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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2월 3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203금] '경기도 포격' 북의 위협에 맞서려면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간부가 “올해 안에 경기도를 목표로 새로운 포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2일 일본 도쿄(東京)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서울발 기사에서 북한 정보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이렇게 전했다. 북한의 해외공작 활동을 담당하는 정찰총국의 간부는 “서해상 남쪽 군함에도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한다. 당장 진위를 가리기 어렵지만, 여러 측면에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은 틀림없다.
이념적 중립지인 도쿄신문은 일본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한 것으로 짐작한다. 또 신문의 권위와 신뢰성에 비춰 허황된 거짓 보도는 아닐 것이다. 일본 극우언론이 흔히 북의 위협과 한반도 안보위기를 과장하거나, 악의적 흑색선전에 이용되는 것과는 달리 볼 만하다.
문제는 실제로 북한 해외공작기관이 ‘경기도 포격’위협을 일본 쪽에 흘렸다면, 그 속셈이 무엇인지 올바로 헤아리는 것이다. 북이 연평도 포격에 이어 휴전선 접적지역 등에서 다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정부도 추가도발 징후가 짙다고 판단, 상시 대응태세를 갖추고 강력한 응징을 경고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북이 도발 의도를 구체적으로 흘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안보 불안감과 혼란을 부추기려는 교란 술책이다.
북한은 민심과 전열(戰列)을 흐트리는 교란 전술에 특히 능하다. 휴전선 군사대치 지역을 지목하지 않고 굳이‘경기도’를 목표로 언급한 것은 연평도처럼 민간에 대한 무차별 포격을 위협, 공포와 혼란을 조성하려는 간계이다. 언론부터 실재적 위협과 기만적 술책을 냉정하게 분별, 자칫 적의 교란에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물론 정부와 군은 최악 상황에 빈틈없이 대비해야 한다. 또 강력한 응징을 되뇌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저들이 실제로 경기도를 포격한다면, 휴전선 일대는 물론이고 평양을 비롯한 심장부를 타격해 북한체제를 괴멸시킨다는 결연한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지금은 우리 자신도 그런 각오를 다져야 마땅한 위기상황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203금] 교육자치 파괴하는 교과부의 ‘학교 자율화’ 정책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학교장에게 교육감의 인가 없이 학칙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단위학교 자율역량 강화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핵심은 학교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교육재정 지원을 성과와 연동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이를 이명박 정부 교육 자율화 정책의 종합판이라며 이를 통해 교육자치가 진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에선 자율이란 허울을 내세워 교육자치를 훼손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교육자치의 중심인 교육감의 권한을 빼앗아 학교장에게 주고, 교과부가 정한 성과지표를 통해 시·도교육청을 통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장의 권한과 책무 강화의 목적을 ‘단위학교의 자율적 운영을 침해하는 시·도교육청의 규제와 관여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학칙 제정에 대한 교육감의 인가권을 없애겠다는 것만 해도 그렇다. 교과부는 이 규정이 군사정부 시절의 잔재이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과부가 이런 내용이 포함된 초·중등교육법 통과에 부쩍 열을 내고 있는 시점이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이 학생인권조례나 체벌금지 등의 문제를 들고 나온 이후인 점을 보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교육현장에서도 그동안 여러 사안에서 교과부와 대립·갈등해온 진보 교육감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대책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교육 성과와 재정교부금을 연계시키겠다는 내용 역시 교육자치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다. 교육자치의 목적은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춘 교육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교과부가 나서서 획일적인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평가와 예산을 이용해 그 목표 달성을 위한 경쟁을 유도할 경우, 시·도교육청이 지역별 특성을 살린 교육을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학교 자율화 정책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교육감과 학교현장에 대한 교육부의 불요불급한 통제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교육감의 권한 가운데 교과부가 지도·감독하게 돼 있는 위임사무의 상당부분을 교육감에게 넘겨줘 교육감들로 하여금 지역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교과부는 국가의 기본적 교육정책 수립에 전념하는 게 교육자치를 발전시키는 길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1203금] 법원이 '허위·과장'으로 판결한 PD수첩 '광우병 보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가 MBC PD수첩의 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방송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 2심에서 '방송 일부 내용은 지나친 과장, 번역 오류로 인해 허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쇠고기 수입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공익성을 가진 방송이었으므로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면서 "(당시 농수산식품부 장관 등에 대한) 명예훼손의 고의(故意)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PD수첩 재판의 쟁점은 ①방송 내용이 허위·왜곡이었나 ②허위·왜곡에 고의성이 있었나 하는 두 가지다. 올 1월 서울형사지법 형사단독판사가 내린 1심에선 "일부 세세한 점에서 다소 과장이 있다 해도 허위로 보기 어렵다"면서 ①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2심 판결은 방송 내용의 허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훨씬 사실에 부합하고 진전된 판결이다.
PD수첩은 발병원인이 50가지도 넘는 다우너 증세의 주저앉는 소를 도살장으로 끌고 가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동물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이라는 원문을 '왜 광우병 의심 소를 억지로 일으켜 도살하냐고'로 뒤바꿨다. 진행자는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 도축되는 모습도 충격적"이라고 말해 방송에 나온 소가 광우병 소라고 몰고 갔다. PD수첩은 또 위 절제수술 후유증으로 죽은 아레사 빈슨 관련 내용에서 미국 버지니아주 보건당국 보도자료에 '포츠머스 질병조사'라고 쓰인 제목을 'vCJD(인간광우병이란 의미) 사망자 조사'라고 둔갑시켜 자막으로 내보냈다. 2심 재판부는 이런 부분을 허위 방송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PD수첩이 편집 방법에 있어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 위한 과장이 있었다고 해서 허위사실을 만들어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까지 단정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PD수첩 작가는 지인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출범 100일 된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놓고…1년에 한두 번쯤 필(feel)이 꽂혀서 방송하는 경우가 있는데…올해는 광우병이 그랬어요.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 더 그랬나 봐요'라고 적었다. 이것 이상으로 PD수첩 제작진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사실을 허위·왜곡·과장하려고 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서울신문 사설-20101203금] 인천 시장은 생색내고 부시장은 윽박지르고…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피란 중인 섬 주민들에 대한 인천시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특히 송영길 시장의 부적절한 행보와 윤석윤 행정부시장의 오만한 언행은, 이들이 과연 시민의 선거로 뽑힌 단체장이고 주민을 위한 공직자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송 시장은 엊그제 연평도 초등학생 100여명을 백화점에 데리고 가 옷과 운동화를 20만원어치씩 사주었다. 급히 섬을 떠나느라 옷가지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아이들을 보고 마음이 아파 그랬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비용을 개인 돈도, 시의 예산도 아니고 기부금으로 지불했다고 한다. 더구나 기부자를 밝히지도 않고 마치 자신이 선물을 사준 것처럼 홍보했다니 어이가 없다. 뒤늦게 백화점 측으로부터 2800만원을 결제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기부자 이모(46·외과전문의)씨는 매우 씁쓸해했다고 한다. 피란 중인 연평도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보내려고 옹진군청에 5000만원 기부 의사를 밝혔는데, 엉뚱하게 송 시장이 미리 성금의 절반 이상을 뚝 잘라 생색을 냈기 때문이다. 송 시장은 그러잖아도 연평도 피폭을 “우리 군의 훈련 탓”이라고 주장하고, 피폭 현장에서는 포염에 그을린 술병을 보고 “이거 진짜 폭탄주네.”라고 농담을 해 많은 국민을 화나게 했다. 준전시 상황을 앞장서서 헤쳐나가야 할 피폭지역 단체장이 이래도 되는 건지, 참으로 실망스럽다.
그제 연평도 피란 주민 앞에 나타난 윤 부시장의 언행도 공손하고 믿음직해야 할 공직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김포 미분양 아파트 등 4곳을 임시거처로 제시하면서 “합 리적 선택을 기대한다.”며 주민에게 강요하듯이 말했다. 주민의 요구대로 연안 가까운 공터에 수용시설을 지으려면 한달 넘게 걸린다며 시의 방안을 선택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는 어조였다. 오만하기까지 한 그의 태도는 가뜩이나 열흘 이상 피란생활로 고달픈 주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 피란 주민을 우선 급한 대로 따뜻하게 보살피고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야 할 인천시장과 부시장이 이런 식이라면 연평도 주민들이 어떻게 그들을 믿고 의지할 수 있을지 큰 걱정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203금] 국토종합계획 일관성·실효성 확보가 관건이다
국토해양부가 녹색성장, 4대강 사업, 5+2 광역경제권 전략, KTX망 확충 등 여건 변화를 반영한 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11~2020)을 마련, 오는 10일 공청회 등을 거쳐 연말까지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작업은 5년마다 정비하도록 한 국토기본법에 따라 2005년 1차 수정에 이은 것이지만 국토종합계획은 최상위 계획이니 만큼 어떻게 하면 정책의 일관성,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도 중요시돼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국토부는 일단 녹색 · 효율 · 글로벌 개념을 새로이 담기 위해 대폭 수정 쪽으로 방향을 정한 듯하다. 광역화 · 특성화를 통한 지역경쟁력 강화, 저탄소 · 에너지 절감형 녹색국토 실현, 기후변화에 대한 선제적 방재능력 강화, 강과 산, 바다를 연계한 품격있는 국토 창조, 인구 ·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한 사회 인프라 확충,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글로벌 거점 기능 강화, 국토관리시스템의 선진 · 효율화 등이 핵심 정책방향으로 반영된다는 것이고 보면 기존 계획의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이 등장할 경우 이를 국토종합계획에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녹색성장이나 인구 · 사회구조 반영 등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요소라고 본다. 그러나 국토종합계획이 제 역할을 하려면 정책의 일관성과 실효성 담보도 중요한 과제다. 그렇지 않고 매번 종합계획이 크게 흔들리면 시 · 도의 개발정책이나 관련부처의 지역정책들도 덩달아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계기로 국토 경관을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을 계속하다가 어느 순간 이 사업의 방향이 틀어지기라도 한다면 그 휴유증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5+2 광역경제권도 마찬가지다. 지역은 그 실효성에 적지않은 의문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기존의 지역행정체제를 넘어선 광역개발의 인센티브를 찾기가 어려운 탓이다. 정부는 이런 점들을 특히 유의해 일관성과 실효성이 확보된 국토종합계획 수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1203금] 현대건설 인수 진흙탕 싸움 당국이 나서야
현대건설 인수전이 다시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그룹과 예비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 현대건설 채권단이 서로 비난과 압박 수위를 높여가며 물고 물리는 혼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5조5100억원을 들여 현대건설 지분 34.8%를 사들이기로 한 현대그룹 컨소시엄 인수 자금의 적정성 문제가 있다. 현대건설 지분 7.8%를 가진 정책금융공사는 현대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서 조달하기로 한 1조2000억원의 성격과 동양종금증권에서 투자받기로 한 8000억원의 풋백옵션(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 여부와 조건을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도 현대 측에 7일까지 나티시스은행과의 대출계약서와 담보ㆍ보증 관련 증빙자료를 내라고 요구했다. 채권단은 현대가 인수자금에 문제가 없다는 걸 제때 소명하지 못하면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를 해지하고 현대차와 협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건 현대그룹은 정책금융공사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중단하라며 반발했고, 현대차는 외환은행이 채권단 동의 없이 자문변호사에 MOU 체결을 재위임한 것은 위법이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또한 1조원대 예금을 한꺼번에 인출하며 외환은행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한 이의제기 금지 가처분소송도 제기했다.
가장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할 현대건설 인수전이 이토록 혼탁해지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당사자들이 비방과 소송전을 자제하고 관련 법규와 합리적인 관행에 따라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금융감독 당국이 나설 수밖에 없다.
이는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금융시스템 안정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끝없는 법정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건설과 채권은행들의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현대와 현대차그룹 모두 깊은 상처를 입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금융당국이 당사자 해결 원칙만 내세우며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당국은 이해당사자들을 불러 공정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홍찬식 칼럼-20101203금] 한국의 노벨과학상 수상 아직 멀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했고 국가적 위상도 높아졌지만 아직 넘지 못하는 벽이 있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9월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그 국립대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 대학에서만 16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대학 관계자의 말에 위축이 됐다고 최근 한 자리에서 털어놓았다.
* 이유 있는 美英獨日의 독점
미국의 과학 잡지인 네이처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 심사에서 한국인 과학자가 심사위원의 실수로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신(新)물질 그래핀 연구의 선두주자 2명이 받았다. 이들에게 상을 주면서 역시 이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에게 상을 주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었다. 국내 과학계도 아쉬움과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놓고 그만큼 한국이 노벨 과학상 수상에 근접한 것이 아니냐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난 30년 동안 노벨 과학상 수상 통계를 보면 오히려 한국이 노벨 과학상을 받는 일은 당분간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노벨 과학상은 미국 영국 독일 3개국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전체 수상자 213명 가운데 미국이 116명을 배출해 54.5%를 차지했고 영국이 20명(9.4%), 독일이 18명(8.5%)의 수상자를 냈다. ‘3강’ 구도에 도전장을 던진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2000년 이후 9명의 수상자를 배출해 2000년 이후 수상 실적만 놓고 보면 독일을 제치고 3위에 올라 있다.
이들 ‘3강’ 혹은 ‘4강’ 국가들은 100년 이상 기초과학 연구에 공을 들여온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10차례의 노벨 과학상 수상을 일궈낸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1911년 설립됐다. 일본은 19세기 말 메이지 일왕 시대부터 부국강병 국책의 일환으로 기초과학 육성에 나섰다. 거점 대학의 하나인 도쿄대학은 1886년 창설됐고 핵심 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는 1917년 문을 열었다. 오랜 기간 축적된 역량과 연구 기반이 있어야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에 수상국 대열에 새로 합류하는 국가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기존에 상을 받았던 나라들이 돌아가며 받고 있는 것이다. 수상자가 소속된 대학들도 세계 톱클래스로 분류된 곳이 대부분이다. 수상자들이 30대의 나이에 새로 찾아낸 이론이나 발견으로 60대 이후에 상을 받는 흐름도 굳어지고 있다. 어느 분야보다도 극소수의 선진국이 다른 국가의 접근을 차단한 채 굳건한 성(城)을 쌓아 놓고 있는 모습이다.
* STEP교육 강화 등 부단한 준비를
한국은 1980년대 이후 기초과학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서 기초과학 연구 역사가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세계적인 대학도 아직 없다.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이 지금 획기적인 연구업적을 내더라도 상을 받으려면 20, 30년을 기다려야 한다. 한국의 노벨 과학상 수상에는 비관적인 재료는 많아도 희망적인 근거는 별로 없어 보인다.
노벨 과학상 수상이 한국 과학기술의 최종 목표가 될 수는 없으나 한국의 수준을 널리 인정받는 하나의 지표는 될 수 있다. 한국의 과학 수준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차근차근 부단히 해나가면 장차 상을 받을 수 있는 확률도 커지게 마련이다. 노벨 과학상 수상에서 독주하고 있는 미국은 현재의 위치도 만족스럽지 못한지 2007년 STEM 교육의 강화를 새 국가의제로 내놓았다. STE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로 이 분야 육성에 미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보고 STEP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역시 서두르지 말고 기초 다지기 작업부터 해나가야 한다. 2007년 당시 미국 국가과학위원회가 제시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정부가 과학기술 교육과 발전에 강한 주도력을 발휘해야 하며 유능한 과학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와 관련한 한국의 현실은 어둡기 짝이 없다. 정부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 국내 과학기술의 컨트롤 타워로 만들겠다는 구상 아래 국회에 법안을 상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다른 정치 싸움에 매달리다보면 법안이 표류할 수 있다고 과학계는 우려하고 있다. 우리의 초중고 과학 교육은 학생들의 기피 대상에 올라 있어 유능한 교사 육성을 논의할 단계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노벨 과학상은 한 나라의 기초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겨루는 경쟁이다. 한국의 과학기술이 짧은 연륜에 비해 많이 발전한 게 사실이지만 모든 것이 선진국보다 크게 미흡한 현 시점에서 상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지 모른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101203금] 코끼리 vs 용
화장실보다 휴대전화가 더 많은 나라. 바로 인도다. 휴대전화 가입자는 12억 인구 중 절반에 달하는 반면 변변한 화장실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고작 3분의 1에 그친다. 대다수 국민에게 기본적 위생 인프라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인도 정부의 무능을 꼬집기 위해 올봄 유엔이 발표한 통계다. 뒤집어보면 이 수치는 민간 기업들의 놀라운 능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뒷간도 못 갖추고 사는 빈민층한테까지 전화기를 팔아 치웠으니 말이다.
“인도 경제는 정부 덕분이 아니라 정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한다”는 인도 출신 언론인 파리드 자카리아의 말이 과언이 아니다. 비단 화장실뿐 아니라 인도는 열악한 인프라로 악명이 높다. 그걸 극복한 게 기업의 힘이다. “도로·항만이 나빠 물건을 수출하기 힘들면 전선·전화선을 통해 서비스를 수출하면 된다. 정부가 잠을 자는 밤중에 오히려 경제는 성장한다”(구차란 다스 전 프록터 앤 갬블 인디아 대표). ‘세계의 콜센터’라 불릴 만큼 잘 나가는 인도 서비스 산업, 결국 정부 덕(?)을 본 셈일까.
인도 경제의 진짜 경쟁력은 끊임없이 공급되는 ‘젊은 피’다. 가구당 2.6명의 높은 출산율로 인구의 절반이 25세 이하다. 이와 반대로 역시 인구 대국인 라이벌 중국은 급속히 늙어간다. 2050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이 3억 명으로 는다. 선진국이 되기 전에 고령화 국가부터 되는 첫 사례가 될 참이다. ‘세계의 공장’ 노릇 하기도 점점 어려워질 게다.
“조만간 코끼리(인도)가 용(중국)을 추월할 것”이란 소리가 나돈 이유다.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지구촌 전망’에서 바로 내년이 인도의 경제 성장률이 중국을 앞서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체급’ 차이가 꽤 나는 중국 경제를 따라잡자면 이 속도로 17년은 더 자라야 한다지만 우쭐할 만도 하다. 인도와 달리 정부 주도로 일사불란하게 내달려온 중국 경제가 그만 ‘한 자녀 정책’의 후폭풍에 덜미가 잡혀 주춤할 모양이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세계 유수 기관들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잠식할 최대 복병으로 저출산·고령화를 꼽는다. 이 숙제만 감당하기도 벅찬데 북한 리스크까지 발목을 잡으려 하니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코끼리와 용이 치고받으며 질주하는 모습을 맘 편히 구경할 처지가 아닌데….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논설위원)-20101203금] 갑자기 잘 죽기
병치레 없이 정정하던 노인이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시면 대개 호상이라고 한다. 어릴 때 우리 마을에서도 밭일을 하고 방에 들어간 이웃집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며느리가 “저녁 드시라”고 말했지만 앉은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부처 죽음’이라 했다. 특히 이를 전해들은 할머니들은 그 ‘죽음 복’을 부러워했다. 이렇듯 나이가 들면 누구든 고통 없이, 갑자기 세상을 뜨고 싶어한다. 우리네 다섯가지 복 중에서 마지막은 ‘제 명대로 살다가 편히 죽는 것’(考終命)이다.
일본에서도 최근 건강하게 살다가 갑자기 죽게 해달라며 불공을 드리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유명 사찰을 순례하는 관련 여행상품이 등장하여 인기를 끌고 있단다. 부처에게 ‘부처 죽음’을 내려달라고 비는 셈이다. 오랫동안 삶을 감싸고 있던 육신을 고통없이 벗는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신의 보살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부처 죽음은 절집 스님들에게도 꿈이다. 사찰에도 죽음은 찾아오고 그 공포와 고통은 속가와 다르지 않다.
1970년대 초반 오대산 상원사 선방에서 일어난 일이다. 결핵을 앓던 스님이 각혈을 했다. 그러자 스스로 바랑을 챙겨 떠났다. 갈 곳이 없으니 죽음을 맞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자허 스님이 슬픈 <선방일기>를 남겼다.
“눈 속에 트인 외가닥 길을 따라 콜록거리면서 떠나갔다. 그 길은 마치 세월 같은 길이어서 다시 돌아옴이 없는 길 같기도 하고 명부(冥府)의 길로 통하는 길 같기도 하다.…자비문중(慈悲門中)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절간에서도 병든 선객을 위해 베풀 자비는 없다. 건강한 선객은 부처님처럼 위대해 보이나 병든 선객은 대처승보다 추해진다. 화두는 멀리 보내고 비루와 비열(卑劣)의 옷을 입고 약을 찾아 헤맨다. 그는 이미 선객이 아니고, 흔히 세상에서 말하는 인간폐물이 되고 만다.”
그 병든 스님은 어디서 최후를 맞았을지 가슴이 먹먹하다. 화두를 붙들고 치열하게 정진했던 선승도 신외무물(身外無物), 즉 몸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른다. 불가에서도 이럴진대 속가에서 편히 죽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요즘 부모들은 자신의 병이 곧 자식들의 짐이라는 생각을 깊이 한다. 그래서 내 힘으로 오래 살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세상을 버리고 싶어한다. 자식들을 떠나 눈 속의 외가닥 길로 스스로를 내몰고 있다. 갑자기 죽기를 바라는 기원에는 이런 슬픔이 들어 있다. 하지만 죽음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그러니 또 슬플 따름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시론/김영신(한국소비자원장)-20101203금] 국경 사라진 소비자 권익
지난 2008년 멜라민 파동, 2010년 도요타 자동차 리콜사태. 이 두 사건은 각각 중국과 미국에서 출발한 소비자 문제였지만 그 파장은 한 국가에만 머물지 않았다. 중국의 축산농가들이 물에 희석한 우유를 단백질 함유량에서 기준치를 어긋나지 않게 하기 위해 섞은 멜라민은 중국과 아시아권을 훌쩍 넘어 북미와 유럽 식료품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일본의 자존심'으로 군림했던 도요타가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했던 가속페달 민원을 얕잡아보다 수천만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한 도요타사태도 마찬가지다. 결국 도요타는 기술력과 품질로 승부하던 브랜드 가치를 땅에 떨어뜨렸다. 리콜 사태의 시작은 미국 소비자들이 올린 유투브 동영상이었지만 그 여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몇 번이나 돌고도 남았다.
* 국제협력 쟁점으로 떠올라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국제적인 소비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현재의 경제시스템이 대공황 등을 만나 뒷걸음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소비환경과 소비자와 관련된 문제는 국경선을 기준으로 삼을 수 없게 됐다.
이를 반영하듯 시장경제의 한 축을 이루는 소비자 분야 역시 국제협력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소비자연합(C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비자정책위원회 같은 국제기구들은 전세계 소비자들이 맞닥뜨리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국제소비자연합(CI)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여한 세계 지도자들에게 소비자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금융 소비자보호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자는 의견을 전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비자정책위원회도 국제소비자보호집행기구네트워크(ICPEN)와 함께 국가별 주요 소비자 문제를 공유하는 방법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1979년 제정된 '소비자보호법'을 기초로 소비자 권익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세계 공조의 흐름에 발맞춰 후발 국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곧 우리가 압축적인 경제성장 과정 속에서 습득한 경험을 전수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소비자보호집행기구네트워크(ICPEN) 회의에서 만난 엘살바도르 소비자행정장관과 몽골의 정부관료는 소비자원에 자국 소비자 문제해결을 위한 '역할모델(role model)'이 돼줄 것을 정중히 요청하였다. 그들도 시장경제 내 소비생활에서 필연적으로 파생될 수밖에 없는 다양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선진적 경험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모델로 우리를 선정한 것이다.
* 코리아 이니셔티브 확보 기회로
소비자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더 이상 국내 문제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의 변화와 국제기구 동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정책의 한 축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중남미나 아시아권 국가를 대상으로 소비자 행정 경험을 전수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는 우리가 만들어낸 소비자 거래와 안전에 관한 규범을 전파하는 것으로서 발전도상국의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3일은 '소비자의 날'이다. 소비자의 권익을 높이고 쾌적한 소비환경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은 이날, 국격과 국가경쟁력이 여러 국가와 함께 소비자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