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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여행 일본 야마구치시(山口市) 루리코젠지(瑠璃光禅寺​) 오중목탑(五重木塔)
浮雲 추천 0 조회 24 26.07.02 02:51 댓글 34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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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6.07.02 03:10

    첫댓글 루리코지(瑠璃光寺, 유리광사) 오층목탑은 일본의 중세 건축미를 대표하는 걸작이자, 일본 3대 명탑 중 하나로 꼽히는 국보 문화재이다.

  • 작성자 26.07.02 03:12

    무로마치 시대 중기인 1442년에 완공된 목탑은 당시 야마구치 지역을 지배하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오우치 가문(大内氏)의 25대 당주 오우치 요시히로(大内義弘)를 기리기 위해 그의 동생인 모치요가 건립했다. 요시히로는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츠에 맞서 반란(오에의 난, 1399년)을 일으켰다가 전사한 인물이다.

  • 작성자 26.07.02 03:12

    원래 이 탑은 '고샤쿠지(香積寺)'라는 절의 경내에 세워졌으나, 에도 시대 초기 모리 가문이 이 지역을 영지로 삼으면서 고샤쿠지를 하기(萩) 지역으로 이전시켰다. 그 후 비어있던 자리에 루리코지가 이전해 오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 작성자 26.07.02 03:13

    교토의 다이고지(醍醐寺), 나라의 호류지(法隆寺) 오층탑과 함께 일본 3대 명탑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로마치 시대에 지어진 탑 중에서는 단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 작성자 26.07.02 03:14

    탑의 총 높이는 약 31.2m이며, 지붕은 기와가 아닌전통 방식인 편백나무 껍질(노하다부키, 檜皮葺)을 겹겹이 쌓아 올려 만들었다. 이 덕분에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장중한 곡선미를 보여준다.

  • 작성자 26.07.02 03:16

    위쪽 층으로 올라갈수록 지붕의 크기(간격)가 눈에 띄게 좁아지는 축소율을 적용하여, 시각적으로 매우 안정감 있고 날렵한 형태를 자랑한다.
    ​기본적으로 일본 전통 양식인 와요(和様, 화양)를 따르면서도, 세부적인 기둥이나 창호 장식 등에서 가마쿠라 시대 이후 들어온 선종(젠) 양식인 카라요(唐様, 당양)의 특징이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있다.

  • 작성자 26.07.02 03:17

    주변의 자연환경과의 조화가 극치를 이룬다. 뒷산인 고잔(香山)의 푸른 숲을 배경으로, 탑 앞의 연못에 비치는 반영이 계절마다(봄의 벚꽃과 매화,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밤에는 야간 조명이 켜져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내기도 한다.

  • 작성자 26.07.02 03:23

    루리코지 오층목탑은 하앙(일본명: 오다루키, 尾垂木) 구조를 매우 적극적이고 정교하게 사용하여 처마를 깊게 빼낸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하앙은 지붕의 거대한 무게를 이용해 처마를 건물 바깥쪽으로 길게 내밀기 위해 고안된 지레 원리의 부재이다.

  • 작성자 26.07.02 03:24

    ​일반적인 공포(첨차와 살미)가 수평·수직으로 나무를 짜 올리는 방식이라면, 하앙은 비스듬히 경사진 기다란 나무 받침대를 공포 사이에 끼워 넣는다.
    건물 안쪽 지붕의 무거운 무게가 하앙의 안쪽 끝을 누르면, 지레의 원리에 의해 건물 바깥쪽 끝이 위로 들리면서 처마 끝(도리)을 강하게 받쳐주게 된다.
    ​이 구조 덕분에 공포를 무리하게 수직으로 높이 쌓지 않고도, 처마를 아주 길고 깊게 뺄 수 있어 비바람으로부터 목조 건물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다.

  • 작성자 26.07.02 03:26

    일본 건축에서는 이 하앙 부재를 오다루키(尾垂木, 꼬리서까래)라고 부르며, 특히 목탑 건축에서 처마의 깊은 곡선미를 만드는 데 핵심적으로 사용된다. 루리코지 오층목탑의 공포와 하앙은 삼수목(三手先, 미테사키) 공포 구조로 기둥 위에서 바깥쪽으로 공포를 3단계(3걸음)나 앞으로 짜내 미는 화려한 고난도 공포 구조를 취하고 있다.

  • 작성자 26.07.02 03:27

    이 3단계로 뻗어 나가는 공포 구조 사이에 비스듬하게 뻗어 나온 하앙(오다루키)이 결합되어 있다. 지붕 아래를 올려다보면 수평 부재들 사이로 비스듬히 길게 뻗어 나와 처마 밑을 받치고 있는 나무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하앙이다.

  • 작성자 26.07.02 03:28

    루리코지 목탑은 편백나무 껍질을 두껍게 가공해 얹은 '노하다부키(檜皮葺)' 지붕을 쓰고 있어 지붕 자체의 볼륨감이 상당하다. 하앙 구조가 이 무거운 지붕을 안정적으로 지탱해주기 때문에, 위로 갈수록 날렵하게 줄어드는 특유의 아름다운 지붕 곡선(체감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 작성자 26.07.02 03:30

    ​하앙은 원래 중국에서 시작되어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된 고대 동아시아의 핵심 건축 기술이다.
    백제 시대에 크게 유행하여 일본에 기술을 전해준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시대 목탑에는 필수적이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조선 시대 이후에는 지붕 내부 구조(충량, 도리 배열)가 발전하면서 하앙이 거의 사라졌다. 현재 한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완벽한 하앙식 건축물은 완주 화암사 극락전(국보) 뿐이다.

  • 작성자 26.07.02 03:31

    일본은 백제로부터 기술을 받아들인 이후, 목탑(오중탑, 삼중탑) 건축에서 하앙(오다루키) 구조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고착화하여 꾸준히 발전시켰다. 루리코지 오층목탑 역시 이 계보를 잇는 무로마치 시대의 정점이다.

  • 작성자 26.07.02 03:32

    루리코지 오층목탑은 3단계로 뻗어 나가는 정밀한 공포 구조 속에 하앙(오다루키)이라는 역학적 지레 부재를 완벽하게 융합시켰기 때문에, 건립된 1442년 이래 단 한 번도 무너지지 않고 수백 년간 그 깊고 우아한 처마의 곡선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작성자 26.07.02 04:36

    탑두부(상륜부)는 멀리서 줌으로 당겨서 촬영하여 많이 흔들려서 보정하였다.
    보정된 사진을 보니 루리코지 오층목탑 맨 꼭대기에 있는 탑드부의 정교한 금속 장식들과 기와 대신 편백나무 껍질을 겹겹이 쌓아 올린 지붕(노하다부키)의 촘촘한 질감이 아주 선명하게 잘 표현되었다. 뒤로 보이는 푸른 산과 앞쪽 소나무와의 조화도 한층 더 멋지게 살아난 것 같다.

  • 작성자 26.07.02 04:45

    ​보륜(九輪) 바로 아래에 우산이나 화려한 꽃봉오리처럼 생겨 그 밑으로 풍탁(풍경)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구조물은 '수화(受花)' 또는 '청화(請花)'라고 하며일본어 발음으로는 '우케바나(うけばな)'라고 부른다.

  • 작성자 26.07.02 04:47

    피어나는 연꽃이 위를 향해 활짝 펼쳐진 모양(앙련, 仰蓮)을 형상화한 금속 주조물이다. 보통 8개의 연꽃잎(팔엽)으로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다.
    ​목탑의 꼭대기 중심 기둥(찰주)을 따라 맨 아래 노반과 복발 위에 얹히며, 아홉 개의 둥근 고리인 보륜(九輪)을 아래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기단 역할을 한다.

  • 작성자 26.07.02 04:49

    수화(연꽃 받침)의 사방 끝자락에는 딸랑거리는 작은 종인 풍탁(풍경)이 매달려 있다.
    ​전통 목조건축 처마 끝에 풍탁을 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맑은 종소리를 내어 사찰 경내의 잡인이나 잡귀, 새들의 접근을 막고 도량을 청정하게 수호한다는 벽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붕 처마 끝뿐만 아니라, 이 높은 상륜부 수화 밑에도 풍탁들이 촘촘히 매달려 있어 바람이 불면 탑 꼭대기에서부터 아주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 작성자 26.07.02 21:58

    불교 공예에서 연꽃은 '극락정토'를 상징한다.
    탑두부(꼭대기 장식) 자체가 부처님의 세계와 수미산 정상을 상징하는 신성한 구역이기 때문에, 선조나 고인이 극락정토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안락하게 머물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이 연꽃 모양의 수화(청화)에 담아 표현한 것이다.

  • 작성자 26.07.02 23:13

    루리코지 오중탑(瑠璃光寺 五重塔)이 사찰의 중심 가람 배치(금당이나 본당의 정면 등)를 따르지 않고, 주변 연못가에 한적하게 비껴서 있는 까닭은 이 탑이 거쳐온 역사적 변천(절의 주인이 바뀜)과 무로마치 시대 특유의 정원 미학이 결합한 결과라고 한다.

  • 작성자 26.07.02 23:14

    이 오중탑은 처음부터 루리코지의 탑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었다.
    ​1442년 건립 당시에는 무로마치 시대 야마구치의 영주였던 오우치 모리미가 형(오우치 요시히로)의 명복을 빌기 위해 이곳에 ‘고쇼쿠지(향적사, 香積寺)’라는 절을 짓고 그 경내에 탑을 세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선종(禪宗) 사찰의 배치 속에 있었다.

  • 작성자 26.07.02 23:16

    1604년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 야마구치를 다스리게 된 모리 테루모토가 고쇼쿠지(향적사)를 자신의 본거지인 ‘하기(萩)’ 지역으로 통째로 옮겨버렸다. 이때 오중탑만 이동시키지 못하고 이 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지게 되었다.
    1690년 주인을 잃고 탑만 남은 이 자리에, 인근 니호(仁保) 지역에 있던 ‘루리코지’라는 절이 옮겨와 자리를 잡았다. 이미 세워져 있던 탑의 위치에 맞춰 나중에 본당(금당) 등 사찰 건물을 새로 배치하다 보니, 탑이 사역 중심이 아닌 한쪽 연못가에 치우친 지금의 독특한 구조가 되었다.

  • 작성자 26.07.02 23:19

    ​탑을 지은 무로마치 시대(14~15세기)는 불교 가람의 대칭적이고 권위적인 배치보다, 자연 산수와 건축물의 유기적인 조화를 극도로 추구하던 시기였다.
    탑 바로 뒤편의 나지막한 가야마(香山) 산을 배경(차경, 借景)으로 삼고, 앞에는 연못을 두어 물에 비치는 탑의 반영(倒影)까지 계산하여 배치한 것이다. 중심축에 위압적으로 솟아있는 탑보다, 자연 속에 녹아든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경을 의도한 무로마치 문화의 정수라고 볼 수 있다.

  • 작성자 26.07.07 22:27

    목조 탑은 벼락이나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특히 산을 등지고 있는 지형적 특성상 산불이나 사찰 내 화재로부터 탑을 보호하기 위해,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연못을 앞에 두거나 습한 지형을 선택하는 것은 일본 전통 건축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지혜였다.
    ​원래 있던 절이 이사를 가면서 탑만 덩그러니 남았고, 그 자리에 다른 절(루리코지)이 들어오면서 중심축이 어긋난 것이 역사적 계기인 것이다. 여기에 무로마치 시대 특유의 자연 친화적 정원 배치가 더해지면서 오늘날 "일본 3대 명탑"으로 꼽히는 연못가의 환상적인 경관이 완성되었다.

  • 작성자 26.07.03 06:22

    루리코지 오중탑의 가장 큰 시각적 특징 중 하나가 바로 "2층(二層)에만 회연(廻縁)과 난간(高欄)이 설치되어 있고, 3층 위로는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오중탑들은 대개 1층부터 5층까지 층마다 난간을 두르거나, 혹은 아예 전부 생략하는 방식을 취한다. 루리코지 오중탑이 왜 독특하게 2층에만 난간을 두었는지에 대해서는 시각적 안정감과 무로마치 시대의 미니멀리즘(절제미)이라는 건축 의도가 숨어 있다.

  • 작성자 26.07.03 06:15

    ​이 오중탑은 위로 올라갈수록 너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체감률(遞減率)이 매우 높은 탑이다. 즉, 1층은 아주 넓고 튼튼하지만 4층, 5층으로 갈수록 탑이 아주 가늘고 날씬해진다.
    ​만약 3층, 4층, 5층에도 똑같이 밖으로 튀어나온 난간을 설치했다면, 가뜩이나 좁아지는 상층부가 난간과 복잡한 부재들로 인해 시각적으로 무겁고 비대해 보였을 것이다.

  • 작성자 26.07.03 06:16

    반대로, 1층은 기둥이 굵고 처마가 깊은데 바로 위에 아무런 장식 없이 3층으로 이어졌다면 탑의 아랫부분이 지나치게 허전하거나 가라앉아 보였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하방의 든든한 무게감을 받쳐주는 1층 바로 위인 2층에만 난간을 둘러 시각적 시선을 차단·확장해 줌으로써, 탑 전체가 아래는 묵직하고 위는 붓끝처럼 날카롭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완벽한 비례감과 안정감을 얻게 되었다.

  • 작성자 26.07.03 06:17

    ​이 탑을 지은 오우치 씨족은 당시 대중 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고, 중국에서 들어온 선종(禪宗) 문화와 일본 전통 양식을 결합하는 데 탁월했다.
    ​2층에 설치된 난간의 기둥 꼭대기를 보면 연꽃을 거꾸로 뒤집은 모양의 '역련두(逆蓮頭)' 장식이 되어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중국식 선종 양식이다.

  • 작성자 26.07.03 06:18

    ​반면 탑의 전체적인 구조나 부드러운 처마 곡선은 일본 전통의 와양(和様)을 따르고 있다.
    ​건축가는 탑 전체를 복잡한 중국식 장식으로 도배하는 대신, 단 한 곳(2층 난간)에만 선종 양식의 포인트를 집약시킴으로써 무로마치 시대 특유의 세련되고 절제된 하이브리드 미학을 완성한 것이다.

  • 작성자 26.07.03 06:19

    나무로 만드는 오중탑에서 밖으로 돌출된 난간과 회랑은 비바람에 가장 먼저 썩고 손상되는 취약한 부위이다. 게다가 층마다 난간을 만들면 그만큼 탑의 상층부에 가해지는 하중(무게)이 늘어나게 된다.
    구조적으로 불필요한 상층부의 난간을 과감히 생략함으로써 탑의 무게를 줄여 지진에 견디는 내진성을 높이고, 비바람으로 인한 목재 부식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장인의 실용적인 계산도 깔려 있는 것이다.

  • 작성자 26.07.03 06:21

    위로 갈수록 급격히 날씬해지는 탑의 구조에서, 3층 위로는 과감히 난간을 떼어내 '슬림하고 깔끔한 맛'을 살리고, 2층에만 난간을 두어 '아래쪽의 안정감과 이국적인 장식미'를 동시에 잡은 무로마치 시대 천재 목수들의 정밀한 디자인적 안목이 반영된 결과이다.
    ​단순히 멋으로만 지은 게 아니라, 수백 년 전 장인들이 ‘어떻게 하면 비바람에 안 썩고 오래 버틸까’, ‘어떻게 해야 멀리서 봐도 가장 안정적이고 아름다울까’를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 26.07.04 21:30

    와~`!! 방문하기 전에 선생님의 설명을 들을 기회를 가질걸 ...
    미처 생각을 못해 죄송합니다!
    후에라도, 글로 설명을 들으니...
    한결 감동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 작성자 26.07.07 22:19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다녀와서 공부했습니다.
    덕분에 정말 좋은 곳 다녀왔고 공부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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