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정치라고 하면 매일 싸움하는 국회, 인사권 가지고 논쟁을 벌이는 여야, 일반사람들이 알아듣기 힘든 일단 딱딱한 법률 등 일반인들이 거부할 만한 인상을 준다. 그렇지만 그런 정치에 대해 ‘재미있는 것이네? 흥미로운데?’ 라는 발상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정치 박물관 ‘아고라’이다. 아고라는 파주 헤이리 예술 마을 9번 게이트에 위치하고 있다. ‘아고라’에는 연세대학교 부총장이시자 정치외교학과 교수님이신 신명순 교수님께서 30여년 동안 정치에 관련된 자료를 모아 만드신 대한민국 최초의 정치 박물관으로서 다양한 자료가 전시 되어있다. 세계 각국의 선거전단과 포스터 정치관련 인사들의 귀여운 피규어, 우표, 과자박스 부터 그리고 한국의 정치가 어떻게 흘러왔나에 대해 생생히 자료로 보고 배울 수 있는 자료까지 구비되어 있어 ‘작지만 강하다’라는 느낌을 준다. 교과서로만 읽는 신문으로만 읽는 그런 정치가 아니라 보고 듣고 배우는 정치란 지극히 생생하고 현실적일 것이다. 누구든지 부담 없이 와서 관람 할 수 있는 아고라. 투표할 권리가 있는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와서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는 방법과 입장료에 대해 알아보자
아고라 가는 방법 : 합정역에서 2200번 버스를 타고 40분정도 달리다 보면
헤이리 마을이 나오는데 여기서 내리면 큰일난다.(필자처럼 40분을 걷는다)
헤이리 정류장에서 2정거장 더 가면 법흥3리라는 정류장이 나오는데
그곳에 내려서 9번 게이트를 통해 100m 정도 진입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아고라 입장료 : 일반인 2000원, 학생들은 1000원을 받고 있다. 미취학 아동은 무료
정치 박물관 아고라의 전경이다. 아고라에는 정치 관련 자료 뿐만 아니라 압화전시장과 어린이들이 접하기 쉬운 에니메이션 관련 우표까지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가서 관람하기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아고라는 총 3층으로 나뉘어져 있고 첫 번째 층은 세계 정치 전시관, 두 번째 층은 한국정치 전시관, 3번째 층은 압화와 우표 전시관으로 구분되어 있다.
아래 사진은 1층 세계전시관의 전경이다.
왼쪽 위의 사진을 보면 여러 가지 선거 전단과 함께 여러가지 우표가 눈에 들어온다. 전단과 우표뿐만 아니라 선거함부터 시작해서 피규어, 과자박스, 러시아의 마트로쉬카(열면 계속해서 다른 인형이 있는 것- 아고라에 있는 것은 러시아의 정치지도자 들의 마트로쉬카이다.), 버튼 등의 많은 정치 관련 자료가 전시 되어 있다. 이런 자료를 보면 신천지 같은 기분마저 든다. 특히 김일성의 훈장과 초상기장이라고 불리는 뱃지는 어떻게 이것을 구했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신기한 것이었다. 2000년 대통령 선거당시 플로리다에서 문제가 된 구멍 뚫기 식 기표기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글러브를 낀 일본 정치인의 포스터 이름만 떡하니 걸어논 포스터도 또한 걸려 있다. “흥, 정치가 뭐 별거 있어? 다똑같은 거지.” 란 생각을 가지고 들어선 사람이 보았을 때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는 느낌이 들것이다.
위의 고르바초프의 그림은 제임스 딘의 <이유없는 반항>을 패러디하여 소련의 민주화에 대해 말하고 있는 <국가 없는 반항> 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아래 난로를 쬐고 있는 <이시대의 사회주의>란 제목의 포스터 또한 인상적인데 쭈그려 앉아 난로를 쬐고 있는 모습은 사회주의를 풍자하고 있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옆에는 케네디 대통령과 등소평도 보인다. 또한 포퓰리즘의 창시자인 후안 페론 대통령의 모습과 그 아래 가려져 있는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 또한 보인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였던 이들의 모습을 보니 ‘비교정치’ 시간에 배웠던 수많은 인물들이 생각났다.
투표를 하라고 하면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의 당과 후보 이름 옆에 항상 찍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있어 일본의 투표용지는 또 다른 신선함을 안겨 준다. 이름을 쓰는 방식으로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투표용지는 우리의 투표용지와는 다르게 공백 이 넓게 되어있다. 일본 옆에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의 최근 전쟁을 치룬 나라들의 투표용지도 있어 눈길을 끈다. 나치의 히틀러에게 투표하도록 되어있는 용지 또한 인상 깊다.남아공의 투표용지는 칼라로 인쇄되어 있는데, 각 당의 지도자의 얼굴까지 인쇄한 이 투표용지를 보고는 우리나라 국민이 그나마 더 똑똑한것 같네라며 순간 우쭐해 지기도 했다.
위의 사진들은 미국의 대통령들을 캐릭터화 해 만들어 놓은 사진이다. 클린턴의 섹스스캔들을 연상시키는 피규어를 비롯하여, 워터게이트란 최대의 거짓말로 얼룩져 버린 닉슨을 피노키오 형상화한 인형, 아기곰을 살려 보내 줬다는 루즈벨트를 상징하는 곰 인형까지 정말 우리나라와는 확연하게 다른 정치문화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4번째 사진에 당나귀 그림의 ‘Paking only’ 라고 그려진 그림은 처음 본 사람들에게 의아함을 자아내게 한다. 당나귀는 민주당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민주당만들어 올수 있다 공화당은 다른 곳으로’ 이런 식의 선전 문구 이다. 우리나라의 ‘한나라당 only, 민주당 only’ 라는 간판을 생각해 보면 얼마나 우스운가? 더불어 차의 번호판으로도 선거운동을 하고, 자신의 마당앞에 있는 피켓으로도 선거운동을 하는 미국은 자유분방함 그 자체 였다.
또한 미국에서는 유권자가 투표를 행사하려면 직접 행정관할청에 가서 유권자 신고를 하고 그 확인을 받아야 한다.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도 행사하지 않는 우리나라 문화와 비교해 볼때 상당히 다른 점이었다. 역시 자율성을 강조하는 미국답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1층에서 살펴 볼 수 있듯이 많은 나라의 정치 문화와 방식은 다양하다. 우리나라와 달랐던 정치의 모습을 실제로 보는 1층에서의 시간은 문화적 충격으로 인해 해어 나오지 못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2층에는 한국정치 전시관 이다. 가장 정면에 빼곡하게 써져 있는 박정희의 친필 서신 사본이 보인다.
5/16 쿠테타를 일으킬 당시 장도영 육군참모 총장에게 전했다는 이 친필 서신은 2부 밖에 없는 희귀한 자료라고 한다. 파르르르 떨리는 파란 글씨 속에서 당시의 박정희 대통령의 다급했던 모습이 머릿속에 선하다. 특이 하게도 이 친필 서신을 전한 사람은 당시 박정희의 부관이었던 사람인데, 그 사람이 연세대학교 정외과 김용호 교수의 아버지 김재춘 의원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머릿 속이 멍해졌다.
위의 사진은 김재춘 의원의 달력이다. 달력으로 홍보를 하는 의원들이 지금은 상당히 신기할 법 한데, 이 당시에는 달력이 흔하지 않았을 뿐더러, 달력에 24절기에 맞는 농사 시기가 적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 였다고 한다.
민주당 명패와 그 옆에 있는 투표함 들이다. 촌스러워 보이는 선거 함들이 외향상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알수 있는 사진 자료 이다.
위의 4개의 사진은 열악했던 50년대의 정치 현실을 나타내는 자료이다. 2번째 그림에서 보듯이 포스터의 규격은 제멋대로 였고 또한 규제도 없었기 때문에, 여당이었던 이승만이 유리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달구지로 실어 가는 투표함은 3.15 부정선거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 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아래 있는 두 그림은 신익희 후보의 한강 백사장 연설 사진이다. 100만명의 서울 인구중 30여만명의 인파가 몰린 이 모습에서 대한민국 사람들 또한 정치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지니고 있다란 생각이 물씬 풍겼다.
또한 이당시 피선거인의 기호가 작대기로 되어있는 점은 인상 깊었는데, 이는 문맹자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문맹자였다고 해도 많은 수의 후보가 나왔을 때 수십개의 작대기를 전부 다 세는 것은 어려울 텐데란 생각을 하며, 정치제도란 역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을 반영해 주는 구나란 느낌을 가졌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온갖 포스터가 벽에 현란하게 붙어 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이승만 대통령의 재선 포스터 였다. 실제로 예전에는 '투표는 이러케'라는 표현을 썻다는 데 누가보면 장난친건줄 알 것 같다. 여기있는 선거 전단들은 실제로 있었던 선거에서 모두 수집해 모은 것으로서 우리가 익히 쉽게 알 수 있는 얼굴들도 많다. 60년대 포스터 부터 2000년대 까지의 포스터를 한자리에 놓고 보니 정말 기술이 많이 발전 했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시간이 지날 수록 더 간결해 지는 포스터의 모습또한 인상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기호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위의 사진들을 보면 기호 라고 써놓고 ㅣㅣㅣㅣㅣㅣ 이런식으로 되어있는데 이는 문맹자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기호를 작대기의 숫자로 표현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리송한 표현방법 인것 같다. 허경영과 김길수 등 15대 16대 대선에서 크게 반향을 일으켜 왔던 후보들의 포스터도 보이고, 전 국회의장이었던 김형오, 현 행안부장관인 맹형규 동문의 포스터 또한 전시 되어 있었다.
전시관 가장 안쪽으로는 국회의원 당선증 및 국회의원 뱃지가 있었다. 매 국회마다 매번 똑같을 줄 알았던 국회의원 뱃지의 변천사도 재미 있었고, 당선증에 써저 있는 이름이 부러워 지기도 했다. 꼭 훌륭한 정치인이 되리라 마음을 다잡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3층에는 압화 전시관과 함께 우표가 전시되어있는 우표 전시관이 있다. 각국의 우표 들 중 예전에 배웠던『비교정치』개정판 앞에 나와있는 수많은 우표들을 또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정치외교학도 라면 한번쯤 꼭 와서 보고 배워야 할곳,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면 한번 쯤 꼭 와서 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아고라다.! 실제로 보고 배운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최고의 현장학습처 아고라를 강력 추천한다. 정치에 대한 또다른 색다른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정치는 재밋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때까지 아고라는 여러분을 향해 항상 열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