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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가 춤바람이 들었다? MK픽처스, 시네라인-투, 싸이더스FNH, CJ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대형 영화 제작사나 투자사들이 본격적으로 뮤지컬 제작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제작방식은 각양각색으로, 기존에 만들었던 영화를 뮤지컬로 제작하거나, 아예 새로운 창작물로 뮤지컬을 만들거나, 또는 한 시나리오로 영화와 뮤지컬을 동시에 제작하는 새로운 방식들이 시도되고 있다. 전혀 다른 패러다임인 뮤지컬 분야에 영화사들이 도전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긍정적인 시선이다. 최근 ‘돈이 된다’는 소문에 앞 다투어 뮤지컬계에 진출한 다른 기업들에 비해, 영화 제작사들은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우리 고유의 좋은 콘텐츠를 활용해 뮤지컬을 제작한다”는 순수한 의도로 진출하기 때문에, 오히려 공연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공연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공연기획사 악어컴퍼니의 조행덕 대표는 “상대적으로 공연기획사에 비해 뛰어난 마케팅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영화 제작사와의 협력을 통해, 뮤지컬 홍보에 관해 많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뮤지컬 제작에 인적, 지적 인프라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영화 제작사들의 무분별한 진출은 뮤지컬 시장에 해가 될 수도 있다. 영화 제작사들이 뮤지컬 제작에 나서는 이유, 그들이 생각하는 제작 방식은 어떤 것일까? 충무로에 분 뮤지컬 제작 바람의 실체를 밀착 취재했다. 최근 각종 언론을 통해 대형 영화 제작사들의 뮤지컬 제작 소식이 여러 차례 보도됐다. 지면에 거론된 영화 제작사의 이름은 MK픽처스, 싸이더스FNH, CJ엔터테인먼트, 시네라인-투. 이런 대형 영화 제작사들이 자신들의 터가 아닌, 공연업계로 진출한다는 사실도 흥미로운데, 제작되는 뮤지컬 중 다수가 창작물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뮤지컬계에 진출한 다른 기업들의 대부분이 해외 뮤지컬의 판권을 구입해 라이선스 뮤지컬을 상영했던 것에 비해, 영화 제작사들이 제작하는 작품들은 대다수가 기존에 영화사가 소유영화를 뮤지컬로 옮기는 것들이다. |
라이선스 뮤지컬? No! 창작 뮤지컬 제작에 나선다 |
영화 제작사 중 가장 먼저 뮤지컬계에 뛰어든 이는 CJ엔터테인먼트. 2003년 공연사업팀을 만든 후, <캐츠><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들에 주로 투자해왔다. 그러나 올해 오만석이 주연하는 <김종욱 찾기> <컨추리 보이스캣>, 2편의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한국형 뮤지컬’ 제작에 나선다. 한소영 CJ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부장은 “젊은 창작인을 발굴하고 창작 뮤지컬을 육성하기 위해 CJ엔터테인먼트는 ‘Musical showcase’를 시작했다.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고 쇼케이스에 응모한 작품 중 1~2편은 직접 제작도 할 것이다. <컨추리 보이스캣>은 그 산물로, 제작이 결정된 쇼케이스 작품 중 하나다”라며 앞으로는 창작 뮤지컬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라이선스 뮤지컬을 수입해 상영하는 식의 현재 방식은 곧 한계가 온다. 이에 대처할 창작 뮤지컬 제작의 중요성에 대해 CJ엔터테인먼트는 내부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상태”라며, 지난 10년간 CJ엔터테인먼트가 영화 사업을 통해 얻은 많은 영화 콘텐츠들은 ‘하나의 보물창고’처럼 뮤지컬 제작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네라인-투의 석명홍 대표도 CJ엔터테인먼트의 이러한 입장에 공감한다. 2005년부터 공연사업을 준비한 시네라인-투는 공연업무를 전담하는 아트라인 부서를 만들고, 창작 뮤지컬인 <폴 인 러브>의 제작을 지난 11일에 발표했다. 6월 2일부터 8월 27일까지 연강홀에서 상영될 <폴 인 러브>는 KT와 스폰지가 설립한 영상재단의 전액 투자로 제작되는 작품으로, 영화 제작사가 제작한 최초의 창작 뮤지컬이다.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 작·연출로 실력을 인정받은 성재준 감독이 연출하고, <프로듀서스>로 스타덤에 오른 김다현이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석명홍 대표는 “그동안 한국 뮤지컬 시장의 80퍼센트를 차지한 라이선스 뮤지컬에 가려, 창작 뮤지컬이 등한시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투자가 부족했던 까닭이라고 본다. 시네라인-투는 라이선스 뮤지컬이 줄 수 없는, 국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정서를 담은 뮤지컬들을 앞으로 계속 제작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시네라인-투에서 제작이 확정된 창작 뮤지컬만 5편 이상이다. 고우영의 <수호지>를 원작으로 하는 <무대&무송>, 페데리코 펠리니의 <라 스트라다> 외에도, 영화 제작을 위해 시나리오 작업 중인 <뭉치>와 <브론즈>를 뮤지컬로도 제작한다. |
싸이더스FNH, 공연기획사와 손잡다 |
21세기형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싸이더스FNH의 경우, 공연 기획사인 악어컴퍼니의 지분을 사들여 5월 중, 자사로 흡수할 계획이다. 아직 사인만 안 했을 뿐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와 조행덕 악어컴퍼니 대표가 이미 합의한 사실이다. “싸이더스FNH와 합친다는 것은 공연기획사인 악어컴퍼니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싸이더스FNH가 가진 영화 콘텐츠들은 공연 제작에 있어 크게 활용될 수 있다”고 조행덕 대표는 밝혔다. 최근 <달콤, 살벌한 연인>을 차승재 대표의 추천으로 봤다는 조행덕 대표는 “영화 콘텐츠를 뮤지컬로 제작할 경우, 10퍼센트 정도로의 인지도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작품의 텍스트가 가진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지만, 인지도도 무시할 수 없다”며 영화 콘텐츠가 가진 매력을 설명했다. 악어컴퍼니가 현재 제작을 확정한 <싱글즈> <은행나무 침대> 등은 모두 영화를 원작으로 작품들. <은행나무 침대>의 경우, 몇 년 전 정훈탁 iHQ 대표의 권유로 제작을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싱글즈>는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으로, 내년에 공연될 예정이다. 현재 기획 단계인 <청동불꽃>의 경우, <남자충동>으로 유명한 조광화의 신작으로 뮤지컬은 물론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
‘원 소스 멀티 유즈’, 이제는 대세다 |
앞서 언급한 시네라인-투의 <브론즈> <뭉치>, 악어컴퍼니의 <청동불꽃> 외에도 MK픽처스의 <구미호 가족>도 영화와 동시에 뮤지컬로 제작되는 작품이다. 그동안 ‘원 소스 멀티 유즈’라 해서, 기존의 제작된 콘텐츠를 뮤지컬로 만드는 시도는 많았지만(<와이키키 브라더스> <싱글즈> 등), 이처럼 하나의 극본을 가지고 같은 시기에 영화와 뮤지컬의 동시 제작을 추진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MK픽처스의 <구미호 가족>은 가장 먼저 결과물을 볼 수 있을 작품이다. 영화는 여름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이며, 뮤지컬은 이르면 올 겨울, 늦으면 내년 초에 초연될 예정이다. 심재명 MK픽처스 대표는 “영화는 한번 제작하면 끝이다. 흥행 성적 여부에 따라 그 영화의 존재가 결정된다. 그러나 뮤지컬은 다르다. 좋은 작품은 여러 번 재가공되면서 장시간 상연될 수 있다”며 뮤지컬 제작이 가지는 매력을 설명했다. 또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경우가 그러했다. 공연권을 대여해, 우리가 아닌 공연기획사에서 제작했는데 처음에는 흥행이 잘 안됐지만, 나중에 단점을 보완해 재상연하면서 점차 좋은 뮤지컬로 정착했다. 뮤지컬은 장기간 상연된다는 점에서 흥행 리스크에 대한 부담도 영화보다 적다”라며 <구미호 가족>의 뮤지컬 제작에 소요되는 경비는 현재 5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소영 CJ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부장 역시 “좋은 공연은 10년, 아니 20년을 지속할 수 있다. 초연 때는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지만 일단 셋업된 이후에는 극장 운영비(배우 개런티와 마케팅 비용 등)만 들어가면 되므로, 수익 면에서 아주 바람직하다. 또한 공연의 평균 티켓 단가는 대극장의 경우, 7~8만원으로 영화의 티켓 단가의 약 10배다”라며 뮤지컬 제작의 경제적 장점을 밝혔다. 영화가 뮤지컬로 만들어질 경우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제작된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어도 마케팅 차원에도 좋다. 외국의 경우, <프로듀서스>와 같은 작품은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결국 영화와 뮤지컬은, 어느 쪽이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 역시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
영화 제작사의 뮤지컬 제작이 갖는 단점 |
“문제는 국내에, 뮤지컬을 실제로 제작해본 전문 프로듀서들의 수가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정도가 우리 힘으로 직접 제작한 뮤지컬로 손꼽히는 상황에서, 몇 안 되는 뮤지컬 프로듀서들을 영화 제작사들이 영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조행덕 악어컴퍼니 대표는 영화 제작사들의 섣부른 공연업계로의 진입이 가져올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토박이 공연기획사들이 쌓아온 그간의 노하우들, 인적·지적 인프라는 단순히 뮤지컬 프로듀서 몇 명을 고용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영화 제작사들은 회사 내에 공연 기획부서를 만드는 것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싸이더스FNH의 경우, 악어컴퍼니라는 토박이 공연기획사와 손을 잡았지만, 사실 MK픽처스나 시네라인-투의 경우, 공연 기획부서를 만들거나 규모를 키우는 것으로 뮤지컬 제작 준비에 나선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심재명 MK픽처스 대표는 “그렇다. 국내에 뮤지컬 제작 경험이 있는 프로듀서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도 지금 시작하는 단계니까 함께 배우면 되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구미호 가족>의 경우, 첫 시도라 흥행에 대한 부담도 적다"라고 이 부분에 대해 역시 공감하고 있었다. 잇따른 영화 제작사들의 뮤지컬 제작 발표가 어떤 결과를 얻을지는, 6월에 막을 올릴 <폴 인 러브>를 시작으로 가까운 미래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대박을 노리는 투자가 아닌, 기존에 가진 좋은 콘텐츠를 활용하고, 혹은 새로운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 시도이니만큼 좋은 결과를 낳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춤바람이 바람으로만 끝나지 않길, 새로운 공연분야의 판로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
[Interview]악어컴퍼니 대표 조행덕 대표-“싸이더스FNH와 손잡고 좋은 뮤지컬 만든다” |
연극 <이> <클로저> <아트> 등을 제작한 악어컴퍼니는 공연기획사의 선두주자다. 곧 싸이더스FNH와 손을 잡는 악어컴퍼니의 조행덕 대표와 만났다. |
싸이더스FNH와 한 건물을 쓰고 있다. 회사가 합쳐진다. 5월 중 계약서에 사인할 예정으로, 이후에는 싸이더스FNH와 회사 지분을 함께 보유할 예정이다. 합병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관계사 정도가 된다고 이해하면 쉽다. 차승재 대표는 개인적으로 잘 아는 ‘형’인데, 정말 믿을만 한 사람이라 함께 작업하기 좋다. 싸이더스FNH가 악어컴퍼니와 함께 일하려 하는 까닭은? 콘텐츠 확보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연극·뮤지컬 콘텐츠와 싸이더스FNH의 영화 콘텐츠가 합쳐진다고 생각해봐라. 굉장하지 않은가. 싸이더스FNH는 현재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우리 회사와 합칠 경우, 공연기획사를 갖게 되는 셈이다. 우리 역시, 싸이더스FNH의 도움이 여러모로 필요해, 서로 ‘윈-윈(win-win)’하자는 생각에 합치게 됐다.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갖는 장점이 있을까? 인지도는 10퍼센트를 잡는다.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라고 해서 흥행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텍스트의 완성도다. 영화였던 텍스트를 뮤지컬이라는 매체에 얼마나 맞게 잘 바꾸느냐, 완성하느냐가 중요하다. 영화였던 <싱글즈>와 <은행나무 침대>를 뮤지컬로 제작한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찾다가 <싱글즈>를 주목하게 됐다. 영화 속 네 명의 주인공들이 가진 캐릭터들이 재밌었다. 극 자체가 가볍지만 않고, 삶에 대해 한번쯤 고민하게 만드는 주제라 뮤지컬로 제작하고자 한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참 고민해볼 만한 매력적인 나이가 아닌가. <은행나무 침대>는 싸이더스FNH 작품이 아닌데도 제작한다. 예전에 iHQ 정훈탁 대표가 이걸 한번 만들어보면 어떴겠냐고 묻길래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답했다. 작품이 좋아 사용권을 구입했다. 2년 뒤쯤 제작할 예정이다. 그때 iHQ가 참여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영화와 뮤지컬을 동시에 제작하고도 있다. <청동불꽃>이란 작품을 준비 중이다. 영화와 뮤지컬로 동시에 만들 생각이다. 이 외에도 창작극을 다수 준비 중이다. |
[Interview]<구미호 가족> 뮤지컬 제작에 나선 MK픽처스 대표 심재명-“한국영화 황금시대, 뮤지컬 제작할 여건 갖추었다” |
좋은 영화 만들기로 소문난 토종 영화 제작사, MK픽처스가 뮤지컬 제작에 나선다. 지금까지는 뮤지컬 제작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사용권만을 대여했지만 <구미호 가족>을 기점으로 좋은 뮤지컬들을 제작할 생각이다. |
<구미호 가족>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뮤지컬을 제작한다. <구미호 가족>은 <순풍 산부인과>로 유명한 전현진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독특한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재미난 이야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처음부터 시나리오상에 뮤지컬로 가야할 부분이 있었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와 <시카고>의 중간 정도라고 할까. 9곡의 노래가 들어가기 때문에, 뮤지컬로 제작하면 좋을 듯해서 영화 제작과 동시에 뮤지컬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은 뮤지컬을 제작한 적이 없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경우도 공연기획사가 제작했지, MK픽처스는 제작에 관여한 바가 없다. 뒤늦게 뮤지컬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구미호 가족>의 제작 현황은? 생각보다 제작기간이 짧다. 일반 뮤지컬은 2~4년 정도 제작기간이 소요된다. MK픽처스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 영화사들도 뮤지컬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고 혹 영화사들이 뮤지컬 제작을 결정하는 건 아닌가? 공연기획사의 도움은 받고 있지 않은지? 혹 합병할 생각은 없는지? 앞으로도 뮤지컬을 꾸준히 제작할 것인가? 뮤지컬 제작의 애로사항은? <구미호 가족>의 경우,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뮤지컬에도 출연해도 되지 않을까? |
글 김지현 기자 | 사진 박승갑 2006.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