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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00대 명산의 산방 원문보기 글쓴이: 사계
오서산 791m 충남 보령시 청라면 청소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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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 오서산 억새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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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모임은 오서산 억새밭 산행과 오천항이야!" 내가 발붙이고 사는 충청도에 있는 산으로 무조건 밀어붙였다. 서울에서 새벽밥 먹고 출발한 여섯 명과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있는 광천역에서 만났다. 육젓, 오젓, 추젓…, 토굴 새우젓으로 이름이 알려진 광천까지 가서 새우젓은 구경도 못하고 바로 오서산으로 향한다. 창문을 연 채 시장통을 지나니 죽 늘어선 젓갈 통에서 비릿한 바다 냄새가 살짝 코에 묻어온다. 6월에 잡아 올려 3개월 숙성시킨 육젓이 크기도 크고 살이 통통해 새우젓 중에 최고라는데. 밥 뜸 들일 때 새우젓 살짝 쪄서 숟가락에 얻어먹거나, 애호박 송송 썰어 새우젓 넣고 달달 볶아먹으면 그 맛도 별미였는데…, 생각뿐이다.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서식해서 오서산이요, 가을억새가 보기 좋다는 오서산. 알고 보니 그네들은 대부분 이미 와 보았다는 얘기다. 그럼, 나만 초행길이라는 건가. 신선도 약간 떨어진다. 하긴 산이 어디는 별건가. 마음이 통하는 이들이 함께 몰려다니며, 살면서 가슴에 뭉쳤던 응어리 한 번 풀어놓으면 그뿐이지.
주차장 가로수는 역시 동네 단풍수준에 불과하니, 푸르죽죽 칙칙하게 무성한 잎을 아직도 잔뜩 매달고 있다. 등산로를 따라 동네 아주머니들 노점이 띄엄띄엄 이어지고 좌판에는 생강, 토란, 감 등 채소 밭에서 일군 농작물들이 오롯이 쌓여 있다. 많은 단풍행렬과 어울려 보물이라도 찾을 듯 산으로 올라간다. 야트막한 오서산 정상은 조기 보이는데, 산길 경사도는 시작부터 제법 야박하다. 어설프게 물이 들다만 단풍도 보고, 조곤조곤 지난 얘기 주고받으며 올라가니 숨은 조금 찰랑거리지만 가슴은 상당히 가볍다. 매번 되풀이해도 새로운 학창시절 사춘기 얘기며, 중년에 먹고 사는 일 안부도 캐고, 착하고 미운 친구들 험담도 늘어놓는다. 지나온 시간이 무거워서 한 꺼풀씩 마음도 벗고, 등줄기에 흐르는 땀에 겨워 겉옷 껍데기도 벗고 올라간다. 모두 다 한 건강씩 하는지라 잘 들도 올라가건만 '왕방울' 여사는 시답지(실은 몸이 안 따라줘서) 않아서 못 올라가겠다고 뒤로 꽁무니를 뺀다. 도합해야 일곱밖에 안 되는 숫자에 한 명을 낙오로 남겨 두기도 그렇고 참 곤란한 순간이다. "잘됐네. 정암사에 통째로 보시해." 망설임 끝에 비상식량 풀어서 정암사에 모셔두고 다시 올라간다. 다져진 몸매로 힘이 넘치는 3명, 아줌마 아저씨들은 금방 시야에서 사라졌다. 김 여사만 몸이 딸리는 건지,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인지 볼 것 다 보면서 땀 한 방울 안 흘리며 만만디로 걷는다. 양씨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진도 찍고, 풍광도 감상도 하며 여유롭다.
우리는 8부 능선 조악한 바위 위에 잠깐 자리를 깔았다. 광천, 이름 모를 동네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어설픈 색, 단풍 산을 품은 희끄무레한 가을햇볕이 정오의 대기(大氣)에 충만하다. 층층이 둘러앉아 바리바리 싸 가지고 온 보따리 풀어헤친다. 뉘 집 냉장고 털어온 물건들인지 바위 위에 너저분하게 널렸다. 준용(準用)하면 아들보다 젊어진다는 백살주 한 잔을 따라 낙엽을 띄우니 빛깔도 계절에 맞는 구리구리한 누릿빛 낙엽주가 된다. 맛이야 별수 없는 술에 불과하지만 가슴은 어찌나 찡하게 울려오는지. 그려, 산중의 술은 가슴으로 마시는 거였지. 부딪쳐 깨질 염려 없는 종이컵에 마음을 담아 또 한 모금 마신다. 나는 아래쪽 바위 아래 엉거주춤 걸터앉았고 그네들은 중심 높은 자리에 앉았다. 아랫것 빈 술잔까지 훤히 들여다보면서, 컵에 바닥이 보여도 채워줄 줄 모른다. "이거 컵이 왜 이래, 구멍이 뚫렸나." 볼멘소리 좀 했다. "고만 좀 징징거려." 지청구를 들어도 가슴은 왜 그리 넓어지던지. 크고 작은 병을 더해보니 여섯 개(실은 샘플병)나 된다. 주당들 시쳇말로 각 일 병씩 처리했다는 말인가. 그래도 모자란 듯 입맛 다시는 병아리들이 안쓰러워 나는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꺼낸다. 깨질까 봐 단단히 동여맨 파란 융단 주머니는 잘 안 풀어진다. 금빛 자수로 새겨진 '로얄살루트21' 글씨에 그들의 눈빛이 반짝 빛난다. 불콰한 얼굴과 목소리가 모두 합쳐졌다. "와∼ 오늘 꺼벙이가 드디어 일 내는구나!" 기대에 찬 시선을 느끼니 손동작이 전에 없이 떨린다. "자자, 산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쐐주가 최고야!" 순간의 긴장을 박살내고 나타난 놈은 그 이름도 산山스러운 '참眞 이슬露' 포켓용 페트병이었다.
능선은 금새 나타났다. 서해 천수만 쪽, 9부 능선부터 군락을 이루어 진을 치고 올라온 크고 작은 억새의 군무가 바람에 쓰러지며 안간힘을 쓴다. 사람도 많거니와 바람도 몹시 세다. 바위틈, 억새밭 이랑에서 사진도 찍고 오래도록 간직할 풍경도 가슴에 담는다. 우리는 갈대숲 풀풀 날리는 먼지 속에서 또 한 차례 자리를 펴고 정상주(酒) 의식을 치른다. 구기자 큰 병은 누가 지고 올라왔는지. '대단한 힘의 소유자 당신들 많이 드시구랴' 초반에 약발 받던 나는 갈 길이 걱정스러워 한발 살짝 물러선다.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하산을 재촉하지만 억새 물결 바람에 홀린 그네들은 능선을 따라 자꾸만 올라간다. 나 홀로 팔각정에 올라보니 바람은 시원한 듯 매섭다. 밭에는 억새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람도 있다. 억새를 키우는 건 8할이 바람의 힘이 아닌지. 불어주는 바람이 없다면 억새의 은빛 꼬투리는 어떻게 춤추며, 씨는 무슨 힘으로 날아가 자연과 교합하며, 내 엉뚱한 의구심은 어떻게 생길까. "에이, 바람에 실려 갈 눔 덜, 뭘 그리 많이 얻어가겠다고 멀리가누!" "여기 올라온 많은 사람들이 다 가슴에 바람을 넣고, 억새를 조금씩 담아간다면 억새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겠다." "그만 남겨두고 가자, 이 마한눔 들아!"
임도 포장길 주변에서 홍시도 얻어먹는다. 좌판을 기웃거리며 처자식 챙겨줄 생강이며 토란도 사는 것을 보니 영락없는 중년의 가을 분위기다. 하릴없는 생각, 한 줌의 시름도 이 길에 버리고 가면 더 좋을 것을. 까마귀와 까치가 많아서 '오서산'이라는데, 우리가 오가는 중에는 어디에도 그 깜씨 형제들을 보지 못했다. 천수만으로 노을 맞으러 갔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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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관광공사
오서산 (烏棲山 790m)은 금북정맥의 최고봉이다. 예로부터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살아 까마귀 보금자리[烏棲]라고 불렀고, 정상에 서면 서해안 풍경이 시원하게 보여 서해의 등대라고도 불렀다. 충남권에서는 높은 산에 속한다.등산로가 그리 험하지 않아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겁게 산행에 나설 수 있다. 오서산 동쪽으로는 보령시 땅에 명대계곡-오서산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있으며 북쪽의 홍성군 권역에는 정암사-내원사 등 사찰이 자리잡고 있다. 오서산(791m)은 성주산에 이어 충남 제2의 고봉이며 천수만 일대를 항해하는 배들에게 나침반 혹은 등대 구실을 하기에 예로부터 '서해의 등대산'으로 불려왔다. 정상을 중심으로 약 2km의 주능선은 온통 억새밭으로 이뤄져 억새산행지의 명소이기도 하다. 오서산은 장항선 광천역에서 불과 4km의 거리에 위치, 열차를 이용한 산행대상지로도 인기가 높다.
오서산은 까마귀와 까치들이 많이 서식해 산이름도 "까마귀 보금자리"로 불리어 왔으며 차령산맥이 서쪽으로 달려간 금북정맥의 최고봉. 그 안에 명찰인 정암사가 자리하고 있어 참배객이 끊이지 않는다. 산 아래로는 질펀한 해안평야와 푸른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언제나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수 있다. 오서산 등산의 최고 백미는 7부 능선 안부부터 서해바다를 조망하는 상쾌함과 후련함이다. 정암사에서 정상까지 구간은 가파르면서 군데군데 바윗길이 자리해 약 한시간 동안 산행 기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어 동호인들이나 가족등반객에 인기가 높다. 산 정상에서는 수채화처럼 펼쳐진 서해의 망망 수평선과 섬자락들을 관망할 수 있다. 정암사는 고려 때 대운대사가 창건한 고찰로 주변은 온통 수백년생 느티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귀가길에 광천 젓갈 시장을 둘러봄도 좋다
오서산 산행은 주로 정암사를 거쳐 정상으로 오르게 된다. 상담 마을에서 정암사로 오르는 길은 두 가닥이 있다. 빙돌아 오르는 정암사 찻길을 이용하든지, 마을에서 곧장 올려치는 오솔길을 이용한다. 상담 주차장에서 오서산 북사면을 바라보며 남동쪽 농로를 따라 4~5분 오르면, 오른쪽으로 사슴목장이 있다. 사슴목장 앞 마지막 농가를 지나 약 200m 가량 올라가면 삼거리에 '정암사->' 라고 쓰인 안내판이 나타난다. 안내판 앞에서 화살표 방향대로 오른쪽 길을 따라 10분 가량 올라가면 '정암사 400m' 라고 쓰인 동그란 안내판이 있는 간이주차장에 닿는다. 안내판에서 콘크리트 포장된 급경사 길을 따라 10분 오르면 정암사가 반긴다. 정암사는 고려 때 대운대사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고, 백제 무왕 때 무렴국사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다.
사찰 주변에 온통 수백 년생 느티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목을 축일 수 있는 약수가 있어 고찰 분위기가 물씬하다. 정암사 범종각 앞에서 서쪽 화장실 앞을 지나 가파른 지능선으로 붙는다. 정상에 오른 후 하산은 암릉인 남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서서 월정사를 거쳐 하산한다. 아니면 월정사 방향의 지능선을 타지 않고 499봉에 이르러서해안 국도인 21번도로와 연결된 마을인 성연리쪽으로 뻗어 있는 지능선으로 산을 내려오면 된다. 오서산은 서해안과 나란히 남북으로 가로놓여 있다. 북쪽은 홍성군 광천읍과 장곡면이며 남쪽은 보령군 청라면, 동쪽은 청양군 화성면, 서쪽은 보령군 청소면으로 홍성군과 보령군, 청양군이 나누어 차지하고 있다.
산에 오르는 길은 네개 있는데 그중에서 청소면 성연리 길과 장곡면 내원사 길은 그다지 안 좋다. 따라서 이 산을 남북으로 종주할 수 있고 절도 하나씩 끼고 있으며 계곡도 좋고 휴양지도 있는 광천읍쪽의 정암사 길과 울띄마을 월정사 길이 산행의 시작과 끝으로 이용하기에 적당하다. 정암사 아랫마을인 담산리 상담마을까지는 광천에서 시내버스가 드나든다. 산행은 마을회관 종점에서 시작하는데 바로 개울을 건넌다. 그리고 바로 숲속으로 들어선다. 한참을 오르면 쓰레기장과 주차장이다. 멀리 돌아온 찻길과 만난 곳으로 4900m라는 임도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후 찻길과 오솔길을 번갈아 오르면 느티나무에 둘러싸인 정암사다.(약 25분 소요) 극락전과 요사가 뜰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는 정암사에는 맑고 시원한 물이 큼직한 석조에 철철 넘쳐 흐른다. 수통에 물을 채우고 종각 옆을 지나 오솔길로 들어서면 숨가쁜 길이 막아선다. 좌우로 급하게 꺾이며 이어지던 길은 가파른 바위벽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선 광천읍내와 너른 들이 내려다 보이고 왼편에 바다도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홍성 시가지 뒤로 용봉산과 가야산도 보인다.
바위벽을 지나면서 길은 급한 오르막이다. 구슬땀을 흘리며 오르막을 오르면 주릉에서 던목고개로 뻗은 능선의 안부에 올라서게 된다. (상담마을 회관에서 1시간 10분쯤 소요)
여기에 올라서면 조망이 활짝 열려 대천시와 푸른 서해바다, 길쭉한 안면도가 눈에 띈다. 주릉에는 억새밭이 하얀 눈을 살짝 뒤집어 쓴 것처럼 펼쳐져 있어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서쪽의 바다와 천수만을 내려보며 산행의 일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그곳을 향해 암릉길을 20 - 30분쯤 가면 기암과 억새가 어우러진 주릉이다. 그리고 바로 아래의 처녀바위는 본둥만둥 널따란 억새밭에 빨려든다. 갓 핀 새품이 그처럼 깨끗하고 청순할 수가 없다. 길은 주릉을 따라 이어진다. 헬기장을 지나고 임도를 왼편으로 보며 두어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노라면 790.7m의 주봉 정상이다. 안부에서 1시간쯤 거리다. 정상에서는 동쪽 청양읍내 너머로 칠갑산, 남쪽에 금광으로 유명했던 성주산, 북서쪽으론 천수만과 서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산길이 뻗친 청소면 성연리의 저수지는 오른쪽에, 청라면 장현리 울띄마을은 왼쪽에 보인다. 이 정상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나아가면 산불감시소가 있는 남쪽 끝봉이며 동쪽이 월정사가 있는 금자동마을이다. 이 끝봉에서 남쪽으로 능선을 따라 750m쯤 내려가다 보면 성연리로 빠지는 동쪽 능선을 만나게 된다. 이 능선을 지나 오른쪽의 골짜기로 내려서면 성연저수지로 내려오게 된다.
월정사로 하산하는 길은 산불감시소가 있는 끝봉에서 왼편 등성이로 급하게 내려가면 3면이 큼직한 바위에 둘러싸인 기도터가 있다. 이 기도터에는 시원한 석간수가 있고 앞에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기도터를 지나 내려서면 금자동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만나게 된다. 이 임도가 월정사를 지나지만 그보다는 임도를 가로질러 숲속을 지나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는 게 좋다. 컴컴한 숲속길을 더듬어 가면 농가 비슷한 빨간 양철지붕의 월정사에 이른다. 월정사에서 아래에 있는 개울을 따라 내려가면 금자동마을이고 개울 건너 작은 산등을 넘어 골짜기로 내려가면 자그마한 명대저수지가 나온다. 금자동에서부터 콘크리트길이 명대저수지로 이어지고 명대저수지부터는 깨끗한 아스팔트길이다. 저수지 아래에는 유원지 관리소와 주차장이 있다. 아름다운 개울가 숲에는 정저 탁자 의자 등의 휴게시설이 있고 포장길을 따라 내려가면 좌우에 현대식 건물의 음식점, 승마장 등도 있다. 대천에서 여기 장현저수지 위 울띄마을까지 시내버스가 다닌다. 총 산행시간은 4시간 - 4시간 30분 정도.
※ 억새 포인트
오서산의 억새는 정상 밑의 중봉부터 시작해 던목고개로 내려서는 능선 갈림목까지 이어진다. 중봉으로 올라서기 전의 안부가 가장 억새가 많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억새평원의 모습이 일품이다.
▶ 홍성군 광천읍에서 10여분 차를 타고 가면 광천리 상담마을에 등산로 입구가 나오는데, 차는 정암사까지 올라 갈 수 있다. 정암사는 고려때 승려 대운대사에 의해 창건된 전통사찰이지만 지금은 규모가 조그맣다. 사찰 건물에서 옛 자취를 찾을 수는 없지만 사찰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느티나무들은 수백년생들로 그 옛날의 숨결을 전한다. 사찰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본격적 산행이 시작된다. 그러나 초반 산행이 힘겹다. 산세가 가파른데다 등산로마저 거의 일직선으로 나 있어 경사가 급하다. 무성한 잡목이 둘러싸고 있어 시야도 좁다. 한 시간 정도 묵묵히 올라야 한다. 답답하더라도 무리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오르는 편이 낫다. 중간 중간, 바위 언덕에 이르면 조금씩 드러나는 탁 트인 서해안의 조망이 위안을 준다. 가끔씩 까치 몇 마리가 등산객을 맞는다. 오서산은 이름처럼 예전에 까마귀와 까치의 보금자리였던 곳. 지금은 까마귀를 찾아보기는 힘들고 까치 몇 마리가 기웃거릴 뿐이다.
한 시간 정도 힘을 쏟으면 어느덧 완만한 곡선의 능선 고개에 닿는다. 벅차 오르던 숨결이 한결 편안하게 돌아온다. 20여분을 더 오르면 주능선에 닿는다. 이 때부터 나무 숲길은 끝나고, 탁 트인 광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짓눌렸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경치가 장관이다. 거의 평지와 다름없이 완만하게 이어진 산마루. 압권은 바로 무성하게 자란 억색 군락들이다. 약 2㎞의 주능선 주변은 은빛 억새로 지금도 서서히 물들고 있다. 익어가는 억새는 10월말이면 최고조에 달한다. 억새밭 너머로는 충남 지역의 서해안이 한 눈에 잡힌다. 광천천, 청광천 등 소규모 하천들이 평야지대에서 유유히 곡선을 그리며 굽이치다 서해 천수만에 닿는다. 천수만 너머로 안면도가 가물거리고 그 뒤로 서해안의 수평선이 희뿌옇다. 억새밭 가운데 마련된 팔각정이 일종의 조망대다. 서해로 기우는 가을 햇살이 은빛 억새에 부딪혀 더욱 찬란하게 눈부신다. 하늘거리는 억새는 그리운 사람을 더욱 그립게 한다. 하산은 주능선을 따라가다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쪽으로 내려가지만, 자가 운전으로 주차를 시켰다면 광천읍쪽으로 다시 내려가야한다.
[등산코스]
○ 상담마을에서 출발해 정암사를 지나 서부능선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보령시 청소면 성연저수지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인 산행코스지만 거꾸로 성연저수지에서 출발해 정암사쪽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
1)담산리 상담 마을 - 정암사 - 740m봉 - 정상 - 남릉 - 제주 도씨묘 북서릉 - 청연 마을 (약 9 km, 5시간 )
2) 광천읍 상담마을 - 정암사 - 안부 - 능선 - 정상 - 남부능선 - 청소면 성연리
3) 보령시 청소면 성연저수지 - 지능선 - 주능선 - 억새풀밭 - 정상 - 서쪽능선 - 안부 - 정암사 - 담산리 상담마을