를 보자 언뜻 고개 돌린다.
세희, 베란다 유리문 하단의 난간 틈으로 내다보고 있다. 타미, 딴전을 피운다.
세희 : 이 동네 사세요?
타미 : 네? 아니요, 저, 볼 일이 있어서 지나가는 길인데요,
세희 : 바쁘세요?
타미 : (본다. 맞나?)
호텔방에서 주희 수첩의 사진 봤던 것 스친다…
타미 : (미안하기도 하고 좋기도 해서 어색한 웃음) 아, 아니요, 나는 바쁜 사람이 아니예요. 그냥 노는 사람,
세희 : (웃음) 백수요?
타미 : 네? 아, 네,
세희 : 저기, 뭐 하나 부탁해도 돼요?
타미 : 뭔…데요?
세희 : 저기 트럭에서 참외 오천원 어치만 사다 주시래요?
타미 : 네?
세희 : 제가 나갈 수가 없어서요…
타미 : ?
S#84. 골목 입구.
타미, 참외 봉다리 받아든다.
S#85. 주희 집 마당.
베란다 난간 틈으로 참외 봉다리 주고 받는 세희와 타미.
세희 : (받아서 봉다리 속의 참외 하나 꺼낸다) 이건 심부름 값,
타미 : (엉거주춤 받는다) 고마워요.
세희 : 깎아서 대접해드리구 싶지만 그건 좀 오바죠?
타미 : 아, 네, 그렇죠.
세희 : 그럼,
타미 : 저기,
세희 : 네?
타미 : 어디 아파요? 왜 남한테 부탁해요?
세희 : (웃음 띤 채 본다..) 척추가 안좋아요. 하반신 불구,
타미 : (반색) 그래요?
세희 : 엄? 왜 그렇게 좋아해요?
타미 : 어, 어, 음, 그런 친구들 많이 알아요.
세희 : (비로서 본다) 한국서 안 살아요?
타미 : 네…
세희 : 아하..어쩐지…
타미 : (벌쭉 웃음)
세희 : 암튼 정말 고마워요. 수고해줘서.
타미 : 저, (쥐고 있던 참외 한 개를 들어보이며) 이거 지금 먹구 싶은데,
세희 : 트럭 아저씨한테 칼 빌려서 깎아 드세요.
타미 : 아, 네,
세희 돌아앉아 봉다리 들고 안쪽으로 이동.
타미, 유심히 본다. 세희가 돌아보면, 얼른 돌아서는 타미.
S#86. 골목 입구.
타미, 물건 파느라 바쁜 야채 장수 곁에 서서 깎은 참외를 우적우적 먹으며 골목 안쪽 연신 본다…
S#87. 비서실. 그날 아침 상황 계속.
실장 : 서변이 계속 틀려나? 이 사건 못한다구?
주희 : …
하영 : 얜 벽이잖아요. 벽이 뭐 속시원히 말하는 거 보셨어요?
실장 : 하영씬 알렉스만 신경 쓰면 되는 거잖아? 그러느라 바쁠테구.
하영 : 비웃지 마세요. 실장님…알렉스 그 사람, 상사로서뿐 아니라 남자로서두 꽤 매력 있어요. 매너까지 깔끔하구…
제가 공적으루나 사적으루나 신경 쓰는 거,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죠.
주희 : (귀를 막고 싶다)
하영 : 내가 너무 솔직했니?
주희 : (억지 미소)
하영 : 나 그거 빼믄 시체잖아. (선다) 요것들, 잘 하구 있나 봐야지.
하영, 가고,
실장 : 나 참…(하다가) 정말 몰라?
주희 : 뭘요?…
실장 : 주희씨, 서변이랑 친하잖아. 와이프랑두 개인적으루 잘 알구.
주희 : 그, 그렇다 해두 일에 대해선 제가 모르죠…(굳이 일거리 잡는다)
S#88. 안내 데스크.
하영이 은애와 민지 꾸짖는다.
하영 : 근무 시간에 잡담이나 사적인 통화, 싸이질은 절대 금물이야. 여긴 법무법인 송현의 대문이잖니?
대표님부터 구성원들, 또 신참들, 고객들이 하루 종일 드나들어…실수, 헛점, 그런 거 보이면 안돼…
적어두, 구관이 명관이다. 양하영 다시 여기 앉혀라, 그런 소린 듣지 말아야지.
은애 : 네, 언니.
하영 : 민지 니가 선임자니까 책임지구 적응시켜.
민지 : 네.
하영 : 잘 해. 알았지?
둘 : 네.
하영, 가면,
민지 : 짤릴까봐 덜덜 떨던 때는 언제구.
은애 : 우리가 이해 하자.
S#89. 복도.
하영이 오고, 재서가 자료실에서 나온다.
하영 : 어머, 이변호사님.
재서 : 어…안쪽으루 옮겼어요?
하영 : 네…자주 안보여두 서운해 마세요.
하영, 가고, 재서, 허,
S#90. 재서들 방.
재서 들어오며,
재서 : 허, 참, 귀엽네, 귀여워.
유리 : (본다)
기순 : 누가?
재서 : 양하영이 말예요…. 인제 노골적으루 뻐기는데?
유리 : 힘 있는 사람 측근이 됐다는 거죠.
기순 : 어제 우리 전화 했을 때, 그때 이미 둘이 2부 순서 진행 중 아니었을까?
재서 : 에이, 양하영이 그 정도는 아니지…만만하진 않아요…
유리 : (둘을 본다)
기순 : 아, 아니, 어젯밤에, 우리 둘이 한 잔 하다가 생각이 나가지고 전화 함 해봤지.
유리 : (재서를 본다)
재서 : 선배가 먼저 불러 내자 그랬잖소.
기순 : 아니, 이 친구 말이, 양하영이가 저번날 하도 쥑이줬다 하길래 우째 죽이 주는가 함 볼라고,
재서 : 거 참 선배는, 누가 들으면 뭔 짓 한 줄 알겠, 아, 아니, 내 여성관을 의심하겠어요.
유리 : (홱 돌아 앉으며 내뱉는) 대한민국 수컷들.
기순 : 아메리칸 수컷들은 어떤데?
유리 : 진정한 수컷만 살아 남죠. 능력과 진실성을 겸비한 인간…그 외엔 전부 도태돼요. 맨하탄만두 구멍가게 돌면서
명함 돌리는 변호사가 수백명이에요. 인제 한국두 그렇지 않나? 사건 하나 맡아볼려구 교도소 순회 공연하면서,
내가 너 여기서 빼내줄게, 그런다매요…아니면 돈과 권력과 쾌락의 늪에 빠져서 끝내는 파멸하거나,
재서, 기순 : (머쓱, 눈 맞추는)
S#91. 안내 데스크.
영중이 들어 온다. 민지, 은애, 일어선다.
둘 : 어서 오십시오, 대표님.
영중 : (힐끗) 양하영이, 안으루 옮겼나?
둘 : 네.
S#92. 비서실 앞 복도.
영중, 온다.
하영, 은근한 미소 지으며 일어서고, 실장, 주희, 엉거주춤 서며 목례.
영중 : 서변 나왔다구?
하영 : 네, 대표님.
실장 : (하영을 곱지 않게 힐끗)
주희 : …
영중 : 내 방에 모이라구들 해 줘. (방으로)
하영 : 그러겠습니다.
영중 : (돌아서고)
하영 : 차는요, 대표님?
영중 : 됐어.
하영 : (전화기 집어 든다) 알렉스, 대표님 방으로 오시랍니다.
S#93. 비서실 앞 복도.
석기, 방에서 나오고, 정호와 이령이 온다.
석기 : 서선배님, 반갑습니다.
정호 : (힐끗)
석기 : 현명한 결정, 기다리구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