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52) - 카라바조의 ‘예수 그리스도의 매장’
1602년에 카라바조는 발리첼라의 산타 마리아 성당의 정면에 걸린 ‘예수 그리스도의 매장’을 그렸다. 그가 그린 대형 그림 중의 하나이다.
이때는 신교의 종교개혁이 거센 바람에 카톨릭 교회의 개혁으로 맞섰다. 1577년에 교회를 개혁하기 위해서 오라토리오 수도원을 설립하여 활동한 성 필립 네리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나중에는 16세기 카토릭 개혁 운동의 대표적인 인물이 되었다. 산타 마리아 성당은 필립 네리에게 헌정되어서 현재의 치오사 누오바 성당이다.
필립 네리는 사제(신부) 중심의 카톨릭 교회가 너무 형식에 치우쳐져 있는 것을 쇄신하고자 평신도들에게 감동적인 설교를 함으로 카톨릭 교회의 중심 인물이 되었다. 희생적인 자선을 베풀어서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카라바조의 ‘예수 그리스도의 매장’은 1595년에 임종한 필립 네리의 영성을 대변하는 작품으로 그렸다.
캄캄한 어둠이 화면의 전면을 감싸고 있다. 십자가에서 못에 박히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눈을 감은 예수를 무덤에 매장하는 순간이다. 요셉이 빌라도 총독으로부터 인수받은 예수를 세마포에 사서 돌무덤에 안치하는 순간의 엄숙한 분위기가 넘쳐난다. 예수의 식어가는 육체를 바라보고 비통해하는 사람들 사이로, 화면의 오른쪽 위로부터 신비로운 빛 한줄기가 흘러들어온다. 그 빛은 예수의 시신 위에서 신비롭게 빛난다. 신비이 빛을 중심으로 좌우가 대칭을 이루듯이, 화면의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는 한 여인이 두 손을 들어올리고 예수의 죽음을 애통해 한다. 이 그림에서도 카라바조의 테네브리즘이 아주 효과적으로 적용되어 있다.
카라바조는 ‘예수의 매장’을 통해서 예수의 성스러운 죽음의 순간을 평범하고 가난한 로마 사람들의 시각에서 이야기 한다. 이 작품을 본 당시의 카톨릭 교회에서는 카라바조의 최고의 걸작이라고 칭찬했다.
이 그림을 좀 더 유심히 보면 유난히도 묘석을 크게 그린 것이 보인다.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선행과 자선을 베풀므로 로마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오라토리오 수도회의 창설자인 필립 네리를 위해 치에서 누오바 성당을 헌정했다. 새로운 카톨릭 교회의 재건을 꿈꾸던 교항은 성 필립 네리의 사역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새로운 교회의 기초 정신을 제시했던 성 필립 네리가 죽자 카라바조에게 종교적 의무를 부여했다.
이 작품은 발표 당시부터 많은 찬사와 좋은 평을 들었다. 초기의 일부 미술 평론가들이 미켈란젤로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았다. 이 그림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에서 보여주는 예수의 시신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모방과 창조의 경계선은 지금도 모호하다. 성화에서 ‘그리스도의 매장’은 인기있는 주제이다. 많은 화가들이 그렸다. 어쨌거나 이 작품은 후대의 화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실은 이 그림을 그리기 전에 ‘성 바울의 회심’과 ‘성 마태의 천사’가 인수를 거부당했다. 그러나 이 그림으로 인해서 그의 오점은 지워졌고, 자신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유난히 크게 묘사한 묘석을 보자. 묘석을 기오로 다섯 사람이 몰려있다. 이것은 필립 네리의 정신이 새로운 교회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는 상징이라고 했다.
빌라도에 가서 예수의 시체를 달라고 하니
이에 빌라도가 내어주라 분부하거늘
요셉이 시체를 가져다가 정한 세마포에 싸서
바위 속에 판 자기의 새 무덤에 넣어두고
큰 돌을 굴려 무덤 문에 놓고 가니
거기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향하여 앉았더라.
-마태복음 27장 57-62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