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1회 가야문화축제 전국백일장 장원작품 및 심사평
제41회가야문화축제 전국백일장 장원 작품 및 심사평.hwp
초등 저학년 (시조)
우산
삼계초등학교 3학년 김은찬
투둑투둑 아침부터 봄비 오는 등교길
분홍우산 노랑우산 봄꽃같은 우산들
수줍은 장난꾸러기 바람도 따라와요.
초등 저학년 (운문)
우산
장유초등학교 3학년 김준서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
알록달록 우산 속
나와 엄마가 나란히 걷는다.
큰 우산 작은 우산
크기는 달라도
사랑하는 마음은 한 마음
비가 그치고 우산을 접으면
우리 둘의 마음은 활짝 웃는다.
우산을 폈다 접었다 하면
우리 마음도 오락가락
엄마와 나는 항상 한마음
초등 고학년 (시조)
할머니의 손
삼계초등학교 5학년 김은서
시커먼 흙 떼 묻은 밭일하다 멈춘 손
구부정한 허리 펴고 툭툭 털며 기다려요.
어디쯤 오고 있을까 두 손을 꼭 잡아요
재잘재잘 우리들 앞마당에 들어서면
쭈글쭈글 할머니 손 미소까지 달려와요
아이고 우리강아지 오느라 힘들었지
보글보글 채소가득 할머니표 된장찌개
오늘따라 채소까지 왜 이리 맛있지
할머니 다음에는 꼭 두손 잡아드릴게요
초등 고학년 (운문)
우산
신어초등학교 6학년 문주영
엄마는 내 우산이다.
언제나 내 우산이다.
내 위로 쏟아지는 말들을
튕겨주는 우산이다.
항상 주인이 비를 맞지 않게
항상 주인이 바람을 맞지 않게
하는 우산처럼
언제나 쉼없이 막는다.
항상 나를 막느라 생긴
엄마의 상처는 조금씩 조금씩
비처럼 내리고 있다.
나는 엄마의 우산이다.
엄마의 상처를 막아주는 우산.
날 위해 최선을 다했던
엄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엄마의 우산’이다.
초등 고학년 (산문)
우산
관동초등학교 4학년 김서연
안녕? 난 우산이야~ 비가 오면 나가는 비 단골이지.
비가 오는 4월의 한 날이었어. 난 여자아이와 함께 학교에 갔지.
역시 비는 날 반갑게 맞아주었어. 그래서 난 비와 함께 즐겁게 학교에 갔어.
톡 토동 토로롱 톡 토동 톡~ 나와 빗방울의 노래 솜씨는 과연 녹슬지 않았어!
그 실력에 탄력에 탄력을 받아 더더욱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학교에 갔지.
톡 토동 토로롱 톡 토동 톡~ 비와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 보니 벌써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빨리 학교에 도착했어. 나는 좁게 접혀지고 털려서 다른 우산 친구들과 함께 우산꽂이에 꽂혔어.
또 다시 나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지.
“혹시 너 빗방울하고 노래 잘 불러?”,
“네 주인은 널 잘 다루니?”
하는 질문도 주고받고, 주제를 “비”로 한 노래 짓기도 했어.
한참 동안 이야기를 하니 벌써 2교시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쳤어.
남자 아이들은 축구나 피구를 하러 신발을 갈아 신고, 나의 주인 여자아이도 나왔어. 그 여자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신발을 갈아 신고는 날 집어 들었어. 바깥 구경을 할 생각인가 봐.
나와 여자아이는 운동장에 왔어. 저 멀리 산이 보여. 아직 오는 비와 함께 나는 시무룩한 아이를 달래기 위해 노래를 불렀어.
톡 토동 토로롱 톡 토동 톡~ 톡 토동 토로롱 톡 토동 톡~
그러다 보니 2교시 쉬는 시간은 끝나고 여자아이는 교실로 올라갔어.
한참을 기다리다 지쳐 난 잠이 들었어. 얼만큼 잤을까, 수업 5교시를 마친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서둘러 집에 갔지.
저기 여자아이도 보였어! 아까 전보다 좋은 표정으로 나왔지.
환한 표정의 여자아이를 보니 나의 기분도 훨씬 좋아졌어.
여자아이는 날 집어 들고 신발을 갈아 신고 쌔앵~ 달려 나갔지.
우와! 비는 아직도 오고 있었어!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더 빠르게 노래를 불렀지.
톡! 토동! 토로롱! 툑! 툥! 툑! 토동! 토로롱! 톡툥!
여자아이와 함께 뛰어 집에 도착했어.
여자아이와 함께한 오늘은 아주 즐거웠어.
난 다음에도 다시 여자아이와 함께 학교에 가고 싶어!
중등부 (운문)
사월
김해중앙여자중학교 2학년 이은서
품에 봄의 향기를 잔뜩 품고 있던 꽃망울이
향긋한 사월의 바람을 만나
하나 둘 씩 만개하고
색이 바래 삭막했던 산은
따스한 사월의 색으로
하나 둘 씩 물들어간다
사월에는,
얼어붙었던 네 얼굴도
향기로운 바람을 만나
어여쁜 웃음을 활짝 만개할 수 있겠지
색이 바랜 네 마음도
따스한 햇살을 만나
어여쁘게 점차 물들어가겠지
중등부 (산문)
4월 풍경
김해중앙여자중학교 3학년 배초은
벌써 4월이 되었습니다. 햇살은 더 포근해지고, 앞으로 다가올 5월을 준비하며, 꽃이 한창 만개할 시간입니다. 며칠 전엔 벚꽃이 장관을 이루어 산과 들을 감싸는 것도 보았습니다. 곧 있으면 벚꽃이 지고 다른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날이 됩니다. 3월이 새싹이 돋아는 시기이고, 5월이 꽃들이 남기고 간 향기가 그윽한 시기라면 4월은 그것들이 조화롭게 섞이게 되어 봄을 제일 잘 느낄 수 있는 시기라고 나는 생각하곤 합니다.
4월에 다다르면 나는 꽃 말고도 여러 풍경을 봅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는 모습, 감기에 걸렸는지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지 모르지만! 마스크와 일심동체가 된 사람들, 길거리에 멈춰 서서 각자 휴대 전화를 들고 춤추며 휘날리는 꽃잎들을 카메라 안에 담아내는 여행꾼들 등등...
어쩌면 이 달은 몇몇 사람들에겐 달갑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4월이란 것은 시기상으로도 무언가 애매해 보이기도 합니다. 새 것을 준비하는 3월, 5월(계절이 바뀌는 달)과 다르게 4월은 이상하게 지치기도 합니다. 시험 기간이 끼어 있는 것도 한 몫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3월과 5월에 비해 큰 연휴나 준비해야 할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약 3년 전 한 여객선이 바다 속으로 무참히 가라않은 슬픔의 달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습니다. 그 상처가 더 깊어지는 날이 4월인지 아닌지는 나로서는 모르는 일입니다만, 내가 이 달에 대하여 한 가지 자신할 수 있는 것은, ‘4월은 아픈 만큼 마음을 채울 수 있는 달’이라는 것입니다. 저 말을 듣고 이게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인가 싶겠지만 나름 근거는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4월을 치유의 달이라고 생각합니다. 봄은 대체로 사랑과 새 출발을 의미합니다. 그 중에서도 3월을 새로운 시작으로, 5월은 봄의 마무리라고 한다면 4월은 딱 그것의 중간이지요. 새 출발을 준비하고 그것을 진행하면서 생기는 고충을 우리는 4월에 조금씩, 조금씩 풀어나갑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떨어지는 꽃잎과 함께 한껏 날려버리는 겁니다. 그러고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음 달로 떠나는 것입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왜 사계절은 3달마다 한 계절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계절이란 것이, 두 달만 있으면 너무 짧게 느껴지고 (꽃 한 송이가 피어날 때쯤 봄이 지나가겠지요), 그렇다고 한 계절에 네 달이나 있으면 무척이나 지루하지 않을 수가 없을 테니까요. 바다에 놀러 가고 싶은 아이들은 여름은 목 빠지게 기다리느라 아마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한 계절이 세 달로 이루어진 것이 참 다행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4월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니까요. 길다고 느끼면 길고, 짧다고 느끼면 짧은 달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아, 벌써 4월이네.”
“벌써 한 달이 지나가버렸어.”
“한 달이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지?”라고요.
이러한 것은 아마 힘든 일은 빨리 지나가라는 달들과 시간의 배려일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3월은 새로운 출발점 (1월 1일과는 또 다른)이고, 그것을 정해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달이기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수고한 사람들을 위해서, 피어나는 꽃들을 보고 조금이나마 재충전하고 무사히 봄을 마무리하라는 뜻이 아닐까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4월이 지루하고 힘들고 지치는 달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잠시 하던 일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시선을 돌리면 보이는 창 밖의 4월 풍경이 얼마나 진귀하고 보배 같으며, 여유롭고도 아름다운 일인지 세상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생각하며 나는 추억에 젖은 4월 풍경을 곱게 개어 내 마음 속 한 구석에 자꾸만 담아두고 있습니다.
고등부 (운문)
박물관
김해중앙여자고등학교 2학년 방상은
빛이 바래진
둔탁한 빛깔의 눈동자는
많은 것을 품고 있다.
분노, 환희, 슬픔, 사랑….
갖은 감정은 뒤섞여 뭉친 후
응어리 져 이내 그것은
주름진 얼굴을 타고 투명하게 흘러내린다.
곳곳에 뼈가 튀어나온
그들의 주름진 손을,
그들의 굽은 등을
나는 사랑한다.
심지어 그들의 흉터까지도 말이다.
오랜 세월을 품은 그 몸뚱아리는
하나의 박물관처럼 우리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것들을 선사한다.
나는 세월이라는 보석을 품은
그들의 빛나는 눈동자를 사랑한다.
그들의 손길이 거친 그 모든 역사를
나는 사랑한다.
고등부 (산문)
약속
김해가야고등학교 1학년 김나희
봄바람이 불었다. 가볍게 옮겨지는 발걸음에서 ‘통통’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언제나 그렇듯 좋아하는 사람과의 첫 약속은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고 들뜨게 된다. 나는 들뜬 발걸음으로 집 앞 골목길의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그러다 문득, 걸음이 멈췄다. 통통 튀며 굴러가던 공이 서서히 멈추는 것처럼 그렇게 내 발바닥은 바닥에 바짝 달라붙었다. 찢기고 더러워진 전단지로 잔뜩 뒤덮여진 전봇대에 끊어진 줄이 감겨 있었다. 사실 오늘 약속은 ‘진짜’ 첫 데이트가 아니다.
며칠 전, 모든 것이 오늘과 똑같았다. 기분 좋고 화창한 날씨, 예쁜 옷, ‘첫 데이트’. 그리고 똑같은 발걸음으로 이곳을 걸어갔다. 하지만 단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저 앍고 더러운 전봇대에 하얗고 예쁜 강아지가 묶여져 있었다. 평소에도 전봇대에 개가 묶여있는 걸 자주 보곤 했다. 그 전봇대는 많은 전단지들과 함께 수많은 강아지들을 돌봐왔다. 멀리서 걸어오는 날 발견한 강아지는 뚫어져라 날 쳐다봤다. 바로 제 옆을 지나칠 때는 짧은 목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며 내 발 끝에 붙어 코를 킁킁댔다. 평소라면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지나쳤을 텐데, 그날은 바삐 움직이는 걸음이 날 재촉해서 눈을 보며 짧게 웃어 주기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빨갛던 개의 눈이 어쩐지 슬퍼 보인다고 느낀 것도 같았다. 냄새로 내가 누군지 확인한 개는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빠르게 멀어져가는 내 뒷모습을 혹시라도 다시 나타날 누군가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날 저녁, 해가 짐과 함께 즐거웠던 마음도 깨끗이 사라지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터진 축구공처럼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약속 장소에서 몇 시간을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건 사정이 생겼다는 문자 한 통이었다. 미안하다는 말에 화를 낼 힘도 없었다. 그렇게 들어선 어두워진 골목길에 여전히 그 개가 있었다. 울컥, 치미는 서러움을 꾹 참으며 이번에도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개의 눈빛에서 간절함이 보였다. 그리고 또 이번에도 제 옆에 다가선 내 발에 찰싹 붙어 냄새를 맡았다. 낮에 맡았던 나를 기억하는 건지 살짝 꼬리를 살랑거리는 듯 했지만, 꼬리는 금방 축 처졌다. 왠지 모를 동질감이 일었다. 나는 개 옆에 쭈그려 않았다. “너도 누굴 기다리는 구나” 개는 옆의 내가 아닌, 내가 지나왔던 골목길의 입구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고른 옷인데, 봐 주는 사람이 너뿐이네.” 문득, 개는 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가까이서 자세히 본 개는 그리 깨끗한 편은 아니었다. 며칠 동안 여기에 묶여 있었던 것 같았다. 마주친 눈은 여전히 빨갰고, 초점이 없었다. 앞을 보지 못 하는 것 같았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손에 머리를 기대왔다. 사람 손을 많이 탔던 티가 났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벌써 높이 달이 떠 있었다.
“배 안고파? 밥 줄까?” 내 말에 개는 작게 낑낑거렸다. “기다려, 먹을 거 갖다 줄게.” 벌떡 일어난 나는 집으로 달려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내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목소리였다. 약속이 며칠 뒤로 미뤄졌다. 그렇게 나는 손에 통조림 캔 대신 휴대폰을 들고, 현관문 대신 방문을 열었다. 닫힌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고, 나는 개에 대한 것을 까맣게 잊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고 기다림을 얹어 준 셈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개는 이제 없다. 기다림이 끝난 건지 다른 곳에서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는 건지 알 수 가 없었다. 나는 멈췄던 발걸음을 천천히 다시 움직였다. 며칠 뒷면 또 다른 개가 묶여 있을 게 분명했다. 슬며시 불어오는 봄바람에 끊어진 목줄이 조용히 살랑였다.
대학 · 일반부 (운문)
열쇠
한미옥
경남 통영시 광도면 죽림 1로 41-23, 305동 1203호
가르마가 늘 바른 것은 아니다.
은색 비녀에 갇힌
하얀 녹이 슨 세월은.
봄의 재를 닮은 버들강아지 짖음에
곰방대 끝 정돈된 연기로
피어오른다.
노쇠한 여자의 설잠긴 옷고름이
주름진 웃음으로 풀리면
담아두었던 눈물이 연분홍 꽃비로 내리고
서슬퍼른 겨울을 곱게 빗어 넘겨
순결한 목련 꽃봉오리 속에 가두어 놓으리.
붉은 동백 땅에서 피어나는
춘설 내리는 어느 날, 열어보리라
가르마가 바른 할머니 손에 들린
은색 열쇠로.
대학 · 일반부 (산문)
마음의 열쇠와 자물쇠
임홍자
김해시 삼안로 111번길 5 한일유앤아이 A 202동 803호
우리 집은 문화의 전쟁터다. 각자 자기문화에 자물쇠를 잠궈 놓고 있다. 열쇠는 평화이다. 남편이 추구하는 문화는 사국의 상호아과 직결되어 있고,
나는 책과 올드한 음악.
큰 아이는 “아이콘”이라는 아이돌 멤버들의 음악과 사생활 심지어 멤버 부모님의 생일까지도 기억 속에 저장해 두고 있고,
작은 아이는 일본문화에 빠져서는 2년째 탐닉하고 있다.
아이들 중 큰 녀석은 ‘아이콘’의 노래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작은 녀석은 일본의 어느 가수 노래를 목청껏 따라 부른다. 처음엔 서로 즐거운 문화의 분야가 다르니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서로 자기의 문화가 최고라고 목청을 높이는 모습이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이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물쇠를 잠궈 놓고 열쇠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상이다. 서로 즐거움에 빠져 타인의 문화 자물쇠를 열 열쇠를 찾으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공감과 이해라는 터를 찾지 못해 모두 나의 주장에만 몰입해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타인을 수용하고 이해할 열쇠를 찾으려 하기보단 잠겨져있는 자물쇠를 바라보며 비난과 멸시만 하게 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열쇠는 잠그기도 하지만 열어서 보여주고 나누고 소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인생의 전환점 역할을 하기도 하면서.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픽쳐”를 보면 주인공 벤이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살고 있지만 잃어버린 꿈으로 인해 고동과 슬픔, 일탈에 빠져 독자를 마치 거울처럼 비추어 준다. 아름다운 아내 베스의 불륜으로 벤의 일상을 헤어날 수 없는 절망의 늪으로 빠지게 되는데, 난 베스의 모습에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 결혼생활의 무료함으로 단단히 잠겨져버린 베스의 자물쇠는 벤의 잘못 찾은 열쇠로 인해 계속 어긋나 버리고 베스의 잠긴 마음자물쇠는 더 견고하게 닫혀버리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불륜과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보며 벤의 어리석음이 가져온 엄청난 결과에 주고하게 도니다. 진심어린 마음이 베스의 마음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라는 사실을 벤은 몰랐던 것일까. 베스가 가진 자물쇠를 잘 보여주고 벤이 거기에 맞는 열쇠를 찾게 도와주었다면 어땠을까? 벤이 열쇠를 찾을 수 있는 힌트를 베스에게 요청했다면 어땠을까? 소설 한편 속에서 삶의 열쇠가 자물쇠를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의 양면성을 보게 된다.
가정의 평화와 소통 공감을 위해 남편과 아이들에게 딱 맞는 열쇠는 어떤 것일까 고민을 해 본다. 남편이 원하는 아내의 모습이 내 안에 있을까. 남편의 마음 자물쇠를 열 수 있는 마음열쇠를 지금부터 찾아보고자 한다.
요즘 아이들은 참 복잡하고 난해한 자물쇠를 소유한 듯하다. 이 열쇠가 맞을까 맞춰보면 아니다. 이것저것 요즘 아이들의 마음 자물쇠에 맞는 열쇠를 찾다보면 지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도 본인에게 맞는 열쇠가 어떤 건지를 잘 모르는 듯한 형상을 보면 더욱더 암실 속을 헤매는 형상이 되곤 한다. 그래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거미줄 같은 생각들을 모두 걷어내고 가장 단순하게 정돈된 모습으로 아이들과 함께 마음의 열쇠를 찾아봐야겠다. 때로는 타인에게 딱 맞는 열쇠의 마음으로, 때로는 타인이 열 수 있는 부드러운 자물쇠의 모습으로, 열기도 하고 열리기도 하고 또 때에 따라서는 닫아주고 닫혀 질 수 있는 “진실”의 열쇠를 녹슬지 않게 갈고 닦아야겠다.
<심사평>
시조 전체 심사평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김해의 시조 인구가 열악하기도 하지만 참여자가 극히 적고 대학 일반부의 작품에도 시조의 형식을 무시한 작품이 대거 나왔으니 정말 걱정이 된다. 또 전국 백일장에 걸맞게 타 지역 고등학생들의 참여가 없었고 지역 학생들의 참여도 없어 앞으로 홍보도 강화해야 될 것이다. 한편으로 다행인 것은 초등부에서 참여도는 낮으나 좋은 작품이 나와 심사자들은 다소 서운함을 달랠 수 있었다.
초등 운문 심사평
인성교육에 있어서 글짓기만큼 좋은 게 없는데 쓰기에 대한 강조가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백일장을 통해본 어린이들의 글 솜씨를 보니 체험에서 우러나온 글이어야 하는데 깊이 생각하지 않고 쓴 내용이 많아 아쉬웠다. 이번 장원은 수상한 신어초 문주영(6-4) ‘우산’을 쓴 친구는 엄마를 우산으로 설정하고 힘들 때 엄마가 우산이 되어주고 자신도 엄마의 우산이라고 마무리를 지음으로 깊은 사랑을 노래했다. 저학년 장원인 장유초 김준서(3-3) ‘우산’은 크기와 달리 사랑의 크기는 같다고 하며 자신에게 맞는 시어들을 잘 표현했다.
초등 산문 심사평
초등부 산문 심사를 하면서 제목은 우산, 모자, 손, 신호등이라는 제목 하에 글을 작성했다. 그 어떤 제목보다 우산이라는 글을 많이 볼 수 있었다. 4학년 관동초 김서연 학생의 작품 속에 ‘톡 토동 토로롱 톡 토동 톡’ 빗소리를 표현해 낸 것으로 보아 현실감이 느껴지고 반복되는 표현 속에 한층 더 생동감이 느껴짐이 신선했다. 또한 가야초등학교 6학년 이정빈 학생의 손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은 엄마의 다친 손은 아름답다고, 사랑담아 표현되어 대견스럽기까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 외의 작품들도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중고생 이상의 표현력으로 다시금 읽어보고 싶고 공감하고픈 내용의 글들이 아주 많이 심사하는 내내 몇 작품을 양손에 들고 고민을 해야 했다. 좋기 만한 이 계절. 나들이 가서 놀고 싶은 생각이 앞설 텐데 시간을 내서 참여한 모든 학생 여러분께 감사와 찬사를 보내며 항상 문학과 접할 수 있는 기회의 기본 틀로 책을 읽는 습관이 동반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참여하신 모든 여러분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중등 운문 심사평
중등부 시제 <사월> <약속> <골목>이 주어졌다. 계절적으로 봄이고 사월이라서 그런지 많이 선택된 시제가 <사월>이었다. 시한 개개인의 경험이 사유를 통해 시적형상화 과정이 필요한데 보여 지는 그 자체를 묘사한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이은서의 <사월>을 장원으로 선정했다. “얼어붙었던 네 얼굴도 / 향기로운 바람을 만나 / 어여쁜 웃음을 활짝 만개할 수 있겠지”에서 자연과 자신의 내면세계를 조화롭게 표현된 것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전반적으로 시편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기를 바란다.
고등부 운문 심사평
가야문화축제 기간 내 전국백일장은 김해 박물관에서 치러내었다. 이번 중등부(고등학생)의 장원은 김해중앙여자고등학교의 방상은의 ‘박물관’으로 선정되었다.
현대의 시가 어떠한 특정한 규칙을 정한 것은 아니나 분명 좋은 시라고 하는 것에는 어떠한 요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중에서 방상은의 ‘박물관’은 시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단순히 시어가 전하는 단어자체가 아닌 시어를 통하여 화자가 상상을 하게 만들고 거기에 따른 이미지와 이미지의 연결성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빛이 바래진
둔탁한 빛깔의 눈동자는
많은 것을 품고 있다
분노, 환희, 슬픔, 사랑...
첫 연에서 시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상상을 불어 일으켰다. 그러나 두 번째 연에서는 굳이 첫 연에 대한 설명이 들어간 부분은 다소 아쉬움이 남으나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첫 연에서의 주는 인상은 강렬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5연과 6연 또한 화자로 하여금 다소 상상의 이미지를 저해하는 부분이 존재하나 어디까지나 고등학생이라는 전재 아래 본다면 전반적으로 비유나 감정을 감정 자체로 서술하기보다는 시를 사랑하고, 많이 읽어 보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표현들은 가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으며, 화자로 하여금 시를 읽어 내려가는 즐거움을 준 것을 감안하여 장원으로 선정하였다.
중등 산문 심사평
화창한 날씨에 비해 중등부 산문 백일장 참여율은 저조하다. 글의 내용적인 면에서도 참신성이나 진정성이 결여되었고, 형식적인 면에서도 1인칭 주어를 지나치게 사용하고 내용의 반복이 많았다는 점이 아쉽다. 장원 작품 “4월”역시 1인칭 주어의 남발은 아쉽지만 봄이라는 계절감을 사실적으로 잘 표현했고 4월의 의미를 3월과 5월에 빗대어 개성 있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다른 글과 큰 차이를 보였다.
대학 일반부 운문 심사평
대학 일반에 참여 인원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에서 김해 문학 발전의 저번을 보는 것 같아서 기쁘다. 한 편, 시적 질적 수준에서는 예전과 같이 평이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한미옥씨의 <열쇠>는 할머니의 가르마를 소재로 하여 신선한 글을 보여 주었다. 가르마는 늘 머리에서 반듯하게 타는 것이나 할머니의 가르마는 휘어진 세월을 푸는 열쇠로 표현한 화자의 진술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단지 흠이라면 “정돈된 연기”에서 기적 확장의 의미를 축소한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시란 것은 자기만의 경험 일지라도 여러 사람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감동의 울림이 있는 것이다. 대학 일반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시적 소재나 소재의 형상화를 확장할 수 있는 사유의 힘을 키워 더 나은 작품으로 만나기를 희망한다.
대학·일반부 산문 심사평
작품들을 대하며 글 잔치로서 풍성하다고 볼 순 없지만 응모작품이 적지 않았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시제에 벗어나지 않은 점, 주제가 분명한 점에서 대체로 고른 수준이었습니다. 일반부 장원 작품은 각자 다른 취미를 가진 가족 간의 소통의 부재를 마음을 여는 도구로서 열쇠라는 비유를 들어 무리 없이 형상화했고, 소설 ‘빅 픽처’를 끌어와 새로운 정보를 얻는 재미와 주제를 심화한 점이 좋았습니다.
차상 작품은 흔들리는 버스 간에서 가졌던 화자의 생각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를 만나면서 전복되었는데 언덕과 덜컹거림이 생의 굴곡에서 꿈을 향해가는 스위치로 발전한 다. 자신과 아이의 언덕에 대한 대비되는 관념을 자연스럽게 풀어 울림을 주었고 덜컹거림이 충격이 아니라 스위치로 해석한 점이 새로웠고 재미있었습니다.
고등부의 작품은 역시 청소년의 패기와 열정이 묻어났습니다.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곧잘 만날 수 있었는데 더욱 정진하여 관점과 인식도 더욱 도약하기를 응원합니다.
그 외 모든 작품이 힘든 현실임에도 따뜻한 시선으로 내면을 바라보고 주변을 관조하려는 태도가 진솔하게 와 닿아 즐거운 희망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혼란한 시국과 함께 곳곳이 아픔이고 상처지만 여전히 글줄을 놓지 않는 이들로 이야기는 영원할 것이고 이러한 지적 활동은 더욱 동력을 얻을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그 봄날, 글 이전에 뜻을 낚는 풍경이 벚꽃보다 환했습니다.
※ 중고등부 시조 장원 없음
대학 · 일반부 시조 장원 없음
* 파일도 올려주었으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 학생들의 작품에 반 표기는 했으나 번호 표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학생들이 번호를 쓰지 않아서 통일성을 기하느라 그렇게 했습니다.
첫댓글 김해문인협회 회원님께서 혹시
올려 놓은 글 읽으시고 오탈자 보시면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몸살이 나서 글 올리기가 늦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감기몸살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심사평을 마무리 해 주셨네요. 진짜 수고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입선조차 하지 못했군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