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용문사
송 하 전명수
소백산 용문사(龍門寺)는 경북 예천군 용문면 내지리 391번지에 위치하며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 직지사의 말사이다. 이 사찰은 신라 제48대 경문왕 10년(870년)에 두운조사(杜雲祖師)가 팔만대장경의 일부를 보관하기 위하여 대장전을 지어 창건하였으며 조선 현종 11년(1670년)에 이를 고쳐지었고 그 후에 여러 차례에 걸쳐 수리하였다. 이 전각의 규모는 앞면 3칸, 옆면 2칸이며 맞배지붕에 다포계 양식이다. 건물의 모서리 부분에는 용머리, 연꽃봉오리 장식과 물고기 조각, 도깨비 조각은 화려한 단청과 함께 장식이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건물의 내부에는 삼존불 뒤 벽체에 나무로 조각을 해 놓아 건물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으며 당시의 정교한 조각과 장식 솜씨를 엿볼 수 있는 건축물이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건물이지만 뛰어난 조각솜씨가 돋보이는 조선 중기의 건축양식을 잘 나타내고 있어 보물 제 145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사찰에는 조선 제13대 명종의 태자와 세종대왕의 비인 소헌왕후, 그리고 정조의 문효세자의 태실이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장전(大藏殿) 안에는 불단 양쪽 옆으로 불경을 보관하는 윤장대(輪藏臺)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것은 조선시대 작품으로 목조경판고이다. 높이 420cm, 둘레 315cm인 윤장대는 전륜장(轉輪藏)이라고도 부르는데 내부에 불경을 넣고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서 정토왕생을 기원하던 의식용 기구의 하나이다. 마루 밑에 회전축을 세워 지도리로 경장을 받치고 지붕 끝을 천장부 가구와 연결하여 대장전 건물과 유기적으로 이어져있다. 겹처마의 팔작지붕에 다포계 양식으로 꾸며진 이 경판고는 8면에 모두 문을 달아서 팔작 목조 건물을 축소한 것처럼 보인다. 아랫부분은 팽이처럼 뾰족하고 한쪽 모서리에 긴 손잡이를 두어 경장을 돌리는 회전의식에 맞도록 고안되어 있다. 작은 자물쇠 고리가 달려 있는 8개의 문을 좌우로 구별되어서 한편에는 정교하게 투조법(透造法)으로 조각된 꽃무늬 창살이, 다른 편에는 빗살무늬 창살이 달려 있다. 내부에는 서가처럼 단을 만들어 경전을 넣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윤장대는 경전을 보관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경장 그 자체만으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완전한 모습으로 전해지는 것은 이것뿐이어서 매우 귀중한 자료이며 보물 제 684호로 지정되어 있다.
대장전 안에는 또 다른 보물이 보존되어 있는데 목조삼불좌상 및 목각탱이 그것이다. 높이 261cm, 너비 215cm인 이 탱은 1684년(숙종 10년)에 조성된 것으로 목각 탱중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이다. 이 목각 탱은 7개의 조각된 나무판을 이어 맞춘 것이며 상하로 긴 장방형 테두리 안에 아미타극락회상도를 표현하고 테두리 밖에는 구름무늬, 불꽃무늬를 표현하는 능형판을 덧붙여 장식하였다. 테두리의 나무기둥에는 범(梵)자와 만(卍)자 그리고 8괘를 배치하였고 중앙에는 본존불인 아미타불이 앉아 있다. 본존불의 주위에는 8구의 보살입상이 있으며 아래쪽에는 사천왕이 2구씩 좌우에 배치되어 있고 보살상 좌우에는 무릎을 꿇고 합장할 아난존자와 가섭상이 있다. 그리고 이 목각 탱 앞에 봉안된 목조 아미타삼존상도 목각탱과 같은 양식을 보여주고 있어 동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요한 불상이며 모두 황금색으로 도금되어 있는데 보물 제 989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는 용문사 교지 한 점이 보물(제 729호)로 지정 되어 있다. 이 교지는 용문사 수호를 위하여 조선 제7대 세조임금이 1475년에 관할 감사와 수령에게 용문사로 하여금 잡역을 면하도록 지시한 교지이다. 가로 44.8cm, 세로 66cm의 딱종이에 7행 48자로 작성하였으며 세조임금의 친필 수결이 있다. 붓으로 세로로 쓴 교지는 다음과 같다.
御 敎旨函 (어 교지함)
敎旨 (교지)
慶尙道醴泉池龍門 (경상도예천지용문)
寺乙良監司守令曾下 (사을량감사수령증하
傳旨更審尤加完護雜 (전지갱심우가완호잡)
後減除者 (후감제자)
國王 印 (국왕) 수결
天順元年 八月十四日 (천순원년 팔월십사일)
용문사의 당우는 대장전 옆에 자리 잡은 보광명전, 대웅전, 응향전, 응진각, 명부전, 응진전, 회전문, 사천왕문, 영남제일선원, 극락보전, 자운루, 산신각, 범종루 등 수많은 전각이 배치되어 있는 대가람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용문사 팔상탱, 천불탱, 괘불,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등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고 자운루 건물은 지방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등 수많은 우리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이다. 평일임에도 수많은 신도들과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음을 볼 때 사찰의 규모를 읽을 수 있겠다. 산야에는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좋은 시절에 우리의 문화재를 찾아 나선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고 다른 곳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윤장대를 살펴 본 것은 참으로 소중한 기회를 가진 것 같다. (2012.10.26)
용문사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