牧童(목동)
정민교(鄭敏僑: 1697~1731)
본관은 창녕. 자는 계통(季通), 호는 한천(寒泉).
어렸을 때 시인이었던 형 정내교에게 글을 배웠다.
평생 높은 관직에 오른 적은 없고, 평안도 관찰사를 역임한 홍석보는 그를
서기로 삼아 가까이했으며, 영남백(嶺南伯)이었던 조현명은 그를 객사에 머무르게 하고
함께 시를 수창하는 한편 자제교육을 맡기기도 했다.
정민교는 조현명의 객사에서 학질을 앓다가 35세로 요절했다.
저서로는 『한천유고』 2권 1 책이 있다.
맨발의 아이가 소를 몰고 가네
驅牛赤脚童 구우적각동
가을 산빛을 가득 싣고서
滿載秋山色 만재추산색
이랴이랴 쑥대머리 긁으면서
叱叱搔蓬頭 질질소봉두
흥얼흥얼 거리며 저녁달과 함께 돌아오네
長歌歸月夕 장가귀월석
*
가을도 깊어가는 가보다
해는 짧아지고
성긴 풀이라도 소에게 먹여야 한다
아이는 소에 질매를 얹히고 산으로 간다
인근 산은 민둥산이라, 마을과 멀리 가야
땔감이라도 구할 수 있다.
나무를 하는 동안 소를 풀어놓고
소는 풀을 뜯고
아이는 나무를 한다
변변치 않은 옷차림 쌀쌀한 기운에 다리가 붉어진다.
벌써, 해는 뉘엿뉘엿
나무 한 짐 싣고 집으로 가는 길
오늘을 마친 아이는 신이 났다.
노래타령에 질매에 산 하나가 실려가고
쑥대머리에는 저녁달이 둥지를 틀었다.
첫댓글 방금 마을 길에서 만난 아이 같습니다.
글이 위대하다고 느끼는 것은
몇 백 년이 지나도
그 사람이 살던,
또 느꼈을 감정들이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시대로
훅, 들어간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