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에는 원주민 '아이누족'이 살고 있지만, 지금은 인구가 만 3천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일본이 침략해 탄압하면서 인구도 크게 줄고 언어까지 말살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베 정부가 갑자기 아이누족을 일본의 원주민으로 인정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일본 북쪽의 거대한 땅 홋카이도.
우리나라 면적의 85%에 이르며
울창한 산림과 호수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이 땅의 원래 주인은 '인간'을 의미하는 '아이누'족.
짙은 눈썹과 선 굵은 얼굴이 특징인데, 남자들은 콧수염과 구레나룻을 길렀고 여성들은 문신 등으로 치장을 했다.
일본인들은 1400년대 중반부터 평화롭게 살던 이들을 본격적으로 탄압하고 홋카이도 땅까지 차지하게 된다.
이후 '동화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강요하며 아이누 말과 문화는 점차 사라져 갔다.
"홋카이도 전체 인구는 530만 명이 넘는데요. 이 가운데 아이누족은 만3천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0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스로를 아이누족이라고 밝히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른 겁니다."
홋카이도 니부타니 마을에 자리잡은 아이누 문화 박물관.
지난 1991년에 개관한 이 박물관에는
아이누인들의 생활과 관련된 천여 점 이상의 물품이 전시돼 있다.
지금은 아이누 문화를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지만,
당초에는 아이누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설립됐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큰 삿포로 대학.
리듬에 맞춰 한바탕 춤사위가 펼쳐지고 있다.
대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이다.
동아리 이름은 '우레시파'.
'함께 성장한다'라는 뜻의 아이누말이다.
전체 회원 중 3분의 1 가량은 아이누족이 아니다.
아이누족의 역사와 생활에 대해서도 배우고 선배와 토론도 한다.
이어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아이누어 학습 시간.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시간이다.
문화의 뿌리가 언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대학교의 혼다 교수는 세계에 몇 명밖에 없는 아이누어 전문가다.
자신들의 말을 빼앗긴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아이누 마을에서 10년 넘게 숙식을 하며 아이누어를 직접 익혔다.
아이누어는 말은 있지만 글은 없다.
그래서 일본어와 영어 알파벳으로 표기하고 있다.
사전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아이누 자료관.
이 자료관 초대관장인 카야노 시게루 씨.
1994년에 아이누족 최초로 일본 참의원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국회에서 아이누어로 첫 연설도 했다.
그가 아이누어 사전을 만든 주인공이다.
아이누족 노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700시간 넘게 녹음한 뒤 이를 정리해 사전을 만들었다.
당시 아버지가 사전을 민든 이유를 설명하는 아들, 카야노 시로 씨.
그런데 동화정책을 펴며 아이누 흔적 지우기에 치중했던 일본 정부의 태도가 올해 갑자기 돌변했다.
"아이누 문화를 활용해 지역을 진흥시키겠다"며 아이누 지원법까지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아이누족은 올해야 비로소 일본 정부로부터 원주민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들에 대한 탄압이 시작된 지 600년 만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속셈은 따로 있어 보인다.
러시아와의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북방영토 문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아이누족이 일본의 원주민인데 북방영토에도 아이누족이 살고 있으니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하려는 것이다.
아이누족은 이 법안에 전혀 찬성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일본을 돌변하게 만든 건 러시아의 한 발 빠른 행동 때문이었다.
지난해 12월 푸틴 대통령은 쿠릴열도 즉, 북방영토를 방문해 "아이누족을 러시아 원주민으로 인정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놀란 일본이 올해 초 허겁지겁 아이누 지원 법안을 발의하고
아이누족과 논의도 없이 서둘러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북방영토 문제를 해결해 자신의 최대 성과로 과시하려 하지만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러시아에 번번히 뒤통수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