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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AMG GT S 에디션 1 시승기
GT는 메르세데스-AMG의 두 번째 모델이고 가장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기함급 스포츠카이다. 이전과 비교하면 성능은 높이고 문턱은 낮췄다고 할 수 있다. GT S는 서킷에서도 높은 운동 성능을 발휘한다. 낮은 무게 중심과 강력한 엔진이 만들어 내는 운동 성능이다. 달리기 실력에서는 조향 성능이 가장 두드러진다. 스티어링 감각이 최고 수준이다. GT S는 일상용 스포츠카라는 점에서 더욱 메리트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기함급 스포츠카 정책은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다. SLR 맥라렌, SLS AMG, 그리고 이번에 국내 출시된 GT의 공통점은 기함급의 고성능 모델이라는 점이다. 라인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같지만 성격은 다르다. 극소수를 위한 수퍼카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로 성격이 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는 GT가 SLS AMG의 후속 모델은 아닌 별개의 모델이라고 밝혔다. 나중에는 SLS AMG의 후속 모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GT가 겨냥한 시장은 911이다. 포르쉐 911의 시장은 그야말로 911이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고, 얼마 전까지는 마땅한 경쟁자도 없었다. 이 시장에 메르세데스 AMG가 GT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911만큼은 아니지만 SLS AMG의 전체 판매를 1년 만에 달성할 기세다. 그만큼 문턱을 낮췄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메르세데스의 제품 전략은 라인업을 최대한 넓혀서 많은 판매를 올리는 것이다. 소형차와 마이바흐의 재런칭이 여기에 해당된다. GT도 마이바흐와 비슷한 전략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AMG를 출범하면서 브랜드의 볼륨을 키우는 것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는 2020년까지 AMG 라인업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에도 2020년까지 40개의 AMG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는 스포츠 라인도 포함돼 있다.
BMW에 비해 행보가 느렸던 메르세데스는 최근 들어 빠르게 변화를 맞고 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소형차 라인업을 늘리는 한편 고성능 모델도 빠르게 출시 중이다. 그리고 네이밍도 다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메르세데스의 네이밍 전략은 바뀌었고, 여기에는 AMG와 디젤도 포함된다. 디젤은 기존의 CDI에서 간단하게 d, AMG 버전은 알파벳과 숫자의 순서가 바뀐다.
메르세데스와 AMG는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브랜드 밸류가 높은 이름이지만, ‘메르세데스-AMG’는 다소 생소하다. 보통 고성능 버전으로 인식되던 AMG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서브 브랜드가 됐다. 차명의 경우 기존의 알파벳+숫자 AMG였다면, 앞으로는 메르세데스-AMG 알파벳+숫자가 된다. 메르세데스에 따르면 트렁크에 붙는 로고의 좌우 위치도 순차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 프리뷰로 공개된 C 63의 경우 이전 같았으면 C 63 AMG였겠지만 메르세데스-AMG C 63이 공식 이름이다. AMG 모델의 네이밍도 순차적으로 바뀔 예정이다.
GT는 SLS AMG에 이은 메르세데스 AMG 브랜드의 두 번째 모델이다. 일부 기술은 SLS와 공유하지만 거의 모든 부분을 새롭게 개발했다. 알루미늄 섀시의 경우 SLS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개념이다. 섀시의 전체 무게는 231kg으로 동급에서 가장 가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체 중량은 기본 1.5톤이 넘고, 국내 출시된 GT S 에디션 1은 1.6톤이 넘는다. 차체 사이즈와 2인승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보기보다는 무게가 나간다고 봐야겠다.
또 하나 의외인 부분은 공기저항계수이다. GT의 공기저항계수는 0.36이나 된다. 요즘의 승용차는 0.30 이하로 떨어지는 추세이고, 특히 메르세데스는 공기저항계수를 낮추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근 몇 년 사이 공기저항계수가 가장 많이 낮아진 회사가 메르세데스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GT의 공기저항계수는 의외로 높다고 할 수 있다. 0.36은 SUV도 가능한 수치다. GLA만 해도 GT보다 낮다. 물론 공기저항계수는 단순히 CD(Coefficient of Drag) 값으로만 정해지는 게 아니고 전면투영면적 같은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 GT는 최고속도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다운포스를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을 수도 있다.
외관 디자인은 클래식한 레이아웃을 취하고 있다. 긴 보닛과 넓은 폭이 두드러지고, 옆에서 보면 무게 중심을 뒤에 두고 있다는 게 보인다. 메르세데스-AMG는 최적의 무게 배분을 위해 변속기도 리어 액슬에 배치했다. 많은 스포츠카들이 취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드라이 섬프를 통해 무게 중심도 낮췄다. GT S의 엔진은 기본으로 위치가 낮지만 드라이 섬프로 인해 추가로 55mm를 더 낮출 수 있었다.
낮은 전고와 와이드한 스탠스는 본격적인 스포츠카의 전유물과도 같다. GT S가 여기에 해당된다. 기본적으로 와이드 스탠스는 차를 멋있어 보이게 만들고, 기능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거기다 크게 뚫린 그릴과 전면 인테이크, 펜더와 보닛의 벤트 등이 강한 느낌을 더한다. 특히 펜더의 벤트는 사이즈가 커서 디자인에 엑센트를 주고 있다. 이 벤트에는 V8 바이터보 로고도 달린다.
펜더를 꽉 채운 타이어도 압도적인 느낌을 준다. 타이어는 미쉐린의 파일럿 수퍼 스포츠이며 휠 사이즈는 앞뒤 19인치, 20인치이다. 스포크 사이로 보이는 브레이크 캘리퍼도 눈을 사로잡는 요소다. 캘리퍼가 황금색이면 세라믹, 빨간색은 일반 고성능 브레이크다. 메르세데스는 일반 승용차도 브레이크가 좋기 때문에 GT의 제동 성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세라믹 브레이크의 성능을 완벽하게 뽑아내기도 힘들다. 세라믹 디스크의 사이즈는 402mm에 달한다.
전장은 SLS AMG보다 90mm가 짧아졌지만 전폭은 동일하다. 그리고 전고는 약간 늘었다. 헤드룸을 좀 더 확보하고 승하차의 편의성을 위함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실제로 GT S는 문턱이 높지만 의외로 타고 내리기가 불편하지 않다. 외관 디자인에서 아쉬운 부분은 스포일러 정도이다. 스포일러 디자인이 다소 평범하게 느껴진다.
실내는 재질감이 좋은 플라스틱과 가죽, 금속, 카본 파이버가 조화롭게 펼쳐져 있다. 단순히 좋은 소재만 쓴 게 아니라 배치 및 디자인을 잘 했다. 동급에서는 소재가 가장 좋다고 말할 수도 있고, 특히 마무리에 있어서는 빈틈이 없다. 스포티하고 고급스러움이 잘 어우러져 있다.
최근의 메르세데스 실내는 송풍구가 포인트이다. GT의 경우 송풍구의 디자인이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돼 있다. 금속을 두른 송풍구는 보기에도 좋지만 촉감과 작동감마저 좋다. 가운데에 송풍구가 4개나 배치되는 게 흔한 디자인은 아니다.
GT는 디자인이나 버튼 배치가 매우 신선하다. 예를 들어 열선 시트와 비상등 버튼이 오버헤드 콘솔에 있다. 이런 위치는 처음 보는 것 같다. 보통 열선 시트와 비상등은 눈 아래에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황할 수도 있다. 열선 시트는 그렇다 쳐도 비상등은 빠르게 누르기는 힘들 것 같다. 물론 급제동 시에는 자동으로 비상등이 작동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동반자석 쪽 상단에 손잡이가 없는 것도 의외인 부분이다.
센터 터널은 매우 두껍고 높게 솟아 올라있다. 이 때문에 실내가 꽉 찬 느낌을 준다. 이 센터페시아의 디자인도 독특하다. 송풍구 바로 아래에는 공조장치 버튼들이 나열돼 있고, 그 밑에는 깊고 넓은 컵홀더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컵홀더 위치다.
GT S의 컵홀더는 깊으면서도 넓다. 이 정도면 빠르게 달려도 내용물이 넘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리고 넓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물건을 수납할 수도 있다. 반면 기어 레버는 통상적인 위치보다 뒤에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다. 크기도 꽤 작은 편이다. 기어 레버는 R-N-D만 위아래로 움직이고, P는 버튼식으로 처리했다. 센터 콘솔 박스는 크기가 충분하며, 2개의 UBS와 SD 단자가 마련돼 있다.
센터 터널 양쪽에는 드라이브 모드와 시동, ESP, 댐퍼, 스톱 스타트, 오디오 볼륨 등의 버튼 8개가 있다. 운전과 관련된, 그러니까 운전 중에 자주 조작할 수 있는 드라이브 모드와 시동, ESP, 댐퍼 버튼은 좌측에 있고, 나머지는 우측에 배치했다.
계기판 내 액정과 폰트는 익숙한 디자인이지만 속도계와 타코미터는 신선하다. 속도계는 30 단위로 끊어져서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속도 확인을 위해서는 디지털 속도계가 더 유용하고, GT S의 성격이라면 타코미터를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액정 내 메뉴는 벤츠 승용차와 비슷한데, AMG 모드로 들어가면 운전에 필요한 터보 부스트와 디지털 속도계, 유온 등의 메뉴를 한 화면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랩 타임을 잴 수 있는 타이머 기능도 내장된다.
운전대의 디자인은 평범한 편이고, GT S의 성격을 감안하면 크다고 할 수 있다. 대신 손에 잡히는 재질의 그립이 좋다. 림의 두께도 적당하지만 소재 때문에 손에 잘 달라붙는다. 번쩍거리는 스포크의 금속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시트의 기능성이나 포지션은 더할 나위 없다. 낮게 내려가면서 확실한 안정감을 주고, 시트의 형상이나 재질이 주는 만족감도 매우 높다. 시트에 단단하게 몸이 고정된다. 그리고 보기와 달리 쿠션이 단단하다. 댐퍼보다 시트가 더 단단하게 느껴진다. 시트 뒤에는 공간이 전혀 없다고 봐야 된다. 911 같은 +2가 아니라 온전한 2인승이다.
트렁크 용량은 350리터이다. GT S의 성격을 감안하면 꽤나 요긴한 공간이다. 350리터는 C 세그먼트 해치백과 비슷한 용량이다. 대신 공간의 형태는 좀 다르다. 일반 해치백의 트렁크가 직사각형이라면 GT S는 넓고 얇다. 긴 물건을 넣을 때는 오히려 더 요긴할 수도 있다.
GT에는 새로 개발된 4리터 V8 바이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엔진 출력은 462마력과 510마력 두 가지 버전으로 나오고, 모델은 GT와 GT S로 나뉜다. 4리터 바이터보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높은 출력의 버전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 엔진은 기계적으로 A 45 AMG의 2리터 4기통 터보와 관련이 있다.
반면 GT를 위해서는 많은 부분을 새로 설계했다. 한 쌍의 터빈은 엔진 뱅크 안쪽에 배치되고, 이를 통해 엔진의 반응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드라이 섬프 윤활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런 방식의 스포츠카 엔진은 GT의 V8 바이터보가 처음이다. 메르세데스에 따르면 엔진의 무게(209kg)도 동급에서 가장 가볍다.
터빈의 최대 부스트는 462마력이 1.2바, 510마력은 1.3바이다. 그리고 롱 스트로크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고회전보다는 넓은 토크 밴드를 택했다. 최대 토크가 1,750~4,750 rpm의 넓은 구간에서 나오고, 최고 출력이 나오는 시점도 6,250 rpm이다.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최고 출력 시점이 낮은 편이다.
스포츠카는 성능 못지않게 소리도 중요하다. 기존의 AMG 마니아라면 소리가 사라진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을 것이다. E 63과 SLK 55 AMG를 시승할 때는 소리가 많이 줄어서 좀 의아했었다. 실제로 고객들의 불만도 있었다고 한다. 메르세데스-AMG는 다시 소리를 살리기로 했다. A 45 AMG는 음량 때문에 인증이 늦어졌고, 그래서 국내 출시가 조금 지연됐다.
최신 모델인 GT S는 소리를 제대로 살렸다. 공회전부터 둥둥 거리는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일반 C 모드에서도 소리가 큰 편이지만 S+로 바꾸면 공회전에서도 자극적인 소리가 난다. GT S는 배기에 가변 플랩이 달려 있고 변속기 모드와 스로틀 페달, 엔진 회전수에 따라 작동을 달리한다. 부하가 적거나 엔진 회전수가 낮으면 플랩은 닫혀 있고, 급가속 시 활짝 열리면서 스포티한 배기 사운드를 내는 방식이다.
GT S는 배기음이 다른 소리들을 압도한다. 엔진 사운드도 배기음에 묻힌다. 배기음을 듣느라 엔진 사운드가 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다. 가속할 때는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고, 발을 떼면 머플러가 펑펑 터진다. 단순히 가감속만으로도 충분한 운전의 재미를 준다. 단순히 소리만 큰 게 아니라 질 자체가 좋다. 터보 엔진이지만 이전의 대배기량 자연흡기 같은 사운드를 표현했다.
V8 바이터보는 고회전까지 화끈하게 돌리는 맛은 없지만 전 영역에 걸쳐서 넘치는 토크를 제공한다. 반응이 빠르고 회전 질감이 우수하다. 지체 현상도 거의 없다. 터보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오른발의 입력에 따라 정확하게 또는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인다. 빠르지만 가속하는 감각은 묵직하다. 바닥에 깔리면서 가속된다. GT S의 0→100km/h 가속 시간은 3.8초, 최고 속도는 310km/h이다.
GT S는 스피드웨이의 짧은 직선에서도 200km/h을 넘기는 힘을 갖고 있다. 실제 능력에 비해 체감은 늦다. 아마 서킷에서 타서 그럴 것이다. 일반도로라면 부담스러운 가속력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S+까지만 사용했는데, 이것으로도 아쉬움 없는 성능을 발휘한다. 레이스 모드에서는 보다 솔직한 움직임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엔진에 비해 변속기의 성능은 평범하다. 그러니까 차의 전체적인 성능을 생각할 때 특별히 변속기의 반응이 빠르다는 느낌은 없다.
GT는 운동 성능을 높이기 위해 앞뒤 서스펜션 모두 더블 위시본을 채택했다. 복잡하고 무게가 나가지만 운동 성능에 더 초점을 맞춘 선택이다. 프런트 서스펜션은 SLS에서 가져왔고, 리어는 완전히 새 디자인이다. GT S에는 어댑티브 댐퍼가 기본으로 장비된다. 디퍼렌셜도 보다 반응이 빠른 전자식이다. 댐핑은 의외로 하드코어한 설정은 아니다. 어느 정도는 여유가 있지만 그렇다고 운동 능력에 손해 보는 느낌은 아니다.
코너를 돌 때는 강한 섀시와 낮은 무게 중심이 실감난다. 헤어핀에서는 바닥에 착 깔려서 신속하게 회전한다. 그리고 좌우의 제어가 좋아서인지 헤어핀 중간에 가속 페달을 밟아도 뒤가 흔들리는 현상이 최소화 돼 있다. 운동 능력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스티어링이다. 스티어링의 반응이 빠르고 매우 정확하다. S+ 기준으로 한발 앞서간다고도 표현할 수 있는 반응성이다.
제한된 환경에서 시승했기 때문에 GT S의 성능을 제대로 느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른 말로 하면 GT S에 담긴 성능이 그만큼 높다고도 볼 수 있다. GT S는 달리기 실력은 물론 감성적인 부분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이뤄냈다. 소리나 안팎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차다. 그리고 SLS AMG보다 성능은 높아졌지만 문턱은 낮췄다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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