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문제였다. 여섯 번째 열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록페)이 역대 최대 관객을 동원했으나 적잖은 논란을 낳고 마무리됐다.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지산록페)이 '기습적'으로 생긴 후 힘겹게 양대 페스티벌 체제에 돌입한 펜타록페 주최측은, 이제 대중성과 색깔찾기의 양갈래 길에서 적잖은 고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6회 만에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이 성공 요인이 아이돌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분석 결과에 따라 다음 펜타록페의 성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최형락)
역대 최고 성공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열린 올해 펜타록페에는 5만4200여 명(주최측 추산)의 역대 최다 관객이 몰렸다.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공연이 지연되는 등 아쉬움이 남았으나, 관객들은 인천의 '펜타포트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대형 록 페스티벌을 흠뻑 즐겼다. 펜타록페는 펜타포트 페스티벌의 하나로 열리는 록 페스티벌이다.
첫회부터 매년 이곳을 찾았다는 박동현 씨(29, 서울동작구)는 "처음 지산록페와 나뉜 해에는 라인업이 실망스러웠으나, 그 후로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올해 라인업도 매우 좋았다"고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특히 강력한 하드록과 메탈 팬 사이에서는 콘과 맥시멈 더 호르몬(Maximum the Hormone), 노 브레인, 바셀린, 갤럭시익스프레스 등이 출연하는 올해 펜타록페 라인업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가리온의 엠시(MC) 메타는 "여러분 정말 멋지다"고 관객들의 열기에 감탄했다. 가리온의 '로킹한' 힙합은 많은 관객들의 찬사를 자아냈다. ⓒ프레시안(최형락)
가리온과 타이거JK, 마마스 건(Mamas Gun), 검정치마 등의 개성적인 라인업도 충실했다는 의견이 적잖았다.
콘과 노 브레인의 팬이라는 김모 씨(31, 서울 동대문구)는 "펜타록페는 처음인데, 접근성이 좋아 마음에 든다"며 "셔틀버스가 제공돼 편했지만, 차량이 부족해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던 게 흠"이라고 말했다.
푸드존에서 떡갈비와 김치말이국수를 팔던 한 상인은 "태풍 때문에 사람이 생각보다 적게 온 것 같아 (장사가 기대만큼 되지 않아) 아쉽다"면서도 "젊은이들이 열정을 불사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고 감탄했다.
외국인 관객 역시 이번 페스티벌에 만족감을 표했다. 동료 4명과 함께 이곳을 찾은 영국인 영어교사 빅토리아 씨는 "글래스톤베리와 레딩 페스티벌도 즐겨 찾았지만, 이곳이 더 좋다"며 "사람들이 싸우지 않고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모두가 친절하다"이라고 활짝 웃었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세계 최대 록 페스티벌로, 한해 전 15만장의 입장권이 전량 예매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레딩 페스티벌은 런던에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데, 글래스톤베리에 비해 좀 더 강한 음악을 추구하는 음악인이 많이 선다.
올해 펜타록페는 유달리 화제도 많이 낳았다. 영화배우 김옥빈이 스키조의 보컬 허재훈과 연인관계를 공개해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올랐고,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은 맹장수술을 받은 지 이틀 만에 무대에 올랐다.
문제점도 확인
특히 '아이돌 논란'이 올해 펜타록페의 최대 화두였다. 첫날 펜타포트 스테이지(메인 스테이지)는 헤드라이너 B.o.B를 제외하면 지디앤탑(GD&TOP)과 태양, 미쓰에이 등 아이돌 가수들로 채워졌다.
GD&TOP과 미쓰에이의 무대는 라이브세트를 갖추지 않은 MR로 진행됐다. 미쓰에이는 방송녹화로 무려 25분을 지각한 끝에 단 3곡만을 부르고 무대를 내려가 뒷말을 낳았다.
"비판하는 사람들도 다 재미있게 놀더라"며 아이돌의 출연을 옹호하는 이들도 많았으나, 불만 또한 적지 않게 나왔다.
대학생 김종민 씨(26)는 "흥행을 고려해 아이돌 무대를 만든 것 같은데, 무대 매너를 보곤 황당했다"며 "일부 가수는 자신들이 선 무대의 성격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이모 씨(28)는 "지산록페에 선 유명 연예인들은 나름 준비를 하고 왔던데, 그런 정성이 (펜타록페에서는) 보이지 않았다"며 "최종 라인업 발표 전에 표를 예매했는데 속은 기분"이라고 투덜댔다.
주최측의 과도한 홍보도 논란이 됐다. 주최측은 지난달 29일 "나흘간의 폭우에도 잔디 상태가 건재하다"며 '진흙탕과 장화'로 상징되던 예전 송도부지와 달리 새 공연장소 드림파크의 시설 상태가 좋다고 강조했으나, 실제 현장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진흙탕이었다. 신발을 잃어버린 관객이 많았고, 적잖은 이들은 맨발로 곳곳을 돌아다녔다. 홍보한 만큼 배수상태가 좋진 않았던 셈이다.
결국 이번 펜타록페는 지산록페의 강력한 공세 앞에서도 성공적인 페스티벌을 이어갈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열혈 팬들을 중심으로 색깔을 명확히 할 것인지, 지산록페와 마찬가지로 좀 더 대중화의 길을 걸을 것인지 갈림길에서 혼란을 빚기도 했다. 내년 펜타록페가 어떤 모습을 갖출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부분이다.
▲고 시크(Go Chic)의 열정적인 무대. 5일 드림 스테이지. ⓒ펜타포트
▲고구마(보컬, 기타)가 귀국하면서, 오랜만에 원더버드의 멤버들이 한 무대에 섰다. 5일 드림 스테이지. ⓒ펜타포트
▲타이거 JK는 T(윤미래)와 함께 펜타포트 스테이지를 빛냈다. 유명세에 걸맞은 실력에 음악팬들이 환호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5일 펜타포트 스테이지. ⓒ펜타포트
▲첫날 헤드라이너였던 B.oB의 무대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그는 라이브 밴드를 동원해 펜타록페의 첫날 밤을 책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5일 펜타포트 스테이지. ⓒ펜타포트
▲일본의 맥시멈 더 호르몬은 명성에 걸맞은 강렬한 무대매너에 유머를 곁들여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6일 펜타포트 스테이지. ⓒ펜타포트
▲6일 라인업은 다양성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마마스 건은 정성들인 무대매너로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6일 드림 스테이지. ⓒ프레시안(최형락)
▲한국에 온 지 6개월 만에 가장 신나는 체험을 한다는 빅토리아(오른쪽에서 두 번째) 씨는 한국의 록 페스티벌을 즐기는 사람들이 "매우 정중하고, 음악을 즐길 준비가 된 이들"이라고 말했다. 6년 만에 록 페스티벌이 자리잡은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스키조의 무대에서 김옥빈의 깜짝 출연은 많은 회제를 낳았다. 6일 펜타포트 스테이지. ⓒ펜타포트
▲콘의 무대는 올해 펜타록페의 단연 하이라이트였다. 콘의 무대는 올해 열린 록 페스티벌의 메인 스테이지에서 가장 강력한 사운드를 내뿜었고, 많은 관객이 슬램과 모싱으로 격렬히 환호했다. 6일 펜타포트 스테이지. ⓒ펜타포트
▲드림파크 전체가 뻘밭으로 변한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신발을 포기했다. 대부분 관객은 그러나, 이런 불편함도 기꺼이 감수하는 모습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가리온은 소울 스테디 락커스와 함께 라이브세트로 힙합 무대를 꾸몄다. 록 페스티벌이 좀 더 음악적으로 폭넓어질 필요가 있음을 이들이 입증했다. 래핑에 열중하는 MC 나찰. 6일 드림 스테이지. ⓒ펜타포트
▲영국 매체들을 흥분케 한 팅 팅스는 심플플랜 등과 함께 마지막날 저녁을 책임졌다. 7일 펜타포트 스테이지. ⓒ펜타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