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행복
2011년 첫 주를 보내고 맞이하는 금요일 저녁... 어떤 공연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줄까?
공연 사이트를 뒤져봐도 딱히 이거다 하는 공연이 보이질 않는다.
마침내 찾은게 2011 대전시립교향악단과 함께 하는 신년음악회...
제야음악회는 광주시향과 함께 그리고 신년음악회는 대전시향과 함께???
프로그램을 보니 이현세님이 지휘를 맡고 김인혜님이 2부를 장식한다.
이 정도 프로그램이면 가볼만 하다 생각하고 출발하였는데 고속도로에 들어선 순간 KBS FM 방송 선곡표가 떠오른다.
1월 7일 8시부터 2011 빈 신년음악회 실황방송...다시듣기 제한...
대전시향 실황이냐 빈 필하모니 실황방송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빈필은 귀는 즐겁겠지만 눈은 심심할 것이고, 대전시향은 귀는 어쩔지 몰라도 눈은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잠시 고민 끝에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연주회에 가기로 결정했다.
비록 연주실력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하더라도 오디오와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음향과 커다란 공연장에서 직접적으로 온 몸에 느껴지는 음향의 진동이 주는 감동은 후자가 훨씬 크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연주가 끝나고 치는 박수는 공연장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전율과 함께 죽어라 쳐대는 박수를 통해 몸 안의 스트레스랑 세균들이 산산히 가루가 되어 사라질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 저녁 예매사이트에 들어가보니 S석 1장 그리고 B석 여러장이 남아 있었다. 현장에 가면 좀 상황이 다르겠지 했는데 막상 와보니 B석 밖에 없단다. 우쒸 이럴수가!!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그거라도. 받고 보니 3층 맨 끝이다. 그래. 이거라도 어디냐???
슈트라우스 오페라 "박쥐" 서곡으로 연주회는 시작된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축구를 접하면서 우리의 "보는" 축구는 이미 세계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K리그의 "차는" 축구는 여전히 그만그만하듯, 베를린, 빈, RCO, 런던필 등의 명연주 명음반에 익숙해진 우리 귀는 고급이건만 한국을 대표하는 특급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한 대전시향의 연주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도 명음반보다 공연장의 라이브연주가 백배 낫다. 축구경기를 하다보면 자책골도 주고 실축도 하고 패스미스도 하듯 연주 중에 삑사리 엇박자 등이 어찌 없겠는가? 그러나 공연장의 연주는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산(어느 분은 이 단어 잘못 사용해 곤욕을 치루시던데 ㅋㅋ)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여러번의 녹음을 통해 실수를 없애고 수정된 음반보다는 지휘자와 연주자의 거친 숨소리, 심지어 객석의 기침소리와 전화벨소리 여기 저기서 반짝이는 액정화면의 빛까지 섞어진 때묻지 않은 거친 그림이 더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그리고 마음껏 쳐대는 박수...이것은 경기장이나 공연장에서나 가능한 강력한 스트레스해소 및 항암 운동이라 여겨진다.
박현정이 협연한 비제의 플루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카르멘 판타지 그리고 보로딘의 오페라 이고르왕자 중 폴로베치안 댄스는 몸이 풀리면서 제대로 실력발휘를 해주었다.
2부에 출연한 서울음대 김인혜교수는 명성에 걸맞게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 중 '주여 평화를 주소서'는 오늘 공연의 백미였다고 생각된다. 그 어디에서 만원 내고 서울대 음대 최고의 교수님이 열창하는 주옥같은 노래를 세 곡씩이나 들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차이코프스키의 이태리 기상곡 작품 45를 연주했는데 특히 타악기 주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마음 속으로 템버린 주자의 연주에 세상에서 가장 큰 붓으로 방점을 찍으며 연주회장을 나선다.
첫댓글 사진도 너무 좋고, 후기도 Good~ 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는데 좋은 후기 잘 읽었습니다^^ 자주 올려 주세요~
멋진 사진이 곁들어진 아주 근사한 후기네요! 덕분에 눈도 즐겁고 맘까지 즐거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