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후 부산 덕천동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은 경남 양산과 덕천동에 볼일이 있어 아침 일찍 출발했다. 삼천포서 양산 가는 버스는 하루 2번 오전 오후 한번씩이다.
양산에서 일보고 밥 먹고 해도 약속 시간까지는 너무 많이 남았다. 목욕을 할까 영화를 볼까 고민 아닌 고민을 했다. 내게 선택장애가 있나? 요즘 별거 아닌 것도 쉽게 결정 못 한다.
영화 보면 잠만 잘 것 같아 사우나로 땀 빼고 잠 자는 게 나을 것 같아 어느 사우나에 들렀다.
장시간 버스를 타고 온 탓에 잠이 깊어 들었다 깨어 나니 제법 시간이 흘렀다. 비몽사몽 간에 샤워를 하다 고개를 돌리니 어떤 건장한 남자가 커다란 걸 달고는 탕속에 있었다. 우와! 몸 좋네.
안면이 참 많은 사람인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남자도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더만 아는 체를 안 하는 거다. 모르는 사람인갑다 했다.
사우나 온 김에 이발도 해야지 하고 잠시 출타한 이발사를 기다리는데 누가
"회장님!" 하고 부르는 거야. 둘러보니 다른 사람이 없어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빤히 쳐다 봤지.
백내장 수술에 노안 수술까지 했는데 퍼뜩 떠오르지 않는 거야. 약간 어두운 곳에 가면 잘 보지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치매인가?
그 남자가 "저 총무" 하는 말에
'아! 이**!' 그제야 떠오르는 거다.
세상에 세상에...
**씨는 내가 회장 역할을 하는 오래 된 모임의 총무다. 그래도 그렇지 우째 몰라봤을까. 진짜 치매인가? 나이 탓일까? 사우나 안의 어둡고 습기찬 공기 탓일까?
**씨는 다대포 사는 양반이 멀리 떨어진 덕천동 사우나에 있으니 닮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나도 사우나 가서 땀 빼고 잠 좀 자고 나올거라 거기서 **씨를 만날 거라 생각을 못 했던 거다.
ㅎㅎ 어느 날 오후에 있었던 에피소드다.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카페 게시글
살아가는 이야기
상옥이 편지
덕천동 총무 241027
김영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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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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