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23(목) 경가회
사진 그리고 생명이야기
이동익 레미지오 신부
⦁이동익 레미지오 신부(가톨릭의과대학 명예교수 및 방배4동 주임신부):
일생동안 사진에 관한 개인전, 단체전 전시회(18회) 및 저술활동(18권),
모든 활동의 수익 전액은 미혼모 후원 등 생명 운동의 기금을 마련하는데 기부,
최근 미혼모(40명)후원 활동으로 미혼모 생활의 질을 높여주고 그들에 대한 의식 향상고취.
신부님은 강의하시면서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에서 촬영한 자연의 절묘한 아름다움과 사람의 사진들을 보여주셨다. 사진 속에는 사제로서의 여정과 생명수호의 정신이 녹아있었다.
(보여주신 사진들을 이 강의록에 올릴 수 없음이 안타깝다. 사진들은 인터넷 검색 가능)
사진들의 주제는 주로 ‘빛’에 관한 것이다. 빛은 희망의 메시지이다.
- 들어가면서
처음 보여주신 ‘비상’ - 하늘 높이 나는 흰 날개를 펼친 커다란 새의 모습을 통해 푸른 하늘 배경과 의연하게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훑어보는 듯한 모습이 경이롭다. 세밀한 깃털들과 한쪽 날개 같은 구름, 하늘을 바라보는 눈까지, 광대하면서 세밀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창조주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Death Valley' 작품은 사막의 모래 둔덕을 배경으로 음과 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어둡고 삭막하지만 희망을 암시한다 .
- 우리에게 빛은 무엇인가?
우리 신자에게 빛은 예수님이다. 우리는 빛을 기다리고 빛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빛을 발견하고 따라가는 삶이다. 빛이신 예수님을 발견하지 못하고 좌절하며 기다리는 과정도 있을 수 있다. 이때에 우리는 하느님의 지혜를 갈구한다. 사진 찍는 일도 이와 같다.
2019년에 가졌던 < 그리스도, 나의 빛 >이라는 제목의 사진전 초대장에 올린 글이 오늘의 강의내용과 일치하므로 말을 조금 바꾸어 옮긴다.
사진작업 'Photography'.
빛을 의미하는 희랍어‘Pho’와
쓰고 그리는 작업을 의미하는‘Graphos’가 합쳐진 단어이다.
빛을 그리는 일.
빛을 알기 위해 빛을 찾아나서야 한다.
때로는 깜깜한 암속에서 빛을 기다리다가 빛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빛을 찾으면 환호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 빛을 찾고 표현하려 한 지난 40여 년의 사진 작업이
빛이신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사제의 삶에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빛이신 그리스도는 어두운 곳의 생명으로 사제를 안내하였다.
약하고 힘없는 생명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어둠의 환경에서
희미하나마 빛을 볼 수 있었고
그 빛은 점차 사제에게 강열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사제에게 사진은 곧 생명이 되었다.
미혼모가 우리 사회의 어둠이라고 손가락질하기도 하지만
그 어머니는 위대한 사랑의 빛이 아니던가?
그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그들이 준 생명 사랑을 우리 모두가 칭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사진전을 열었다.
이 전시회에서 출품된 사진 중에 ‘인생의 길’이라는 제목을 붙인 3장의 사진을 보여주셨다. 인생이라는 언덕을 오르다 보면 둘이서, 또는 여럿이서 언덕을 오르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하느님 앞에 홀로 가는 사진들이다. 언덕은 하늘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은 하늘과 빛을 향해 가고 있는 군상들이다.
2013년 「이동익, 빛을 찾아가는 여정」 전시회에서는‘하느님이 창조한 자연과 사람’에 대한 작업을 하셨다. 신부님이 처음 카메라를 접하게 된 것은 1975년 입학한 가톨릭대학교 사진반에 가입하면서 부터이다. 1983년 신부가 되어 1991년까지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면서 사진의 기초를 다지셨다.1992년 명동성당에 개설된 사진 관련 문화강좌를 맡고 13년동안 강의를 하셨다. 성직자로서 영성적인 작품 표현을 위해 일부러 새벽이나 해가 질 무렵에 빛을 좇아 촬영을 하셨다. 사진은 빛을 찾아다니는 여정이었다. 이 빛을 통해 자연과 사람의 어울림에 초점을 맞추셨다.
비가 오거나 구름 때문에 사진 작업을 할 상황이 아니면 기다린다. 기다리면 정말 은혜로운 순간이 오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한밤중 2시에 찍은 사진도 보여주셨다. 완전한 어둠이 아니었다. 해가 져서 완전히 빛이 없어 진 것 같지만 해는 지지 않는다. 빛이 잠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바람 부는 장면을 찍은 사진 -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구름에 어스름하게 덮인 달이 사진 한가운데 있고 빛을 발하고 있다. 핀트는 앞쪽에 있는 나뭇가지의 어느 부분을 잡으셨다. 바람이 부는 가운데에도 움직이지 않는 부분을 잡고 바람 부는 순간을 그려낸 것이다.
단풍이 있는 절벽에 떨어지는 폭포의 흐름이 느껴지는 사진, 얼음사진, 꽃잎처럼 떨어지는 단풍 하나를 포착한 사진, 어두운 새벽에 고기잡이를 나가는 어부들의 사진 등, 사진기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을 기술적으로 조절하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장면을 찍은 작품들이다.
각 작품들에는 삶의 의미가 있다. 캄캄하지만 빛을 따라 하루의 삶을 출발하는 어부들.
빛이신 그리스도를 찾아 가기도 하지만 빛의 인도로 새로운 삶의 길을 나서는 것이다. 빛은 소망이기도 하다. 작고 희미한 빛이라도 희망을 갖고 기다리면 빛은 우리에게 다가온다.
- 나는 누구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다. 모상이란 Tselem (Image)을 어원으로 신의 신체적 외관과 유사성을 포함하여 인간의 내적인 면까지 인간 실재 전체와 관련하는 말이다. 즉 인간은 신의 전체성을 통하여 신이 창조한 이 세상 안에서 신이 가시적으로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존재, 곧 신의 분신과도 간은 존재가 된다는 의미이다.
신부의 사진 대상은 자연풍경, 사람, 사람 사는 모습이 주가 된다
특히 신부님의 사진 장르는‘자연과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꽃을 찍어도 꽃을 배경으로 하고 사람들을 촬영한다.
사진 장비를 메고 땀 흘리며 산에 올라가면, 자연의 경관에 감탄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는 시원함을 만끽하면서 ‘너무 좋다’라고 감탄한다.
자연을 창조하시고, 피조물 중 가장 귀중한 사람인‘나’를 만드시고 ‘매우 좋다’라고 즐거워하신 하느님도 나와 같았을 것이다.
이렇게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 구별되는 최고가치의 능력을 갖고 있다. 바로 인간의 윤리적 자율성인 자기 결정 능력이다. 맹자는 이것을 양지양능(良知良能)이라고 하였다. 경험이나 교육에 의하지 않고 선천적으로 사물을 알고 행할 수 있는 마음의 작용이다.
그런데 이런 인간의 능력이 왜곡되고 있다.「난쟁이 던지기 게임」이라는 게 있다. 이 게임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한다. 난쟁이들조차 이것을 수입원으로 생각한다는 게 문제다. 모두가 즐거워한다고 문제가 없는 것인가? 난쟁이들의 인권은 무엇인가?
인간 존엄성에 대한 문제를‘타인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내가 타인을 어떻게 대하는가’‘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라는 관점으로 생각해 필요가 있다. 개인 간의 존엄성이 부딪치거나 개인과 집단의 존엄성이 충돌하면 무엇을 먼저 고려하고 어떻게 하면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피터 비에리의「삶의 격」참조)
존엄성은 생산적(창조적)으로 어울려 사는 삶의 한 방식으로 지켜져서 각 개인이 서로를 이끌어주고 서로에게 길을 터줄 뿐만 아니라 굴욕감이나 모욕을 주지 않고서도 잘 못된 점을 고쳐주고 때로는 상대방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사회에서 무익하다고 소외되거나 생명을 즐길 수 없다고 판단 당하는 사람들은 이미 사회의 생산적인 체제를 벗어났기에 과소평가되어 더 이상 가치없는 사람들이라고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아우슈비츠 유대인학살이 그 중 한 예이다. 이런 현상은 의료사회로도 들어오고 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캐빈 카터의 사진 중에 죽어가는 어린아이를 독수리가 지켜보고 있는 것이 있다. 이 아이는 독수리의 먹이감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을 노리고 순간 포착한 이 사진이 퓰리처상을 받았다는 것도 이런 현상이다.
- 마치면서
빛을 좇아 의미있는 사진작업을 하다보니 빛이신 하느님을 좇아가고 발견하고 따르는 영성체험을 겪게 되었다. 어둠 속에서 삶의 용기를 잃고 좌절해 있는 생명을 발견하게 되고 이들을 위한 빛을 찾아가는 사제로서의 여정의 체험을 하게 되었음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P.S. 신부님이 보여주신 사진들은 인터넷에서 다음의 제목들로 검색하여 볼 수 있다.
이동익 신부 ‘그리스도 나의 빛’/ 이동익 신부의 사진 작품
이동익, 빛을 찾아가는 여정 / 서울대교구 이동익 레미지오 신부, 빛을 찾는 고행, 外
첫댓글 최 선배님, 사진들 검색하는 것도 안내해주시고 강의 요약도 상세하게 기록하셨네요.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어요. ^^
저는 개인적으로 신부님께서 인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신 말씀이 가슴에 팍 들어왔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신부님께서는 하느님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진활동을통하여 수입을창출하셨고 그것을 사회에서 좌시당하기쉬운 미혼모들을위하여 사용하고계신다고 하셨을때 노동으로 자녀들을부양하는 아버지의 모습이생각되어 감동하였고bravo를 외치게되었읍니다
"그리스도, 나의 빛!
사진 촬영(photography)은 빛을 알고 빛을 찾아 나서 빛을 기다리는 여정입니다.
마치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찾는 것,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찾아 내 안에 담아내는 여정과도 같은 작업입니다."
사진 촬영(photo+graphy)이 본래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인데,
이동익 신부님은 사진을 찍으시면서 빛 속에서 영성을 찾고, 그리스도를 찾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이미지들로 가득 찬 사진 안에서 영성의 세계를 보여주십니다.
부득이한 사정 있어 미사와 강의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친절한 강의록으로 아쉬움을 풀어주셨습니다. 최영자 요안나님, 감사합니다.
최요안나님 감사합니다. 감명깊은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 주셔서 두고 두고 잘 보겠습니다. 저도 사진을 좋아해서 감명 깊었습니다. 부족하나마 제가 영상물 기록했던것을 올려 봅니다.
회장단들께 감사 드립니다.
강의록 내용에 사진을 올리지 못해 아쉬었는데 루시아 님이 올려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글로 설명한 것만 보고 그 이미지를 상상하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영상을 올려주시니
강의를 들은 사람은 물론 듣지 못한 분들도 많은 도움을 받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