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강 즉사(西江卽事) -이숭인(李崇仁) ~ 2절
淸嘯長歌卽勝游 機心消盡狎沙鷗 瓦盆濁酒家家有 從此江頭日典裘
청소장가즉승유 기심소진압사구 와분탁주가가유 종차강두일전구
杏花如雪柳如絲 春滿江城日正遲 低帽短靴人不識 歸來馬上有新詩
행화여설류여사 춘만강성일정지 저모단화인불식 귀래마상유신시
맑은 휘파람과 긴 노래는 곧 훌륭한 놀이이니 / 淸嘯長歌卽勝游
기심을 모두 없애고 모래밭 갈매기와 친하네 / 機心消盡狎沙鷗
질항아리의 막걸리는 집집마다 있거니 / 瓦盆濁酒家家有
지금부터는 강 머리에서 날마다 갖옷을 전당 잡히리 / 從此江頭日典裘
살구꽃은 눈과 같고 버들은 실과 같은데 / 杏花如雪柳如絲
봄이 가득 찬 강성에는 해가 진정 길어라 / 春滿江城日正遲
낮은 모자와 짧은 신이라 사람들은 모르나니 / 低帽短靴人不識
돌아오는 말 위에서는 새 시가 있더라 / 歸來馬上有新詩
2.
초당(草堂) -권흥(權興)
懶讀詩書臥草堂 夢魂不到利名場 子雲識字終何補 臨老方爲執㦸郞
라독시서와초당 몽혼불도리명장 자운식자종하보 림로방위집㦸랑
시서를 읽다가 게을러서 초당에 누웠나니 / 懶讀詩書臥草堂
꿈에도 이익과 이름의 마당에는 가지 않는다 / 夢魂不到利名場
자운(子雲)이 글자를 알아도 마침내 무슨 도움 되었던가 / 子雲識字終何補
늘그막에야 겨우 집극랑이 되었더라 / 臨老方爲執㦸郞
[주D-001]자운(子雲) : 한(漢)나라 양자운(揚子雲)이 학문이 깊고 기이한 글자[奇字]를 잘 알았는 데도 벼슬은 궁정(宮庭)에서 창을 잡는[執戟] 낭관(郞官)에 지나지 못하였다.
3
금오산 대혈사 광한루(金鼇山大穴寺廣寒樓) -길재(吉再)
竹色春秋堅節義 溪流晝夜洗貪婪 心源瑩靜無塵態 從此方知世味甘
죽색춘추견절의 계류주야세탐람 심원형정무진태 종차방지세미감
대빛은 봄이나 가을이나 절의가 굳고 / 竹色春秋堅節義
시냇물은 밤낮으로 탐욕을 씻어 준다 / 溪流晝夜洗貪婪
마음 근원이 맑고 고요해 티끌 자태도 없거니 / 心源瑩靜無塵態
이제부터 바아흐로 세상 단맛 알리라 / 從此方知世味甘
4
한거(閑居) -길재(吉再)
臨溪芧屋獨閑居 月白風淸興有餘 外客不來山鳥語 移床竹塢臥看書
림계서옥독한거 월백풍청흥유여 외객불래산조어 이상죽오와간서
시냇가의 초가집에 한가로이 혼자 사니 / 臨溪芧屋獨閑居
달은 희고 바람은 맑아 흥도 넉넉하네 / 月白風淸興有餘
바깥손은 오지 않고 산새만 지저귀는데 / 外客不來山鳥語
평상을 대언덕에 옮겨 놓고 누워서 책을 본다 / 移床竹塢臥看書
5
야박 양자강(夜泊揚子江) -김구용(金九容)
月滿長江秋夜淸 繫船南岸待潮生 蓬窓睡覺知何處 五色雲深是帝城
월만장강추야청 계선남안대조생 봉창수각지하처 오색운심시제성
달은 긴 강에 가득하고 가을 밤은 맑은데 / 月滿長江秋夜淸
배를 남쪽 언덕에 매고 조수 나기 기다렸다 / 繫船南岸待潮生
봉창에 잠이 깨어 어디인지 알겠거니 / 蓬窓睡覺知何處
오색 구름 깊은 곳이 제성이구나 / 五色雲深是帝城
6
무창(武昌) -김구용(金九容)
黃鶴樓前水湧波 沿江簾幕幾千家 醵錢沽酒開懷抱 大別山靑日已斜
황학루전수용파 연강렴막기천가 갹전고주개회포 대별산청일이사
황학루 앞에는 강의 물결 솟구치는데 / 黃鶴樓前水湧波
강가에는 주렴과 장막 몇 천 집인가 / 沿江簾幕幾千家
돈을 추렴하여 술을 사서 회포를 푸노니 / 醵錢沽酒開懷抱
대별산은 푸른데 해는 이미 기울었네 / 大別山靑日已斜
7
야장(夜莊) -김구용(金九容)
閉門終不接庸流 只許靑山入我樓 樂便呤哦慵便睡 更無餘事到心頭
폐문종불접용류 지허청산입아루 악편령아용편수 경무여사도심두
문을 닫고 마침내 용렬한 사람들과 대하지 않고 / 閉門終不接庸流
다만 푸른 산만이 내 다락에 들어옴을 허락한다 / 只許靑山入我樓
즐거우면 시를 읊고 졸리면 잠을 자나니 / 樂便呤哦慵便睡
다시는 내 마음에 다른 일 오는 것 없네 / 更無餘事到心頭
8
술회(述懷) -서견(徐甄)
千載神都隔漢江 忠良濟濟佐明王 統三爲一功安在 却恨前朝業不長
천재신도격한강 충량제제좌명왕 통삼위일공안재 각한전조업불장
천년의 신도가 한강에 격하였는데 / 千載神都隔漢江
충성스럽고 어진 사람들 밝은 임금을 도왔네 / 忠良濟濟佐明王
고려 태조가 삼국을 한 나라로 만든 그 공이 어디 있는가 / 統三爲一功安在
전조의 업이 길지 못한 것 도리어 한스럽네 / 却恨前朝業不長
[주C-001]술회(述懷) : 작자가 고려가 망한 뒤에 개성에 가서 지은 시인데, 이조의 공신(功臣)들이 이 시를 허물로 죄주기를 청하니 태종(太宗)이 듣지 않았다.
9
휴가(休暇) -김제안(金齊顔)
天下紛紛事鬪爭 黎民何日見昇平 水沈煙裏芧堂靜 時復挑燈憶孔明
천하분분사투쟁 려민하일견승평 수침연리서당정 시부도등억공명
천하가 어지러이 싸움만 일삼거니 / 天下紛紛事鬪爭
백성들은 그 언제나 태평 세월 만나보리 / 黎民何日見昇平
물에 잠긴 연기 속에 초가집이 고요하여 / 水沈煙裏芧堂靜
때때로 등불 돋우며 공명을 그리워하네 / 時復挑燈憶孔明
10
익제 이문충공 만사(益齊李文忠公挽辭) -김제안(金齊顔)
文章道德獨兼全 問禮聞詩二十年 一曲顔回誰解聽 從今我欲絶琴絃
문장도덕독겸전 문례문시이십년 일곡안회수해청 종금아욕절금현
문장과 도덕을 홀로 완전히 겸하였나니 / 文章道德獨兼全
예를 묻고 시를 듣기 이십 년이었구나 / 問禮聞詩二十年
한 곡조 안희를 누가 알아 들으리 / 一曲顔回誰解聽
지금부터 나는 거문고 줄을 끊고자 한다 / 從今我欲絶琴絃
-. 전날 저녁에 공(公)은 제안(齊顔)에게 명령하여 안회곡(安回曲)을 타라 하였다. 그리고는 그 곡을 마치기 전에 공은 곧 제안에게 명령하여 “내일 아침에 오라.”하였다. 아침에 가보니 공은 이미 졸하였다
[주D-001]예를 묻고 …… 이십 년이었구나 : 진강(陣亢)이 공자의 아들 백어(伯魚)에게, “자네는 아버지에게 무엇을 배웠는가.”하니, 백어는 답하기를, “나는 어른의 명령으로 시(詩)를 배우고 예(禮)를 배웠노라.” 하였다.
11
차 낭천객사 운(次狼川客舍韻) -조준(趙浚)
宇宙風塵一歎長 朝天馬上憶南陽 山西將士誰豪俊 圖畫凌煙鬢未蒼
우주풍진일탄장 조천마상억남양 산서장사수호준 도화릉연빈미창
우주의 풍진은 한 번 길이 탄식인데 / 宇宙風塵一歎長
조천하는 말 위에서 남양을 생각한다 / 朝天馬上憶南陽
산서의 장사로서 누가 호준이던가 / 山西將士誰豪俊
능연각에 그려질 때는 귓머리도 아직 푸르지 않았었네 / 圖畫凌煙鬢未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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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술 여름에 왜구가 경상수도에 침입하여 주군을 무찌르는데 6월 1일에 승독전의 명을 받고 배도로 역마를 달려 적등도에서 쉬면서 일절을 쓰다
[壬戌夏倭寇慶尙遂屠州郡六月一日承督戰之命倍道馳驛歇馬于赤登渡因題一絶] -조준(趙浚)
捿捿六月路三千 野渡無人獨上船 採蕨出師誰得計 赤登樓下水如天
서서륙월로삼천 야도무인독상선 채궐출사수득계 적등루하수여천
더운 유월에 달리는데 길은 삼천 리 / 捿捿六月路三千
돌 나룻터에는 사람이 없고 홀로 배에 오른다 / 野渡無人獨上船
채궐(採蕨)과 출사(出師)에 누가 꾀를 얻었던가 / 採蕨出師誰得計
적등루 밑에는 물이 하늘 같구나 / 赤登樓下水如天
[주D-001]채궐(採蕨) : 《시경》의 〈채미(採薇)〉편은 미적(薇狄)을 정벌하는데 군사를 보내는 시(詩)이다. 여기서는 음운(音韻) 때문에 궐(蕨)을 미(薇)와 통용하였다.
[주D-002]출사(出師) : 출사편(出師篇)은 제갈량(諸葛亮)의 〈출사표(出師表)〉를 말한 것인데, 제갈량이 위(魏)나라로 출병하면서 임금에게 올린 글로써 충의(忠義)가 가득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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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상주 객사 시운(次尙州客舍詩韻) -조준(趙浚)
炎蒸酷暑欲生煙 奉使南方路二千 滅賊朝天知有日 聞鷄起讀出師篇
염증혹서욕생연 봉사남방로이천 멸적조천지유일 문계기독출사편
불로 찌는듯 모진 더위에 〈타서〉 연기가 나려 하는데 / 炎蒸酷暑欲生煙
사신으로 남방 길 이천 리를 왔구나 / 奉使南方路二千
도적을 쳐부수고 조천할 날이 있으리니 / 滅賊朝天知有日
닭소리 듣고 일어나 출사편을 읽노라 / 聞鷄起讀出師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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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모량역 시운(次牟良驛詩韻) -조준(趙浚)
鷄林山水欲淸秋 萬古興亡客倚樓 尙使後人還不鑑 有誰知得我悠悠
계림산수욕청추 만고흥망객의루 상사후인환불감 유수지득아유유
계림의 산수는 맑은 가을이 되려 하는데 / 鷄林山水欲淸秋
만고의 흥망은 나그네가 다락에 기대었다 / 萬古興亡客倚樓
그래도 뒷 사람이 이것을 거울삼지 못할까 두려워하노니 / 尙使後人還不鑑
누가 있어 내 마음을 알 수 있을까 / 有誰知得我悠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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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 회고(安州懷古) -조준(趙浚)
薩水湯湯漾碧虛 隋兵百萬化爲魚 至今留得漁樵話 不滿征夫一笑餘
살수탕탕양벽허 수병백만화위어 지금류득어초화 불만정부일소여
살수(薩水)가 넓고 멀어 허공에 출렁일 때 / 薩水湯湯漾碧虛
수나라 군사 백만은 물고기로 화했것다 / 隋兵百萬化爲魚
지금도 고기잡이와 나무꾼들이 이야기하는데 / 至今留得漁樵話
그것은 나그네의 한 웃음거리에도 차지 않는다 / 不滿征夫一笑餘
[주D-001]살수(薩水) : 즉 청천강. 고구려의 을지문덕이 수(隋)나라의 백만 군사를 청천강에서 대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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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관 도중(鐵關途中) -변중량(卞仲良)
鐡關城下路岐賖 滿目煙波日又斜 南去北來春欲盡 馬頭開遍海棠花
철관성하로기사 만목연파일우사 남거북래춘욕진 마두개편해당화
철관성 밑의 길은 먼데 / 鐡關城下路岐賖
눈에 가득한 물결에 해마저 기우나니 / 滿目煙波日又斜
남으로 가고 북으로 오는 동안 봄도 다하려 하여 / 南去北來春欲盡
말 머리에 해당화가 간 곳마다 피었네 / 馬頭開遍海棠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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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당 입직(竹堂入直) -변중량(卞仲良)
知印尙書最少年 承恩直到玉墀前 紫泥濕盡靑衫袖 夜半黃麻下九天
지인상서최소년 승은직도옥지전 자니습진청삼수 야반황마하구천
인을 맡은 상서가 가장 나이 젊으면서 / 知印尙書最少年
은혜를 받들고 바로 옥지뜰 앞에 이르렀나니 / 承恩直到玉墀前
자니(임금의 조칙을 자니(紫泥)로 봉함)는 푸른 적삼 소매를 모두 적시어 / 紫泥濕盡靑衫袖
한밤중에 황마(黃麻)가 구천에서 내려오네 / 夜半黃麻下九天
[주D-001]황마(黃麻) : 당나라 때에 조칙을 황마지(黃麻紙)에 쓰는 것과 백마지(白麻紙)에 쓰는 것으로써 사건의 경중(輕重)을 구별하였는데, 황마는 한림원(翰林阮)에서 발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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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정언 이존오(別定言李存吾) -윤소종(尹紹宗)
大廷白日雷霆後 南北三年幾夢思 復上離亭重回首 秋高喬嶽易生悲
대정백일뢰정후 남북삼년기몽사 부상리정중회수 추고교악역생비
맑은 날 대궐 뜰에서 천둥 친 뒤에 / 大廷白日雷霆後
남북으로 〈귀양간〉 삼년 동안 몇 번이나 꿈꾸고 생각했던고 / 南北三年幾夢思
다시 이정에 올라 거듭 머리 돌리나니 / 復上離亭重回首
가을 높은 산에 슬픔이 생기기 쉬워라 / 秋高喬嶽易生悲
[주C-001]이존오 : “병오년에 정추간의(鄭樞諫議)와 함께 신돈(辛旽)을 논란하다가 장사감무(長沙監務)로 좌천되다.”라는 제주(題註)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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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정(栗亭) -윤소종(尹紹宗)
社稷壇前舊栗亭 耆英會遠草靑靑 茂陵仁義云云對 汲黯丹心炳日星
사직단전구률정 기영회원초청청 무릉인의운운대 급암단심병일성
사직단 앞의 옛날의 율정 / 社稷壇前舊栗亭
노인들 모임은 간 곳 없고 풀이 푸르렀다 / 耆英會遠草靑靑
무릉의 ‘인의 운운’에 대답하니 / 茂陵仁義云云對
급암의 단심은 해와 별처럼 빛났네 / 汲黯丹心炳日星
[주C-001]율정(栗亭) : “선조(先祖)가 정자에 밤나무를 심고 곧 스스로 율정이라 이름한 뒤로 봄가을의 좋은 절기에는 반드시 노인들을 맞이하여 그 정자 위에서 술을 내었다.” 라는 제주(題註)가 있다.
[주D-001]무릉의 …… 대답하니 : 무릉(茂陵) 한 무제(漢武帝)이다. 무제가 조정에서 여러 신하들에게, “내가 이러이러하려 한다.” 하니, 급암(汲黯)이 나서며, “폐하께서 안으로는 욕심이 많으며서 경으로 인의(仁義)를 베푸려 하시니 어찌 요순(堯舜)이 정치를 본받으려 하십니까.” 하였다.
20
경효대왕 만사(敬孝大王挽詞) -윤소종(尹紹宗)
夢中咫尺謁天顔 豈意遺弓十日間 自念生成無髮報 微臣也合殉橋山
몽중지척알천안 기의유궁십일간 자념생성무발보 미신야합순교산
꿈속 지척에서 천안을 뵈었을 때 / 夢中咫尺謁天顔
십 일 동안 활 버릴 것을 어찌 뜻하였으랴 / 豈意遺弓十日間
스스로 생각하면 생성(生成)에 대해 털끝만한 갚음도 없었거니 / 自念生成無髮報
미신이야말로 교산에 순하기에 합당하구나 / 微臣也合殉橋山
-. 꿈에 임금 앞에서 입으로 시를 부르기를, “선생은 충효로서 살림을 살았으니 수양버들 그늘 속에 큰 길이 비껴 있다. 어젯밤에 보슬보슬 봄비가 지나간 뒤 건곤 만 리가 한꺼번에 꽃일러라.”고 하였다.
[주C-001]경효대왕 만사(敬孝大王挽詞) : 황제(黃帝)가 정호(鼎湖)에서 신선이 되어 용(龍)을 타고 하늘에 올라가다가 활을 떨어뜨렸다. 교산(橋山)에는 황제가 버린 칼과 신[舃]을 장사지낸 능이 있다.
[주D-001]생성(生成) : 하늘과 땅이 만물을 낳아서 이루어 주는 은혜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임금의 은혜를 천지에 비유한 것이다.
21
제벽제역(題碧蹄驛) -윤소종(尹紹宗)
明明白日照靈臺 某也忠臣某也回 天鑑何曾違咫尺 謫來猶復望蓬萊
명명백일조령대 모야충신모야회 천감하증위지척 적래유부망봉래
밝고 밝은 해가 영대를 비추나니 / 明明白日照靈臺
누구는 충신이요 누구는 간사하다 / 某也忠臣某也回
하늘 거울이 어찌 일찍 지척에 어김이 있었으랴 / 天鑑何曾違咫尺
귀양살이 왔으면서도 봉래를 바라는구나 / 謫來猶復望蓬萊
22
침류정(枕流亭) -염흥방(廉興邦)
金沙居士枕流亭 楊柳陰陰暑氣淸 洗耳不聞塵世事 潺湲只有小溪聲
금사거사침류정 양류음음서기청 세이불문진세사 잔원지유소계성
금사거사의 침류정에는 / 金沙居士枕流亭
버드나무 우거져 더운 기운 맑히네 / 楊柳陰陰暑氣淸
귀를 씻고 티끌 세상 일 듣지 않나니 / 洗耳不聞塵世事
다만 잔잔히 흐르는 작은 시내 소리 있다 / 潺湲只有小溪聲
[주D-001]귀를 씻고 …… 않나니 : 요(堯)가 허유(許由)에게 천하를 사양하였으나 받지 않고 영수(穎水)에 가서 더러운 말을 들은 귀[耳]를 씻었다.
23
차운 정 한산군 이영숙(次韻呈韓山君李頴叔) -정사도(鄭思道)
柳巷輕煙寒食後 松山翠色晩晴餘 苦呤未得賞春句 還向明窓讀佛書
류항경연한식후 송산취색만청여 고령미득상춘구 환향명창독불서
버드나무 거리의 가벼운 연기는 한식 뒤이요 / 柳巷輕煙寒食後
송악의 푸른 빛은 늦게 갠 다음일세 / 松山翠色晩晴餘
괴로이 읊었으나 상춘의 글귀 얻지 못하여 / 苦呤未得賞春句
도로 밝은 창을 향해 불경을 읽는다 / 還向明窓讀佛書
24
서강 증 정선생 달가봉사 강남(西江贈鄭先生達可奉使江南) -정사도(鄭思道)
去年京洛遇中秋 醉擁笙歌月下樓 今夜船窓滿江雨 一燈離思浩難收
거년경락우중추 취옹생가월하루 금야선창만강우 일등리사호난수
지난해 경락에서 중추를 만나 / 去年京洛遇中秋
술에 취해 달 아래 다락에서 피리 불고 노래했더니 / 醉擁笙歌月下樓
오늘 밤의 배 창에는 강비가 가득한데 / 今夜船窓滿江雨
한 등불 앞에 이별한 생각 하도 짙어 걷잡기 어렵구나 / 一燈離思浩難收
25
영일한거(迎日閑居) -정사도(鄭思道)
屏迹村廬車馬稀 出門看雪立移時 漁蓑堪畫晩江上 只恨都官無好詩
병적촌려차마희 출문간설립이시 어사감화만강상 지한도관무호시
촌 초막에 자취 감췄으매 수레와 말이 드문데 / 屏迹村廬車馬稀
문을 나가 눈을 보기 한참 동안 / 出門看雪立移時
고기잡이의 도롱이를 그릴 만한 저문 강 위에 / 漁蓑堪畫晩江上
다만 한하노니 도관(都官)이 좋은 시가 없구나 / 只恨都官無好詩
[주D-001]도관(都官)이 …… 없구나 : 당나라 시인 정곡(鄭谷)이 눈[雪]을 두고 지은 시에, “강 위에 저녁 때 그림 그릴 만한 곳은 어옹이 한 도롱이를 입고 돌아간다 [江上晩來堪畵處 漁翁披得一簑歸].”는 구(句)가 있다. 정곡의 벼슬이 도관(都官)이었다. 이 시의 작자 정사도(鄭思道)가 정곡과 성이 같으므로 이렇게 인용하였다.
26
제 웅천강(除熊川江) -강호문(康好文)
江水茫茫入海流 靑山影裏一扁舟 百年南北人多事 只有沙鷗得自由
강수망망입해류 청산영리일편주 백년남북인다사 지유사구득자유
강물이 아득히 바다로 들어가 흐르는데 / 江水茫茫入海流
푸른 산 그림자 속에는 한 조각배이구나 / 靑山影裏一扁舟
백 년 남북에 사람은 일이 많건만 / 百年南北人多事
오직 모래밭 갈매기는 자유를 얻었구나 / 只有沙鷗得自由
27
우제(偶題) -강호문(康好文)
風尖月細春猶淺 酒冷燈昏夜向深 人在西窓愁不寐 十年前事摠經心
풍첨월세춘유천 주랭등혼야향심 인재서창수불매 십년전사총경심
바람은 날카롭고 달은 가늘어 봄이 아직 옅은데 / 風尖月細春猶淺
술은 차고 등불은 어두워 밤이 깊어가네 / 酒冷燈昏夜向深
사람은 서창 밑에서 시름에 잠 못 이루니 / 人在西窓愁不寐
십 년 전의 일까지 모두 마음에 스쳐가는 구나 / 十年前事摠經心
28
송 강절사 차사자운(送 江浙使 次使者韻) -한방신(韓方信)
萬里滄溟秋月白 渺渺長天同一色 舟中呤得幾篇詩 記予書與東歸客
만리창명추월백 묘묘장천동일색 주중령득기편시 기여서여동귀객
만 리 넓은 바다엔 가을달이 희디희고 / 萬里滄溟秋月白
아득히 긴 하늘은 모두 한 빛이어라 / 渺渺長天同一色
배 안에서 몇 편의 시를 얻어 읊을 것인고 / 舟中呤得幾篇詩
날 생각하여 동으로 돌아오는 손의 편에 부쳐나 주오 / 記予書與東歸客
29
주면(晝眠) -원송수(元松壽)
窮達誠知在彼天 不須辛若慕前賢 心無念慮身無事 只管西窓晝日眠
궁달성지재피천 불수신약모전현 심무념려신무사 지관서창주일면
궁달은 진실로 저 하늘에 달린 줄을 알거니 / 窮達誠知在彼天
구태여 고생하면서 먼저 선현을 흠모할 것 없어라 / 不須辛若慕前賢
마음에 걱정 없고 몸에 또 일이 없나니 / 心無念慮身無事
그저 서창 아래서 낮잠이나 자네 / 只管西窓晝日眠
30
연지(燕至) -원송수(元松壽)
秋葉題詩送爾歸 春來還傍主人飛 杏梁亦有安身處 應爲權門足禍機
추엽제시송이귀 춘래환방주인비 행량역유안신처 응위권문족화기
가을 잎에 시를 적어 너를 돌려 보냈더니 / 秋葉題詩送爾歸
봄이 오매 돌아와 주인 곁에서 나는구나 / 春來還傍主人飛
행량에도 또한 몸을 편히 할 곳이 있으련만 / 杏梁亦有安身處
〈그리 가지 않는 것은〉 권문은 화의 기틀 되기 때문이란다 / 應爲權門足禍機
31 차곽충수 총랑운(次郭忠秀摠郞韻) -원송수(元松壽)
倦鳥其如縱壑魚 祇今吾亦愛吾廬 箇中日用知何事 只有中庸一卷書
권조기여종학어 기금오역애오려 개중일용지하사 지유중용일권서
고달픈 새가 어찌 큰 물에 놓은 물고기와 같으랴 / 倦鳥其如縱壑魚
지금 나도 또한 내 집을 사랑한다 / 祇今吾亦愛吾廬
이 가운데서 날로 할 일 무엇인가 / 箇中日用知何事
책 한 권 있을 뿐이다 / 只有中庸一卷書
32
정초에 게으름을 판다[正旦賣慵懶] -원송수(元松壽)
慵懶由來不直錢 相呼相賣謾爭先 世人肯把千金擲 今歲依然似去年
용라유래불직전 상호상매만쟁선 세인긍파천금척 금세의연사거년
게으름이란 원래 돈에 값하는 것이 아닌데 / 慵懶由來不直錢
서로 불러 서로 팔려고 부질없이 앞을 다툰다 / 相呼相賣謾爭先
세상 사람들 즐겨 천금을 던지건만 / 世人肯把千金擲
금년도 의연히 작년과 같구나 / 今歲依然似去年
[주C-001]정초에 게으름을 판다[正旦賣慵懶] : 옛날 정월 초하룻날에 게으픔을 판다는 풍속이 있었다.
33
송 안종원 부 강릉부사(送安宗源赴江陵府使) -원송수(元松壽)
出按關東有幾人 漁樵猶說謹齋仁 至今樂府遺聲在 應向樽前淚滿巾
출안관동유기인 어초유설근재인 지금악부유성재 응향준전루만건
강릉에 안찰사로 간 이 몇 사람이 있었던가 / 出按關東有幾人
고기잡이와 나무꾼들 아직도 근재의 인을 말하네 / 漁樵猶說謹齋仁
지금에도 악부에 아직 그 소리 남아 있거니 / 至今樂府遺聲在
아마 술동이 앞에 앉으면 눈물이 수건을 적시리라 / 應向樽前淚滿巾
[주C-001]송안종원부강릉부사(送安宗源赴江陵府使) : 안종원(安宗源)의 아버지 안축(安)이 호(號)가 근재(謹齋)인데, 일찍 강원도 안찰사로 가서〈관동별곡(關東別曲)〉이라는 가사(歌辭)를 지은 적이 있다.
34
복도 홍남양후 언박 차 조남당 시운 삼수(伏覩洪南陽侯彦博次曹南堂詩韻)
(三首) -원송수(元松壽)
-1
少日心期未老閑 宦途容易損朱顔 君恩報了方歸去 吾眼無由對碧山
소일심기미로한 환도용역손주안 군은보료방귀거 오안무유대벽산
젊을 때에는 마음으로 늙기 전에 한가하기를 기약했더니 / 少日心期未老閑
벼슬길은 젊은 얼굴 늙게 만들었네 / 宦途容易損朱顔
임금에게 보은을 마치고 비로소 돌아가려면 / 君恩報了方歸去
내 눈은 푸른 산을 대할 날이 없으리 / 吾眼無由對碧山
-2
十載馳驅尙未閑 紅塵無處得怡顔 似聞昨日江流漲 何日扁舟向故山
십재치구상미한 홍진무처득이안 사문작일강류창 하일편주향고산
십 년을 휘몰아 다니면서 아직 한가하지 못해 / 十載馳驅尙未閑
홍진 속에서 얼굴을 펼 곳이 없었다 / 紅塵無處得怡顔
어제는 강물이 넘쳐 흐른다는 말을 들었는데 / 似聞昨日江流漲
언제나 조각배로 고향 산으로 돌아갈런지 / 何日扁舟向故山
-3
無能只合乞身閑 松栢難爲桃李顔 不敢作堂追綠野 應須結社學香山
무능지합걸신한 송백난위도리안 불감작당추록야 응수결사학향산
재능이 없으매 다만 〈사직하고〉 몸의 한가함을 비는 것이 합당하거니 / 無能只合乞身閑
소나무 잣나무는 복숭아나 오얏의 얼굴을 하기 어렵네 / 松栢難爲桃李顔
감히 당을 지어 녹야를 따르지 못하겠고 / 不敢作堂追綠野
모름지기 결사하여 향산을 배우자 / 應須結社學香山
[주D-001]모름지기 … 배우자 : 당나라 백낙천(白樂天)이 만년(晩年)에 향산(香山)에서 아홉 노인과 결사(結社)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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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교법안상인 자 강절성 도해 장유 금강산 미수이귀(崇敎法眼上人自江浙省渡海將遊金剛山未遂而歸) -원송수(元松壽)
南北東西鼓角悲 九州人物盡流離 箇中只有餘杭境 煙火閭閰似舊時
남북동서고각비 구주인물진류리 개중지유여항경 연화려국사구시
남ㆍ북ㆍ동ㆍ서에서 고각 소리 슬플 때 / 南北東西鼓角悲
구주의 인물들이 모두 떠돌아다니었다 / 九州人物盡流離
그 가운데 다만 여항의 땅이 있어 / 箇中只有餘杭境
인가가 많은 여염이 옛날과 다름없으리 / 煙火閭閰似舊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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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초일일(四月初一日) -정도전(鄭道傳)
山禽啼盡落花飛 客子未歸春已歸 忽有南風情思在 解吹庭草也依依
산금제진락화비 객자미귀춘이귀 홀유남풍정사재 해취정초야의의
산새가 울기를 그치매 지는 꽃이 나는데 / 山禽啼盡落花飛
나그네는 돌아가지 못하고 봄은 이미 돌아가네 / 客子未歸春已歸
갑자기 남쪽 바람이 정이 있어 / 忽有南風情思在
뜰의 풀에 불어 우거지누나 / 解吹庭草也依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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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重九) -정도전(鄭道傳)
故園歸路渺無窮 水繞山回復幾重 望欲遠時愁更遠 登高莫上最高峯
고원귀로묘무궁 수요산회부기중 망욕원시수경원 등고막상최고봉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득하여 끝이 없다 / 故園歸路渺無窮
물이 돌고 산이 돌아 다시 몇 겹이던고 / 水繞山回復幾重
먼 곳을 바라보려 할 때 시름도 더욱 멀거니 / 望欲遠時愁更遠
높은 데 올라도 가장 높은 봉우리에는 오르지 말라 / 登高莫上最高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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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김거사 야거(訪金居士野居) -정도전(鄭道傳)
秋陰漠漠四山空 落葉無聲滿地紅 立馬溪橋問歸路 不知身在畫圖中
추음막막사산공 락엽무성만지홍 립마계교문귀로 불지신재화도중
가을 그늘은 막막하고 사방 산은 비었는데 / 秋陰漠漠四山空
지는 잎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 붉었구나 / 落葉無聲滿地紅
시내 다리 위에 말을 세우고 돌아갈 길 물으며 / 立馬溪橋問歸路
내 몸이 그림 속에 있는 줄을 몰랐다 / 不知身在畫圖中
40
방 김익지(訪金益之) -정도전(鄭道傳)
墟煙暗淡樹高低 草沒人蹤路欲迷 行近君家猶未識 田翁背指小橋西
허연암담수고저 초몰인종로욕미 행근군가유미식 전옹배지소교서
들 연기 희미한 속에 나무들은 높낮은데 / 墟煙暗淡樹高低
풀이 사람의 발자국을 덮어 길을 잃은 것 같다 / 草沒人蹤路欲迷
그대 집에 가까이 온 듯한데 그래도 분별 못해 / 行近君家猶未識
늙은 농부가 돌아서서 작은 다리 서쪽을 가리키네 / 田翁背指小橋西
41
내주 성남역관 병풍에 부인금ㆍ금ㆍ기ㆍ서ㆍ화 사도가 있으므로 그 위에 희롱으로 쓰다[箂州城南驛館屛有婦人琴碁書畵四圖戱題其上] -정도전(鄭道傳)
-1
芳園春到日初長 懶整雲鬟倚綉牀 彈罷一聲無限恨 不知誰賦鳳求凰
방원춘도일초장 라정운환의수상 탄파일성무한한 불지수부봉구황
꽃다운 동산에 봄이 이르러 비로소 해가 긴데 / 芳園春到日初長
구름 같은 귀밑머리를 게을리 손질하고 비단 평상에 기대어 있구나 / 懶整雲鬟倚綉牀
거문고 한 가락 타고 나니 무한한 한(悍)이라 / 彈罷一聲無限恨
누가 숫봉이 암봉을 불러 줄꼬 / 不知誰賦鳳求凰
-2
檻外花枝轉午陰 閑敲玉子逞芳心 輸來莫賭黃金百 一笑還應直百金
함외화지전오음 한고옥자령방심 수래막도황금백 일소환응직백금
헌함 밖의 꽃가지에 낮 그늘이 짙어 가는데 / 檻外花枝轉午陰
한가로이 바둑을 땅땅 꽃다운 마음을 풀어보나니 / 閑敲玉子逞芳心
지더라도 백 냥 황금을 내기로 줄 것 없다 / 輸來莫賭黃金百
한 번의 웃음이 백 냥 황금 가치로세 / 一笑還應直百金
-3
美人如玉罷粧梳 盡日凝眸讀底書 下女相看亦不語 無由得近遺瓊琚
미인여옥파장소 진일응모독저서 하녀상간역불어 무유득근유경거
옥 같은 미인이 단장을 마치고는 / 美人如玉罷粧梳
온종일 옆눈 떠 보지 않고 무슨 책을 읽고 있나 / 盡日凝眸讀底書
하녀도 서로 보고 말을 하지 않으매 / 下女相看亦不語
가까이 하여 경거(선물)를 보낼 길이 없구나 / 無由得近遺瓊琚
-4
可憐雲雨夢中人 又向瓊臺寄此身 思入丹靑終不應 謾勞心力喚眞眞
가련운우몽중인 우향경대기차신 사입단청종불응 만로심력환진진
어여쁘다 운우의 꿈속의 사람이 / 可憐雲雨夢中人
또 경대(선녀가 사는 곳)를 향해 이 몸을 붙이었네 / 又向瓊臺寄此身
생각이 단청에 들어갔으나 마침내 응하지 않아 / 思入丹靑終不應
부질없이 마음만 괴롭혀 진진(眞眞)을 부른다 / 謾勞心力喚眞眞
[주D-001]거문고 …… 한(恨)이라 :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촉(蜀)나라 부호(富豪) 탁왕손(卓王孫)의 집 연회(宴會)에 초대 받았다. 그 때에 탁왕손의 딸 문군(文君)이 새로 과부가 되었는데, 얼굴이 아름답고 음율(音律)을 좋아한다는 것을 사마상여가 알고, 거문고로 숫봉이 암컷을 구하는 곡조[鳳求鳳曲]를 탔더니 과연 문군이 밤에 상여에게 달려 와서 서로 부부(夫婦)가 되었다고 한다.
[주D-002]부질없이 … 부른다 : 당나라 조안(趙顔)이 화공(畵工)에게서 미인(美人)의 화상을 한 폭 얻으면서 말하기를, “세상에 이런 미인(美人)이 없다. 만일 있다면 내가 아내로 삼겠다.” 하니, 화공이 답하기를, “나의 그림은 신화(神畵)인데 이 미인의 이름은 진진(眞眞)이라 한다. 그 이름을 백일(百日) 동안 밤낮으로 부르면 반드시 대답이 있을 것이니 술에다 백가(百家)의 채회(綵灰)를 타서 부으면 반드시 살아날 것이다.” 하므로 조안은 그 말대로 하였더니 과연 미인이 살아나서 1년 만에 아이를 낳았는데, 그 뒤에 조안의 친구가 알고, “이것은 요물(妖物)이다. 내가 신검(神劍)이 있으니 요물을 죽이라.” 하고 칼을 주었다. 조안이 방에 들어가니 미인이 울면서, “나는 남악(男岳)의 신선인데 지금 그대가 나를 의심하니 더 머물 수 없다.” 하고는 아이를 안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술을 토해 내니 본 그림에 어린이 하나가 더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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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축 정조 봉천전 구호(癸丑正朝夆天殿口號) -정도전(鄭道傳)
春隨細雨度天津 大掖池邊柳色新 滿帽宮花霑鍚宴 金吾不問醉歸人
춘수세우도천진 대액지변류색신 만모궁화점양연 금오불문취귀인
봄에 부슬비 따라 천진을 건너가노니 / 春隨細雨度天津
대액의 못가에 버들빛이 새롭구나 / 大掖池邊柳色新
궁중의 꽃을 사모에 가득 꽂고 내리신 잔치에 함빡 즐거웠는데 / 滿帽宮花霑鍚宴
취해서 돌아가는 사람 금오(金吾)도 묻지 않더라 / 金吾不問醉歸人
[주D-001]금오(金吾) : 한(漢)나라 때에 집금오(執金吾)란 관직이 있었는데, 치안(治安)을 맡았으며 야간 통행을 금지하는 것도 그의 권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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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옹도(擊甕圖) -권근(權近)
玉斗碎時虧覇業 珊瑚擊處有驕心 爭如幼日多奇氣 倉卒全人慮已深
옥두쇄시휴패업 산호격처유교심 쟁여유일다기기 창졸전인려이심
옥두(玉斗)가 부서질 때 패업이 이지러지고 / 玉斗碎時虧覇業
산호(珊瑚)를 치는 곳에 교만한 마음이 있다 / 珊瑚擊處有驕心
어찌 어릴 때의 그 기특한 기상이 있음 만하랴 / 爭如幼日多奇氣
창졸히 급한 때에 사람을 건졌으니 생각이 이미 깊었네 / 倉卒全人慮已深
[주C-001]격옹도(擊甕圖) : 송나라 사마광(司馬光)이 어릴 적에 나가 놀다가 같이 놀던 아이가 물독에 빠졌는데 모두 놀라서 달아났으나, 사마광은 큰 돌로 독을 깨뜨려서 아이를 살려 냈다. 후에 이를 그림으로 그려서 전하는 이가 있었다.
[주D-001]옥두(玉斗) : 항우(項羽)와 패공(沛公)이 홍문(鴻門)에 모여서 잔치할 때에, 범증(范增)이 항우에게 패공을 죽이기를 권하였으나 항우가 듣지 않았다. 패공이 빠져 나간 뒤에 장량(張良)을 시켜 옥두(玉斗)를 범중에게 선사하니 범중이 칼로 옥두를 쳐서 깨치며, “항왕(項王)의 천하를 빼앗을 자는 반드시 패공일 것이며, 우리들은 포로가 되고 말 것이다.” 하였다.
[주D-002]산호(珊瑚) : 진(晉)나라 왕개(王愷)와 석숭(石崇)이 서로 호부(豪富)를 자랑하였는데, 왕개는 진무제(晉武帝)의 외숙이었므로 무제가 왕개에게 높이가 이척(二尺)이나 되는 산호수(珊瑚樹)를 주므로 석숭에게 보이자, 석숭이 쇠방망이로 때려 부수니 왕개가 노하였다. 이에 석숭이, “내가 지금 자네에게 갚아 주면 되지 않겠는가.” 하고, 자기 집에 있는 산호수를 모두 가져 오게 하니 석 자 넉 자 되는 것이 6,7개나 되고, 왕개의 것과 같은 것은 매우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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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역 회고(蓬萊驛懷古) -권근(權近)
祖龍鞭石竟無功 誰見神仙不死翁 三十五年眞一瞥 從敎鮑臭滿車中
조룡편석경무공 수견신선불사옹 삼십오년진일별 종교포취만차중
조룡(祖龍)이 돌을 채찍질했으나 마침내 공이 없었거니 / 祖龍鞭石竟無功
누가 죽지 않는 신선을 보았던고 / 誰見神仙不死翁
삼십 오년이 진실로 눈 깜짝할 사이었나니 / 三十五年眞一瞥
포어(鮑魚)의 냄새가 수레에 가득하였다 / 從敎鮑臭滿車中
[주D-001]조룡(祖龍)이 …… 채찍질했으나 : 진시황(秦始皇) 동해(東海)에 해 뜨는 것을 보려고 돌로 바다에 다리를 놓으려 하자, 귀신이 돌을 채찍질하여 바다로 몰아 넣으니 돌에 피가 흘렀다 한다.
[주D-002]삼십 오년이 …… 사이었나니 : 진시황이 신선의 불사약(不死藥)을 구하려 하였으나 얻지 못하고 임금이 된지 35년 만에 죽었다.
[주D-003]포어(鮑魚)의 …… 가득하였다 : 진시황이 동순(東巡) 하다가 중도에 사구평대(沙丘平臺)에서 죽었는데, 따라갔던 그의 작은 아들 호해(胡亥)가 음모(陰謀)를 꾸미느라고 서울에 가기까지 상사(喪事)를 비밀에 붙였는데, 시체의 썩는 냄새가 나므로 감추기 위하여 수레에 냄새 많이 나는 포어(鮑魚)를 실어서 시체 냄새 나는 줄을 모르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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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유소년 산수도 (題柳少年山水圖) 방선(方善) -권근(權近)
墨池龍起雨濛濛 石走江翻鬼泣空 一陣好風天地霽 分明元化在胸中
묵지룡기우몽몽 석주강번귀읍공 일진호풍천지제 분명원화재흉중
묵지에 용이 일어나매 비가 쏟아지고 / 墨池龍起雨濛濛
돌이 달아나고 강이 뒤집히며 귀신이 허공에서 운다 / 石走江翻鬼泣空
한 줄기 좋은 바람에 천지가 활짝 개거니 / 一陣好風天地霽
분명히 천지의 조화를 가슴 속에 지녔도다 / 分明元化在胸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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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거사 설중 기우유 추암(金居士雪中騎牛遊皺巖) -권근(權近)
雪裏深山特地奇 遊觀牛背任行遲 皺巖可是非人境 長使儒仙爲賦詩
설리심산특지기 유관우배임행지 추암가시비인경 장사유선위부시
눈 속의 시내와 산이 하도 기이하기에 / 雪裏深山特地奇
놀러 나가 소 등에서 느리게 가는 대로 맡겨 두네 / 遊觀牛背任行遲
추암은 과연 세상 인간이 아니어서 / 皺巖可是非人境
언제나 유선으로 시를 짓게 하더라 / 長使儒仙爲賦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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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사(卽事) -권근(權近)
夜深新月照天明 行路相驚避富平 未進白龍魚服戒 多慙諫院得題名
야심신월조천명 행로상경피부평 미진백룡어복계 다참간원득제명
밤깊어 초생달이 새벽 하늘 비출 때 / 夜深新月照天明
길 가는 이 서로 놀라 부평을 피하나니 / 行路相驚避富平
흰 용이 고기 형상으로 변한 경계를 드리지 못해 / 未進白龍魚服戒
간원에 이름을 붙이고 있는 것 못내 부끄러워하노라 / 多慙諫院得題名
-. 한(漢)나라의 성제(成帝)가 사복(私服)을 입고 다니면서 스스로 부평후(富平侯)의 가인(家人)이라 일컬었다.
[주C-001]즉사(卽事) : 당시에 임금이 사복(私服)으로 밤에 출입하는 것을 두고 지은 것이다.
[주D-001]흰 용이 …… 경계 : 옛날에 백룡(白龍)이 물고기의 형상으로 변하여 못에 나왔더니 고기잡는 예저(豫且)란 사람이 눈을 쏘아 마쳤다. 백룡이 하늘에 올라가서 천제(天帝)에게 호소하니 천제가 묻기를, “그 때에 어떤 형상을 하였더냐.” 하니, 대답하기를, “못에 내려가서 물고기 형상을 하였습니다.” 하므로 천제는, “그러면 물고기는 본시 사람을 쏘아 잡는 것인데, 예저(豫且)가 무슨 죄이냐.” 하였다. 《說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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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기우자 불우(訪騎牛子不遇) -성석린(成石璘)
德彝不見大平年 八十逢春更謝天 桃李滿城香雨過 謫仙何處酒家眼
덕이불견대평년 팔십봉춘경사천 도리만성향우과 적선하처주가안
덕이는 태평 세월 보지 못하였는데 / 德彝不見大平年
팔십에 봄을 만나매 더욱 하늘에 감사하네 / 八十逢春更謝天
복숭아꽃 오얏꽃은 성에 가득하고 향기로운 비가 지나가는데 / 桃李滿城香雨過
적선은 어느 곳 술집에서 자는가 / 謫仙何處酒家眼
[주D-001]덕이(德彝)는 …… 못하였는데 : 당 태종(唐太宗)이 처음 나라를 다스릴 방침을 세울 때에 여러 신하와 의논하였더니, 위징(魏徵)은 인의(仁義)로, 봉덕이(封德彝)는 형법(刑法)으로 정치를 하기를 주장하였다. 태종(太宗)은 위징의 말대로 인의(仁義)로써 정치를 하여 천하가 태평하게 되었으며 봉덕이는 이미 죽었었다. 태종은, “지금 천하가 이렇게 태평한 것은 위징의 힘인데, 봉덕이에게 오늘날 이것을 보게 하지 못한 것이 한이로다.” 하였다. 여기서는 작자(作者)가 자기들은 오래 살아 태평을 보니 하늘에 감사하다는 뜻이다.
49
조시중이 좌주를 청하여 잔치하는데 축하하다[賀趙侍中邀座主開讌] -성석린(成石璘)
得士方知座主賢 侍中稱壽侍中前 天敎好雨留佳客 風送飛花落舞筵
득사방지좌주현 시중칭수시중전 천교호우류가객 풍송비화락무연
선비를 잘 뽑았으니 비로소 좌주의 현명함을 알겠구나 / 得士方知座主賢
시중이 시중 앞에서 수 빌어 올리나니 / 侍中稱壽侍中前
하늘도 좋은 비를 내려 아름다운 손을 머무르게 하는데 / 天敎好雨留佳客
바람은 나는 꽃을 보내어 춤추는 자리에 떨어진다 / 風送飛花落舞筵
[주C-001]조 시중이 좌주를 청하여 잔치하는데 축하하다[賀趙侍中邀座主開讌] : 조 시중(趙侍中)은 조준(趙浚)인데, 이색(李穡)의 밑에서 과거에 합격하였다. 자기를 과거에 합격시킨 시관(試官)을 좌주(座主)라 하며, 이 시는 조준이 이색을 초청한 연회에서 지은 것이다.
50
양성정(養性亭) -하윤원(河允源)
養性亭西矗石東 竹林深翠柿垂紅 秋光滿院還無主 長入征夫一夢中
양성정서촉석동 죽림심취시수홍 추광만원환무주 장입정부일몽중
양성정 서쪽 촉석루 동쪽에 / 養性亭西矗石東
대숲은 짙게 푸르고 감은 드리워 붉었구나 / 竹林深翠柿垂紅
가을빛은 동산에 가득한데 도리어 주인이 없어 / 秋光滿院還無主
언제나 나그네의 꿈속에 들어오나니 / 長入征夫一夢中
51
부임 상주 차 판상 안상시(赴任尙州次板上安相詩) -하윤원(河允源)
爲州頃刻已三年 政拙那能及古賢 縱被推擠猶未去 自將尸素愧蒼天
위주경각이삼년 정졸나능급고현 종피추제유미거 자장시소괴창천
고을을 다스린 지 어느새 3년이 되었건만 / 爲州頃刻已三年
정치가 졸하거니 어찌 옛날의 현인에 미치랴 / 政拙那能及古賢
배척을 당하면서도 오히려 가지 않으니 / 縱被推擠猶未去
스스로 시소(尸素)로 저 푸른 하늘이 부끄럽구나 / 自將尸素愧蒼天
[주D-001]시소(尸素) : 시위소찬(尸位素餐)이란 말인데, 송장처럼 일은 못하고 자리만 지키는 것을 시위(尸位)라 하고, 밥값을 하지 못하고 공밥을 먹는 것을 소찬(素餐)이라 한다.
52
송 춘일 별인(送春日別人) -조운흘(趙云仡)
謫宦傷心涕淚揮 送人兼復送春歸 春風好去無留意 久在人閒學是非
적환상심체루휘 송인겸부송춘귀 춘풍호거무류의 구재인한학시비
귀양살이 벼슬에 마음이 상해 눈물을 뿌리는데 / 謫宦傷心涕淚揮
사람을 보내고 또 돌아가는 봄을 보내네 / 送人兼復送春歸
봄바람아 즐겨 떠나 머무를 생각 말라 / 春風好去無留意
인간에 오래 있으면 시비만 배우리라 / 久在人閒學是非
53
유금강산(遊金剛山) -조운흘(趙云仡)
金剛山下雨中遊 白石入雲山無頭 更宿山中夢泉寺 松風半夜鳴颼颼
금강산하우중유 백석입운산무두 경숙산중몽천사 송풍반야명수수
금강산 아래 비 속에서 노니 / 金剛山下雨中遊
흰 돌이 구름 속에 들어가매 산이 머리가 없네 / 白石入雲山無頭
다시 산중의 몽천사에 자노니 / 更宿山中夢泉寺
솔바람이 밤중에 우수수 울린다 / 松風半夜鳴颼颼
54
제 구월산 소암(題九月山小庵) -조운흘(趙云仡)
山中猶在戊辰雪 柳眼初開己已春 世上榮枯吾已見 此身無恨付窮貧
산중유재무진설 류안초개기이춘 세상영고오이견 차신무한부궁빈
산중에는 아직도 무진년의 눈이 있는데 / 山中猶在戊辰雪
버들눈은 처음으로 기사년 봄에 터지네 / 柳眼初開己已春
세상의 영고를 나는 이미 다 보았거니 / 世上榮枯吾已見
이 몸이 빈궁에 처해 있는 것 한하지 않노라 / 此身無恨付窮貧
55
즉사(卽事) -조운흘(趙云仡)
紫門日午喚人開 徐步林亭坐石苔 昨夜山中風雨在 滿溪流水泛花來
자문일오환인개 서보림정좌석태 작야산중풍우재 만계류수범화래
한낮에야 아이 불러 사립문 열고 / 紫門日午喚人開
천천히 걸어 숲속 정자에 나와 돌 이끼에 앉았노니 / 徐步林亭坐石苔
어젯밤 산중에는 비바람 사나와 / 昨夜山中風雨在
시내에 가득 흐르는 물이 꽃을 띄워 오누나 / 滿溪流水泛花來
56
제 운금루(題雲錦樓) -조운흘(趙云仡)
雲錦樓前雲錦臺 醉看雲錦滿池開 世閒豈有千年術 日擁笙歌倒玉杯
운금루전운금대 취간운금만지개 세한기유천년술 일옹생가도옥배
운금루 앞에 운금대 있어 / 雲錦樓前雲錦臺
취해 보매 운금이 못에 가득 피어 있네 / 醉看雲錦滿池開
세상에 어찌 천 년을 살 방법 있으리 / 世閒豈有千年術
날마다 피리 불고 노래하며 옥술잔을 기울이리라 / 日擁笙歌倒玉杯
57
즉사(卽事) -설장수(偰長壽)
不知春色深多少 秪見桃花爛熳開 遊蝶一雙無意緖 愛花飛去却飛來
불지춘색심다소 지견도화란만개 유접일쌍무의서 애화비거각비래
봄빛이 얼마나 깊었는가 그것은 모르지만 / 不知春色深多少
다만 복숭아꽃이 난만히 핀 것을 보나니 / 秪見桃花爛熳開
노는 나비 한 쌍은 다른 뜻 없이 / 遊蝶一雙無意緖
그저 꽃을 사랑하여 날아갔다 날아오네 / 愛花飛去却飛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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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양자강(過揚子江) -정총(鄭摠)
兩岸春旗簇酒樓 數聲柔櫓過滄洲 白鷗也識忘機客 故故飛來近葉舟
량안춘기족주루 수성유로과창주 백구야식망기객 고고비래근엽주
두 언덕 봄 깃발 술집이 총총한데 / 兩岸春旗簇酒樓
젓는 노 부드러운 두어 소리에 바다를 지나간다 / 數聲柔櫓過滄洲
흰 갈매기는 기심을 잊은 사람 알아 보고 / 白鷗也識忘機客
일부러 날아와 작은 배에 가까이하네 / 故故飛來近葉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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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사 견매(斷俗寺見梅) -강회백(姜淮伯)
一氣循還往復來 天心可見臘前梅 自將鼎鼐調羹實 謾向山中落又開
일기순환왕부래 천심가견랍전매 자장정내조갱실 만향산중락우개
한 기운이 돌고 돌아갔다 다시 오나니 / 一氣循還往復來
천심은 섣달 전의 매화에서 볼 수가 있고 / 天心可見臘前梅
스스로 큰 솥에 국맛을 조화하는 열매로서 / 自將鼎鼐調羹實
부질없이 산중에서 떨어졌다 열렸다 하네 / 謾向山中落又開
60
도 우질포(渡亐叱浦) -이첨(李詹)
篷窓一夜耿疏燈 行計還如物外僧 舴艋爲家何所適 春江風浪碧層層
봉창일야경소등 행계환여물외승 책맹위가하소적 춘강풍랑벽층층
봉창 하룻밤의 가물거리는 등불 앞에 / 篷窓一夜耿疏燈
행색은 도리어 세상 밖의 중과 같네 / 行計還如物外僧
배를 집으로 삼아 어디로 가야 할까 / 舴艋爲家何所適
봄강의 바람 물결은 푸르러 층층이네 / 春江風浪碧層層
61
야 과함벽루 문 탄금성 유작(夜過涵碧樓聞彈琴聲有作) -이첨(李詹)
神仙腰佩玉摐摐 來上高樓掛碧窓 入夜更彈流水曲 一輪明月下秋江
신선요패옥창창 래상고루괘벽창 입야경탄류수곡 일륜명월하추강
신선 패옥 소리 뎅그렁뎅그렁 / 神仙腰佩玉摐摐
높은 다락에 올라 푸른 창문에 걸어 올린다 / 來上高樓掛碧窓
밤이 되자 다시 유수곡을 타니 / 入夜更彈流水曲
한 수레바퀴의 밝은 달이 가을강에 내리네 / 一輪明月下秋江
62
진양 난후 알성진(晉陽亂後謁聖眞) -이첨(李詹)
廨宇丹靑一炬亡 頑童尙解護文坊 十年海嶠風塵裏 獨整夜冠謁素王
해우단청일거망 완동상해호문방 십년해교풍진리 독정야관알소왕
관청집의 단청들은 한 개비 불에 탔는데 / 廨宇丹靑一炬亡
무지한 자들이 오히려 문방(문묘(文廟))을 보호할 줄 알았나니 / 頑童尙解護文坊
10년의 영남 해변 풍진 속에서 / 十年海嶠風塵裏
혼자 의관을 바루고 소왕(素王)을 뵈옵노라 / 獨整夜冠謁素王
[주C-001]진양 난후 알성진(晉陽亂後謁聖眞) : 성진은 공자의 영정(影幀)이다.
[주D-001]소왕(素王) : 공자를 말하는데, 제왕(帝王)의 위에 있지는 못하여도 제왕의 공덕이 있다는 뜻이며, 감투 없는 제왕이란 말이다.
63
게으름이 심함[慵甚] -이첨(李詹)
平生志願已蹉跎 爭奈慵疏十倍多 午寢覺來花影轉 暫携稚子看新荷
평생지원이차타 쟁내용소십배다 오침각래화영전 잠휴치자간신하
평생에 뜻하던 것 이미 다 틀렸는데 / 平生志願已蹉跎
게으르고 성기기 열 배나 더한 것 어찌하리 / 爭奈慵疏十倍多
낮잠을 깨고 나니 꽃 그림자 옮겼는데 / 午寢覺來花影轉
잠깐 어린애 손을 잡고 새로 핀 연꽃을 보네 / 暫携稚子看新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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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모묘(漂母墓) -이첨(李詹)
老眼元非識健兒 千金當日豈爲期 墳前春草年年綠 料得王孫解報施
로안원비식건아 천금당일기위기 분전춘초년년록 료득왕손해보시
늙은 부인의 눈이 원래 건아[武人]를 알아본 것 아니거니 / 老眼元非識健兒
당일에는 후일의 천금을 어찌 기약했으랴 / 千金當日豈爲期
무덤 앞의 봄풀이 해마다 푸른 것은 / 墳前春草年年綠
아마 왕손이 은혜 갚은 것인가 / 料得王孫解報施
65
증 팽성감무 이군(贈彭城監務李君) -이첨(李詹)
三月彭城布穀啼 千畦麥浪與雲齊 使君日用非他事 點檢春畊東復西
삼월팽성포곡제 천휴맥랑여운제 사군일용비타사 점검춘경동부서
3월의 팽성에 뻐꾸기 우니 / 三月彭城布穀啼
천 이랑의 보리물결이 구름과 가지런하네 / 千畦麥浪與雲齊
사군의 날마다 하는 일이 다른 일이 아니로다 / 使君日用非他事
봄갈이 감독하느라고 동에 갔다 서에 갔다 / 點檢春畊東復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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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축중구 뇌동홍견(丁丑重九雷動虹見) -이첨(李詹)
重陽佳節苦無懽 閑傍黃花過小灣 雷有殘聲虹未斷 滿江風雨送秋寒
중양가절고무환 한방황화과소만 뢰유잔성홍미단 만강풍우송추한
중양의 아름다운 절기에도 즐거움이 없어 / 重陽佳節苦無懽
한가로이 국화꽃을 돌아 작은 물굽이를 지나노니 / 閑傍黃花過小灣
천둥 소리 그치지 않고 무지개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 / 雷有殘聲虹未斷
강에 가득한 바람비는 가을 추위를 보내 주나니 / 滿江風雨送秋寒
67
문자귀(聞秭歸) -이첨(李詹)
瘴海山前雲月凝 秭歸哀怨聽來增 夜深休向西川哭 再拜今無杜少陵
장해산전운월응 자귀애원청래증 야심휴향서천곡 재배금무두소릉
장해의 산 앞에 구름과 달이 어리었는데 / 瘴海山前雲月凝
자귀(자규(子規) 곧 두견새)의 슬픈 원망은 들을수록 더하다 / 秭歸哀怨聽來增
밤이 깊거든 서천을 향해 울지 말지니 / 夜深休向西川哭
이제는 두 번 절하는 두소릉(杜少陵)이 없느니라 / 再拜今無杜少陵
[주D-001]두 번 절하는 두소릉(杜少陵) :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가 서천(西川 촉땅)에 있으면서 두견을 두고 지은 시에, “두견에게 두 번 절한다.” 는 말이 있으니, 그것은 두견이 옛날 임금의 혼이 화(化)한 것이라는 전설이 있기 때문이라 한다.
68
평양 봉정 이재(平壤奉呈頤齋) -이원(李原)
事親日短事君長 有底年年客異鄕 回首大同江上路 春歸草木又蒼蒼
사친일단사군장 유저년년객이향 회수대동강상로 춘귀초목우창창
어버이 섬길 날은 짧고 임금 섬길 날은 긴데 / 事親日短事君長
무슨 일로 해마다 타향의 나그네가 되는가 / 有底年年客異鄕
대동강 위의 길에 머리를 돌리노니 / 回首大同江上路
봄이 돌아와 풀과 나무는 또 퍼렇구나 / 春歸草木又蒼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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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주 도중(通州途中) -정전(鄭悛)
松磴排鱗高復低 蒼波萬里入冥迷 海棠處處停歸轡 爲惜繁英襯馬蹄
송등배린고부저 창파만리입명미 해당처처정귀비 위석번영친마제
소나무 사이 바위등성이 비늘처럼 겹쳐서 높았다 낮았다 / 松磴排鱗高復低
만 리의 푸른 물결은 아득하기도 하여라 / 蒼波萬里入冥迷
곳곳의 해당화는 돌아가는 말고삐를 멈추게 하고 / 海棠處處停歸轡
고은 꽃송이 말발굽에 밟히는 것 아까와라 / 爲惜繁英襯馬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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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양주 기 춘주 김사군 소(在襄州寄春州金使君邵) -정전(鄭悛)
跳丸日月苦奔忙 西望相思幾斷腸 雁過長空音問少 海風吹夢到昭陽
도환일월고분망 서망상사기단장 안과장공음문소 해풍취몽도소양
나는 탄환처럼 해와 달은 바쁘기도 하거니 / 跳丸日月苦奔忙
서쪽을 바라보매 몇 번이나 창자 끊는고 / 西望相思幾斷腸
긴 허공을 지나는 기러기에 소식 물을 길 적고 / 雁過長空音問少
해풍이 꿈을 불어 소양으로 달린다 / 海風吹夢到昭陽
71
서회(敍懷) -정전(鄭悛)
閑花半落綠初肥 門掩春風柳絮飛 春帶愁來歸又速 春歸胡不帶愁歸
한화반락록초비 문엄춘풍류서비 춘대수래귀우속 춘귀호불대수귀
한가한 꽃은 반쯤 떨어지고 푸르름은 처음으로 살찌는데 / 閑花半落綠初肥
봄바람에 문 닫고 버들가지 날도다 / 門掩春風柳絮飛
시름을 띠고 오는 봄은 가기도 빠른데 / 春帶愁來歸又速
돌아갈 때는 어이 시름을 띠고 돌아가지 않는가 / 春歸胡不帶愁歸
72
숙의진구 야우문안(宿儀眞口夜雨聞雁) -정전(鄭悛)
夜泊儀眞水驛頭 西風吹雨送淸愁 宦遊萬里身如寄 新雁聲中又一秋
야박의진수역두 서풍취우송청수 환유만리신여기 신안성중우일추
의진의 수역 머리에서 밤을 보내는데 / 夜泊儀眞水驛頭
서풍은 비를 불어 맑은 시름을 보내오네 / 西風吹雨送淸愁
벼슬놀이 만 리에 몸은 떠도는데 / 宦遊萬里身如寄
새로 기러기 소리 속에 또 한 번 가을인가 / 新雁聲中又一秋
73
한원 기 진양제생(翰院寄晉陽諸生) -정이오(鄭以吾)
三月江南天氣新 諸生誰與賞靑春 翰林醉客渾無事 細雨薔薇夢遠人
삼월강남천기신 제생수여상청춘 한림취객혼무사 세우장미몽원인
3월 강남에 천기가 새롭거니 / 三月江南天氣新
여러분은 누구와 더불어 청춘을 즐기는가 / 諸生誰與賞靑春
한림의 취한 손은 도무지 일이 없어 / 翰林醉客渾無事
보슬비 오는 장미꽃 앞에서 먼 사람을 꿈꾼다 / 細雨薔薇夢遠人
74
차운 기 정백용(次韻寄鄭伯容) -정이오(鄭以吾)
二月將闌三月來 一年春事夢中回 千金尙未買佳節 酒熟誰家花正開
이월장란삼월래 일년춘사몽중회 천금상미매가절 주숙수가화정개
2월은 장차 다하고 3월이 오려는데 / 二月將闌三月來
1년의 봄일이 꿈속에서 돌아가네 / 一年春事夢中回
천금으로도 아름다운 절기를 살 수 없거니 / 千金尙未買佳節
술 익은 누구 집에 꽃은 한창 피었는가 / 酒熟誰家花正開
75
죽장사(竹長寺) -정이오(鄭以吾)
衙罷乘閑出郭西 僧殘寺古路高低 祭星壇畔春風早 紅杏半開山鳥啼
아파승한출곽서 승잔사고로고저 제성단반춘풍조 홍행반개산조제
관청 일 파하고 흥을 따라 성곽 서쪽을 나서니 / 衙罷乘閑出郭西
중은 드물고 절은 묵었는데 길 마저 울퉁불통 / 僧殘寺古路高低
제성단 곁에 봄바람은 아직 이른데 / 祭星壇畔春風早
붉은 살구꽃은 반만 피고 산새가 운다 / 紅杏半開山鳥啼 절에 노인성단(老人星壇)이 있다.
76
차 무풍현 벽상운(次茂豐縣壁上韻) -정이오(鄭以吾)
立錐地盡入侯家 只有溪山屬縣多 童稚不知軍國事 穿雲互答採樵歌
립추지진입후가 지유계산속현다 동치불지군국사 천운호답채초가
송곳을 세울 만한 땅도 모두 후가에 들어갔나니 / 立錐地盡入侯家
다만 시내와 산이 현에 붙어 있구나 / 只有溪山屬縣多
어린애들은 군국의 일을 알지 못하고 / 童稚不知軍國事
구름을 뚫고 서로 채초가를 주고 받네 / 穿雲互答採樵歌
77
시위(試闈) -변계량(卞季良)
春闈曾見士如林 萬萬花容有淺深 李白桃紅都自取 天工造物本無心
춘위증견사여림 만만화용유천심 리백도홍도자취 천공조물본무심
봄 위에서 일찍이 보았노니 선비들은 수풀과 같아 / 春闈曾見士如林
만만의 꽃빛이 짙기도 하고 옅기도 하여라 / 萬萬花容有淺深
흰 오얏이나 붉은 복숭아도 모두 스스로 취함이니 / 李白桃紅都自取
천공이 물을 만드는 것은 원래 무심하니라 / 天工造物本無心
78
제 문수 기우도(題文殊騎牛圖) -박서생(朴瑞生)
長裾垂地獨騎牛 鬚末淸風滿天地 放下繩頭緩緩歸 溪橋碧草煙華膩
장거수지독기우 수말청풍만천지 방하승두완완귀 계교벽초연화니
긴 옷자락을 땅에 드리우고 혼자 소를 탔나니 / 長裾垂地獨騎牛
수염 끝의 맑은 바람은 천지에 가득하네 / 鬚末淸風滿天地
고삐를 놓은 채 느릿느릿 돌아올 때 / 放下繩頭緩緩歸
시내 다리의 푸른 풀은 연기에 살쪘구나 / 溪橋碧草煙華膩
79
선상즉경(船上卽景) -박서생(朴瑞生)
家家門壓碧琉璃 怪底居人有是奇 多事紅花依綠竹 淡粧香霧漾淸漪
가가문압벽류리 괴저거인유시기 다사홍화의록죽 담장향무양청의
집집의 문마다 푸른 유리를 눌렀나니 / 家家門壓碧琉璃
이상하다 여기 사는 사람은 기이한 경치도 있구나 / 怪底居人有是奇
수선스러운 붉은 꽃은 푸른 대를 의지했는데 / 多事紅花依綠竹
엷은 단장과 향기로운 안개는 맑은 물결 일렁이네 / 淡粧香霧漾淸漪
80
즉사(卽事) -유방선(柳方善)
晝靜溪風自捲簾 吟餘傍架檢書籖 今年却勝前年懶 身世全敎付黑甜
주정계풍자권렴 음여방가검서첨 금년각승전년라 신세전교부흑첨
한낮은 고요하고 시내 바람은 스스로 발을 걷는데 / 晝靜溪風自捲簾
시를 읊다 말고 서가 곁에서 책을 정리한다 / 吟餘傍架檢書籖
금년은 작년보다 훨씬 더 게을러서 / 今年却勝前年懶
신세를 전혀 흑첨에 붙였네 / 身世全敎付黑甜
81
차 청심루 운(次凊心樓韻) -함부림(咸傅霖)
秋月春風混大江 蘆花柳絮畫蓬窓 早年遊覽半天下 一片驪城信少雙
추월춘풍혼대강 로화류서화봉창 조년유람반천하 일편려성신소쌍
가을달과 봄바람은 큰 강에 섞이었고 / 秋月春風混大江
갈대꽃과 버들개지는 봉창에 그림 그리네 / 蘆花柳絮畫蓬窓
젊어서 유람할 때 천하를 반이나 다녔는데 / 早年遊覽半天下
한 조각 여성은 참으로 짝이 적네 / 一片驪城信少雙
82
경안부(慶安府) -조서(曺庶)
水光山氣弄晴沙 楊柳長堤十萬家 無數商船城下泊 竹樓煙月咽笙歌
수광산기롱청사 양류장제십만가 무수상선성하박 죽루연월인생가
물빛과 산기운은 비 갠 모래를 희롱하는데 / 水光山氣弄晴沙
푸른 버들 긴 언덕에는 십만의 집일러라 / 楊柳長堤十萬家
수 없는 장삿배가 성 아래 대었고 / 無數商船城下泊
죽루의 으스름 달은 피리 노래에 목메이네 / 竹樓煙月咽笙歌
83
오령묘(五靈廟) -조서(曺庶)
村南村北雨淒淒 五廟靈宮楊柳低 十里江山和睡過 竹林深處午鷄啼
촌남촌북우처처 오묘령궁양류저 십리강산화수과 죽림심처오계제
마을 남쪽 마을 북쪽에 쓸쓸히 비 오는데 / 村南村北雨淒淒
오령묘에는 버들이 나직하구나 / 五廟靈宮楊柳低
10리 강산을 졸며 지나가노니 / 十里江山和睡過
대숲 깊은 곳에 낮닭이 우네 / 竹林深處午鷄啼
84
차 광주 청풍루 운(次廣州凊風樓韻) -남재(南在)
自憐阿堵已飛花 尙且逢場發興多 可笑此翁猶矍鑠 百端無計住昭華
자련아도이비화 상차봉장발흥다 가소차옹유확삭 백단무계주소화
스스로 가여워하노니 아도(阿堵)는 이미 흐려졌거니 / 自憐阿堵已飛花
그래도 〈벗을〉 만나 마당에는 무척 흥이 나누나 / 尙且逢場發興多
우스워라, 이 첨지 늙어도 오히려 건장하거니 / 可笑此翁猶矍鑠
아무래도 젊음에 머물 방법은 없구나 / 百端無計住昭華
[주D-001]아도(阿堵) : 진(晉)나라 때 속어(俗語)로 ‘이것’이란 말인데, 눈[眼]을 말한 데도 있고 돈을 말한 데도 있다.
85
제 지포가벽(題池逋家壁) -어변갑(魚變甲)
謝病歸來一室幽 荒涼草樹古池頭 若予豈避功名者 秪爲慈親不遠遊
사병귀래일실유 황량초수고지두 약여기피공명자 지위자친불원유
병을 핑계하고 돌아오니 한 집이 그윽하여 / 謝病歸來一室幽
옛 못 머리에 풀과 나무가 거칠어 쓸쓸하구나 / 荒涼草樹古池頭
나와 같은 자 어찌 공명을 피할까마는 / 若予豈避功名者
다만 자친 때문에 멀리 나가지 못하네 / 秪爲慈親不遠遊
86
곡 정삼봉(哭鄭三峯) -진의귀(陳義貴)
應時開國際明君 畫圖長生第一勳 恨不當年端國本 泰山功業等浮雲
응시개국제명군 화도장생제일훈 한불당년단국본 태산공업등부운
시운을 만나 나라를 열자 밝은 임을 만났으니 / 應時開國際明君
장생전(長生殿)에 얼굴을 그려 으뜸 가는 공이었네 / 畫圖長生第一勳
한하노니 그 당시에 나라의 근본 바루지 못했으매 / 恨不當年端國本
태산 같은 공업이 뜬구름과 같구나 / 泰山功業等浮雲
[주D-001]장생전(長生殿) : 당나라 때에 장생전에 공신의 화상을 그렸다.
[주D-002]나라의 근본바루지 못했으매 : 나라의 근본은 세자(世子)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정도전(鄭道傳)이 방석(芳碩)을 세자로 삼는데 찬동하였으므로, 태종에게 맞아 죽어서 태산 같은 개국(開國)의 공이 헛일이 된 사실을 말한 것이다.
87
차 벽송정 창화시(次碧松亭唱和詩) -윤상(尹祥)
老願春遲花底飛 每嫌山鳥喚催歸 松陰此會蘭亭飮 須把流觴次第移
로원춘지화저비 매혐산조환최귀 송음차회란정음 수파류상차제이
늙어서 원은 봄이 더디 가서 꽃밑에 노는 것이네 / 老願春遲花底飛
매양 산새가 최귀(催歸)라 우는 것을 미워하노니 / 每嫌山鳥喚催歸
소나무 그늘의 이 모임은 난정의 술자리라 / 松陰此會蘭亭飮
부디 흐르는 술잔 잡아 차례로 돌리어라 / 須把流觴次第移
[주D-001]최귀(催歸) : 자규(子規)의 일명(一名). 최귀를 글자로 풀이하면 돌아가기를 재촉한다는 뜻이 되므로 이렇게 인용한 것이다.
88
광주 북루(廣州北樓) -권담(權湛)
風澸薔薇已謝花 綠陰滿地恨何多 少年歌舞一樓月 十載歸來兩鬢華
풍담장미이사화 록음만지한하다 소년가무일루월 십재귀래량빈화
바람이 장미를 흔들어 꽃은 벌써 다 지고 / 風澸薔薇已謝花
푸른 그늘 땅에 가득하거니 얼마나 서러운가 / 綠陰滿地恨何多
젊어서 노래하고 춤추기는 한 다락의 달이었는데 / 少年歌舞一樓月
10년 만에 돌아오매 두 귓머리 다 세었네 / 十載歸來兩鬢華
89
제 광주청풍루(題廣州淸風樓) -하륜(河崙)
少年曾此一看花 老大今來感慨多 歲月不留人換盡 眼前風物尙繁華
소년증차일간화 로대금래감개다 세월불류인환진 안전풍물상번화
젊어 일찍 여기서 꽃을 한 번 보았더니 / 少年曾此一看花
늙어 지금 오니 감개 많구나 / 老大今來感慨多
세월은 머물지 않아 사람 모두 바뀌었는데 / 歲月不留人換盡
눈앞의 풍물들은 오히려 번화하네 / 眼前風物尙繁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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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권사간 형 좌천 부 청풍군 (送權司諫兄左遷赴淸風群) 담(湛) -권홍(權弘)
宦海風濤人共愁 未知何日得安流 濯纓一曲滿江月 怊悵獨登寒碧樓
환해풍도인공수 미지하일득안류 탁영일곡만강월 초창독등한벽루
벼슬바다의 풍파는 사람들이 다 근심하는 것 / 宦海風濤人共愁
언제나 〈풍파 없는〉 편안한 흐름 얻으리 / 未知何日得安流
탁영(濯纓)의 한 곡조에 강달이 가득한데 / 濯纓一曲滿江月
쓸쓸히 혼자 한벽루에 오르나니 / 怊悵獨登寒碧樓
[주D-001]벼슬바다 : 관계(官界)를 바다에 비유하여 환해(宦海)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풍파가 많다는 뜻이다.
[주D-002]탁영(濯纓) : 옛날에, “창랑수(滄浪水)가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을 것이요, 창랑수가 탁하면 발을 씻으리라.”는 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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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극 계상 별이립 이립 유시 차운 증지(無極溪上別而立而立有詩次韻贈之) -양여공(梁汝恭)
盛朝同作掖垣臣 謫宦分離可愴神 料得春風相憶處 永山煙樹漢江濱
성조동작액원신 적환분리가창신 료득춘풍상억처 영산연수한강빈
밝은 조정에서 다같이 액원의 신하가 되었다가 / 盛朝同作掖垣臣
귀양살이 벼슬로 헤어지니 마음 아픈 일이네 / 謫宦分離可愴神
봄바람이 불 때 서로 생각하는 곳은 / 料得春風相憶處
아마도 영산의 연기 낀 나무와 한강 가일세 / 永山煙樹漢江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