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기계 바퀴에 걸어 동력(動力)을 전달하는 띠 모양의 물건’을
‘피대(皮帶)’라고 한다는데
사전은 친절하게도 그 뒤에 ‘벨트(belt)’라는 들온말과
‘피댓줄’이라는 것을 덧붙입니다.
그동안 나는 ‘피대’는 그냥 영어의 belt를 우리 식으로 발음한 것인 줄 알았는데
한자로도 그렇게 나타낸 것을 보면서 단순한 음차(音借)라고 생각했는데
절묘한 번역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재미에 입가에 가벼운 웃음이 절로 괴어 옵니다.
어린 시절 방앗간에서 본 피대의 동력전달을 신기해 하면서 구경하던 일이며
그 가공할 힘에 압도되는 듯하면서도
거기서 오는 묘한 쾌감을 즐기기도 했는데
방앗간 주인은 우리가 피대 곁에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신경질 섞인 권위를 부리며 우리에게 으르대던 모습까지도
정겨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철없는 아이들이 피대로 전달되는 동력을
저희들 완력으로 멈추게 한다고 대들었다가 다친 일도 있었고
피대에 몸이 감겨 목숨을 잃은 일도 들으면서 자랐는데
그 무렵 우리에게는 그 이상의 괴력을 가진 물건이 없었던 것,
이제는 방앗간의 피댓줄은 갖다 댈 수도 없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기계들을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그런 기계의 힘에 속절없이 목숨을 잃는 이들 이야기도
또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는데
편리함과 위험은 항상 공존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하는 낱말 앞에서
문명이라는 것이 양날의 칼이라는 사실과
그것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인식이 있을 때에만
문명의 이기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거라는 점을 확인하며
피대에 얽힌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 가운데
많은 부분은 그냥 행간의 여백에 남겨두고
오늘 이야기를 여기서 접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