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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조르주 로덴바흐의 소설 <죽음의 도시 브뤼게>
대본 파울 쇼트
초연 1920년 12월 4일, 함부르크와 쾰른 두 도시에서 동시 초연
배경 19세기말 벨기에의 브뤼게
<2010 핀란드 국립오페라극장 / 150분 / 한글자막>
핀란드 국립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 & 합창단 & 어린이합창단 연주 / 미코 프랑크 지휘 / 카스퍼 홀텐 연출
파울...........브뤼게에 사는 남자...........클라우스 플로리안 포그트(테너)
마리에타.....무용수............................카밀라 닐룬트(소프라노)
마리...........파울의 죽은 전처..............키르스티 발베(연기) & 카밀라 닐룬트 노래(소프라노)
프랑크........파울의 친구.....................마르쿠스 아이헤(테너)
브리기타.....파울의 가정부..................사리 노르드크비스트(메조 소프라노)
프리츠........피에로로 분장한 무용수.....마르쿠스 아이헤
빅토린........무용단의 무대감독............펄-하칸 프레흐트
줄리에트.....무용수............................카이사 란타
루시엔........무용수............................멜리스 야티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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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죽은 아내의 추억 속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 남자의 처절한 몸부림
코른골트가 불과 23세의 나이로 완성했던 오페라 <죽음의 도시>는 1920년 초연 이후 대서양 양안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천재 작곡가의 명성을 드높였던 화제작이었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그 그리움 속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는 한 남자가 죽은 아내와 꼭 닮은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시작되는 이 오페라는 R. 슈트라우스의 관현악법과 푸치니의 선율감각을 절묘하게 결합해놓은 매력으로 많은 오페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본 공연은 2010년 11월 핀란드 국립오페라에서의 무대를 수록한 것이다. 현재 영국 로얄 오페라의 디렉터로 활약 중인 덴마크 출신의 천재 연출가 카스퍼 홀텐이 연출을 맡은 본 프로덕션은, 주인공의 혼란스런 심리상태를 세련된 미장센을 통해 감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헬덴 테너 클라우스 플로리안 포그트와 최근 여러 바그너 배역들을 통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스웨덴 출신의 소프라노 카밀라 닐룬트가 노래와 연기 양쪽 모두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미코 프랑크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지휘도 나무랄 곳 없다.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Erich Korngold : 1897-1957)는 나치의 탄압을 피해 대서양을 건넌 뒤 할리우드의 영화음악 작곡가로 생을 마감했지만, 빈에서 활동하던 시기만 하더라도 모차르트에 비견되는 음악신동(그가 9세에 완성한 칸타타 ‘Gold'를 들은 구스타프 말러는 체믈린스키와 R. 슈트라우스에게 그를 제자로 추천하였다.)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후기낭만시대의 끝자락에 큰 족적을 남길만한 이름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를 대표하는 오페라 걸작인 <죽음의 도시>를 완성할 당시 그의 나이는 23살에 불과했지만, 그의 전도유망함을 주목했던 많은 오페라극장들이 이 작품의 초연을 위해 열띤 경쟁을 벌였고, 결국 이례적으로 1920년 함부르크와 쾰른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초연되었다.
오페라의 원작은 조르주 로덴바흐(Georges Rodenbach)가 1892년에 발표한 단편소설인 '죽음의 브뤼주'(Bruges-la-Morte)이다. 프리드리히 폰 오펠른-브로니코프스키가 1903년에 불어원작을 독일어로 번역하였고, 이를 토대로 작곡가 자신과 작곡가의 아버지가 공동으로 리브레토를 각색하였다. 파울은 죽은 아내인 마리를 마음에서 지우질 못하고, 그녀의 유품들을 소중하게 간직한다. 우연히 마리와 흡사한 외모의 가수인 마리에타를 만나게 된 파울은 마리에 대한 사랑을 마리에타에게 옮겨 간다. 하지만 파울의 내면에는 죽은 마리와 살아있는 마리에타 사이의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마침내 그는 죽은 마리의 망령이 지배하는 도시인 브뤼주(브뤼허)를 떠날 것을 결심하면서 이 오페라가 마무리된다.
=== 작품 해설 === <2001 린 국립극장 공연 DVD 내지해설 / 박종호>
죽음의 도시
죽은 아내를 잊지못하는 남자의 사랑과 집착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 Erich Wolfgang Korngold 1897 ~ 1957
벨기에의 아름다운 도시 브뤼게는 15세기까지는 무역과 문화가 함께 번성했던 한자 동맹의 주요 도시였다. 하지만 도시가 쇠퇴하면서 이 도시가 가진 진가와 매력은 물론 도시의 존재까지도 점점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져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이 도시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 극소수의 몇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이름조차 모르는 유럽 가운데의 숨겨진 도시이다. 완벽한 중세의 건물들로 이루어진 브뤼게는 주변이 운하로 둘러싸여서, 물과 다리와 첨탑으로 이어지는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런 브뤼게는 20세기에 들어서서 다시 사람들의 마음에 추억 저편의 도시로서 점점 아련하게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바로 단 한 편의 소설과 오페라 덕분이었다. 벨기에의 낭만주의 작가인 조르주 로덴바흐(1855~1898)가 1892년에 발표한 소설 <죽음의 도시 브뤼게>는 그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처럼 그려진 도시의 묘사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도시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환기를 하게 만들었다.
소설 속에서 작가가 묘사한 브뤼게는 이러하다. "추억이 샘의 얼굴처럼 다리 아래에서 솟아오르고, 창유리는 죽음을 앞두고 흐려진 눈동자와도 같고, 멀리서 들려오는 카리용의 가냘픈 가락은 아내의 목소리 같으며, 수면에 비친 건물의 박공지붕 꼭대기는 죽음의 감촉을 내뿜고 있었다. 이슬비는 영혼을 찔렀고, 강가의 포플러 나무는 슬프게 탄식하였고, 성당의 높은 탑은 사랑을 조소하였고, 운하의 백조가 날아오르는 모습은 마치 병상의 환자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침대를 박차고 뛰쳐나가는 것만 같았다......" 대체 무슨 사정이 있었기에 작가는 이렇게 아름다운 중세 도시를 이토록 비탄을 안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까? 왜 그는 브뤼게를 죽음의 도시로 묘사하였을까? 너무나 사랑하였지만 이제는 죽고 없는 아내를 잊지 못하는 한 사내의 애도와 그리움과 집착과 광기가 환상적인 소설로 다시 태어났던 것이다.
이렇게 유럽인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이 도시에 대한 묘사와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는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1897~1957)에 의해서 20세기의 가장 독특하고 환상적이며 매혹적인 오페라로 환생하였다. 1920년 12월 북독일의 함부르크와 쾰른이라는 두 도시에서 동시에 초연되는 기록을 세운 이 오페라는 당시 20세기 오페라계에 새로운 자극과 감동을 선사하는 주목할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잊혀지지 않는 아름답고 슬픈 사연, 세련된 구성, 감각적이고 깊은 내면의 묘사, 그리고 현대적이면서도 독일 낭만주의 음악에 뿌리내린 단단한 작법, 사람의 마음에 쉽게 다가오는 멜로디들로 큰 성공을 이루었다. 오페라 <죽음의 도시>는 당시 불과 23세의 젊은 나이였던 작곡가 코른골트에게 영원한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 되었다.
그후 코른골트는 몇몇 다른 오페라들을 작곡하였지만, 그의 명예는 오직 <죽음의 도시>에서 얻은 것이었고 그 이상의 영광은 다시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1933년 나치가 집권하자, 유태인이었던 코른골트는 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다.
1934년 미국에 도착한 최고 수준의 오스트리아 작곡가를 반긴 것은 바로 헐리웃의 영화계였다. 유럽에 몰아닥친 나치 세력의 폭풍과는 아랑곳없이 눈부시게 발전하던 당시의 미국 영화계는 제대로 된 영화음악을 선사하게 될 수준높은 작곡가를 환대하였다. 그가 처음 만든 영화음악은 1935년 같은 오스트리아에서 건너간 대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가 감독을 맡았던 영화 <한여름 밤의 꿈>으로서, 여기에 코른골트는 멘델스존의 음악을 편곡하여 멋지게 삽입하였다. 그 후로 그는 많은 영화음악을 작곡하면서 영화 음악가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로스엔젤레스를 중심으로 명예와 안락한 생활을 동시에 얻었음은 물론이다. 이어 코른골트는 영화 <로빈 후드의 모험>의 음악을 맡아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면서, 헐리웃에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이어서 영화 <엘리자베스와 에섹스의 사생활>(1939)과 <바다 독수리>(1940) 등으로 연이어서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로 지명되는 등 헐리웃을 대표하는 영화 음악인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영화계에서 이름이 알려지는 동안에 오페라 작곡가로서 코른골트의 이름은 유럽 클래식 애호가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코른골트는 당시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소속이며 지금은 체코 공화국의 주요 도시인 브루노에서 유태인의 가계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동화한 유태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음악평론가 율리우스 코른골트로서,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주 어려서부터 음악공부를 시작하였다.
그런 그를 본 구스타프 말러는 그에게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에게 음악을 배우라고 권유하였고, 조언대로 코른골트는 쳄린스키와 로베르트 폭스 등으로부터 수준 높은 음악교육을 받았다. 그리하여 그는 불과 10세의 어린 나이로 발레음악 <눈사람>을 작곡하였고, 이 곡은 그가 13세 때에 빈 궁정극장에서 공연되는 기록을 세운다.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모두 10대 소년 코른골트에 대하여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그는 빈에서 모차르트 이후에 처음 등장한 진정한 음악 천재로 일컬어졌다.
코른골트의 작곡 세계는 브람스와 바그너의 작풍을 완전히 소화하여 독일-오스트리아 낭만음악의 전통을 계승하였으며, 그러면서도 동시에 말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쳄린스키 등의 당대 음악을 잘 흡수하고 있었다. 다만 20세기의 작곡가이면서도 쇤베르크나 베르크, 베베른 같은 신 빈 악파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데, 이 점이 바로 코른골트의 오페라가 20세기 오페라치고는 비교적 관객들에게 친근함을 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격조를 지키고 있는 그의 작풍은 20세기의 낭만주의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코른골트의 음악 세계에서 또 다른 중요한 한 분야가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에 천착했던 영화 음악인데, 이것은 그를 평가함에 있어 논란의 부분이 되곤 한다. 하지만 그의 음악들은 지금 영화음악의 고전으로 불리고 있고, 헐리웃 영화음악이 이만큼 발전한 점에 코른골트의 기여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코른골트는 1949년 자신의 음악적 고향인 빈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그는 다시 두 편의 오페라와 몇 개의 기악곡들을 빈의 무대에 올리지만, 빈은 이제 더 이상 그를 제2의 모차르트로 봐주지는 않았다. 도리어 이후 그의 만년의 작품들은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조롱거리가 되어버렸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그는 다시 오스트리아를 떠나 미국으로 돌아갔고, 1957년 결국 빈이 아닌 헐리웃의 땅에서 파란만장한 음악가로서의 생을 마감하였다.
그리고 코른골트는 잊혀져 갔고, 더불어 브뤼게라는 도시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사라져갔다. 그러다가 1970년 후반부터 점점 코른골트에 대한 재조명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영화음악에서뿐만 아니라 클래식에서 더욱 그러하였으니, 그것은 마치 클래식이나 오페라 팬들에게는 잃어버린 추억을 되살려주는 듯한 그런 고마움과 감동이었다.
그중에서 최근 들어 많이 공연되는 그의 작품들은 바로 바이올린협주곡을 비롯한 바이올린 소나타, 피아노 3중주곡, 피아노 협주곡 등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게 된 작품은 단연 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이다. 21세기에 들어서야 이 오페라는 다시 한번 세계 오페라 극장의 인기 레퍼토리로 부활하고 있는 중이다.
<죽음의 도시>는 너무나 사랑하던 아내가 죽자 아내를 잊지 못하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부인과의 추억 속에서만 살아가는 한 남자의 슬픈 이야기이다. 이 오페라에서는 인간의 정신적인 그리움과 성적인 욕망을 교묘하게 접합시켜서 아주 세련되게 그려내고 있다. 인간의 욕망과 희망과 좌절과 고통을 이렇게 멋지게 그려낼 수 있을까?
오페라로서의 <죽음의 도시> 공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음악만이 아니라 미술이 절묘하게 조화되어야 하며 연출가의 상상력과 연출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브뤼게의 분위기는 오페라의 감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이 역시 중요한 요소로서, 연출, 무대미술, 의상 등을 통하여 최적의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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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불멸의 오페라 3권 / 박종호> ★★★
연출가 카스퍼 홀텐의 강렬한 인상을 보여 주는 프로덕션으로서, 이미 도교 등 세계 곳곳에서 상연된 <죽음의 도시>의 명연출이다. 죽은 아내를 기리는 액자와 장미로 가득한 책장들이 빽빽하게 있는 무대는 무척 인상적이다. 카밀라 닐룬트(마리에타, 마리 역)의 가창은 강렬하다. 클라우스 플로리안 포크트(파울 역)의 서정적인 음성은 린 극장 공연의 토르슈텐 케를과는 대조적이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이 연출에서는 마리에타가 마리를 맡아 1인 2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연기자(키르스티 발베)가 나와서 마리 생전의 모습을 재현한다. 연주도 전반적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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