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월례행사
김충권 목사
1999.7.21
“얘들아! 뒷 뜰로 모여라.” 오늘은 우리집 월례행사날이다.
쓰레기가 생기면 배추를 살 때 담았던 큰 비닐에 담아 비 맞지 않는 곳에 쌓아 뒀다가 한 달에 한번 식구들이 모두 분리한다. 한 달 모아둔 것이 가득차 오늘 치워야 한다. 큰 고무함지에 한 봉지씩 쏟아 놓고 빙 둘러서서 자기가 맡은 것을 담는다. 나는 가장 많은 비닐을 맡았다. 수북하던 함지도 비닐만 골라내 꼭꼭 묶으면 반으로 줄어든다. 음식을 사도, 학용품을 사도, 어디에도 비닐은 꼭 따라와 가장 많은 쓰레기를 만드는데, 이걸 모아다가 어떻게 재활용할는지는 모르겠다. 쓰레기차에 거두어 가는 걸 보면 다른 쓰레기와 범벅해 싣던데, 싣고 가서 따로 분리하겠지.
큰 아이가 맡은 것은 종이다. 책상 옆에 빈 종이상자를 두고 신문이나 공부하고 나오는 종이를 따로 모으는데, 우유펙이나 가볍게 쓴 화장지를 추가로 분리한다. 종이는 쓰레기를 내 놓는 곳에 가져 가지않고 옆집 빡스 할아버지네 집으로 바로 갔다. 그런데 요즈음은 좀 달라졌다. 할아버지가 빡스나 신문 등 깨끗한 종이만 좋아하고 화장지나 작게 쓴 것은 꺼려하시기 때문이다. 색종이 오린 것까지 알뜰하게 모아 따로 한 상자 만든다.
작은 아이는 프라스틱종류를 분리한다. 음료수병, 우유병, 아이스크림 먹은 통, 장남감 부서진 것까지 비교적 부피가 큰 것이라 쓰레기를 쏟았던 큰 비닐봉지에 담는다. 이것도 충분히 재활용이 가능한데 빡스 할아버지는 돈이 않된다고 자기가 쓰레기 모으는 곳에 대다 놓는다고해, 우리가 내다 놓는 수 밖에 없다. 다 분리해서 내 놓을 때 아이들은 이걸 서로 들고 가려 한다. 무겁지는 않고 부피는 커 일하는 생색내기는 그만이기 때문이다.
깡통은 얼마 되지 않아 눈에 띌 때마다 발로 밟아 작은 봉지에 담는다. 유리병도 봉지 하나면 충분하다. 음식쓰레기는 최대한 내지 않는다. 밥알 하나도 바로 생명이니, 그 생명을 버리고야 어떻게 내 생명이 버림받지 않기를 바라겠는가.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것은 따로 담아 처리한다. 이건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쓰레기 봉지에 담을 것만 남는다. 쓰레기 봉지는 클 필요가 없다. 5리터짜리 한 두 개면 충분하다. 고무함지 바닥에 남은 것과 따로 싸 두었던 화장실 쓰레기를 꼭꼭 눌러 담으면 수거해가서 태울 건지 묻을 건지는 몰라도, 처음 쓰레기 양에 비해 1/20 정도 된다.
쓰레기를 정리하면서 가장 곤란을 겪는 것 중에 하나가 스치로폼이다. 과일을 사거나 냉동식품을 사면 제법 많이 나오는데 처치가 곤란하다. 부셔서 쓰레기 봉지에 담자니 부피가 너무 크고, 일일이 묶어 동사무소에서 스티커를 사자니 번거롭다. 우선 비를 맞아도 괜챦고 썩지도 않는 것이니 곡식부대에 담아 두었다가, 부대가 차면 한꺼번에 스티커를 사려고 모아 두었다. 어느 자치단체는 스치로폼을 녹이는 기계를 마련해서 녹여 재활용한다고 들었다. 공주시 전역에서 나오는 양도 만만치 않을 텐데, 공주시는 어떻게 처리하는 지 몰라도 스치로폼 녹이는 기계를 하나 들여 놓는 것이 좋음직하다. 묻을 수도 없고 태울 수도 없으니 말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태우지는 않는다. 하기야 태울 것도 없다. 아이들이 투덜거릴 때도 있다. 태우면 쓰레기가 없어져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되고 불장난도 해 좋을 텐데, 왜 안태우느냐고. 이웃집에서 아침 저녁으로 온갖 쓰레기를 모아놓고 태우는 걸 종종 보고 하는 말이다. 아파트 단지내 쓰레기 소각장은 시커먼 연기를 내 뿜으며 재활용품도 일삼아 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