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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남동구가 지난 7월 26일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숙원인 평생교육센터를 개관했지만, 시작부터 운영 규정을 둘러싸고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공분을 사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24일 남동구늘품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노인복지관 기공식을 시작으로 약 2년 만에 얻은 결실인 만큼 기쁨과 기대로 가득해야 할 개관식이었지만, 이날의 분위기는 그렇지 못했다. 개관식을 앞두고 남동구늘품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운영 개요’의 내용이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공분을 산 것이다.
30명의 이용자를 추첨제로 뽑는다면서도(남동구 50%, 타구 50%) ‘반 구성에 따라 장애정도별로 구분해 모집예정’이라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 조건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자립생활지원반의 경우 ‘일상생활 교육 중심의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자’로 되어 있으며, 전환교육지원반과 직업교육지원반은 ‘일상생활능력, 직업능력을 평가해 반 편성하되, 연 단위 평가를 통해 반 조정 가능’(평가제)이라고 명시해 놨다.
성인발달장애인에게 사회참여와 자립지원을 촉진하기 위해 건립된 센터가 발달장애인을 평가하고 구분하며, 성과주의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에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은 분노했고 개관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소리를 냈다.
인천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 정완섭 대표는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는 최중증발달장애인의 교육권 보장과 사회참여라는 목표를 두고 있는데, 이들을 평가하고 그 기준에 따라 받아줄지 말지를 선택하겠다는 센터의 입장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남동구 역시 이러한 마인드 기관을 위탁사업자로 선정했다는 것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센터는 관찰평가라는 조항을 통해 초기 이용 2주간을 관찰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부모연대 측은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는 퇴소시키겠다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 아니냐며, 자발적 퇴소가 아닌 강제퇴소 조치를 센터가 운영되기도 전에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현재 홈페이지는 다시 닫힌 상태다.
이번 ‘남동구늘품발달장애인평생교욱센터’ 문제에 대해 서구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최재웅 센터장은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의 의미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웅 센터장은 “15년 전에 서울에 처음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가 문을 열었을 때 키워드가 ‘최중증’이었다. 기존의 시설과 기관을 이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최중증발달장애인들에게 평생교육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 초점이었는데, 진입단계에서부터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결국 최중증발달장애인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며, 센터의 존재 의미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구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이하 서구센터)의 경우 지난 2019년 첫 이용자들을 모집할 때 서구 구민 50%, 타 지역 50%를 따로 추첨하면서 이용자가 직접 자립생활지원서비스, 전환교육지원서비스, 직업교육지원서비스 등 원하는 과를 선정해 지원하고, 그 안에서 추첨이 이루어졌다.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조건이 달리지도 않았다.
이날 남동구 박종효 구청장은 행사가 끝난 뒤 연대 측과 자리를 마련했으며, 이 자리에서 “평가제, 강제퇴소 조항을 삭제하고, 아울러 서구센터에 다닌 이력이 있더라도 그 기관과 상관없이 늘품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 추첨됐을 경우, 다른 추첨인과 마찬가지로 5년 동안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청장과 면담 후 학부모들은 “우선 약속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다행이다. 오는 8월 모집공고와 추첨식 등에서 이 약속이 잘 지켜지는지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센터를 운영하는 위탁기관과 남동구청 모두 최중증발달장애인을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사업을 운영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남동구늘품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는 인천시 남동구 소래로 610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요시설로 1층에는 성인발달장애인의 복지증진 및 교육지원을 위한 (특수)교실, 심리안정실, 상담실, 다목적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 밖에도 대강당, 노인지회 사무실, 건강증진실 및 각종 프로그램실 등 어르신들의 여가활동과 복지 증진을 위한 각종 시설로 구성돼 있다.
<출처> 미디어생활 http://www.imedia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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