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6 물날 날씨: 소나기가 오면 좋겠다는 무더운 날이다.
뒷산가기-아침열기-시와 그림 내보이기 준비-점심-청소-풍물-마침회-교사회의-가정방문-터전모임
[쓰는 게 어렵네요.]
승민이가 대구가야 하는 날이라 학교에 오지 못하는 날입니다. 다섯 아이로 살다가 네 아이만 있으니 뭔가 빈 것 같습니다. 시와 그림 내보이기 준비를 해야 해서 아침열기 앞서 뒷산쪽으로 산책가는 알찬샘 아이들과 함께 푸른샘도 뒷산에 오릅니다. 가다 산딸기도 따먹고 형들 따라 뒷산으로 오르다 푸른샘 아이들은 뒷산 지름길로 푸른샘 텃밭으로 올라가고 알찬샘은 남태령 망루 쪽으로 갑니다. 갈라지는 곳에서 개미가 떼를 지어 다니는 걸 아이들 모두 관찰하고 개미 밟을까 조심합니다. 푸른샘 텃밭을 둘러보고 지름길로 내려오지 않고 뒷산 들머리 쪽 산딸기 많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데 끝내 익어가는 산딸기를 찾았다. 망루쪽으로 내려가니 알찬샘 아이들과 최명희 선생이 있습니다. 함께 학교로 내려오다가 푸른샘은 학교 텃밭에 들려 감자 누운 거 보고 감자 캐서 뭐할 건지 이야기 나누고 옆 숲 속 놀이터로 가서 줄그네를 탑니다. 나무에 매어놓은 밧줄에 발을 넣고 타는데 하늘 높이 솟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다지 탈 생각을 안 하는데 강산이가 아이들 몫을 모두 탄다고 발을 굴러 하늘로 날아갑니다. 선생은 나무 앞에 서서 아이 줄그네가 나무에 부딪히지 않도록 방패 노릇을 해야 합니다. 함박웃음이 가득한 아이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내려오다 산 속에서 곱게 익어가는 산딸기를 또 찾았습니다. 우루루 달려가 산딸기를 따먹는 아이들 오늘 산딸기 많이 먹네요.
학교로 돌아와 좀 쉰 뒤 교실에서 아이들과 시와 그림 내보이기 준비를 합니다. 아이들이 6월까지 쓴 글과 시를 모두 모아 맘에 드는 시와 글을 선생들과 아이들도 서로 골라 두세 편 시를 내보이는 거라 좋은 공부가 많이 됩니다. 자연스레 시 쓰기 공부도 하게 되고 꾸미는 미술 공부도 되고 밖에서 펼쳐 보이는 활동까지 아이들에게 글과 시의 소중함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자랑스러움도 쌓을 수 있습니다. 푸른샘 아이들은 처음 하는 것이니 형들이 어떻게 하는지 볼게 많습니다.
어제도 형들이 어찌 글을 쓰고 꾸미는지 방마다 돌며 구경을 하고 관찰을 했습니다. 큰 도화지에 자기 글을 쓸 때 줄을 긋고 연필로 쓴 다음에 유성펜이나 크레용으로 다시 진하게 쓴면 좋다는 걸 한 번에 알아차립니다. 선생이 곁에서 도움말을 주지만 형들이 하는 모습을 한 번 보는 게 훨씬 나은 방법입니다. 형들도 동생들이 구경하며 선생이 설명하는 말에 더욱 힘주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형들이 하는 걸 본 뒤라 아이들도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 것 같더니 역시 스스로 하니 어렵다는 걸 깨닫습니다. 색도화지에 필요한 줄을 세고 줄을 긋는 것은 스스로 하기 힘들어해서 선생이 도와주고 연필로 글을 먼저 쓰는데 큰 도화지에 비율을 맞춰가며 글씨를 알맞게 쓰는 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열심히 하다 이야기 하다 시간은 잘 가는데 지구인 속도라기 보다 우주인 푸른샘 속도에 가깝습니다. 한참 하다 지빈이가 한 마디 하는데 아이들이 모두 공감을 합니다.
“선생님 시와 그림 내보이기 쓰는 게 어렵네요.”
“그렇지. 형들은 많이 해봐서 잘하는데 우리 푸른샘은 처음 하는 거니 힘들 수 있어. 그래도 좋은 공부로 생각하고 집중해서 해야지.”
손놀림이 야문 아이들이라 큰 도화지에 글씨가 자리를 잡아갑니다. 아이들이 마음에 든다고 고른 두 편의 시는 스스로 큰 도화지에 옮겨 쓰고, 아이들이 고르지 않았지만 선생 마음에 드는 시는 선생이 옮겨 쓰고 꾸미는 건 아이들이 하도록 도우려는데 선생도 큰 도화지에 쓰는 자기 글씨가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예쁘게 꾸미면 그나마 나을 것 같아요. 승민이가 없어 승민이가 쓸 시는 남겨두고 승민이 시까지 합쳐 아이들 시를 하나씩 다 쓰고 나니 정우가 일찍 마쳤다며 선생을 부릅니다. 연필로 쓴 걸 일찍 마친 정우는 유성펜으로 다시 쓰고 그림을 그리고 꾸미는 것 까지 더 하는데, 조금 긴 시를 쓰는 아이들은 큰도화지 반쯤이 더 남았어요. 쓰다가 이야기 하고 이야기 하다 조금 쓰고 나중에는 이야기 하는 시간이 더 많아 저절로 천천히 하게 되는 셈인데 곁에서 어서 하자고 도움말을 주면 또 쓰고 안 그러면 또 이야기 하고, 푸른샘답습니다. 강산이 곁으로 가서 글자 하나씩 불러주고 짚어주는데 아주 잘 써갑니다. 그 모습을 본 민주와 지빈이가 선생을 찾습니다.
“선생님 저희도 도와줘요.”
선생이 곁에서 불러주는 게 좋은 가 봅니다. 강산이는 아직 글자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아서 조금 더 불러주고 너희들은 잘 쓰고 있다고 격려하니 아무 말 않습니다. 강산이가 다 써서 이번에는 지빈이 옆에서 한 줄씩 불러주는데 글씨 잘 쓰는 지빈이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민주도 거의 마칠 때쯤 정우는 꾸미는 것 까지 다 마쳤습니다.
“다 했어요.”
“와 정말 잘했다. 그런데 여기에 조금 더 꾸미면 어떨까? ”
정우에게 조금 더 꾸미라고 말했더니 알았다고 하더니 한 번 더 그림도 그리고 색칠을 합니다. 훨씬 보기 좋습니다. 금세 마치고 “선생님 다했어요.” 그럽니다.
“그럼 정우는 쉬세요.”
좋아라 나가더니 금세 교실로 들어와 다른 아이들 하는 것을 지켜봅니다.
한 편은 오늘 쓰고 그리는 것을 모두 마치고 또 한 편은 내일 아침에 하기로 한 거라 내일 아침에 선생은 부지런히 몸을 놀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글을 쓰고, 글을 골라 내보일 준비를 하는 시간이 있어 참 고맙습니다. 모두 선생에게 아이들 글을 다시 생각해보고 아이들 생각에서 선생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말과 글을 살려쓰고 바로 쓰는 공부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차오릅니다. 푸른샘 아이들 하는 걸 보니 시를 읽어 발표하는 연습과 노래 부르는 연습 하는 것도 걱정없어 보입니다.
밤에는 터전 문제로 열린 급하게 열린 모임에 함께 했습니다. 식구들 처지와 학교 앞날을 두고 얼마나 많은 것을 살피고 이야기해야 하는지 참여한 분들의 열정과 세심한 살핌이 정말 고맙습니다. 날마다 아이들에게 배우고 함께 살아가는 부모님들께 배웁니다.
첫댓글 저녁 때 정우네 가정방문도 하셨지요. ^^ 아이들 살아가는 이야기 듣는데 정말 흐믓하고 즐거웠습니다.
시와 그림 내보이기가 처음이지만 야무지게 해내는 푸른샘이 기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